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가야는 고구려·백제·신라와 함께 기원 전후 600년간 어깨를 나란히 했던 나라였습니다. 삼국의 강한 영향력 속에서도 가야는 수백 년간 존속하며 독립된 역사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가야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사실상 가야 연구자들을 빼면 눈길 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정부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가야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이를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가야는 철저하게 소외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가야가 지난 5년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6월 1일 오전 청와대 여민1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가야사 연구복원을 국정기획위가 정리 중인 국정과제로 포함해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가야사 연구복원 사업은 국정과제에 들어갔습니다. 관련 사업이 국정과제에 포함된 건 역대 정부 중 문재인 정부가 유일합니다.
이례적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5년간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많은 예산(3005억 원)이 가야사 연구복원사업에 투입됐습니다. 가야 중심지인 경남지역에 예산이 집중됐고, 가야시대 왕들의 무덤 발굴을 중심으로 예산이 쓰였습니다.
성과만큼 한계도 분명했습니다. 고대국가의 실체를 온전하게 그려내려면 계층별 여러 유적군을 골고루 발굴해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특정 지역, 특정 고분군(30개소) 위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발굴조사는 경남 김해시와 함안군에 있는 왕릉급 고분군에 치우쳤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나서 그간 조명받지 못했던 가야유적 32곳(비지정문화재22곳, 지정문화재 10곳)을 취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어 정부가 꼽은 조사 대상지 말고도 가야사를 밝혀낼 열쇠를 가진 유적이 경남과 경북, 부산, 전북, 전남지역 곳곳에 퍼져있다는 걸 알리고자 주요 가야 권역을 모두 돌았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문화유산들의 모습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사실상 버려진 거나 다름없이 방치돼있는 유적이 수두룩했습니다. 가야 문화유산 대부분이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어진 지속적인 도굴로 만신창이가 돼 있었습니다. 잡목과 수풀로 뒤덮여 코앞에 다가서도 유적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곳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 일부를 제외하면 운 좋게 지정문화재가 되더라도 반짝 주목받은 후 또다시 관리되지 못한 채 수풀에 뒤덮여버린 곳도 있었습니다.
주민 경작지로 이용 중인 사례도 상당했습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 문화재로 지정·관리해야 할 만큼 중요한 곳임에도 가야고분군과 가야 패총(조개더미) 등 유적 상당수는 밭이 돼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문화재 유존 구역임에도 지자체로부터 건축허가가 나 유적 위에 집이 지어진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를 보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유적 가치 조명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 점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영호남 가야유적별 역사적 의미와 관리 실태, 그리고 지속해서 가야유적이 훼손·방치되고 있는 실정까지 기사에 묶기로 했습니다. 2021년 6월 중순 창원지역 6세기 초 가야시대 왕 무덤인 합성동 유적 취재를 시작으로, 1년 4개월간 중하위 지배계층 무덤과 패총, 성곽, 토기 가마터 등을 답사한 뒤, 외면받고 있는 유적들의 열악한 사정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보도는 현장 상황을 전하고 짚는 데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유적 일대 지역주민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들이 기억하는 유적 관련 추억, 지자체 문화재 보존관리에 관한 개인 견해, 문화재 지정 찬성 여부 등을 지면에 담았습니다. 주민 의견을 토대로 사유지인 유적지 중 지자체 관리에 협조적일 것으로 판단된 지역도 부각했습니다. 나아가 지자체 문화재 지정·관리 계획도 총체적으로 짚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가야인의 삶과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가야유적은 고분군과 산성, 패총 등을 포함해 전국 2495개소에 달합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곳이 지자체와 지역민 눈 밖에 나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유산은 지자체와 민간에 의해 훼손됐고, 지금도 어디선가 문화재 파괴 행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리는커녕 1차례도 학술연구조사 기회를 얻지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
문화재 지정 건수는 턱없이 적습니다. 전국 가야유적 중 가야 중심지로 평가받는 경남지역 가야유적은 1669개소(67%)가 있는데, 이중 도나 국가로부터 문화재 지정을 받은 곳은 87개소(2021년 6월 기준)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비지정문화재로 남아있습니다.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가치를 알지 못하는, 가치를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지자체의 안일한 행정 탓에 유적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당장 도 지정문화재나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해 중앙·지방정부로부터 보존·관리돼야 할 가야유적이 한두 곳이 아님에도 대부분 버려져 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왕릉급 대형 가야 무덤들을 대상으로 한 기사가 나온 적은 있었지만, 모든 가야 권역에 퍼져있는 중하위 지배계층 유적군을 장기 취재해 집중 조명한 기사는 이번 보도뿐입니다. 타 매체가 후속 보도를 한 적은 없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크게 다섯 가지 영향을 끼쳤습니다. 첫째, 문화재 지정에 기여했습니다. <동네 뒷산에 봉긋 솟은 흙더미의 반전>(2021년 7월 8일 자 보도) 기사에서 소개했던 창원 합성동 유적과 <'행운' 평가받는 도심 문화재…시는 어영부영>(2022년 03월 15일 자 보도) 기사에서 다룬 창원 도계동고분군은 지난달 17일 창원시 향토문화유산(시 지정문화재)으로 지정됐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보도한 문화유산들의 중요성을 인지해 비지정문화재로 남아있던 두 유적을 시가 보존·관리하기로 한 것입니다.
둘째, 창원 도계동고분군 문화재 파괴를 막았습니다. 문화재 지정 전부터 이 무덤 유적은 시유지임에도 시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던 곳이었습니다. 일대 주민들이 문화재 위에서 불법으로 농사를 지어 몸살을 앓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취재해 보도하자 창원시는 고분군 위 불법 경작지를 모두 없앴습니다. 지난 보도를 계기로 경작지를 엎은 뒤 잔디를 깔아 지난 8월 문화재 전 구역을 유적공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줬습니다.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 훼손·방치되던 유적을 공원으로 조성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셋째, 거창 무릉리고분군의 경남도 지정문화재 지정 일정을 앞당겼습니다. <깊은 산속 잠든 삼국시대 요충지 거열국 흔적>(2021년 9월 1일 자 보도) 기사에서 소개된 무릉리고분군은 지난해 1월 초 유적 가치를 인정받아 경남도 문화재(기념물)로 지정 예고, 그다음 달인 2월 문화재 지정이 완료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행정 절차 미흡으로 지정 일정이 연기를 거듭했습니다. 본보가 취재를 시작하자 지난해 8월 중순부터 행정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도 당일인 9월 1일 고분군 문화재 지정이 완료됐습니다.
넷째, 지속적인 보도로 지역민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유적 답사 후 일대 주민들을 만나 유적이 갖는 역사적 가치를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때 만난 주민들은 토박이이면서도 자신이 사는 동네에 유적이 있는지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알더라도 문화재적 가치와 중요성은 알지 못했습니다. 마을 이장을 통해 기사를 접한 주민 중 일부는 문화재 지정에 찬성 목소리를 냈습니다. 개발행위 제한 등의 이유로 문화재 지정에 반대해오던 일부 주민은 보도를 본 뒤 반대에서 찬성으로 생각을 바꾼 사례도 있었습니다.
다섯째, 지자체 가야유적 관심도를 끌어올렸습니다. 대다수 지자체가 유적 실체 규명과 가치를 조명하고자 지표·시굴·발굴조사 계획을 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교동·송현동 멀지 않은 곳에 잠든 '한줄기 역사'>(2022년 1월 18일 자 보도)에서 조명된 창녕 우천리고분군은 현재 추가 발굴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사천시는 사천 선진리고분 발굴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 학자도 가치 알아본 유적…우린 '반쪽 보존'>(2022년 6월 7일 자 보도)에서 소개된 진주 수정봉·옥봉고분군은 진주시가 본보에서 지적했던 사안을 바로잡고자 문화재 명칭 변경과 문화재 지정구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그간 지역별 박물관장, 학예연구사, 문화재 조사·연구기관 연구원 등 고고학 전문가 30여 명이 현장에 동행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장기 기획을 이어 나가면서 문화재 지정 가치가 큰 중요한 유적이 지역 곳곳에 많다는 점, 그리고 그곳들이 대부분 방치돼왔고 지금도 방치 중이라는 사실을 짚어냈습니다. 다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화재 용어를 풀어쓰지 못한 점과 가야사를 더 쉽게 정리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힙니다. 또 가야유적은 무덤 유적뿐 아니라 생활유적·관방유적·생산유적 등 다양한 형태의 유산이 존재합니다만, 이번에 둘러본 경남 내 유적 26곳 중 21곳과 경남 외 유적 6곳 중 5곳은 모두 고분군이었습니다. 무덤 유적에 치우친 취재였던 셈입니다. 취재는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하며 진행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부산과 경북·전북·전남지역 가야유적 6곳 취재 당시 경남도로부터 취재비 명목으로 교통비와 식대, 숙박비 지원을 받았습니다. 경남도 신문발전위원회 지원사업에 선정돼 받은 지원이었습니다. 경남지역 26곳을 취재하면서는 일체 외부 지원을 받지 않았습니다. 보도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6회 전체 총평
제386회 이달의 기자상(2022년 10월 보도)은 11개 부문 87편이 출품돼, 8%인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7편 중 3편은 지역 부문에서 수상해, 지역 기자들의 탁월한 현장 취재력이 확인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은 20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연합뉴스의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와 한겨레신문의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 두 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는 취재는 물론 접근조차 어려운 국정원을 상대로 폭넓은 취재력으로 정권 초기 인사 난맥상과 그 뒤에 숨은 권력내부 갈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정원 담당이 아닌 야당 출입기자들의 집요하고 탁월한 취재력이 빛났다는 대목에 심사위원들 대부분이 공감했다.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는 감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아 명백한 절차 위반임을 지적하여 표적감사 의혹을 팩트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는 분석이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감사원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모두 7편이 출품된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강종현 빗썸…(가짜) 회장님 실체 추적기> 보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디스패치는 자타공인 연예전문 매체이다. 비트코인 기업 관계자의 열애설로 시작된 취재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와 법원 판결문 취재로 전환된 뒤 숨겨진 회사의 지배구조를 밝히며 개미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 감시 기사로 확대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전문 분야인 연예를 벗어나 경제 분야로 끈질긴 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인다는 심사평도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출품작 12개 중 세계일보의 <돌아오지 못한 北 억류자 6명> 보도가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북-중 국경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의 존재는 사실상 방치돼 왔는데 세계일보의 이번 기획기사가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 억류자 석방’ 공동촉구 선언이 발표된 것도 해당 기사와의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총 11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평택 SPC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보도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소스배합기에 빠져 사망’ 1보를 단독 보도한 뒤에도, 사회부 기자가 평택 현장을 떠나지 않고 현장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였다. 사고 발생 1주일 전에도 터진 손 끼임 사고, 연장업무 종용 등 열악한 근로조건과 구조 개선의 필요성 등을 연속보도해 기자정신이 살아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된 9개 후보 중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의 <산복빨래방-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 보도가 최종관문을 통과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산복마을의 한 폐가에 기자들이 빨래방을 열어 여섯 달 동안 주민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결과물이었다. 부산일보의 참여·관찰적 취재 시도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상당히 창의적이고 획기적이다’ ‘독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섯 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G1의 3년차 기자가 주도한 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멧돼지의 남하를 막겠다며 시작한 ASF 울타리사업에는 17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울타리 계약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불투명하게 진행됐고 심지어 울타리를 사유지에 설치해 철거하는 사업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당연히 여기던 것을 새롭게 접근한 시각도 좋았지만 담당자들의 시인을 받아내며 취재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된 논란으로 언론계가 몹시 혼란스러운 시절이지만 현장을 발로 뛰며 끈질긴 기자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최근 논란 속에 한 동아투위 선배께서 던진 질문이 떠오른다. ‘언론사 직원과 기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