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시작은 한 통의 제보 메일이었습니다. 익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직원이 공단 내 거액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고 알려줬습니다. 안타깝게도 제보 내용은 거기까지였습니다. 구체적인 액수나 범죄 방식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습니다. 횡령과 관련된 내부 자료가 없는 것은 물론이었습니다. 제보자는 다만, 공단이 내부적으로 조용히 은폐하려는 거 같다면서 취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습니다. 국민보건과 사회보장 증진을 위해 수조 원의 돈을 움직이는 건보공단의 숨겨진 병폐를 파헤쳐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건보공단 일부 임원들 사이에서만‘내부 입단속’이 되고 있는 사건,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범인은 누구인지, 횡령 액수는 얼마인지, 건보공단은 무엇을 했는지, 그래서 그 범인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등 취재할 포인트가 산재했습니다.
우선, 강원 원주시 소재 건보공단 본사를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본사 근처에 머물며 공단 직원들을 여러 차례 조심스럽게 접촉했습니다. 그렇게 이른바 뻗치기 취재를 하면서 소개의 소개를 거쳐 핵심 내부 취재원 한 명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길고 긴 설득 작업이 이어진 끝에, 늦은 밤 경기 남양주시에 한 개인 카페에서 그를 간신히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횡령 사건에 대해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횡령 사건이 실제 일어났으며, 직원은 재정관리실 3급 팀장 최모 씨였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재정관리실은 건보공단의 사실상 ‘돈 주머니’ 역할을 하는 공단 재정 담당 핵심 부서였습니다. 즉, 요양병원이 건보공단에 청구한 의료보험비 중 거짓 청구가 의심돼 지급 보류된 돈을 노린 거였습니다. 지급이 보류돼 남아있는 돈들은 관리가 허술하다는 점을 악용한 케이스였던 겁니다.
하지만, 난감했던 점은 그도 구체적인 횡령 액수까지는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취재원 사이에선 70억이라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라고 전했을 뿐이었습니다. 또다시 여러 차례 지리한 소위 ‘현장 박치기’가 이어졌습니다. 추가로 내부자들을 어렵게 접촉할 수 있었고, 사건과 관련된 퍼즐을 차곡차곡 모아갔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부자들이 전한 팩트를 크로스 체크하고 관련된 물증도 쌓아갔습니다. 그렇게 한 땀 한 땀 모아 나온 취재 결과는 건보공단 역사상 최대 규모의 횡령이었습니다. 애초 파악한 횡령 규모는 처음에 30억 원이었지만, 추가 확인을 거치다 보니 피해액은 46억까지 늘었습니다.
취재로 밝혀낸 더 큰 문제는 최 씨가 공단의 ‘위임 전결 규정’을 악용했다는 점입니다. 그의 범행은 무려 6개월 동안 지속됐습니다. 우리나라 국가기관 중 가장 큰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반년이나 기획 범죄가 은밀하게 일어난 겁니다. 이는 최 씨 개인의 일탈을 넘어, 공단의 구멍 뚫린 관리 시스템이자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취재 결과, 최 씨는 팀장의 지위를 이용해 공단이 돈을 보낼 계좌정보를 직접 변경하고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을 남용해 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를 방지할 시스템은 없었던 셈입니다.
취재 결과를 모아 공단에 공식 확인 요청을 했습니다. 공단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기에, 복수의 취재원뿐만 아니라 물증 자료까지 촘촘하게 확보해뒀습니다. 이에 공단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취재한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46억 원 횡령 사건이 발생했고 형사 고발 조치와 계좌 동결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라는 짧은 입장문. 마지막까지 사건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으로 저는 판단했습니다.
본격적인 취재는 그때부터였습니다. 공단은 최 씨가 이미 해외로 도피한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역시 알리지 않았습니다. 공단 측에서 최 씨에게 연락했었지만 “죄송하다”며 잠적한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사실상‘46억 원 환수’는 묘연해진 겁니다. 해외 도피 내용에 대한 추가 입장을 요청하자, 공단은 해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건보공단 46억 원 횡령과 해외 도피 사건’이 단독보도로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단독보도 후 추가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제보자 한 사람씩 직접 만나고 취재하는 과정이 수차례 반복됐습니다. 최 씨의 자세한 범행 수법부터 건보공단 내부 감시 시스템 미비까지 내부자들 진술 내용은 다양했습니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취재로 확인된 내용은 의원실을 통해 공식적으로 다시 요청해 받았습니다. 이 과정을 되풀이하며, 최 씨가 첫 횡령 금액은 1천 원이었고 이후 18차례에 걸쳐 국민의 혈세를 빼갔다는 점을 추가로 밝혀냈습니다. 드러나는 건보공단의 시스템 구멍은 더 커져만 갔습니다.
특히 최 씨 상사인 재정관리실 실장과 부장이 직무유기를 한 점도 단독 취재를 통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최 씨가 횡령할 때마다 올렸던 결재 문서는 확인 결과, 실장과 부장 결재 사인이 버젓이 있었고 이는 명백한 내부 규정 위반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건보공단은 “하루 5천 건의 지급현황 목록 중 고의로 조작한 경우 확인이 어렵다”는 변명으로만 일관했습니다.
최 씨가 자신의 이름이 아닌 가짜 예금주명으로 눈속임한 사실, 이 과정에서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행사한 혐의까지 추가로 파헤쳤습니다. 공단이 46억 횡령으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가입한 보험에 보장 한도가 최소한도인 5천만 원으로만 맞춘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공단의 안일한 운영 시스템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입니다. 모두 공단이 밝히길 꺼려하는 역린이었습니다.
이번 횡령 사건은 취재와 연속 단독보도가 아니었으면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혹은 훨씬 늦게 또 축소돼서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12년 만에 세상에 알려진 공단 내 이전 ‘횡령’ 사건들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취재 과정은 사건을 축소하려는 공단 측과 취재진 간의 기 싸움, 공단 시스템 미비 파헤치기의 연속이었습니다. 은밀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을 어렵게 파헤쳐 세상에 알린 이유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특이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보도는 없습니다. 연속 단독보도이후 타 매체 반향은 별도로 첨부하겠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1) 국민건강보험공단
보도 뒤, 공단 재정관리실 실장과 부장이 지난 10월 6일 자로 ‘대기발령’ 조치됐습니다. 조만간 복지부 특별 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또 건보공단 강도태 이사장이 ‘직무 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습니다.
아울러 공단 재정관리실의 채권 관리 업무를 다른 부서로 이관하는 ‘조직개편’도 추진 중입니다. 특히 횡령 사건 발생 위험이 큰 부서에 대한 실효성 있는 통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나눠 업무분장에 나선 겁니다. 이번 개편으로 재정관리부 인원은 19명에서 13명으로, 급여사후관리부는 11명에서 17명으로 대폭 확대될 예정입니다.
(2) 보건복지부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해당 사건 관련 질의를 받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매우 충격적인 사안으로 그 심각성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라며 공식 사과했습니다.
복지부는 횡령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감사과, 보험정책과, 정보화담당관 등 관련 부서와 합동으로 감사반을 구성해 2주간 특별감사에 나섰습니다.
건강보험재정관리 현황 및 요양급여비용 지급시스템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 점검해 제도 개선안도 마련하는 등 보도 뒤 후속 조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3) 수사기관
건보공단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최 씨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해당 사건을 강원 원주경찰서에서 강원지방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사건 이첩해, 대규모 수사로 전환했습니다.
범행 당사자인 최 씨는 인터폴 적색 수배 명단에 올랐습니다. 또 경찰은 피해금에 대한 기소 전 몰수보전도 신청했습니다. 현재 경찰은 최 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서 여권 무효화 조치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동시에, 금융계좌 추적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최 씨의 계좌에 남은 금액과 횡령액 전체 흐름 등을 확인하는 등 환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4) 국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4대 쟁점 중 하나로 ‘건보공단 46억 횡령’ 사건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번 달 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이번 사건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건보공단으로부터 수차례 자료를 제출받아, 국정감사에 대비하고 있고, 다른 언론사들도 관련 후속 보도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구체적이고 집요한 검증을 거쳐 건보공단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46억 횡령 사건을 추적, 발 빠르게 발굴 보도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5회 전체 총평
제38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49편이 출품됐으며 이중 4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SBS의 <영빈관 신축 등 대통령실 이전 비용> 보도와 CBS의 <쌍방울·이화영·아태협 ‘대북 커넥션’ 의혹>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정부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영빈관을 새로 짓기 위해 878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사실을 밝혀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부가 공론화 과정도 없이 예산을 편성하고, 불투명하게 집행하려고 한 사실을 집요하게 보도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영빈관 신축 계획 철회를 이끌어낸 점에서 심사위원들이 이견 없이 수작으로 꼽았다. 독창성과 시의성, 영향력이 모두 돋보이는 기사였다.
쌍방울의 대북커넥션을 추적한 CBS 보도는 취재진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오랫동안 인내심을 갖고 추적한 모범적인 보도라는 평이 많았다. 정치권과 산업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취재를 통해 쌍방울을 둘러싼 의혹에 다가가려는 끈질긴 노력이 없었다면 맺기 어려운 결실이었다는 데 심사위원들이 공감했다. 쌍방울과 경기도의 유착을 파헤치는 연속 기사를 쏟아낸 것은 권력 감시와 견제라는 언론의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저당잡힌 미래, 청년의 빚> 보도와 한국일보의 <성 착취 불패의 그늘>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겨레신문 보도는 기자가 대부업체에 장기간 취업해 청년 부채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청년들의 빚에 대해 생계 목적보다는 ‘영끌’, ‘빚투’로만 해석하는 피상적인 보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잠입 취재를 통해 청년 부채의 실태와 청년들의 고통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도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 진실과 마주하려고 한 기자의 도전정신은 저널리즘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성매매 집결지 내 건물과 토지 소유주 실태를 심층 취재한 한국일보 보도는 성매매 영업장소로 쓰인 일부 땅의 소유주가 국가라는 것을 밝혀내 큰 주목을 받았다. 성매매 집결지 170여 필지의 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을 추적하는 품을 들인 취재로 국가와 성매매업자들의 부패 고리를 찾아낸 것은 신선하고 탁월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등가 지주들이 재개발로 돈벼락에 앉는 모순적인 실태를 꼼꼼히 파악해 날카롭게 비판한 점도 주목을 끌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KBS광주 의 <5·18 암매장 진실 첫 확인 등>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19년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과 5·18 당시 실종된 행방불명자의 DNA가 일치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한 보도로 역사적 의미가 컸다. 타 언론의 추종 보도를 이끌어내는 등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42년 동안 끊이지 않았던 암매장 의혹에 대한 진실을 규명한 것은 ‘KBS광주 5·18팀’이 5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취재한 결실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불굴의 기자정신이 느껴진다는 칭찬이 나왔다. 또한 이 보도로 추가 진상규명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는 점에서 뉴스 가치가 높다고 평가할 만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경남신문의 <경남신문 심부름센터>는 소멸 위기지역 주민들의 삶을 기록해 지역 언론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기자들이 심부름꾼을 자처하고 마을 주민들과 어우러지며 소소한 일상과 물리적 불편을 기사화한 것은 참신한 실험이라는 데 심사의원들 의견이 모아졌다. 기자들이 발품을 많이 판 기사라는 점에서 격려할 가치가 크고, 지역 소멸 실태뿐 아니라 대안까지 모색해 솔루션 저널리즘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면기사 뿐 아니라 유튜브 영상 제작으로 소멸지역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도 의미 있는 시도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