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o)
맨 처음 취재에 착수하게 된 계기는 오랜 지인과의 대화였습니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취재원이기도 했던 그 지인은 정계에 몸담았던 다른 인사들을 접촉해 보니 권력기관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인사 난맥상이 있는 것 같다는 전언을 들려줬습니다. 그러나 해당 지인은 권력의 핵심 내지 여권과는 거리가 있는 인사여서 그 이상의 정보를 전해주지는 못했습니다.
출범한 지 채 반 년이 지나지 않은 새 정권에서 인사 문제의 난맥상이 있다는 이야기는 적잖이 흥미로운 소재였지만, 구체적인 정황이나 양상을 알지 못한 채 취재를 시작하는 게 여의치 않았습니다. 검찰과 경찰, 감사원, 국정원과 같은 권력기관의 경우 내밀한 사정을 취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저는 정치부 소속으로 국회를 출입하고 있었고, 그중 야권을 담당하고 있어 여권 내부의 사정을 아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정권의 내부, 그것도 권력기관에서의 인사에 균열의 조짐이 감지됐다면 그 자체로도 시사하는 바가 클뿐더러 향후 여권은 물론 정국 전체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정치권 인사들을 다각도로 접촉해 보기로 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사실상 정치권의 모든 인맥을 동원한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워낙 많은 정보가 오가는 곳에서 상대적으로 내밀한 곳의 정보를 접하기에는 ‘외부인’인 기자보다 내부인이라 할 수 있는 정치인이 더욱 용이하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복수의 취재원이 지목한 권력기관이 바로 국정원이었습니다.
대상은 좁혀졌지만 무엇보다 보안이 철저한 국정원이라는 기관의 특성상 그때까지 진행되던 취재는 또 한 번 벽을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그 무렵 지나가듯 들려온 얘기가 조상준 기조실장이 국정원 내부에서 적잖은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는 기자로서 매우 솔깃한 정보였습니다. 조 실장은 이미 부임 당시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던 인물이었습니다. 조 실장이 실제로 김규현 국정원장과 갈등을 겪는 상황이라면 정권 내부의 권력 변화 양상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김 원장과 인사를 두고 대립했다는 등의 ‘설’만 들려올 뿐 기사에 쓸 만한 팩트를 뽑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과거 국정원과 관련한 기사가 나왔을 때 진위를 확인하고자 공보라인을 접촉해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와 좌절했던 기억이 많기도 했습니다. 결국 확실한 무언가가 나올 때까지 지루한 취재가 이어졌습니다. 그 무렵 머릿속에서는 권력의 핵심부에서 갈등이 있다면 가장 선명하게 이를 보여주는 단면은 인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역으로 믿을만한 복수의 취재원을 상대로 조 실장의 사의 여부를 집중적으로 묻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이 시기는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둔 때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동향 파악도 활발할 것으로 보고 더욱 고삐를 죄었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대상 국정감사가 있는 날 아침까지도 취재를 거듭하던 중 믿을만한 취재원으로부터 조 실장이 사의를 밝혔다는 확실한 팩트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실수를 막고자 재차 복수의 취재원에게 크로스체크를 한 뒤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순간까지도 언론을 상대하는 국정원 내 부서에서는 ‘전혀 그런 조짐이 없었다’며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만큼 국정원 내부에서도 조 실장의 사의 표시를 아는 인원이 극소수였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 징후 등 다양한 안보 현안이 있었음에도 기사 송고 당일 있었던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감에서는 조 실장의 거취가 단연 핵심 이슈였습니다. 국정원은 국감 브리핑에서 조 실장의 사의 표명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줬고, 대통령실도 기조실장이 면직됐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나오는 대상이 정보기관인 국정원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취재원을 실명으로 밝히는 것은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취재원을 보호하고자 부득이하게 익명으로 인용했습니다.
취재 및 기사작성 단계에서 정보를 제공해 준 취재원 모두 이번 보도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습니다. 오랜 교분을 바탕으로 신뢰 관계를 쌓아 온 이들은 공적인 판단에 따라 기자에게 그간 들어온 내용을 전해준 것입니다.
바이라인에는 취재에 참여한 기자의 이름을 모두 적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기사가 송고된 직후 주요 언론사의 온라인 뉴스 중 이 기사를 내보내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모든 언론사가 앞다퉈 이를 인용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가 1면에 관련 보도를 전재한 가운데 국민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문화일보 등 대부분의 일간지 역시 보도를 실었습니다.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의 메인뉴스에 모두 보도됐고, 이중 KBS와 MBC는 첫 꼭지로 해당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타 매체의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타 보도를 표절한 바도 없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이자 가장 폐쇄적인 권력기관인 국정원의 핵심 보직에 있던 조 실장의 사의 표명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등에는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조 실장의 사의 표명 자체가 ‘검찰 공화국’으로 대변되는 권력 내부에서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습니다.
대통령실과 윤 대통령은 조 실장이 사퇴한 것을 두고 일신상의 사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김규현 국정원장은 대통령실 비서관으로부터 조 실장의 사의를 통보받았고, 사의를 표명한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습니다. 그 배경과 관련한 많은 분석이 있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조 실장이 물러난 과정은 일반적이지 않았고, 그만큼 여권 내부에서 적잖은 알력 다툼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환기했다는 점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권력의 중심에 이상 신호가 생겼다면 이 역시 가감 없이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도 언론의 의무일 것입니다. 이번 기사가 나간 후 대통령실과 국정원 모두 언론이 힘을 실은 ‘알력 다툼’의 가능성에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조 실장의 사퇴 과정은 석연치 않습니다. 국정원장을 ‘패싱’했다는 점, 면직 사실을 대통령실 실장급이 아닌 비서관이 통보한 점 모두 일신상의 사유로 조 실장이 물러났다는 설명과는 배치되는 정황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문제가 제기된 것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권력의 중심을 바라보는 언론과 정치권의 시선이 한결 예리해져 이전보다 많은 감시의 눈길을 보내게 된 것은 간과하지 못할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취재와 기사작성 전반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은 없었습니다.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도 없었습니다.
취재후기
(386회)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 연합뉴스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이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취재에 도움을 주신 다수의 취재원에게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가정보원은 보안의 장벽이 높은 탓에 여러모로 취재가 여의치 않은 곳입니다. 내부인이든 외부인이든, 그 안의 실상을 전하는 데 적잖은 부담이 따릅니다. 이를 감수하고 기자들을 믿어준 취재원들이 없었다면 이번 기사는 빛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조상준 전 기획조정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인사였습니다. ‘일신상의 사유’로 물러났다는 대통령실의 설명도, 국정감사 하루 전이라는 사직 시점도 잘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입니다. 사의 표명을 두고 분분한 해석이 있었습니다. 진실이 무엇이든 대통령과 가까웠던 인사가 정보기관 2인자의 자리에서 돌연 사퇴한 것은 권력 내부의 이상신호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언론의 역할 중 하나인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기자가 되고 난 후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데 일조하자’며 품었던 초심도 되새겨봅니다.
1년차 시절부터 복잡한 국회 기자실에서 함께했던 김연정, 홍지인 선배와 함께 이룬 성과여서 더욱 뜻 깊습니다. 조채희 편집총국장, 심인성 부국장을 비롯해 동명이인인 김남권 정치부장 및 김남권 야당팀장, 홍정규 여당팀장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게을러지는 저를 반성하게 만드는 연합뉴스 선후배,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86회 전체 총평
제386회 이달의 기자상(2022년 10월 보도)은 11개 부문 87편이 출품돼, 8%인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7편 중 3편은 지역 부문에서 수상해, 지역 기자들의 탁월한 현장 취재력이 확인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은 20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연합뉴스의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와 한겨레신문의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 두 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는 취재는 물론 접근조차 어려운 국정원을 상대로 폭넓은 취재력으로 정권 초기 인사 난맥상과 그 뒤에 숨은 권력내부 갈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정원 담당이 아닌 야당 출입기자들의 집요하고 탁월한 취재력이 빛났다는 대목에 심사위원들 대부분이 공감했다.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는 감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아 명백한 절차 위반임을 지적하여 표적감사 의혹을 팩트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는 분석이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감사원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모두 7편이 출품된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강종현 빗썸…(가짜) 회장님 실체 추적기> 보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디스패치는 자타공인 연예전문 매체이다. 비트코인 기업 관계자의 열애설로 시작된 취재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와 법원 판결문 취재로 전환된 뒤 숨겨진 회사의 지배구조를 밝히며 개미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 감시 기사로 확대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전문 분야인 연예를 벗어나 경제 분야로 끈질긴 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인다는 심사평도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출품작 12개 중 세계일보의 <돌아오지 못한 北 억류자 6명> 보도가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북-중 국경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의 존재는 사실상 방치돼 왔는데 세계일보의 이번 기획기사가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 억류자 석방’ 공동촉구 선언이 발표된 것도 해당 기사와의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총 11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평택 SPC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보도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소스배합기에 빠져 사망’ 1보를 단독 보도한 뒤에도, 사회부 기자가 평택 현장을 떠나지 않고 현장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였다. 사고 발생 1주일 전에도 터진 손 끼임 사고, 연장업무 종용 등 열악한 근로조건과 구조 개선의 필요성 등을 연속보도해 기자정신이 살아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된 9개 후보 중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의 <산복빨래방-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 보도가 최종관문을 통과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산복마을의 한 폐가에 기자들이 빨래방을 열어 여섯 달 동안 주민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결과물이었다. 부산일보의 참여·관찰적 취재 시도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상당히 창의적이고 획기적이다’ ‘독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섯 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G1의 3년차 기자가 주도한 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멧돼지의 남하를 막겠다며 시작한 ASF 울타리사업에는 17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울타리 계약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불투명하게 진행됐고 심지어 울타리를 사유지에 설치해 철거하는 사업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당연히 여기던 것을 새롭게 접근한 시각도 좋았지만 담당자들의 시인을 받아내며 취재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된 논란으로 언론계가 몹시 혼란스러운 시절이지만 현장을 발로 뛰며 끈질긴 기자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최근 논란 속에 한 동아투위 선배께서 던진 질문이 떠오른다. ‘언론사 직원과 기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