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영빈관 신축 등 대통령실 이전 비용 SBS
영빈관 신축 등 대통령실 이전 비용
SBS 장민성 기자
대통령실 이전 비용 문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국가적 이슈입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의 직접적 비용은 496억원이라는 대통령실 입장과 합동참모본부 신축 같은 추가 비용 등을 포함하면 1조원도 넘을 거라는 민주당의 의혹 제기가 맞서는 상황입니다.
국회는 정부 부처 예산을 검증하고 심사하는 역할을 하며, 국회 출입 기자로서 정부 예산 검증은 중요한 취잿거리입니다. 지난 8월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정부 부처 전용 예산 내역을 살펴봤고, 기획재정부 포함 각 부처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 내역 등을 찾아봤습니다. 예산 자료를 바탕으로 민주당 의원실과 협업도 이뤄졌습니다.
SBS 연속보도가 없었다면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을 겁니다. 정부의 무리한 예산 편성과 집행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영빈관 신축 예산 책정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이 보도 다음날 철회 결정을 내렸고, 결국 대통령실은 ‘핵심 관계자’ 발로 “영빈관 신축은 사실상 무산됐고, 용산 청사 내 시설을 대신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국민 세금을 투입한 사실,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이나 공적 발언을 사실상 뒤집은 정황, 여전히 대통령실 이전 관련 비용의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 등을 밝히는 데 일조했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정치부 정치팀 동료들의 아이디어와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고, 민주당 의원실의 여러 보좌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보도였습니다. 연속 보도를 하면서 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해 정치부장과 정치팀장을 비롯해 보도본부 선배들의 토론이 있었기에 빛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자만하지 않고 성실한 기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쌍방울·이화영·아태협 ‘대북 커넥션’ 의혹 C…
쌍방울·이화영·아태협 ‘대북 커넥션’ 의혹
CBS 김구연 기자
올해 초 제53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하면서 CBS는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영광스러운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까지 9개월이 걸렸습니다. 짧은 시간이 아니었지만, 좋은 선후배들과 함께였기에 포기하지 않고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보도의 첫 단추는 “쌍방울의 대북 사업을 주목하라”는 첩보였습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첩보였지만, 다양한 분야의 다수 취재원들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인물과 자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중 쌍방울의 계열사인 나노스가 2019년 초 민간 대북교류 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안모 회장을 사내이사로 영입한 부분을 포착하고, 그를 중심으로 인물 관계와 자금 흐름을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취재를 이어가니 어느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정황까지 확인하게 됐습니다.
쌍방울의 수상한 대북사업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사업의 길목마다 이 전 부지사가 연루돼 있고, 경기도도 관련 행사에서 관여가 돼 있기도 합니다. 쌍방울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핵심 기업으로 지목되는 상황입니다.
이번 보도의 의미는 쌍방울그룹과 아태협의 관계 그리고 아태협을 내세운 쌍방울의 경기도 대북교류행사 우회 지원 의혹이 처음으로 알려졌다는 겁니다. 여기서 뻗어나간 쌍방울의 북한 광물자원 개발을 매개로 한 주가부양 의혹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역할, 주식 차명 보유 정황과 뇌물 혐의까지 자칫 수면 아래 묻힐 수 있던 사안들이 취재 기자들의 추적과 보도로 속속 드러났습니다. 아직도 할 일이 남은 것 같습니다. 좋은 보도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당잡힌 미래, 청년의 빚 한겨레신문
당잡힌 미래, 청년의 빚
한겨레신문 김지은 기자
“오늘 입금하려고 했는데 월급이 밀려서 안 들어왔어요. 내일까지 드리면 안 될까요?”
대부업체가 고객들에게 돌리는 전화는 일반 콜센터와는 종류가 좀 다릅니다. 상담원을 괴롭히는 ‘진상’들보다도 일상에 지친 피로한 목소리를 온종일 듣는 게 일입니다. 3주간 대부업체에 잠입해 취재하면서 빚의 무게를 가장 크게 실감한 건 수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소리’를 통해서였습니다. 독촉과 회피, 한숨과 염려로 가득한 청년 채무자들의 삶이 묻어나는 목소리를 기사에 왜곡 없이 담고자 고민했습니다.
최근 MZ세대로 규정되는 청년들의 이미지는 솔직과 무례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양새로 다분히 일반화됩니다. 정형화되어지는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차치하고라도, 경제위기의 시대에서 청년들은 여전히 서툴고 사회적 발판이 튼튼하지 않다는 사실은 자꾸만 잊혀집니다. ‘영끌’이니 ‘투자’니 해석을 위한 수식들을 떼고 현실 속 청년들의 가난을 생각하게 만드는 기획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젊기에 좀처럼 연민을 사기 어렵고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해 살아야만 하는 그 고단함만큼은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기사가 나가고 공감하는 반응들을 만났습니다. 청년들을 돕고 싶다는 독자들의 연락이 다수 왔고, 공감하는 2030 청년들의 하소연도 많았습니다. 이번 기회로 청년 부채를 고민하는 시선에 조금이라도 온기가 밴다면 기쁠 일입니다.
매번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통로를 열어주시는 정환봉 선배께 항상 감사합니다. 20여명을 인터뷰해 기획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김가윤 기자, 빈틈없는 기사로 탄탄하게 마무리해주신 전슬기 선배, 기사를 함께 고민해주신 정은주 부국장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성 착취 불패의 그늘 한국일보
성 착취 불패의 그늘
한국일보 나주예 기자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 사람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거기에 집결지가 있었어?” 혹은 “집결지가 아직도 있어?” 외면해왔거나 관심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기존에 성매매를 다뤄온 방식과 다른 보도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초점을 맞춘 부분은 ‘누가 성매매를 알선·매수했는가’가 아닌, ‘누가 성매매 장소를 제공했는가’였습니다. 놀랍게도 그 당사자는 업주도, 건물주도 아닌 국가였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수십 년간 불법 성매매 영업장소를 제공한 정부와 지자체의 묵인·방조가 있었기에 건물주와 토지주들은 성 착취로 얻은 임대수익을 몰수·추징당하긴커녕 부동산 불패 신화의 수혜자가 될 겁니다.
이곳엔 2025년 44층 높이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섭니다. 이들에 대한 단죄는 기약이 없고 성 착취 피해자인 언니들은 집결지를 떠나야 합니다. 용산과 청량리 집결지, 그리고 영등포에서도 누군가 부동산 수익으로 배를 불리는 동안 언니들에겐 ‘탈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복잡한 성매매 메커니즘을 단 3회 시리즈 기사로 모두 설명하기엔 한계도 많았습니다. 후속보도를 이어 나가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1~9월까지 집결지를 찾아가 만난 언니들, 취재 문의에 늘 흔쾌히 응해 주신 다시함께상담센터, 후배의 보고에 깊이를 더해주신 윤태석·이동현 캡, 설익은 기사를 고쳐 주신 김이삭 차장, 부원들을 믿어 주신 강철원 부장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늦은 밤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기를 들어주신 서재훈 선배, 빈자리를 메워준 사건이슈팀 팀원들 감사합니다. 현장에서 함께한 김도형 선배,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취재에 임해준 후배, 나광현 기자에게 공을 돌립니다.
5·18 암매장 진실 첫 확인 등 KBS광주
5·18 암매장 진실 첫 확인 등
KBS광주 이성각 기자
5·18 암매장 보도와 관련해 가장 가슴 아픈 댓글은 ‘도대체 언제까지 팔래?’, 그리고 ‘광주를 다 파라’는 비아냥입니다. 그동안 10여 차례 발굴에서도 성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광주에서 5·18을 취재하다 보면 돌아오지 않은 시민들, 그리고 사라진 시신들, 또 시신을 묻었다는 군인들, 그리고 의심되는 군(軍)기록들을 볼 수 있습니다.
5·18 행방불명자의 유골이 42년 동안 땅속에 묻혔다가 확인된 것은 ‘왜 쏘았니, 왜 찔렀니, 트럭에 싣고 어딜 갔니’(오월의 노래2)라고 통곡하듯 묻는 이 노랫말의 첫 답이 된 것입니다. 암매장의 실체는 발포 명령을 누가 내렸는지와 함께 5·18 진상 규명을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때문에 암매장 첫 실체 확인은 5·18에 대한 진실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의미가 가장 큽니다. 그런데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길고 길었던 42년의 과정에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습니다. 80년대 엄혹한 시절부터 암매장 제보가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찾아 헤맸던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 그리고 사라진 아들, 딸, 아버지를 가슴에 묻은 채 모임을 이끌어왔던 행방불명자 가족들, 이분들의 수십 년 전쟁 같은 추적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또 5·18 취재를 놓고 때론 경쟁하며, 서로에게 격려가 됐던 한겨레 정대하 선배를 비롯해 경향신문 강현석 기자, 광주MBC 김철원 기자, 그리고 40여년 5·18 문제를 다뤄온 광주일보와 전남일보, 무등일보 등 지역 언론인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임도 기억합니다. 아울러 6년 전 ‘암매장 실체 확인 첫 보도는 반드시 우리가 한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던 KBS광주 5·18팀에게도 스스로 박수를 보냅니다. 무엇보다 여전히 ‘행불자’로 남아있는 200여명의 5·18 희생자들을 추적해내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역소멸 극복 프로젝트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경…
역소멸 극복 프로젝트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경남신문 도영진 기자
“흥미롭긴 한데 엉뚱하다.” 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의령군 궁류면, 여기에서도 20가구만 사는 오지마을인 입사마을에서 심부름을 하며 마을 주민들의 삶을 기록한다는 기획안을 보고했을 때 나온 사내의 반응이었습니다. 3개월 동안 주민 삶 속으로 들어가 마을의 일부가 되려 한 시도가 어떻게 보면 급진적인 시도였을지도요.
이런 시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설 곳을 점점 잃어가는 신문, 그것도 상황이 더 열악한 지역신문의 위기를 어떻게든 기회로 바꿔보고 싶은 소망 때문이었습니다. 언론환경의 변화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지역 언론이 지역과 멀어진 게 위기의 원인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기에 지역에 밀착해야 한다는 기본에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도 기자, 초심을 잃으면 안 된다.” <지역소멸 극복 프로젝트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연재가 이어질수록 지역에 더 밀착하려는 취지를 잃지 말라는 당부가 이어진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지역신문 종사자로서 더욱 지역에 밀착해 지역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지역 언론이 해야만 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늘 고민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끝으로 ‘이방인’이었던 취재진 ‘마기꾼들’(마을기록꾼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신 의령군 궁류면 입사마을 주민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리고 싶습니다. 취재는 끝났지만, 심부름하러 또 가겠습니다. 기획의 취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알아주신 기자협회보 최승영 기자님,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님과 뉴스 스튜디오를 신문기자에게 처음으로 열어 협업 시도를 해주신 KBS창원 뉴스7 ‘풀뿌리언론K’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