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
기수의 죽음
2019년 11월 29일 금요일 새벽, 민주노총 관계자의 제보로 문중원 기수의 죽음이 부산일보 인터넷판을 통해 처음으로 보도됐다. 주말이 지나는 동안 본보 인터넷 뉴스를 포함해 언론 기사 중 발생 보도에서 크게 나아간 형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진전된 보도들도 동료 인터뷰와 마사회의 입장을 추가하거나 기존에 지적된 마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첨가하는 수준이었다.
마사회는 사건 직후 유서의 고발 내용 중 핵심이었던 마방배정(조교사개업)심사에 대해 “정량평가가 80%, 정성평가가 20%로 주관적 판단이 당락을 좌우하지 못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냈다.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해명이었다. 반면 문 기수의 고발은 유서의 특성상 사실관계가 특정된 구체적인 형태가 아니었다. 마사회 설명처럼 심사 당락에 주관적 요소의 개입이 어렵다면, 문 기수의 하소연은 결국 불합격자의 ‘넋두리’일 수도 있었다. 기자 입장에선 이 사건을 비판적으로 다루기엔 불안한 요소가 있었던 셈이다. 또 이곳에서의 죽음은 처음 있는 일도 아니어서, 오히려 뉴스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유서 내용과 마사회의 해명을 섞은 적당한 수준의 보도가 많았다.
공정성 논란 제기
부산일보는 주말이 지나고 첫 지면 보도에서 1면 등 2개 면에 걸쳐 문 기수의 죽음을 다뤘다. 특히 80%의 정량평가를 운운한 마사회의 해명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들춰냈다. 정량평가는 응시자들이 모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기 때문에 사실상 20%의 정성평가가 당락을 좌우하는 심사라는 게 핵심이었다.
취재팀은 사건 직후부터 유족, 동료뿐만 아니라 마방배정심사에 참여했던 응시자를 수소문해 만났고, 심사 관련 공고부터 각종 자료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마사회의 해명이 본질을 왜곡하고 있고, ‘밉보이면 개업 못 한다’는 유서의 주장은 넋두리가 아니라 실제 일어난 일일 수 있다는 걸 기사화했다. 마사회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검증하면서 접근해 얻은 단독보도였다.
이후 당락에 주관적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크다는 게 드러나면서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화됐고, 문 기수 사건을 공론화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이 과정에서 부산일보는 심사 공정성 문제를 주도해 나아갔다. △당락을 좌우하는 정성평가가 형식적인 ‘인상평가’에 그칠 수 있다는 점 △채점기준이 없어 평가자 주관대로 배점이 가능하다는 점 △문 기수가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인 위탁관리서를 압도적으로 준비하고도 떨어진 점 △유서에 언급된 문제 인물이 실제로 평가위원이었다는 점 등을 보도했다.
또 마필관리사, 기수는 물론 이미 심사에 붙은 현직 조교사들까지 역시 문 기수와 같은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마사회 내부문건도 확보해 보도했다. 마사회 스스로 유서의 하소연이 다수의 인식이라는 걸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보도는 유족과 노조의 문제제기에 의존하지 않고, 마사회 내외부를 폭넓게 취재해 얻은 결과다.
이젠 누구도 ‘넋두리’라는 말은 안한다.
부산일보는 문 기수가 치른 심사의 채점표를 입수해 보도했다. 문 기수가 외부평가위원들로부터는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권에 들어갔지만, 마사회 직원들로 구성된 내부위원으로부턴 이상하리만큼 낮은 점수를 받아 결국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보도였다. 마사회에 ‘밉보이면 개업 못한다’는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취재진은 채점표 확보를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 두 차례 정보공개신청을 하고 심지어 유족과 협의해 유족 명의로 문 기수 본인 채점표의 정보공개도 신청했다. 마사회는 정보공개를 끝까지 거부했으나, 다방면의 취재활동으로 가까스로 채점표를 입수했다. 채점표 확보에 이런 공을 들인 이유는 취재과정에서 접촉한 외부위원의 증언 때문이었다. 그는 “문 기수의 실력이 뛰어나, 합격점의 점수를 준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실제 채점표를 확보해 그의 증언이 확인되면, 결국 마사회 내부위원의 친소관계에 의한 편파성이 어느 정도 드러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외부평가위원도 직간접적으로 마사회와 관계가 있어 언론을 피했지만, 지속적인 설득으로 취재진을 만나 관련 증언을 했다.
실제로 이 보도 뒤 시민대책위는 보도 내용을 근거로 검찰 고발을 하는 등 마사회 압박 수위를 높였고, 답보상태의 경찰 수사도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으며, 마사회도 해명성 입장만 밝히는 대신 대책위 등과의 대화 테이블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는 등 해당 보도는 사태 변화의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실력이 안 돼 떨어졌다” 등 문 기수를 둘러싼 음해성 논란도 크게 줄었다. 더는 누구도 문 기수의 하소연을 불합격자의 넋두리로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는 데 보도의 의미가 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부산일보는 문 기수 사건 관련 지면으로만 40건 가량의 기사를 작성했다. 어느 매체보다 압도적인 양이다. 마사회 1차 개선안의 허구성이나 사건 뒤 추모 움직임 등에 대한 기사도 있었지만, 보도의 핵심은 마방배정심사의 공정성이었다. 이는 경험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통상 이런 사건의 경우 유족 인터뷰를 하고, 대책위나 노조의 이후 활동 경과를 따라가며 여론조성을 하는 식의 보도패턴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문 기수 이전에 이미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선 6명의 종사자가 갑질 문화 등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매번 대책위 등이 꾸려졌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흐지부지 끝났다. 마사회의 비위를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변화를 일으킬 여론이 쉽게 모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취재진은 사건 발생부터 ‘팩트 발굴’에 집중했다. 유족 인터뷰 등을 의도적으로 자제하면서 감성적인 보도를 지양했으며, 노조의 투쟁 경과 등의 보도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제한된 지면에 최대한 부조리 여부를 검증하는 팩트 위주의 기사를 싣기 위해서였다. 결국 이런 팩트 발굴이 이뤄져야 억울함에 공감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변화의 원동력도 모일 거라고 판단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부산일보의 변별력 없는 정량평가 등에 대한 보도 뒤 연합뉴스, 국제신문, 한겨레 등이 해당 사실을 언급하며 기사를 작성했고, 본격적으로 언론들도 이 시험의 공정성에 문제제기를 하는 기사를 양성했다.
특히 문중원 기수가 외부평가위원으로부턴 합격점을 내부위원으로부턴 매우 낮은 낙제점을 받았다는 보도는 해당 사건을 보도하는 다수 언론에 다양한 형태로 인용돼 심사의 객관성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별첨 자료 참고)
4. 사회에 끼친 영향
문 기수가 실제로 부당함을 겪었느냐는 노조 투쟁이나 추모 움직임의 정당성 확보에 직결되는 문제이며, 실체적 진실규명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부산일보는 첫 보도를 통해 논란 수준에서 끝날 수 있었던 심사의 공정성 문제에 대한 진실공방을 이끌었고, 후속 보도와 실제 채점표 관련 보도를 통해 유서의 핵심 고발 내용이 진실이었다는 걸 확인했다. 이후 심사과정의 부당성은 경찰 수사에서도 드러났고, 문 기수의 유서와 본보 보도가 진실이라는 게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심사의 문제점과 의혹을 다룬 본보 보도는 시민대책위 등이 문 기수 사건을 공론화하는 데에도 활용됐다. 시민대책위와 노조는 본보 보도를 인용해 자료를 만들며 추모 열기를 이어나가기도 했는데, 단적인 예가 2월 5일 시민대책위가 내놓은 ‘마사회 구조와 노동실태 조사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엔 모호한 채점 기준, 형식적인 정량평가 방식 등 본보 보도를 여러 페이지에 걸쳐 인용요약하고 있으며, 언론 보도 중 유일하게 부산일보 기사만을 그대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마방배정심사는 사실상 공개평가로 전환됐으며, 여러 죽음에도 미뤄졌던 부산경남경마장의 저수입 기수 및 마필관리사에 대한 실질적인 생계 보장책 등도 마련됐다. 합리적인 종사자 간 관계 형성을 위한 관련 용역도 진행 중이다. 전국 처음으로 부산경남경마장에서 기수 노조가 생겨 마사회를 견제할 수 있는 목소리도 커지는 등 마사회의 누적된 문제 개선을 위한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마방배정심사에 대해 팩트 위주의 심층적인 보도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사내 토론의 결과이기도 했다. 데스크와 취재진 등의 토론과정에선 “심사 과정의 부조리는 취재로 드러나기 어렵다”, “친한 사람에게 점수를 더 주는 건 모든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등의 의견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논의 끝에 경마는 사행성과 연계돼 있어 엄격히 통제를 받아야 하는 공적 영역에 속하는 만큼 마사회의 부조리를 사적 기업의 관행처럼 치부해선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원론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제기는 모든 매체에서 할 수 있지만, 미시적으로 사안을 들여다보며 구체적인 팩트를 발굴하는 건 현장에 있는 지역 언론의 역할이자 의무라고도 판단하고 보도 방향을 고수했다.
6. 기타 고려사항
부산일보는 경과 보도가 아닌 사실관계에 집중된 형태로 보도를 이어가면서 오보 등의 위험도 뒤따랐으나, 마사회 측에서 여러 차례 보도 불만을 표시했을 뿐 정정 보도 등을 요청할 여지는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58회 전체 총평
제35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0개 부문에 63편이 출품돼 1, 2차 심사를 거쳐 14편이 최종심사에 올랐다. 이 중 7개 부문에서 각 1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최종심사에 오른 4편의 보도 중 TV조선의 <여성 철인3종경기 유망주의 극단적 선택…유족 “前 소속팀에서 가혹행위”> 보도가 선정됐다. 특종 보도의 가치뿐 아니라 문체부의 진상조사와 경찰 수사,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가능케 한 입체적인 후속 보도로 완결성을 높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TV조선의 보도는 다수의 선행 보도에서 나타난 정형화된 체육계 폭력문화와는 다른 양상의 범죄형 폭력행태 실상을 보여준 한편 선수의 호소를 외면한 정부와 관계 당국의 직무유기를 고발한 수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국민일보의 <정부가 깔아준 다주택 꽃길> 기사는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정파적인 관점을 벗어나, 정부의 임대사업자 지원정책의 부작용을 객관적이고 입체적인 취재를 통해 있는 그대로 보여 준 보도로 평가받았다.
기자상 심사과정에서 임대사업자 지원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적지 않게 나왔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초기에 확인하기 힘든 누적된 부작용과 폐해를 서울 강남, 강북의 아파트 단지를 선정해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로서 유의미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수상작인 국민일보의 <대한민국 데프블라인드 리포트>는 시각과 청각 장애를 함께 가진 중복장애자들에 대한 전례 없는 집중기획보도라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사회적 소수인 탓에 복지정책과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됐던 시청각 중복장애인들의 고통을 이중통역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 취재진의 노고가 돋보였다. 해외 특수교육 사례를 취재해 시청각장애인들에 대한 전향적인 관심을 촉발시킴으로써,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옹호해야 할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한 수작이라는 평가에 이견이 없었다.
JTBC의 <‘덕분에’ 지키는 방역전선···의료현장의 그늘’>은 코로나 방역전선 최일선에서 헌신하는 간호사들을 영웅으로 떠받들면서도, 차별적인 수당 지급으로 상처를 주는 정부와 지자체 등 행정당국의 위선적인 부실 행정을 끈질기게 비판해 문제 해결의 결실을 맺은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선 TJB대전방송의 <여행용 가방 학대 사망 9살 아동>이 선정됐다. 꾸준한 후속보도를 통해 무심히 지나쳤으면 진상 규명이 늦어졌거나 묻힐 수도 있었던 잔혹한 범죄의 전모를 밝혀낸 기자의 집념과 열정을 심사위원 모두 공감하고 지지했다. 지역 내 편의점을 활용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아이디어로 사회적 대안을 실행한 점은 금상첨화였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인 KBS광주의 <농민 없는 농업법인, 특혜로 키운 불법 온상> 역시 심층보도의 전형으로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농업과 농민 문제가 언론의 관심영역에서 점점 소외되는 사이에 총체적인 부조리 상태에 빠진 농업과 농민 정책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취재진의 집중력이 주목받았다. 농업과 농민을 위한 국가 예산을 지역 건설업자와 자녀들이 편취한 한 농업법인의 사례로 농업정책 전반에 대해 경종을 울린 묵직한 보도였다. 후속 보도가 기대된다.
전문보도부문 사진보도 수상작인 국민일보의 <폭파된 남북화해의 상징>은 북한이 예고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 현장을 포착하기 위한 기자의 집념과 사건 발생 시점의 절묘한 조합으로 건져 낸 특종에 심사위원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북한 관영매체가 배포한 폭파현장 사진으로 인해 특종의 반향이 축소됐지만, 이 또한 체제의 선전사진과 기자의 보도사진의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