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부산의 역사, 산복도로
부산 산복도로는 오랜 시간 시민들의 삶에서 희망과 도약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피란 수도’ 부산에 몰려든 피란민들은 산복도로 중턱에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 1970년대에는 부산항을 중심으로 산업화가 진행되고 신발 산업이 번창하면서, 부산항의 하역 노동자, 신발공장 여공들은 직주근접이 가능한 산복도로에 터를 잡았다. 하지만 신발 산업의 호황이 막을 내리고 공장은 문을 닫으면서 자연스레 많은 사람이 산복도로를 떠났다.
2010년대 초반부터 부산시는 ‘산복도로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매끈한 거점 시설과 마을 골목에 그려진 벽화는 주민 삶을 바꾸지는 못했다. 주민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은 외부의 시선과 대책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었다. 취재팀은 소외된 주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산복도로를 다시 톺기로 했다.
“부산일보 기자입니다. 어머님 산복도로 이야기 좀 해주세요”라는 기존 취재 방식부터 달리하기로 했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만들어 주민들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가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주민들이 편히 올 수 있으면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설. 수개월의 고민 끝에 산복도로에는 찾아볼 수 없는 빨래방을 만들기로 했다. ‘취재진이 빨래방 문을 여닫으며 마을 빨래방 사장이 된다면 진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는 빨래방. 산복빨래방이 6개월 대장정의 첫발을 뗐다.
■전국 최초, 언론사가 차린 빨래방
통상적인 취재와 모든 것이 달랐다. 부산 전역 산복도로 마을을 물색했다. 여러 마을 중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호천마을에서 빨래방을 열기로 했다. 드라마 촬영지로 명성을 얻었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야경 명소로 유명한 마을이었다. 마을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70대가 넘었고 인구 감소세는 뚜렷했다.
취재팀은 기존 마을 공간에 빨래방을 차리기보단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공· 폐가를 개조해 빨래방을 만들기로 했다. 2개월 간의 공사 기간 내내 매일 빨래방을 찾았다. 빨래방이 주민들이 편히 찾고 마을 사랑방이 돼야 진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지역의 ‘진짜 이야기’
지난 5월 9일 문을 연 산복빨래방에서는 10월 31일 취재진이 마을을 떠나올 때까지 총 504개의 빨래를 했다. 504개의 빨래에는 주민 개개인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었다. 빨래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레 “오늘은 허리가 괜찮은지?”, “주말에 자식들이 왔을 때는 무엇을 했는지?” 같은 생생한 일상을 나눴다. 수개월의 시간이 쌓이면서 마음의 문을 연 주민들의 대화는 그들이 자연스레 부산 근현대사의 중심에서 활약하던 때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1980년대 산복도로 아래 신발공장에서 ‘나이키’ 신발을 만들었던 이야기(EP. 8), 부산항에서 출항하는 남편을 40년간 기다린 아내의 이야기(EP. 10) 등 한 번도 조명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이불과 함께 빨래방에 모였다.
매일 오전 9시 30분에 출근해 빨래방 청소를 하고 오후 6시에 문을 닫는 일을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주민들과 함께 부침개도 구워 먹고 함께 에어로빅도 했다. ‘칠십 평생 영화 한 편 제대로 본 적 없다’는 말에 마을 주민들과 손을 잡고 시내 영화관으로 향했다. 스마트폰 속 구도가 흔들린 어머님들의 추억 사진을 보고 빨래방에 사진관 시설을 마련해 함께 ‘인생사진‘도 찍었다.
6개월간 산복빨래방은 총 38편의 영상과 24편의 기사로 전국 독자들을 만났다. 유튜브 영상과 네이버TV 영상, 기사는 총 5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4000명을 돌파했다. 빨래방에서 주민들이 자연스레 터놓는 과거, 현재, 미래 이야기를 새롭게 재구성해 주민 개개인의 사연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기사화했다. 산복도로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젊은 독자부터 산업화 시기 부산을 기억하는 과거 세대까지 주민 한 명, 한 명의 사연에 독자들은 공감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팀은 지난 4월 부산진구 범천동 엄광로 509번길 13-7(호천마을) 산복도로 공가를 2개월간 공사한 끝에 산복빨래방을 만들었다. 1600만 원으로 공가 인테리어, 수도, 전기 공사를 진행했다. 400만 원으로 23kg 세탁기 2대, 건조기 2대를 마련했다. 빨래방 운영에 든 6개월간의 임대료, 전기세, 수도세는 부산시 지역발전위원회 취재지원금으로 지급했다. 빨래방을 방문한 주민들은 모두 실명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라디오, 다큐멘터리 등 매체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프로그램이 산복빨래방 기획 의도에 공감했다. 기자협회보에서는 취재 과정에서 기고요청을 해왔고 사설을 통해 산복빨래방을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로 극찬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은 <2022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 지역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산복빨래방을 연사로 초대했다.
또한 일본 최대 지역 일간지 서일본신문과 KBS 유튜브 ’KLAB‘, 50만 구독자를 보유한 뉴스레터 ’뉴닉‘ 등 뉴미디어 매체에서도 산복빨래방에 대한 취재와 보도가 있었다.
이같은 관심은 <2022 지역신문 컨퍼런스> 대상 수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타 언론사 지면 보도, 기타 방송 보도 내역 PDF 별첨)
5. 사회에 끼친 영향
■주민의 품에서 계속되는 빨래방
산복빨래방 취재진은 10월 31일 마지막 영업을 마쳤다. 176일간의 빨래방 영업이자 취재를 마친 뒤 빨래방은 11월부터 부산진구 호천마을 주민협의회에서 운영을 이어간다. 취재진은 세탁 시설을 포함한 산복빨래방 시설 전체를 마을에 기부하기로 했다. 취재가 끝나도 마을 사랑방이 멈춰서는 안되며 빨래는 계속돼야 한다는 취지다. 빨래방의 주인은 주민이라는 초심을 실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제2, 제3의 산복빨래방을 꿈꾸며 산복도로 곳곳에서도 빨래 시설들도 생겨나고 있다. 산복도로를 끼고 있는 부산 동구청에서도 지난 8월 산복빨래방의 취지에 공감해 산복도로 곳곳에 마을 사랑방이 될 수 있는 빨래 시설을 만들었다. 기존 도시재생의 경우 수십억 원을 들여 거점시설이 될 건물을 만드는 것이 능사였지만, 적은 비용으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만들고 주민들의 사랑방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산복빨래방이 제시한 결과다.
■도시 재생 전문가도 주목한 ‘혁신 사례’
학계, 청년단체, 도시재생 시설에서도 산복빨래방이 가져온 변화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서울특별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산복빨래방 사례가 전국 도시재생 시설의 변화와 혁신에도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며 <월간도시재생> 칼럼으로 산복빨래방 취재기 기재를 요청했다. (기고 링크 별첨) 또한 산복빨래방 모델을 도시재생 시설 형태로 만들 방안을 고민하고 연구하겠다고 밝혀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양정애 책임연구원은 <언론사의 독자, 이용자 소통 현황 전략>의 연구서 사례로 산복빨래방을 11월 중 발간할 예정이다. 또한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윤호영 교수, 펜실베니아대학 김낙호 교수팀은 “산복빨래방 사례는 언론의 변화, 시도의 관점에서 국제적인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부산일보의 사례를 국제 학술지, 학술대회 등에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부산일보> 독자위원회는 지난 9월 좌담회에서 ‘경쟁력’이라는 말로 산복빨래방을 평가했다. 한 독자위원은 “산복빨래방은 언론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주목하는 빅히트작이자 지역 언론의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지역 언론인으로서 산복빨래방 6개월의 기록을 담아 내년 중 책 발간을 준비 중이다. 지역 최대 독립출판사 제안을 받아 현재 원고를 작성하고 있다. 산복빨래방에 담긴 부산의 깊은 이야기를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7. 기타 고려사항
본 기획보도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 지원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보도와 관련한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은 없었습니다.
취재후기
(386회)<산복빨래방> -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 / 부…
<산복빨래방> -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
부산일보 이상배 기자
산복도로는 부산의 굽이친 역사를 닮았습니다. 한국전쟁 때, 살던 곳을 등지고 부산에 내려온 사람들은 산자락에 터를 잡았습니다. 부산항에 뱃고동 소리가 가득했던 1970년대, 하역 노동자와 고무공장 여공에게 산복도로는 값진 보금자리였습니다. 오늘날 산복도로는 사람이 떠나고 빈집만 남아 생활에 필요한 시설조차 낡았습니다. 정부가 2010년대부터 도시재생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수백억원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여전합니다. 그사이 가장 ‘부산스러운’ 이야기는 날마다 흩어지고 사라졌습니다. “산복도로에 빨래방을 차리고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자”고 2030팀은 뜻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문을 연 ‘산복빨래방’은 두 계절을 보내고 10월31일에 여정을 마쳤습니다. 주민들이 빨랫감과 함께 이고 온 이야기는 24꼭지 기사와 38편의 영상이 되었습니다. “기자인데요, 산복도로를 취재하러 왔습니다”고 해서는 들을 수 없었던 진짜 이야기를 톺았다고 자신합니다. 산복빨래방을 통해 지역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서 듣고 전하겠다는 우리의 초심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반년 동안 우리는 기자가 아니라 산복도로 주민이 됐습니다.
회삿돈 2000만원을 쓰겠다는 젊은 기자의 발칙함을 응원해 준 데스크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아울러 빨래방 운영을 오롯이 책임지고 헌신한 김준용 팀장님, 뛰어난 촬영과 편집 실력으로 영상의 매력을 더한 김보경, 이재화 PD님도 정말 고맙습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3)
회차 심사평
제386회 전체 총평
제386회 이달의 기자상(2022년 10월 보도)은 11개 부문 87편이 출품돼, 8%인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7편 중 3편은 지역 부문에서 수상해, 지역 기자들의 탁월한 현장 취재력이 확인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은 20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연합뉴스의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와 한겨레신문의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 두 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는 취재는 물론 접근조차 어려운 국정원을 상대로 폭넓은 취재력으로 정권 초기 인사 난맥상과 그 뒤에 숨은 권력내부 갈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정원 담당이 아닌 야당 출입기자들의 집요하고 탁월한 취재력이 빛났다는 대목에 심사위원들 대부분이 공감했다.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는 감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아 명백한 절차 위반임을 지적하여 표적감사 의혹을 팩트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는 분석이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감사원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모두 7편이 출품된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강종현 빗썸…(가짜) 회장님 실체 추적기> 보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디스패치는 자타공인 연예전문 매체이다. 비트코인 기업 관계자의 열애설로 시작된 취재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와 법원 판결문 취재로 전환된 뒤 숨겨진 회사의 지배구조를 밝히며 개미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 감시 기사로 확대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전문 분야인 연예를 벗어나 경제 분야로 끈질긴 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인다는 심사평도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출품작 12개 중 세계일보의 <돌아오지 못한 北 억류자 6명> 보도가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북-중 국경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의 존재는 사실상 방치돼 왔는데 세계일보의 이번 기획기사가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 억류자 석방’ 공동촉구 선언이 발표된 것도 해당 기사와의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총 11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평택 SPC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보도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소스배합기에 빠져 사망’ 1보를 단독 보도한 뒤에도, 사회부 기자가 평택 현장을 떠나지 않고 현장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였다. 사고 발생 1주일 전에도 터진 손 끼임 사고, 연장업무 종용 등 열악한 근로조건과 구조 개선의 필요성 등을 연속보도해 기자정신이 살아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된 9개 후보 중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의 <산복빨래방-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 보도가 최종관문을 통과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산복마을의 한 폐가에 기자들이 빨래방을 열어 여섯 달 동안 주민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결과물이었다. 부산일보의 참여·관찰적 취재 시도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상당히 창의적이고 획기적이다’ ‘독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섯 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G1의 3년차 기자가 주도한 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멧돼지의 남하를 막겠다며 시작한 ASF 울타리사업에는 17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울타리 계약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불투명하게 진행됐고 심지어 울타리를 사유지에 설치해 철거하는 사업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당연히 여기던 것을 새롭게 접근한 시각도 좋았지만 담당자들의 시인을 받아내며 취재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된 논란으로 언론계가 몹시 혼란스러운 시절이지만 현장을 발로 뛰며 끈질긴 기자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최근 논란 속에 한 동아투위 선배께서 던진 질문이 떠오른다. ‘언론사 직원과 기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