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0 )
지난 7월, 서울의 한 주택에서 30대 지적 장애인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신고자는 친오빠였습니다. 살인 용의자도, 그 오빠 A였습니다. 오빠는 수사를 받고 학대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언론 대부분은 장애인 동생을 굶기고 폭행해 숨지게 했다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짧은 기사 몇 줄로 이 스토리는 끝났습니다.
그런데 조금 취재를 해보니, 숨진 장애인 동생은 화장실도 혼자 가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었습니다. 살인자가 된 오빠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집 안에서만 지냈습니다. 고립되어 있었던 남매, 동생을 혼자 떠맡은 오빠가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게 아닐까. 명백한 살인, 명백한 범죄이지만 막을 수 있었던 일은 아니었을까. 취재팀은 궁금했습니다.
지난해 한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쓰러진 아버지를 간병하던 20살 남짓 청년. 전기나 휴대전화는 모두 끊겼고 쌀 값 2만 원도 없었던 상황에서 아들은 아버지의 방 문을 열지 않는 것으로, 살인을 선택했습니다. 이를 어떤 이들은 ‘간병 살인’이라 불렀고 어떤 이들은 ‘영케어러 문제’라고 지칭했습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정부는 처음 이런 가족 돌봄 청년을 복지의 사각지대에 둬선 안 된다고 나섰습니다. 고령화 시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가족 돌봄과 생계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것은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나섰는데, 이 남매는 왜 고립되어 있었을까요. 오빠 A는 왜 동생을 죽였을까요. 정부 정책에 구멍이 있었던 건 아닐까요. 아니면 오빠 A가 그저 극악무도한 인간이었던 걸까요.
이들뿐만이 아닙니다. 돌봄 살인, 돌봄 자살...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아 ‘주목 받지 못한’, 힘겹게 돌봄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들이 수십만 명이라는 추정이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아무도 열지 않은, 남매의 반지하 방
동생에 대한 학대 치사 혐의로 선고를 앞둔 오빠. 그저 살인이 아닌, 사회적 문제가 배경에 있는 것인지 확인하려면 이 남매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었는지부터 알아야 했습니다. 공판을 챙기면서, 오빠 A의 입장과 당시 상황에 대해 더 깊게 파악했습니다. A는 재판정에서 때때로 억울해했고, 반성하기도 했고, 울었습니다. 본인도 자신의 상황을 잘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취재팀은 A의 변호를 맡았던 국선 변호인, 남매의 아버지, 이웃 주민 등을 어렵게 접촉했습니다. 그렇게 언론에 실리지 않았고, 재판 과정에서도 드러나지 않은 남매의 이야기를 알 수 있었습니다.
남매의 아버지는 남매가 어릴 때 일찍 집을 나갔습니다. 남매를 돌본 건 홀어머니, 어머니는 사업을 하며 아이들을 키워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병으로 쓰러지며 형편이 나빠졌습니다. 가족을 버린 아버지의 도움을 바랄 수도 없었고, 받을 마음도 없었다 합니다. 다른 친족들도 이 남매를 도울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오빠와 동생이 둘만 남게 됐습니다.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오빠 A가 일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바깥에 나가 일할 수 없었습니다. 대소변을 못 가리는 동생, 누군가 하루종일 곁에 붙어 돌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요양보호사를 구하기엔 돈이 없었고, 정부의 복지서비스도 없었습니다.
결국 오빠는 게임 아이템을 팔면서 생활비를 마련했습니다. 끼니는 배달음식으로 때웠습니다. 남매의 이웃 주민들에게 물었더니, “남매를 본 적 없다. 얼굴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몇 년 동안 남매는 집안에서만 지냈던 겁니다.
오빠는 점점 동생을 짐으로 여겼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을 견디다 못해 동생을 원망하고, 욕했습니다. 굶기고, 때렸습니다. 오빠의 변호인은 “처음엔 동생을 잘 돌봤는데, 상황이 악화되면서 아마 자포자기한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했습니다.
남매의 복지 담당자를 찾아 만났습니다. “방문을 해보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오지 마라 해서 더 접근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 놓인다고 해서 누구나 가족을 괴롭히고 살해하진 않습니다.
이 때문에 청년들이 독박돌봄을 하다가 살인이나 상해 등 범죄로 치닫는 경우가 더 있는지, 최근 판결문들을 입수해 확인 했습니다. 오랜 기간 간병에 지치거나 싸워서 우발적으로 가족을 해치는 ‘노노(老老)살인’과 달리, 청년들의 간병 관련 사건은 대부분 ‘경제적’ 문제가 극단적 선택의 이유였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 때문에 법원도 생계와 간병에 시달려온 배경을 양형사유로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이 남매의 반지하방을 방문해봤다면, 동생을 몇 시간이라도 돌봐주는 복지서비스가 있었다면,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케어러’ 즉 가족 돌봄 청년 일부를 지원하고 있는 서울시 관계자는 이 남매의 이야기를 듣고 “전형적인 영케어러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위 ‘독박돌봄’ 상황에 처해있으면서 경제적 활동도 할 수 없는 처지,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내 방 문을 열지 마라”
아버지의 마지막 부탁 혹은 요구였습니다. 아버지는 움직일 수 없어, 코에 연결된 호스로 죽을 받아먹었습니다. 아들이 호스에 죽을 넣어주지 않으면 연명할 수 없었습니다. 방 문을 열지 말라는 것, 아들은 그 의미를 알았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방 문을 마지막으로 닫은 뒤 밤새 울었습니다. 그리고 아들은 살인자가 됐습니다.
이 사건이 알려진 건 지난해 11월이었습니다. 아버지를 죽게 만든 비정한 아들, 그 뒤에는 생계와 간병에 내몰린 청년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건설 노동을 했고 그 수입에 의존해 부자가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아들은 편의점 ‘알바’를 했습니다. 점점 돈이 떨어져갔습니다. 추가로 ‘알바’를 구하기 위해 연락해야 하는 휴대전화도 돈을 못내 끊겼습니다. 졸지에 가장이자 보호자가 된 아들, 처음엔 아버지를 살뜰히 챙기려 했습니다. 돈이 부족해 아버지의 형제인 삼촌에게 부탁해 병원비를 내고, 아버지가 먹을 영양식과 약을 구매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는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2시간에 한 번씩 자세를 바꿔야 했는데, 일을 하면서 이를 해내기는 어려웠습니다.
존속 살해로 4년형을 선고 받은 아들이 수감된 상주 교도소로 기자가 찾아갔습니다. 아들을 만나봤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기자는, 당시에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는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는지 물었습니다.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장애인으로 등록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면 왜 신청하지 않았냐고 물어봤습니다.
“장애인 증명서를 발급 받는 데 5만~6만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게는 그런 돈이 없었습니다. 먹고 살 돈도 없었어요.”
가난을 증명하는데도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이 없어 결국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 “가족을 돌보는 청년, 국가가 함께 돌보겠습니다”
이 청년의 ‘간병 살인’ 사건이 알려진 뒤 올해 2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가족돌봄 청년’ 관련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 때 보도자료 제목, “가족을 돌보는 청년, 국가가 함께 돌보겠습니다”입니다. 보도자료만 25페이지에 달했습니다. 우선 전국에 가족 돌봄 청년이 얼마나 있는지 그 실태를 조사해 통계를 낸 뒤, 이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시범사업은 물론 구체적인 지원 방안까지도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함께 담겼습니다. 5월부터는 지원을 시작할 거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7월에 이 남매 살인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정책에 구멍이 있는 것인지, 지원 범위가 초기라서 아직 넓지 않은 것인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취재팀은 기사를 찾아봤지만, 통계 결과나 지원 사례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직접 물었습니다. 답이 빨리 오지 않았습니다.
복지부 여러 부서에 여러 차례 문의를 거듭한 결과, 아직도 현황 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지원’은 한 발도 떼지 못했던 겁니다.
“학교 등을 통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를 하려고 했는데 이게 지연된 탓”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학교 개별 상황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조사가 지연 돼서 7개월이 넘도록 아무 대책 없이 시간이 흘렀다니,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1차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각종 경제지표를 연계해 실제 대상자를 가려내는 방식이, 과연 빠짐없이 실태 파악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심지어 지원을 위해서는 법안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가족’이나 ‘가족 돌봄’의 정의를 내리지 못해 그 입법을 못하고 있다는 황당한 답도 들었습니다.
가령 서대문구는 이미 이런 청년을 자체 조사해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모델만 따라도 정부가 정책을 빠르게 운영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복지부는 ‘서대문구와 시범 사업을 진행하겠다’고도 발표했지만, ‘숟가락 얹기’였습니다. 서대문구는 복지부와 별개로 자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지자체 예산으로는 사업 비용이 부족해, 기부 자금을 모아 현금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2월 발표 때 언론들은 일제히 정부가 ‘영케어러’를 돌본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정부도 언론도 이를 주시하지 않은 채 세월이 흐르고 있었던 겁니다. 이 점을 취재팀이 일일이 직접 확인해 최초로 보도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정말 이 정책에 ‘진심’이 있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전국적 조사와 입법, 지원을 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일입니다. 취재팀은 예산안을 모두 검토했습니다.
올해 예산, 추경 예산, 내년 예산안까지...가족 돌봄 청년만을 위한 예산은 신청한 것도 배정한 것도 없었습니다. 복지부 담당자는 “예산이 없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허탈한 답변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어 해외 ‘영케어러’에 단순 대입해 추정한 국내 ‘영케어러’는 30만 명 이상입니다. 정부가 이들을 방치한 채, 예산도 없이, 25페이지 보도자료를 내고, 그 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간병 살인’은 반복됐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 대상의 집이나 과거 기록을 불가피하게 확인해야 했습니다. 이는 변호인이나 본인의 허가를 구해 촬영, 취재했음을 밝힙니다. 취재는 모두 KBS 취재진이 직접 자료를 찾고 현장 취재했습니다. 국회 등으로부터 자료 제공도 받은 바 없습니다. 국정감사 시즌과 맞물려, 오히려 국회에서 이 이슈를 뒤따라왔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별도 첨부)
보도 이후 많은 언론사에서 가족 돌봄 청년 관련 기사를 출고하였습니다. 별도 첨부하겠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해당 보도 후, 국회가 먼저 움직였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은 복지부에 ‘영케어러’ 사업과 관련한 진행 상황을 캐물었습니다. 복지부 내부의 영케어러 관련 회의조차 3,4월에 각 한 차례씩 열렸을뿐이고, 그 내용도 ‘설문조사 방법’에 대한 토의에 그쳤단 것이 확인됐습니다.
국정감사에서는 보도와 관련한 위원들의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업 결과 보고는 받았으나, 세부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이 사안에 무심했습니다. 차관 시절에 이 정책을 발표했던 내용인데도 그랬습니다. 장관은 “복지 수요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면서 잘 챙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KBS의 보도에 대해 아래와 같이 밝혀왔습니다.
“2023년 신규로 편성된 ‘생활형 사회서비스 사업’ 예산을 활용하여 가족돌봄청년 맞춤형 서비스 제공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임.”, “가족돌봄청년, 중장년 1인가구, 한부모 가구 등 대상 신규 사회서비스 개발·제공 예산 총 212억 편성, 아울러 가족돌봄청년 지원사업 모형 개발을 위해 신규 예산 1억을 편성하였음.”
‘가족돌봄청년’에 대해 알린 것은, KBS가 처음 한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셜록’이라는 대안 매체가 대구 살인사건을 알렸습니다. 기성언론이 한줄 기사로 처리한 살인사건, 그걸 놓치지 않아서 정책 수립까지 이끌었던 겁니다. 하지만 여론과 정부의 관심은 아쉽게도 잠시뿐이었습니다.
‘잠시’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이번에는 KBS가 ‘한줄짜리’ 기사였던 남매 살인사건을 계속 쫓았습니다. 7월 발생 때부터 9월말까지, 숨겨진 이야기를 찾기 위해 어렵게 한발씩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살인사건을 옹호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고 이 문제를 거듭 회의하기도 했습니다. 사건에 대한 기사는 최대한 드라이하게 다루되, 우리 사회의 ‘안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이 끝에 ‘안전망’이 되어야 할 복지부의 실행 부족, 의지 부족까지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잊혀진 복지 문제를 다시 환기하고, 정부의 실책을 꼬집어서 복지부의 실행을 이끌어냈다고 자평합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사내 심의와 보도본부는 아래와 같이 평가했습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영케어러 사회 안전망의 문제와 관련해, 법원 판결 발생과 유사한 사례 취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극단으로 내몰리게 된 영케어러의 상황을 잘 보여줬고, 대책 발표 이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정부의 안이한 대응까지, 전체적으로 취재와 제작 모두 잘 돼 소구력 있었다.”
“사회적 논란이 인 뒤 정부가 대책 발표했지만 실제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사례자 취재와 외국 사례, 정부 예산안과 관련 회의 등 꼼꼼히 잘 취재해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보도할 이슈임.”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5회 전체 총평
제38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49편이 출품됐으며 이중 4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SBS의 <영빈관 신축 등 대통령실 이전 비용> 보도와 CBS의 <쌍방울·이화영·아태협 ‘대북 커넥션’ 의혹>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정부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영빈관을 새로 짓기 위해 878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사실을 밝혀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부가 공론화 과정도 없이 예산을 편성하고, 불투명하게 집행하려고 한 사실을 집요하게 보도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영빈관 신축 계획 철회를 이끌어낸 점에서 심사위원들이 이견 없이 수작으로 꼽았다. 독창성과 시의성, 영향력이 모두 돋보이는 기사였다.
쌍방울의 대북커넥션을 추적한 CBS 보도는 취재진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오랫동안 인내심을 갖고 추적한 모범적인 보도라는 평이 많았다. 정치권과 산업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취재를 통해 쌍방울을 둘러싼 의혹에 다가가려는 끈질긴 노력이 없었다면 맺기 어려운 결실이었다는 데 심사위원들이 공감했다. 쌍방울과 경기도의 유착을 파헤치는 연속 기사를 쏟아낸 것은 권력 감시와 견제라는 언론의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저당잡힌 미래, 청년의 빚> 보도와 한국일보의 <성 착취 불패의 그늘>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겨레신문 보도는 기자가 대부업체에 장기간 취업해 청년 부채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청년들의 빚에 대해 생계 목적보다는 ‘영끌’, ‘빚투’로만 해석하는 피상적인 보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잠입 취재를 통해 청년 부채의 실태와 청년들의 고통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도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 진실과 마주하려고 한 기자의 도전정신은 저널리즘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성매매 집결지 내 건물과 토지 소유주 실태를 심층 취재한 한국일보 보도는 성매매 영업장소로 쓰인 일부 땅의 소유주가 국가라는 것을 밝혀내 큰 주목을 받았다. 성매매 집결지 170여 필지의 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을 추적하는 품을 들인 취재로 국가와 성매매업자들의 부패 고리를 찾아낸 것은 신선하고 탁월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등가 지주들이 재개발로 돈벼락에 앉는 모순적인 실태를 꼼꼼히 파악해 날카롭게 비판한 점도 주목을 끌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KBS광주 의 <5·18 암매장 진실 첫 확인 등>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19년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과 5·18 당시 실종된 행방불명자의 DNA가 일치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한 보도로 역사적 의미가 컸다. 타 언론의 추종 보도를 이끌어내는 등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42년 동안 끊이지 않았던 암매장 의혹에 대한 진실을 규명한 것은 ‘KBS광주 5·18팀’이 5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취재한 결실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불굴의 기자정신이 느껴진다는 칭찬이 나왔다. 또한 이 보도로 추가 진상규명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는 점에서 뉴스 가치가 높다고 평가할 만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경남신문의 <경남신문 심부름센터>는 소멸 위기지역 주민들의 삶을 기록해 지역 언론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기자들이 심부름꾼을 자처하고 마을 주민들과 어우러지며 소소한 일상과 물리적 불편을 기사화한 것은 참신한 실험이라는 데 심사의원들 의견이 모아졌다. 기자들이 발품을 많이 판 기사라는 점에서 격려할 가치가 크고, 지역 소멸 실태뿐 아니라 대안까지 모색해 솔루션 저널리즘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면기사 뿐 아니라 유튜브 영상 제작으로 소멸지역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도 의미 있는 시도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