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0),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암매장 관심 있게 보고 있죠?” 1년여 만에 걸려 온 전화.
5·18 당시 군 기록에 ‘시신이 부패해 다시 묻었다’는 문제의 좌표를 찾아 헤맬 때가 4년 전. 당시 취재팀에게 여러 도움을 줬던 이 인사는 그 인연으로 간간이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습니다. 그날 역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전화였지만, ‘암매장’, ‘관심’이라는 말이 한 이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뭔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그때쯤이었습니다. 전화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말할 수 있었다면 굳이 에둘러 말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고, 때문에 되묻는 것 역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통화내용을 면밀하게 복기해봤습니다. 힌트가 있었습니다. 또 암매장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있다면 알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리스트업하고 일단 안부 전화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온전한 얘기들은 없었습니다. 어렴풋이 교도소, 행방불명자, DNA, 국회…, 이런 말들이 파편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2019년 12월 옛 광주교도소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유골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단 현재까지 취재 내용을 보고하고, 이번에는 다른 경로를 통해 ‘모든 걸 알고 있고, 확인하는 과정인 것처럼’ 확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후에는 의외로 수월했습니다. 옛 교도소 무더기 유골에서 5·18 행방불명자와 일치하는 DNA가 발견됐다는 걸 부인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취재원 출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부인하지 않고 출처 확인에만 관심 있다는 건 ‘사실’이라는 반증이었습니다. 42년 동안 꽁꽁 숨겨져 있어 확인할 길이 없었던 5·18 암매장의 첫 실체 확인은 그렇게 첫 보도를 타게 됐습니다.
취재팀은 단순 발생 1보를 넘어 제대로 된 1보를 작성하자며 주말을 반납했고, 일요일 오후 늦게 단독 1보를, 그리고 그 날밤 뉴스9에 리포트로 보도했습니다. 이후에는 화제성 보도보다는 암매장 실체 확인이 갖는 의미와 남은 행불자의 전수조사 필요성 등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일시 제목 URL
9.25. 5.18암매장 진실 첫 확인…옛 광주교도소 유골서5.18행불자DNA와 일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63760
9.25. 5·18암매장 진실 첫 확인…옛 광주교도소 유골DNA일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63787
9.26. 5·18암매장 추가 확인 가능성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64532
9.26. 5.18행불자,왜 콘크리트 박스에 발견됐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64733
9.26. 42년 애타는 기다림…행불자 가족“이번에는 꼭”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64734
9.27. 5·18행방불명‘불인정자’전수조사 왜 해야하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65631
9.27. 42년 만에 첫 암매장 확인…의미와 과제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65639
9.28. 5.18암매장 유해는20대 청년…“42년 맺힌 한 풀길”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66797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제보자의 관계는 오래전 취재에 도움을 받았던 인사입니다. 사실 직접적인 제보는 아니었습니다. 실은 어쩌면 KBS 5·18 취재팀이 암매장에 여전히 관심이 많은지 인사차 물었을 수도 있습니다. 여튼 긴장 속에 주시해오던 사안이긴 했지만, ‘전화 한 통’이 취재팀을 긴장과 다시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건 사실입니다.
단순 속보(速報) 아닌 속보(續報)
이번 단독보도는 사안을 한발 빨리 보도했다는 속보(速報)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KBS 취재팀은 이번 보도를 속보(續報)라고 생각합니다. 5년 넘게 이어져 온 <KBS광주 5·18> 팀이 5·18 진실 찾기 프로젝트를 지속해 왔기 때문입니다.
2017년 구성된 5.18팀은 5·18 진상규명 핵심 과제들을 정리해 보고서를 내고, 이 과정에서 확인한 ‘서주석 국방차관, 5·18 역사왜곡 조직 511위원회 활동’을 밝혀내 단독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전두환 씨 재판의 핵심인 ‘헬기사격 증인 찾기 프로젝트’ 연속보도로 발굴한 목격자들은 실제 재판에서 증인으로 참여했습니다. 여기에 민간인 희생자들의 검시 관련 문서를 분석한 ‘다시 쓰는 검시보고서’ 기획보도(5·18 언론상 수상) 역시 의미 있는 성과였습니다.
무엇보다 KBS광주/순천/목포에 흩어져 있는 5·18팀은 그동안에도 5·18 암매장 관련 추적을 계속해왔습니다. 군 수뇌부가 가매장/암매장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군 문건, 그리고 출동했던 부대가 가매장을 확인하고 보고한 내용, 보고한 가매장 장소의 군 지도상 좌표를 추적하는 집중 보도(2018년 5월)를 해왔습니다.
軍 ‘5·18 암매장 보고’ 문건 확인…실제 수색 결과도 보고(2018.5.)
軍 문서 속 좌표 추적…5.18 암매장 추정지는?(2018.5.)
KBS 5.18팀의 암매장 추적은 진행형
KBS의 암매장 추적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취재팀이 제보를 받아 반년 넘게 추적했지만, 조사권 등의 한계로 확인하지 못한 ‘암매장 의심지 1곳’은 현재 5·18 조사위원회가 분류한 집중 발굴 대상 4~5곳에 포함돼 조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취재팀의 제보와 취재 결과를 조사위와 공유해 진행되는 중입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9월 25일(일요일) 첫 보도 이후 사실상 모든 언론이 KBS 단독보도를 따라왔습니다. 첫 보도는 휴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조회 수와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첫 보도 이후 1시간 넘게 지나 연합뉴스와 뉴시스 등 통신사들이 단순 확인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이어 거의 모든 언론사가 이어받았습니다. 이후 행불자 전수조사 문제 등 후속 보도 역시 KBS가 주도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이번 KBS 단독보도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발발 후 42년 만에 5·18 희생자 암매장의 물적 증거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직후인 1980년부터 광주에서는 희생자 암매장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출동했던 계엄군이 희생된 시민들을 암매장했다는 의혹은 그동안 수많은 증언과 추정할만한 기록은 있었지만, 물증이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암매장 의혹은 2019년 출범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핵심 진상규명 과제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암매장의 물증을 확인한 이번 보도는 단순히 뉴스 가치가 높은 것을 떠나 역사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5·18 암매장의 실체가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추가 진상규명 작업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입니다. 이번에 DNA 일치가 확인된 유해 1구 외에 2구 역시 DNA 일치 가능성이 높습니다. ‘암매장된 시신이 있을 것이다’라는 의심이 사실로 바뀌고 있는 겁니다. 옛 광주교도소 외에 다른 암매장지에 대한 발굴 작업 역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KBS 보도 직후 5·18 기념재단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이용빈·이형석 의원실 등이 잇따라 진상규명 촉구 입장을 내면서 여론을 환기하고 있습니다.
혈육의 시신도 찾지 못하고 있던 5·18 행방불명자 가족들은 이번 보도를 계기로 42년 만에 한을 풀 기회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특히 이미 인정된 행방불명자 외에, 그동안 신고는 했지만 인정되지 못한 행방불명자 150여 명에 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DNA 대조군이 많아지면 그만큼 일치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KBS 보도 이후 5월 단체들이 행불자의 추가 발굴과 사인 규명을 위해 5·18 진상규명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여부
사내에서는 “오랫동안 논란이 돼온 5.18 사망자에 대한 암매장이 실제 있었음을 사실상 확인한, 매우 의미 있는 단독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5·18 관련 취재에서 앞서 나간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심의평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반론신청/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사항 없습니다.)
취재후기
(385회) 5·18 암매장 진실 첫 확인 등 / KBS광주
5·18 암매장 진실 첫 확인 등
KBS광주 이성각 기자
5·18 암매장 보도와 관련해 가장 가슴 아픈 댓글은 ‘도대체 언제까지 팔래?’, 그리고 ‘광주를 다 파라’는 비아냥입니다. 그동안 10여 차례 발굴에서도 성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광주에서 5·18을 취재하다 보면 돌아오지 않은 시민들, 그리고 사라진 시신들, 또 시신을 묻었다는 군인들, 그리고 의심되는 군(軍)기록들을 볼 수 있습니다.
5·18 행방불명자의 유골이 42년 동안 땅속에 묻혔다가 확인된 것은 ‘왜 쏘았니, 왜 찔렀니, 트럭에 싣고 어딜 갔니’(오월의 노래2)라고 통곡하듯 묻는 이 노랫말의 첫 답이 된 것입니다. 암매장의 실체는 발포 명령을 누가 내렸는지와 함께 5·18 진상 규명을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때문에 암매장 첫 실체 확인은 5·18에 대한 진실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의미가 가장 큽니다. 그런데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길고 길었던 42년의 과정에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습니다. 80년대 엄혹한 시절부터 암매장 제보가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찾아 헤맸던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 그리고 사라진 아들, 딸, 아버지를 가슴에 묻은 채 모임을 이끌어왔던 행방불명자 가족들, 이분들의 수십 년 전쟁 같은 추적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또 5·18 취재를 놓고 때론 경쟁하며, 서로에게 격려가 됐던 한겨레 정대하 선배를 비롯해 경향신문 강현석 기자, 광주MBC 김철원 기자, 그리고 40여년 5·18 문제를 다뤄온 광주일보와 전남일보, 무등일보 등 지역 언론인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임도 기억합니다. 아울러 6년 전 ‘암매장 실체 확인 첫 보도는 반드시 우리가 한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던 KBS광주 5·18팀에게도 스스로 박수를 보냅니다. 무엇보다 여전히 ‘행불자’로 남아있는 200여명의 5·18 희생자들을 추적해내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85회 전체 총평
제38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49편이 출품됐으며 이중 4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SBS의 <영빈관 신축 등 대통령실 이전 비용> 보도와 CBS의 <쌍방울·이화영·아태협 ‘대북 커넥션’ 의혹>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정부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영빈관을 새로 짓기 위해 878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사실을 밝혀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부가 공론화 과정도 없이 예산을 편성하고, 불투명하게 집행하려고 한 사실을 집요하게 보도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영빈관 신축 계획 철회를 이끌어낸 점에서 심사위원들이 이견 없이 수작으로 꼽았다. 독창성과 시의성, 영향력이 모두 돋보이는 기사였다.
쌍방울의 대북커넥션을 추적한 CBS 보도는 취재진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오랫동안 인내심을 갖고 추적한 모범적인 보도라는 평이 많았다. 정치권과 산업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취재를 통해 쌍방울을 둘러싼 의혹에 다가가려는 끈질긴 노력이 없었다면 맺기 어려운 결실이었다는 데 심사위원들이 공감했다. 쌍방울과 경기도의 유착을 파헤치는 연속 기사를 쏟아낸 것은 권력 감시와 견제라는 언론의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저당잡힌 미래, 청년의 빚> 보도와 한국일보의 <성 착취 불패의 그늘>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겨레신문 보도는 기자가 대부업체에 장기간 취업해 청년 부채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청년들의 빚에 대해 생계 목적보다는 ‘영끌’, ‘빚투’로만 해석하는 피상적인 보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잠입 취재를 통해 청년 부채의 실태와 청년들의 고통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도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 진실과 마주하려고 한 기자의 도전정신은 저널리즘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성매매 집결지 내 건물과 토지 소유주 실태를 심층 취재한 한국일보 보도는 성매매 영업장소로 쓰인 일부 땅의 소유주가 국가라는 것을 밝혀내 큰 주목을 받았다. 성매매 집결지 170여 필지의 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을 추적하는 품을 들인 취재로 국가와 성매매업자들의 부패 고리를 찾아낸 것은 신선하고 탁월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등가 지주들이 재개발로 돈벼락에 앉는 모순적인 실태를 꼼꼼히 파악해 날카롭게 비판한 점도 주목을 끌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KBS광주 의 <5·18 암매장 진실 첫 확인 등>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19년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과 5·18 당시 실종된 행방불명자의 DNA가 일치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한 보도로 역사적 의미가 컸다. 타 언론의 추종 보도를 이끌어내는 등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42년 동안 끊이지 않았던 암매장 의혹에 대한 진실을 규명한 것은 ‘KBS광주 5·18팀’이 5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취재한 결실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불굴의 기자정신이 느껴진다는 칭찬이 나왔다. 또한 이 보도로 추가 진상규명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는 점에서 뉴스 가치가 높다고 평가할 만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경남신문의 <경남신문 심부름센터>는 소멸 위기지역 주민들의 삶을 기록해 지역 언론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기자들이 심부름꾼을 자처하고 마을 주민들과 어우러지며 소소한 일상과 물리적 불편을 기사화한 것은 참신한 실험이라는 데 심사의원들 의견이 모아졌다. 기자들이 발품을 많이 판 기사라는 점에서 격려할 가치가 크고, 지역 소멸 실태뿐 아니라 대안까지 모색해 솔루션 저널리즘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면기사 뿐 아니라 유튜브 영상 제작으로 소멸지역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도 의미 있는 시도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