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한반도 동서를 가로지르는 울타리’. 환경부가 2019년 10월 말, 아프리카돼지열병 ‘ASF'에 감염된 멧돼지의 남하를 막겠다며 내놓은 대책입니다. ‘돼지 흑사병’이란 별칭답게 치사율 100%에 이르는 ASF 바이러스를 막으려 무엇이든 하던 시기였지만, ASF 차단 울타리 대책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울타리를 빈틈없이 치기에 한반도는 험한 산지와 너른 하천 천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철망 울타리를 남쪽으로 끊임없이 쳤습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2년 넘게 담벼락을 세웠지만 ASF 바이러스는 경북지역까지 남하했습니다. 그사이 ASF가 침투한 농장에선 돼지 수천 마리가 하루아침에 살처분됐습니다. 실효성도 없는 대책을 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할까. 오래도록 품은 의구심이었습니다.
‘ASF 야생 멧돼지 차단 울타리 설치예산을 전부 청구합니다.’ 구체적인 양식까지 만들어 지난 6월 환경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처음으로 ASF 울타리를 대해부하는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ASF 울타리 1,770억 원 ‘전량 수의계약’
2주 만에 받아본 환경부의 한 장짜리 자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ASF 울타리는 22개 시군에 걸쳐 2,693.2km 설치됐습니다. 울타리 설치와 유지보수에 1,77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울타리 계약은 전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습니다. 울타리의 총 길이와 투입예산, 계약방식 등 전부 최초 확인된 내용이었습니다. 관급공사의 경우 통상 2천만 원이 넘어가면 공개입찰을 거치지만, 환경부는 ASF가 ‘비상재해’라고 해석해 간편한 수의계약을 택했습니다. 1년 차, 2년 차, 3년 차까지도 모두 수의계약이었습니다. ASF 울타리 복마전의 판을 깔아준 이는 다름 아닌 환경부였습니다.
■ 울타리 법인 급조에 불법 하도급..시방서는 뒷전
원주환경청, 한강유역환경청, 대구지방환경청 그리고 22개 시군의 울타리 수의계약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일일이 수의계약 정보를 뒤져가며 엑셀 파일을 정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울타리 계약의 상당 부분을 가져간 상위 업체들이 나타났습니다. 수의계약 수주액 상위 5개 업체의 법인 등기를 떼어봤더니, 5개 업체 중 4개 업체가 울타리 계약 직전 혹은 직후에 ‘금속창호공사업’ 법인을 인수하거나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한 업체는 울타리 수의계약 수십억 원을 따내기 5일 전 타 지역 법인을 인수했고, 심지어 또 다른 업체는 울타리 계약을 수주한 뒤 관련 법인을 사오기도 했습니다. 울타리를 제대로 설치하기라도 했다면 다행이었겠지만, 현장을 돌아보니 환경부가 제시한 ‘ASF 울타리 설치 도면’은 현장에서 무시되기 일쑤였습니다. 또, 업체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불법 하도급 정황이 연이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 “우리도 울타리 사업 참여하게 해달라” 직접 부탁
대대적인 울타리 설치사업이 2년 넘게 이뤄졌는데도 조달청에 등록된 울타리 업체 상당수는 어떻게 사업이 진행됐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들은 울타리 수의계약을 따낸 업체의 하청으로 들어가 일부 구간을 맡아 일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법인을 급조한 업체들은 어떻게 울타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을까. 해당 업체 대표와 간부들에게 직접 확인해 보니 환경부 산하기관을 직접 찾아가거나, 현장에 나와 있는‘감독관’에게 부탁해 계약을 수주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불공정한 방식으로 한 업체는 하루에 156억 원 규모의 계약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 사유지·사유림에 무단 설치..울타리 철거도 ‘수의계약’
취재 과정에서 환경부가 울타리를 사유지와 사유림에 무단으로 설치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주민들은 뒷산에 울타리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업체들은 이를 무시했습니다. 결국 무단으로 설치한 울타리를 철거해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습니다. 때문에 일부 구간에선 울타리 철거공사가 진행됐습니다. 이 또한 계약정보를 조사해 보니 모두 수의계약이었습니다. 심지어 설치공사를 맡은 업체가 철거공사까지 가져가는 방식이었습니다. 긴급성조차 없는 철거공사 계약을 왜 설치업체가 가져갔는지 환경부에 물었지만 또다시 ‘비상재해’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습니다.
■ “토끼용 울타리” “엉터리에 예산낭비” 세계적 석학도 경악
ASF 청정화를 이룬 나라이자, 세계적인 ASF 연구소가 있는 스페인 마드리드로 가봤습니다. ASF 석학으로 불리는 호세 박사에게 직접 담아 간 우리나라의 ASF 울타리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호세 박사는 1.5m 높이에 하단부가 비어있는 우리의 울타리를 ‘토끼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한국이 ASF 울타리 대책을 졸속으로 세웠다는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마드리드에서 만난 또 다른 교수와 연구원 모두 현재의 울타리로 멧돼지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일관된 견해를 보였습니다.
■ 52분 다큐멘터리와 연속 보도
엉터리로 추진된 환경부 ASF 울타리 사업을 심층 취재하기 위해 작성한 취재계획서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방송영상 기획취재 공모에도 선정됐습니다. 따라서 전국에 퍼져있는 업체들은 물론, 주민들과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또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날아가 세계적 석학의 견해까지 다큐멘터리와 리포트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ASF 울타리 사업에 1,77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됐고 앞으로도 수백억 원의 철거비용을 혈세로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전할 수 있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특이사항 없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특이사항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직접취재, 현장취재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ASF 울타리 사업의 계약방식과 추진과정, 대외평가 등을 총체적으로 담은 기획보도는 지금껏 없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축산경제신문>은 ‘환경부가 설치한 토끼용 울타리’라는 제목으로 본 기획보도 내용을 요약해 기사화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큐멘터리와 뉴스 보도 이후 ASF 울타리 사업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 자리에서도 거론됐습니다.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ASF 울타리 사업 계약방식의 문제가 많고, 울타리 자체도 실효성이 없다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의 지적에 대해 해당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환경부가 ASF 울타리 사업을 추진한 지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G1방송 20기 시청자위원회에서는 해당 기획보도가 주먹구구식 사업자 선정과 엉터리 사업 진행 등 ASF 울타리 사업의 문제점을 추적 취재해 심층적으로 보도했다고 호평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10월 18일 G1방송에서 방영됐으며 11월 13일 SBS를 통해서도 방영될 예정입니다. 또, 관련 리포트는 G1방송에서 4차례, SBS를 통해선 2차례 보도되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없습니다.
취재후기
(386회)ASF 울타리 복마전: 2천억은 어디로 갔나 / G1방송
ASF 울타리 복마전: 2천억은 어디로 갔나
G1방송 원석진 기자
국가 예산은 ‘남의 돈’이 아니라 ‘우리 돈’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피 같은’ 예산은, 꼭지만 돌리면 나오는 수돗물 취급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2년 넘게 의문을 품었던 환경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울타리 설치사업이 그랬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환경부의 한 장짜리 자료. ASF 울타리는 전국 22개 시군에 걸쳐 2693.2km 설치됐고, 예산 177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환경부는 ASF가 ‘비상재해’라고 해석해 전량 수의계약을 택했습니다. 1년 차, 2년 차, 3년 차까지도 모두 수의계약이었습니다.
그러자 복마전이 펼쳐졌습니다. 업체들은 법인을 급조했고, 환경부 산하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수의계약을 부탁했습니다. 날림 시공과 불법 하도급은 기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소수 업체에 수의계약을 척척 내줬습니다.
기획보도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환경부 장관은 ASF 울타리 사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약속했고, 얼마 뒤 환경부는 자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두고 볼 일입니다. 국가 예산을 졸속 집행하고도 아무런 반성이 없는 환경부가 제 머리를 깎을 수 있을지 심히 의심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기자가 해야 할 일은 간명합니다. 끝까지 의심하고 감시하겠습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2)
회차 심사평
제386회 전체 총평
제386회 이달의 기자상(2022년 10월 보도)은 11개 부문 87편이 출품돼, 8%인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7편 중 3편은 지역 부문에서 수상해, 지역 기자들의 탁월한 현장 취재력이 확인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은 20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연합뉴스의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와 한겨레신문의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 두 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는 취재는 물론 접근조차 어려운 국정원을 상대로 폭넓은 취재력으로 정권 초기 인사 난맥상과 그 뒤에 숨은 권력내부 갈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정원 담당이 아닌 야당 출입기자들의 집요하고 탁월한 취재력이 빛났다는 대목에 심사위원들 대부분이 공감했다.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는 감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아 명백한 절차 위반임을 지적하여 표적감사 의혹을 팩트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는 분석이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감사원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모두 7편이 출품된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강종현 빗썸…(가짜) 회장님 실체 추적기> 보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디스패치는 자타공인 연예전문 매체이다. 비트코인 기업 관계자의 열애설로 시작된 취재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와 법원 판결문 취재로 전환된 뒤 숨겨진 회사의 지배구조를 밝히며 개미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 감시 기사로 확대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전문 분야인 연예를 벗어나 경제 분야로 끈질긴 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인다는 심사평도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출품작 12개 중 세계일보의 <돌아오지 못한 北 억류자 6명> 보도가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북-중 국경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의 존재는 사실상 방치돼 왔는데 세계일보의 이번 기획기사가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 억류자 석방’ 공동촉구 선언이 발표된 것도 해당 기사와의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총 11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평택 SPC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보도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소스배합기에 빠져 사망’ 1보를 단독 보도한 뒤에도, 사회부 기자가 평택 현장을 떠나지 않고 현장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였다. 사고 발생 1주일 전에도 터진 손 끼임 사고, 연장업무 종용 등 열악한 근로조건과 구조 개선의 필요성 등을 연속보도해 기자정신이 살아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된 9개 후보 중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의 <산복빨래방-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 보도가 최종관문을 통과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산복마을의 한 폐가에 기자들이 빨래방을 열어 여섯 달 동안 주민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결과물이었다. 부산일보의 참여·관찰적 취재 시도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상당히 창의적이고 획기적이다’ ‘독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섯 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G1의 3년차 기자가 주도한 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멧돼지의 남하를 막겠다며 시작한 ASF 울타리사업에는 17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울타리 계약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불투명하게 진행됐고 심지어 울타리를 사유지에 설치해 철거하는 사업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당연히 여기던 것을 새롭게 접근한 시각도 좋았지만 담당자들의 시인을 받아내며 취재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된 논란으로 언론계가 몹시 혼란스러운 시절이지만 현장을 발로 뛰며 끈질긴 기자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최근 논란 속에 한 동아투위 선배께서 던진 질문이 떠오른다. ‘언론사 직원과 기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