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 "안그래도 돈 없는데 혈세로 수억원을 물어주게 됐어요."
경기 오산시 '환매권 소송' 얘기를 처음 들은 건 지난 8월 초였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오산시 공무원이 푸념처럼 내뱉은 말이었는데 그 내막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는 소송을 담당하는 부서 소속이 아니어서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다만 오산시 공무원들이 수년전 업무처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시가 소송에 휘말렸고, 한달여 전 대법원까지 간 소송 끝에 패소해 수억원을 물어주게 됐다는 내용은 들을 수 있었다. 7월 새로 취임한 이권재 시장이 취임 3주만에 기자회견을 자처해 "시 재정 상황이 위기에 직면해 초긴축재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상황에서 혈세 낭비 사례는 기사화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취재를 시작했다. 실제로 오산시는 민선 8기 들어 총사업비 3천720억원이 드는 계속 사업 13개를 예산 부족으로 보류할 정도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취재는 생각처럼 쉽진 않았다.
가장 먼저 소송 담당 부서를 통해 서울대병원 유치 사업 무산 후 진행된 '환매권 소송'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대병원 유치 사업이라면 무려 15년 전부터 추진돼 오다가 6년 전 무산된 일이다. 워낙 오래된 일이다보니 자료를 확보하는 데에만 몇주가 걸렸다. 서울대병원 유치 사업은 무엇인지부터 사업 추진 과정, 무산 이유, 무산 후 현재 상황 등 10년 넘은 자료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자료를 취합해보니, 오산시는 2007년 병원 설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시작으로 서울대병원 유치 사업에 뛰어들었고, 법적 구속력 하나 없는 협약(MOU)를 근거로 517억원을 들여 사유지를 취득했다. 결국 8년 뒤인 2015년 서울대병원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유치 사업은 무산됐다. 이후 시는 이듬해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 폐지 결정 고시를 하고도 기존 토지주에게 땅을 다시 사갈 권리인 환매권을 통지하지 않아 소송에 휘말린 상황이었다.
소송에 관한 자료도 필요했다. 정보원을 통해 1심부터 3심까지 판결문을 구해 원고 승소 판결의 취지를 분석했다. 그러던 중 또다른 의문이 생겼다. 2007년 오산시에 105개 필지를 내어준 토지주가 74명에 달하는 데 과연 소송 당사자가 3명 뿐이었을까. 추가 취재를 시작했다. 확인해보니 기존 토지주 3명 외에도 이미 33명이 추가로 소송을 낸 상태였다. 나머지 30여명이 소송을 낼 경우 오산시가 물어줄 손해배상금을 추산해보니 지연이자까지 합해 100억원이 넘었다. 한해 본예산 규모가 6천억원도 안되는 오산시는 과거의 실수로 1/60에 달하는 혈세를 배상금으로 내놓게 생긴 것이다.
그렇게 해서 8월 24일 [오산시, '환매권' 통지 안 해 100억원대 손해배상 '위기'] 단독 기사를 냈다.
이후 이 사안은 지역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오산시의회는 환매권 소송을 놓고 오산시를 강력하게 질타했다. ["오산시, 환매권 통지 안해 혈세 100억원 낭비"…시의회서 질타 2022.08.30 송고], 이에 오산시는 환매권 소송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했고, 시의회는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오산시, 서울대병원 부지 '100억원 환매권 소송' 관련 감사 착수 2022.09.05 송고] 오산시가 환매권 소송 손해배상금에서 지연 이자라도 줄여보고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기존 토지주에게도 선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정해 추경에서 1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나[오산시, 환매권 소송 100억원 등 1천206억원 증액 추경안 편성 2022.09.14 송고], 오산시의회는 소송 전 배상금 지급은 절차에 맞지 않는다며 부결시켰다.[오산시 '환매권 배상금' 추경 예산 100억원 의회서 전액 삭감 2022.09.22 송고] 그러는 사이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시청 앞에서 수차례 집회를 열고 주민에게 돌아갈 혈세를 낭비한 오산시 공무원과 지역 정치인들이 책임지라고 촉구하는 사태까지 불거졌다.["오산시 '100억원 환매권' 소송, 지역 정치인 책임져라" 2022.10.20 송고]
결국 오산시의회는 조사특위 활동을 마치고 "수사권도 없는 상태에서 주요 증인들마저 출석을 거부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키로 했다.[오산시의회, 시 '환매권 소송' 관련 감사원에 감사청구 예정 2022.10.08 송고], [오산시의회, 시의 '100억원 환매권 소송' 감사원에 감사청구 2022.10.30 송고]
일련의 상황을 취재하면서 더 황당한 사실도 밝혀냈다. 오산시가 서울대병원 부지와 관련한 환매권 통지 의무가 발생한 2016년 당시 이미 세교2지구 도로 부지와 관련된 환매권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린 상태였다는 사실이었다. 이 사안도 단독 기사로 보도했다.[오산시 '환매권 소송' 또 있다…세교2지구서 혈세로 13억원 배상 2022.10.23 송고]. 당시 부서간 소송 상황이 공유돼 있기만 했어도 100억원대 손배 소송은 막을 수 있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 특이사항 없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표절 없음)
- 오산시 환매권 소송과 관련해 두달여간 연합뉴스 보도가 이어지자 SBS를 비롯해 YTN, OBS 등 주요 방송사와 세계일보, 경인일보, 기호일보 등 신문사, 뉴시스, 뉴스1 등 통신사에서 관련 내용을 후속 보도했다.
8월 30일 오산시, 공무원 실수로 100억 원 손해배상 처지(YTN), 오산시 환매권 고지 안한 대가로 억소리 나는 배상금 물어줄 처지(기호일보), 31일 "오산시 토지 환매권 통지 안 해 혈세 100억원 물어줘야"(세계일보)를 비롯해 다수의 지역 언론에서도 오산시의 행정 오류를 질타하는 보도를 이어갔다. SBS도 9월 1일 현장 취재를 통해 [오산시, 환매권 통지 안 해 100억 원대 손해배상 위기] 기사를 냈다. 오산시와 시의회 후속 조치에 관련한 일련의 보도와 관련해서도 9월 22일 오산시의회, 환매권 소송 배상금 추경 예산 100억 원 전액 삭감(OBS), 10월 10일 오산시의회 시 '환매권 소송' 관련 감사원에 감사청구 예정(경기일보), 10월 18일 경인일보는 [경인칼럼]을 통해 [오산시민은 왜 공분(公憤)하는가] 등을 보도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인구 23만명, 본예산 5천700억원(일반회계) 규모의 오산시는 민선 8기 들어 최대 재정 위기를 맞았다. 가용 재원이 바닥인 상태에서 수년 전 실수로 본예산의 1/57에 달하는 100억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오산시는 재정 문제 등으로 경기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유일하게 출산지원금도 주지 않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산시의 100억원대 손해배상 책임은 자칫 조용히 묻힐 뻔 했다. 처음 제기된 2억원대 손배 소송도 2년여간 진행됐지만 시정을 비판·견제하는 언론이나 지방 의회에서는 알지 못했다. 연합뉴스 보도가 없었다면 그저 오산시 내부에서 '쉬쉬'하고 넘어갈 상황이었다. 당시 그 일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은 6년 넘게 지난 일이라며 '징계 시효 만료'를 이유로 발뺌하고, 서울대병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어 선거에서 이긴 정치인들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100억원의 혈세가 낭비된 상황이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이번 보도는 자칫 묻힐뻔 한 사건을 낱낱이 파헤쳐, 혈세를 다루는 공공기관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산시는 이번 일로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고 있고, 도시개발 관련 업무 시 누락하는 절차가 없도록 더 세심하게 살피기로 했다. 소송 관련 정보는 다른 부서와 공유하는 등 대책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모두 준수했다.
혈세는 쌈짓돈이 아니다. 공정하고 적절하게 쓰여야 한다. ‘돈 없는 도시’ 오산시에서 100억원의 혈세가 낭비되는 데에는 행정 업무를 소홀히 한 담당 공무원과 결재자도 문제지만 공적인 업무라는 이유로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고도 그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느끼지 않은 공직 사회 분위기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오산시는 10억원을 아끼기 위해 출산 가정에 지원금을 끊었고, 가용 재원이 없어 계속 사업을 보류한 상태다. 그 무게는 시민이 짊어지고 있다. 지역에서 언론은 시민의 삶 가까이에서 시정을 비판하고 견제하고 감시한다. 이번 보도는 그런 점에서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사례라고 자평한다.
7. 기타 고려사항
-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 피신청 등 해당 사항 없다.
회차 심사평
제386회 전체 총평
제386회 이달의 기자상(2022년 10월 보도)은 11개 부문 87편이 출품돼, 8%인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7편 중 3편은 지역 부문에서 수상해, 지역 기자들의 탁월한 현장 취재력이 확인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은 20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연합뉴스의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와 한겨레신문의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 두 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는 취재는 물론 접근조차 어려운 국정원을 상대로 폭넓은 취재력으로 정권 초기 인사 난맥상과 그 뒤에 숨은 권력내부 갈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정원 담당이 아닌 야당 출입기자들의 집요하고 탁월한 취재력이 빛났다는 대목에 심사위원들 대부분이 공감했다.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는 감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아 명백한 절차 위반임을 지적하여 표적감사 의혹을 팩트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는 분석이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감사원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모두 7편이 출품된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강종현 빗썸…(가짜) 회장님 실체 추적기> 보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디스패치는 자타공인 연예전문 매체이다. 비트코인 기업 관계자의 열애설로 시작된 취재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와 법원 판결문 취재로 전환된 뒤 숨겨진 회사의 지배구조를 밝히며 개미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 감시 기사로 확대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전문 분야인 연예를 벗어나 경제 분야로 끈질긴 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인다는 심사평도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출품작 12개 중 세계일보의 <돌아오지 못한 北 억류자 6명> 보도가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북-중 국경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의 존재는 사실상 방치돼 왔는데 세계일보의 이번 기획기사가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 억류자 석방’ 공동촉구 선언이 발표된 것도 해당 기사와의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총 11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평택 SPC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보도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소스배합기에 빠져 사망’ 1보를 단독 보도한 뒤에도, 사회부 기자가 평택 현장을 떠나지 않고 현장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였다. 사고 발생 1주일 전에도 터진 손 끼임 사고, 연장업무 종용 등 열악한 근로조건과 구조 개선의 필요성 등을 연속보도해 기자정신이 살아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된 9개 후보 중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의 <산복빨래방-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 보도가 최종관문을 통과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산복마을의 한 폐가에 기자들이 빨래방을 열어 여섯 달 동안 주민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결과물이었다. 부산일보의 참여·관찰적 취재 시도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상당히 창의적이고 획기적이다’ ‘독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섯 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G1의 3년차 기자가 주도한 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멧돼지의 남하를 막겠다며 시작한 ASF 울타리사업에는 17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울타리 계약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불투명하게 진행됐고 심지어 울타리를 사유지에 설치해 철거하는 사업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당연히 여기던 것을 새롭게 접근한 시각도 좋았지만 담당자들의 시인을 받아내며 취재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된 논란으로 언론계가 몹시 혼란스러운 시절이지만 현장을 발로 뛰며 끈질긴 기자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최근 논란 속에 한 동아투위 선배께서 던진 질문이 떠오른다. ‘언론사 직원과 기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