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연합뉴스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이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취재에 도움을 주신 다수의 취재원에게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가정보원은 보안의 장벽이 높은 탓에 여러모로 취재가 여의치 않은 곳입니다. 내부인이든 외부인이든, 그 안의 실상을 전하는 데 적잖은 부담이 따릅니다. 이를 감수하고 기자들을 믿어준 취재원들이 없었다면 이번 기사는 빛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조상준 전 기획조정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인사였습니다. ‘일신상의 사유’로 물러났다는 대통령실의 설명도, 국정감사 하루 전이라는 사직 시점도 잘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입니다. 사의 표명을 두고 분분한 해석이 있었습니다. 진실이 무엇이든 대통령과 가까웠던 인사가 정보기관 2인자의 자리에서 돌연 사퇴한 것은 권력 내부의 이상신호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언론의 역할 중 하나인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기자가 되고 난 후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데 일조하자’며 품었던 초심도 되새겨봅니다.
1년차 시절부터 복잡한 국회 기자실에서 함께했던 김연정, 홍지인 선배와 함께 이룬 성과여서 더욱 뜻 깊습니다. 조채희 편집총국장, 심인성 부국장을 비롯해 동명이인인 김남권 정치부장 및 김남권 야당팀장, 홍정규 여당팀장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게을러지는 저를 반성하게 만드는 연합뉴스 선후배,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한겨레신문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한겨레신문 이우연 기자
감사원은 4대 사정기관으로 꼽힙니다. 직전 정권이 추진해온 주요 정책에 대한 감사가 곧바로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것만 봐도 감사원이 지닌 막강한 권력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정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전 정권과 관련된 감사가 동시다발로 이뤄졌습니다. 특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의 경우 해경이 ‘월북 시도가 있었다’는 문재인 정부의 수사 결과를 뒤집은 바로 다음 날 착수됐습니다. 전 정권을 상대로 한 공개를 해오던 유병호 사무총장이 취임하고 이틀 뒤 전격적으로 이뤄진 감사라는 점도 의구심을 키웠습니다.
의심에서 그치지 않고 검증하는 것은 기자들의 몫이었습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가 시작된 지난 6월부터 지속해온 감사원 내부 취재를 꾸준히 해왔습니다. 그 결과 몇몇 감사위원이 최근 몇 달 사이 감사가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를 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러한 위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재해 감사원장 지시로 TF팀을 구성했으며, 감사원 내부망에도 TF팀 구성이 공지됐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의원실과의 발 빠른 협업으로 감사위에서 서해 사건 등이 심의되지 않았다는 증거도 확보했습니다.
한겨레 보도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정황이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한겨레 보도를 두고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사진은 감사원이 독립성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는 장면이었습니다.
사회부장을 비롯한 사회부 동료들의 고민과 노력이 담긴 보도였고, 한겨레 편집국 선배들의 격려와 토론으로 완성된 보도였습니다.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수상소감을 대표할 과분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토머스 제퍼슨 미국 3대 대통령)”는 말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도 권력 감시에 충실한 기자가 되겠습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1)
강종현 빗썸…(가짜) 회장님의 실체 추적기 디스패…
강종현 빗썸…(가짜) 회장님의 실체 추적기
디스패치 박혜진 기자
‘디스패치’는 알다시피 연예매체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건 사고를 취재했지만, 그래도 연예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취재의 출발점도 연예뉴스였습니다. 박민영과의 열애설을 시작으로 강종현, 버킷스튜디오, 인바이오젠, 비덴트, 빗썸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사실 작정하고 숨은 자의 흔적을 찾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1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자료를 확보하고, 숫자를 분석했습니다. 상장사 3곳의 8개년도 공시도 전수 확인했습니다. 3개월 동안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숫자들을 따라가며 머니게임의 실체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강종현은 상장사 3곳을 이용해 2년 동안 약 8000억원이 넘는 CB와 BW를 남발했습니다. ‘디스패치’는 강종현의 시세조종 및 사기적 부정거래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강종현이 차명으로 숨어서 진행한 주식시장과 코인시장, 즉 자본시장 교란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강종현이 하룻밤에 마시는 수천만원의 술값은 결국 개미들의 눈물이었습니다. 강종현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그는 여전히 자신을 숨긴 채 시장을 농락하지 않았을까요. 취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제보가 쏟아지고 있고, 확인 과정에 있습니다. 유의미한 증거가 확보될 때 후속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4)
돌아오지 못한 北 억류자 6명 세계일보
돌아오지 못한 北 억류자 6명
세계일보 김병관 기자
한국 정치에서 북한은 ‘마법 카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이슈든 북한과 관련되기만 하면 여론이 두 쪽으로 쩍 갈라지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은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종북’, ‘친일’과 같은 색깔론을 ‘치트키’처럼 활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문제들 앞에선 진영과 상관없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가 그렇습니다. 북한에 우리 국민 6명이 10년 가까이 억류돼있는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이들의 생사마저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억류자 가족들은 숨죽인 채 살고 있습니다.
기사를 준비하는 내내 무력감과 싸워야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이 문제에 너무나 무관심했습니다. 정권에 따라 억류자 문제는 정책의 뒷순위로 밀렸습니다. 언론 보도도 소극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억류자 가족들이 지난 10년 동안 느꼈을 무력감은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이 문제는 진영의 문제도, 손쓸 수 없는 사건도 아닙니다.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남북관계가 어떻든 억류자 송환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다뤄져야 합니다.
억류자 가족분들께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정욱 선교사의 친형 김정삼 대표께서 용기 내주시지 않았다면, 이 기사는 나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갈피를 못 잡을 때마다 이끌어주신 조병욱 선배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고민을 나눠 준 김선영 선배와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님, 나윤재 비서관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0)
평택 SPC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경인일보
평택 SPC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경인일보 김산 기자
산업재해 현장에는 몇 줄 기사에 담기지 않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평소 작업장은 어떻게 운영됐는지, 직원들 처우는 어땠는지, 피해자는 어떤 사정으로 사고 현장에 나와야 했는지 등입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면 되도록 현장을 찾아 이 이야기들을 입체적으로 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평택 SPC 계열사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미흡한 안전 조치, 격무에 시달렸던 노동 환경, ‘덮기’에 급급했던 사측의 대처. 비극의 현장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항상 비슷합니다. 그럼에도 유사한 사고는 수년째 반복되었고, 여론은 또다시 공분했습니다.
괴롭습니다. 더 이상 누군가의 비극을 입방아에 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음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계속 취재해야 합니다. ‘현재 진행형’인 사고 관련 조사와 책임 소재 규명 과정은 물론, 제도권이 약속한 방지책들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점검하겠습니다. 어딘가 말 못할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는 노동자들을 먼저 찾아 그들의 창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공적에 대한 평가보다는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을 환기하는 의미로 수상작에 선정됐다고 생각합니다. 노동 현장의 뿌리 깊은 안전 불감 문제가 해소되도록, 취재 열기가 오랫동안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아울러 막내 기자로서 외압과 딜레마를 마주할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69)
<산복빨래방> -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 부…
<산복빨래방> -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
부산일보 이상배 기자
산복도로는 부산의 굽이친 역사를 닮았습니다. 한국전쟁 때, 살던 곳을 등지고 부산에 내려온 사람들은 산자락에 터를 잡았습니다. 부산항에 뱃고동 소리가 가득했던 1970년대, 하역 노동자와 고무공장 여공에게 산복도로는 값진 보금자리였습니다. 오늘날 산복도로는 사람이 떠나고 빈집만 남아 생활에 필요한 시설조차 낡았습니다. 정부가 2010년대부터 도시재생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수백억원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여전합니다. 그사이 가장 ‘부산스러운’ 이야기는 날마다 흩어지고 사라졌습니다. “산복도로에 빨래방을 차리고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자”고 2030팀은 뜻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문을 연 ‘산복빨래방’은 두 계절을 보내고 10월31일에 여정을 마쳤습니다. 주민들이 빨랫감과 함께 이고 온 이야기는 24꼭지 기사와 38편의 영상이 되었습니다. “기자인데요, 산복도로를 취재하러 왔습니다”고 해서는 들을 수 없었던 진짜 이야기를 톺았다고 자신합니다. 산복빨래방을 통해 지역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서 듣고 전하겠다는 우리의 초심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반년 동안 우리는 기자가 아니라 산복도로 주민이 됐습니다.
회삿돈 2000만원을 쓰겠다는 젊은 기자의 발칙함을 응원해 준 데스크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아울러 빨래방 운영을 오롯이 책임지고 헌신한 김준용 팀장님, 뛰어난 촬영과 편집 실력으로 영상의 매력을 더한 김보경, 이재화 PD님도 정말 고맙습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3)
ASF 울타리 복마전: 2천억은 어디로 갔나 G1방송
ASF 울타리 복마전: 2천억은 어디로 갔나
G1방송 원석진 기자
국가 예산은 ‘남의 돈’이 아니라 ‘우리 돈’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피 같은’ 예산은, 꼭지만 돌리면 나오는 수돗물 취급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2년 넘게 의문을 품었던 환경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울타리 설치사업이 그랬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환경부의 한 장짜리 자료. ASF 울타리는 전국 22개 시군에 걸쳐 2693.2km 설치됐고, 예산 177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환경부는 ASF가 ‘비상재해’라고 해석해 전량 수의계약을 택했습니다. 1년 차, 2년 차, 3년 차까지도 모두 수의계약이었습니다.
그러자 복마전이 펼쳐졌습니다. 업체들은 법인을 급조했고, 환경부 산하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수의계약을 부탁했습니다. 날림 시공과 불법 하도급은 기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소수 업체에 수의계약을 척척 내줬습니다.
기획보도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환경부 장관은 ASF 울타리 사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약속했고, 얼마 뒤 환경부는 자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두고 볼 일입니다. 국가 예산을 졸속 집행하고도 아무런 반성이 없는 환경부가 제 머리를 깎을 수 있을지 심히 의심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기자가 해야 할 일은 간명합니다. 끝까지 의심하고 감시하겠습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