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ㅇ ), ⑤ 기타( )
-지난 7월1일 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지난 십수 년간 수입 오토바이 수십만 대(주로 중국산)가 조작을 통해 국내에 불법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제보자는 현재 수입 오토바이의 경우 1대만 한국환경공단의 배출가스·소음 검사에 합격하면 동일 모델에 한해 연간 500대까지 검사를 면제해주는 혜택이 있고, 수입업체들은 이를 악용해 배출가스 저감촉매를 샘플 오토바이 1대에만 더 넣어 시험에 통과시킨 뒤 나머지 모델들은 그대로 수입해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불법 수입관행이 10년 넘게 적발되지 않고 있는 점, 국내 소음공해 및 미세먼지량 증가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에서 엄중한 사회문제라는 인식 하에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배출가스 소프트웨어 조작’ 등 다수의 불법수입 관행 포착(7월)
-수입오토바이 업계 등을 취재해본 결과 더 많은 부분에서 심각한 불법 수입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여러 관계자들은 ‘촉매 조작’에 더해 최근엔 대다수 수입업체들이 오토바이 내 소형 컴퓨터(ECU)에 깔린 연료분사 소프트웨어도 조작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이 자사 디젤차량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인위적으로 줄일 때 사용했던 방식입니다.
-또 업체들은 ‘분할통관’이라는 편법을 통해 시험 주관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의 시험차량 선정 권한을 차단하고, 반복적으로 배출가스·소음 검사에 응시하며 합격선을 파악한 후 이에 맞춰 오토바이 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하는 수법을 써왔음이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다수 수입업체들은 시험에서 불합격한 오토바이는 외국으로 잠시 빼돌렸다가, 시험 면제 자격을 얻으면 면제 오토바이들 사이에 끼워넣어 ‘불법 역수입’해온 점도 파악됐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업체들은 ①500대의 동일모델 오토바이를 수입해 보세구역에 반입 ②‘분할통관’으로 이중 1대만 통관, 조작(소프트웨어+촉매) 후 한국환경공단의 배출가스·소음 검사에 응시 ③검사에서 불합격하면 1대를 추가로 통관시켜 다시 검사에 응시(합격할 때까지 반복) ④합격 후 ‘500대 면제’ 혜택을 얻으면 나머지는 조작 없이 반입 ⑤이 과정에서 불합격했던 오토바이들도 해외 반출 후 면제 오토바이들 사이에 끼워 역수입해온 것입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시험을 면제받고 들어온 수입 오토바이는 지난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10년 간 9만7716대에 달했습니다. 업계 소식통들은 이러한 관행이 최소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고 말하고 있어 총 대수는 10만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 업체는 국토부의 법망도 피해왔습니다. 국토부는 개별수입업체에겐 ‘실측확인검사’를 실시하고, 정식수입업체면 이를 면제해줍니다. 한편 환경부는 정식수입업체에겐 ‘시설확인검사’를 실시하고, 개별수입업체면 면제해줍니다. 업체들은 이를 악용해 국토부엔 정식수입업체라 신고해 ‘실측확인검사’를, 환경부엔 개별수입업체라 신고해 ‘시설확인검사’를 면제받아왔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불법수입 핵심조직으로 의심되는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7월)
-왜 이런 대규모 검사면제 혜택이 업체들에게 주어지게 된 건지 취재해본 결과 지난 2010년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가 설립된 지 불과 1년 뒤인 2011년 연 99대였던 검사 면제 혜택이 500대로 대폭 늘어났으며, 심지어 협회 가입사만 혜택을 독점 중이라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또 협회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수입업체가 협회 회원사이며, 주요 불법 수입업체인 모 회사의 사장도 협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등 협회와 업체가 깊게 유착 중인 사실도 포착했습니다.
-나아가 협회는 이러한 독점적 권한을 이용해 업체가입비 500만원, 오토바이 수입 1대당 2만원의 수수료 등 막대한 이권을 누리고 있습니다. 협회가 수입업체와 모의해 불법수입의 통로를 놔주면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들었습니다.
◆환경부와의 공조, 점차 분명해지는 조작 정황(8월~)
-여러 정황이 분명했지만 취재 한계상 ‘물증’을 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과거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도 2011년 시작돼 진상이 밝혀지기까지 4~5년이 걸렸던 걸 감안하면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특종보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회 정의를 바로세우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보도로 만들어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사 권한이 있는 기관와의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환경부에 해당 내용을 제보하며 공조를 제안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8월3일과 10월28일 두 차례에 걸쳐 저를 포함해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관계자 등 10여 명이 모인 진상조사 계획 및 제도개선 방안 수립회의가 열렸고, 저는 그간 취재해온 정보를 바탕으로 조사방법과 제도개선 방안 등에 대해 조언했습니다.
-그 결과 환경부와 저는 ①환경부가 가진 조사권한을 활용해 정황증거를 더 분명히 하고 ②이를 근거로 수입업체와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에 대한 감사 및 검찰 고발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우선 지난 8월 분할통관을 거치지 않은(다시 말해 조작되지 않은 걸로 추정되는) 수입오토바이 48대를 확보해 이중 4대를 무작위로 골라 배출가스·소음 검사를 실시했고, 4대 모두 불합격이란 결과를 얻었습니다. 환경부는 여기서 3대를 추가로 더 시험해 이중 1대라도 더 불합격하게 되면 해당 모델들을 수입한 업체들에 ‘최종 불합격’을 통보할 예정입니다. 저는 첫 번째 정황증거가 잡힌 이 시점에서 보도(10월11일자)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또 환경부는 두 번째 방안으로 과거 수입오토바이들의 배출가스·소음 검사 기록을 전수조사 중에 있습니다. 여기서 분할통관으로 1, 2, 3차 검사를 반복하며 검사 성적이 차례로 상승한 모델들이 다수 적발되면 이 또한 조작에 대한 유력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동시에 연내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에 대한 기습 감사 계획을 세우는 한편 의정부지검 환경범죄조사부와 고발 일정을 논의 중입니다. 이를 대비한 후속보도도 준비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추후 불법수입 관행을 원천 차단할 환경부 고시 개정안이 11월 초중순 발표됩니다.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 면제혜택 500대→100대 축소 △최소 21대 이상의 오토바이를 동시에 통관시켜야 하고, 이중 무작위 선정된 3대가 모두 검사 합격해야 면제혜택 △검사 면제 오토바이도 수입 1년 내 배출가스·소음 확인검사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다. 개정안에 제 조언이 상당부분 반영됐기에 이미 10월11일자 보도로 해당 소식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환경부 견제를 위한 국회 감시 요청(10월~)
-그러나 그간 10년 넘게 불법 수입 관행을 적발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환경부 역시 이해관계자일 수 있으며, 자체조사에서 진상을 밝혀내지 못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협의해 환경부에 대한 감시기능을 발동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특히 환경부가 자체조사 결과 ‘문제 없다’고 결론내리고 이러한 의혹을 덮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진 의원실에 전달했고, 진 의원실은 지난 10월21일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추후 조사 경과를 환경부로부터 지속 보고받을 예정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오토바이 수입업계 관계자, 전직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 관계자, ECU 소프트웨어 기술자 등 다수의 취재원을 인용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8월3일과 10월28일 2번 열린 환경부 조사계획 수립회의에 참석했고, 8월5일 고양시의 한 중국산 오토바이 수입업체 창고에서 모델을 압수하는 과정, 8월19일 인천 한국환경공단 본사에서 진행한 배출가스·소음 검사 등을 참관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수입업체들의 편법 중 ‘분할통관’과 ‘불합격 오토바이 역수입’은 지난 4월 권익위원회가 낸 ‘수입이륜자동차 시험 및 인증생략 공정성 제고’ 권고안에서 이미 지적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본 보도는 이러한 편법이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거대한 그림 아래 이뤄져왔다는 것, 그리고 ‘분할통관’ 편법이 이런 큰 그림 아래서 한국환경공단의 배출가스 검사 합격선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수치를 조작하기 위해 이뤄졌다는 걸 최초로 밝혀낸 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10월11일자 연합뉴스: 중국산 오토바이 배출가스 조작 의혹에 환경부 조사 착수
△10월11일자 SBS: 1대로 500대를 인증?…'부적합' 중국산 오토바이 논란
△10월11일자 YTN: 환경부, 중국산 오토바이 배출가스 조작 의혹 조사
△10월11일자 KBS: 환경부, ‘중국산 오토바이 배출가스 조작’ 의혹 조사 착수
△10월11일자 JTBC: 환경부, '배출가스 조작 의혹' 중국산 오토바이 조사 나선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간 기자로서 취재한 정보를 기반으로 환경부에 조사계획 수립 및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조언했고, 현재 오토바이 수입업체들의 조작 정황증거 발굴 성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11월 초중순께 이와 관련된 환경부 고시 개정안이 발표될 예정이며 ECU 소프트웨어 조작 관련 압수수색 등을 위한 의정부지검 고발도 협의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이슈가 됐습니다. 지난 10월21일 국회 환노위 감사에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보도를 언급하며 ECU 소프트웨어 조작행태,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에 대한 과도한 혜택 부여, 국내 대기환경오염에 끼친 악영향 등을 비판했습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작이 적발되면 과징금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조만간 나올 환경부 고시 개정안으로 미래의 수입 오토바이 불법수입 관행은 원천 차단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미 보도를 통해 소기의 공익적 목적은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본 보도로 과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0만대 이상 들어온 불법 수입 오토바이의 유통이 차단돼 국내 미세먼지 증가 등 대기환경오염 및 소음피해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아가 현재 환경부가 진행 중인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와 오토바이 수입업체에 대한 조사 협조를 통해 조작 혐의를 밝혀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공정보도, 취재원 보호 등 언론윤리강령이 요구하는 취재기준에 본 보도가 부합함을 확인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에서는 “불법조작 여부에 대해 모른다. 조작이 있더라도 수입업체가 그런 것이지 협회가 관계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고, 11일자 보도에 이를 반영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6회 전체 총평
제386회 이달의 기자상(2022년 10월 보도)은 11개 부문 87편이 출품돼, 8%인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7편 중 3편은 지역 부문에서 수상해, 지역 기자들의 탁월한 현장 취재력이 확인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은 20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연합뉴스의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와 한겨레신문의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 두 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는 취재는 물론 접근조차 어려운 국정원을 상대로 폭넓은 취재력으로 정권 초기 인사 난맥상과 그 뒤에 숨은 권력내부 갈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정원 담당이 아닌 야당 출입기자들의 집요하고 탁월한 취재력이 빛났다는 대목에 심사위원들 대부분이 공감했다.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는 감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아 명백한 절차 위반임을 지적하여 표적감사 의혹을 팩트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는 분석이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감사원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모두 7편이 출품된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강종현 빗썸…(가짜) 회장님 실체 추적기> 보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디스패치는 자타공인 연예전문 매체이다. 비트코인 기업 관계자의 열애설로 시작된 취재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와 법원 판결문 취재로 전환된 뒤 숨겨진 회사의 지배구조를 밝히며 개미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 감시 기사로 확대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전문 분야인 연예를 벗어나 경제 분야로 끈질긴 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인다는 심사평도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출품작 12개 중 세계일보의 <돌아오지 못한 北 억류자 6명> 보도가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북-중 국경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의 존재는 사실상 방치돼 왔는데 세계일보의 이번 기획기사가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 억류자 석방’ 공동촉구 선언이 발표된 것도 해당 기사와의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총 11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평택 SPC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보도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소스배합기에 빠져 사망’ 1보를 단독 보도한 뒤에도, 사회부 기자가 평택 현장을 떠나지 않고 현장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였다. 사고 발생 1주일 전에도 터진 손 끼임 사고, 연장업무 종용 등 열악한 근로조건과 구조 개선의 필요성 등을 연속보도해 기자정신이 살아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된 9개 후보 중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의 <산복빨래방-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 보도가 최종관문을 통과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산복마을의 한 폐가에 기자들이 빨래방을 열어 여섯 달 동안 주민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결과물이었다. 부산일보의 참여·관찰적 취재 시도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상당히 창의적이고 획기적이다’ ‘독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섯 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G1의 3년차 기자가 주도한 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멧돼지의 남하를 막겠다며 시작한 ASF 울타리사업에는 17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울타리 계약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불투명하게 진행됐고 심지어 울타리를 사유지에 설치해 철거하는 사업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당연히 여기던 것을 새롭게 접근한 시각도 좋았지만 담당자들의 시인을 받아내며 취재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된 논란으로 언론계가 몹시 혼란스러운 시절이지만 현장을 발로 뛰며 끈질긴 기자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최근 논란 속에 한 동아투위 선배께서 던진 질문이 떠오른다. ‘언론사 직원과 기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