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시작은 사소했다. 10월 3일 일요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부천만화축제 금상 수상작’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보았다. 게시물에는 ‘작품명 윤석열차’, ‘고등학생 패기 보소’, ‘크게 될 듯’이라는 세 줄만이 적혀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특성상 잘못된 정보가 많다 보니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게다가 부천국제만화축제는 후배 기자가 9월 30일 개막식 현장과 10월 2일 작가와의 대화 현장 등 이틀 동안 참석한 곳이었다. 후배 기자는 이 작품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거짓 정보일지도 모르니 확인이 필요했다. 축제 홍보 담당자에 사실 확인과 함께 사실일 경우 작품 심사평을 부탁했다. 사실이라면, 심사위원들이 어떠한 시각에서 이 작품에 상을 주었는지가 궁금했다. 당시 홍보 담당자는 ‘윤석열차’가 전시 작품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이었다.
회신을 기다리는 동안 한국만화영상진원 누리집에서 9월 8일자로 ‘제 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 공고 결과’가 있었음을 확인했고, 시상 내역 등을 비교해, ‘윤석열차’가 이 대회 금상(훈격 경기도지사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부분을 유추했다.
그리고 20분쯤이 지났을 무렵 축제 홍보 담당자에게 “전시된 작품이 맞다. 올해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이라는 회신이 왔다. 교차 확인까지 마쳤지만, 보도 가치에는 의문이 들어 망설였다. 학생에게 피해가 갈 것 같다는 홍보 담당자의 우려도 보도를 망설이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커뮤니티를 통해 막 회자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일파만파 퍼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 판단했다. 차라리 언론이 정확한 정보를 선제적으로 전달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하고 재차 ‘심사평’을 요청했다. 작품을 그린 학생의 시선과 생각보다, 이 작품을 선정한 심사위원들의 생각이 더 두드러지길 바랐다. 칭찬받을 일이 있다면 학생이, 비난받을 일이 있다민 심사위원이 받길 바랐다. 하지만 담당자는 “심사평은 내부 자료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당시까지 취합된 정보와 사실만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해당 학생을 보호하려고 이름과 학교명이 가려진 사진을 골라 본문에 넣었다. <[단독] 국민 쫓는 ‘윤석열차’…현 정권 풍자 그림 부천만화축제서 전시>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출고했다.
2. 보도제작경위
단독 기사를 출고한 지 약 1시간 뒤부터 이튿날(4일) 아침까지 수많은 매체에서 ‘윤석열차’ 관련 보도가 이어졌다.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검찰 풍자 그림’이라는 내용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최초 보도를 한 매체로서 이 기사가 단순 가십으로 그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이날 아침 작품을 그린 학생의 학교에 연락해 익명 인터뷰를 요청했다. 청소년의 시선에서 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들어보고자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학교 측은 자신들 학교에 금상을 받은 학생이 있는지도, 이 작품이 화제가 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학교 측의 회신을 기다리던 중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일어났다. 문체부가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정·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하며, 관련 조치를 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교 측은 학생 보호를 위해 인터뷰를 사양했다. 본지 역시 이 상황에서 학생을 끌어들이는 건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문체부가 나서면서부터 ‘윤석열차’는 더 뜨거운 화제가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의 이슈로 떠올랐다. 박보균 장관은 “문체부가 문제 삼은 것은 해당 작품이 아닌 순수한 미술적 감수성으로 명성을 쌓은 중고생 만화공모전을 정치 오염 공모전으로 만든 만화진흥원”이라 주장했다. 여당은 ‘작품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물타기를 했다.
후속 기사의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첫 보도 매체로서 발생 이슈는 놓치지 않고 쫓아가되 우리만의 시각을 담은 기사를 쓰기로 하고 문화부·정치부·뉴미디어부 각 기자의 역할을 분담했다.
문화부는 ▲문체부의 대응 비판 ▲만화계 협단체의 잇따른 문체부 비판 성명 ▲시사만화 작가 인터뷰로 가장 걱정이 많을 고등학생이 위축되지 않게 하려 했다. ≪[데스크 칼럼] 문체부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자유! 자유!"…'윤석열차' 외압 논란 전국시사만화협 성명 / [인터뷰] '장도리' 박순찬 화백, '윤석열차' 그린 학생에 “위축되지 않길” 등 13건≫
정치부는 ▲국정감사 윤석열차 이슈 ▲정치계 후속 대응을 정리했다. ≪민주당 경기도당 “尹 정부의 ‘윤석열차’ 경고 조치는 정치적 탄압”, 이재명·만화예술인 맞손…윤석열차가 쏘아올린 ‘표현의 자유’, 문체부, ‘윤석열차’ 때문에 현장조사도…민주 “블랙리스트 부활 자인” 등 4건≫
뉴미디어부는 ▲‘표절’ 주장으로 논점을 흐리는 여권의 주장에 반박할 만한 문화계 인사 인터뷰 ▲과거 학생공모전에는 대통령이나 정치 사회 풍자가 없었는지 등을 취재했다. ≪‘윤석열차’가 표절?…“표절 주장은 만화에 대한 모독”, ‘윤석열차’가 정치 오염?…역대 수상작 보니 정치 풍자는 ‘단골 소재’ 등 4건≫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서 축제 홍보 담당자의 실명은 밝히지 않고 축제 측이라고 달았다. 보도 자제를 요청하는 상황이어서 담당자의 실명을 밝혀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 외에 취재원은 대부분 실명으로 보도했다. 바이라인은 기사 작성을 위해 함께 취재한 경우 공동 이름으로, 아닌 경우 개별 이름을 달았다. 제보자는 없다. 기타 특이사항도 없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3일 19시 12분 경기신문이 ‘단독’으로 첫 보도했다 이후 3시간 뒤 뉴스1, 머니투데이, 중앙일보가 윤석열차를 보도했다. 이튿날 오전까지 매일신문, 이데일리, 헤럴드경제,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SBS, 노컷뉴스 등이 ‘윤석열차’를 뉴스로 전했다.
타 매체의 선행보도는 없었다. 타 보도에 관한 표절 여부도 해당사항 없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경기신문이 첫 보도 다음 날 오전 문체부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엄중경고, 후원 명칭 사용 중단 검토’라고 대응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및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확대됐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차’는 여야 의원들의 주요 질의사항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국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한 만화 예술인 간담회’를 열었다. 만화예술인들을 대표해 자리한 웹툰·만화 등 단체장들은 ‘윤석열차’ 논란을 지적하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며 뜻을 모았다.
웹툰협회·전국시사만화가협회·한국만화가협회·한국민예총·문화예술계 250여 단체가 잇따라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이 문제에 대해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윤석열차’는 소위 웃고 넘길 일이었다. 고교생의 생각이 바뀌도록 더 잘하겠다 하면 오히려 대범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일을 키우고 심지어 ‘표현의 자유 침해/블랙리스트 논란’으로 확대한 것은 문체부의 과민 대응, 대통령에 대한 과잉 충성 탓이다.
문체부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범죄’를 자행한 것이 드러나 큰 곤욕을 치렀다. 수많은 문화예술인이 민주주의와 문화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고자 광화문 광장에서 천막 텐트를 치고 농성했던 일이 고작 6~7년 전 일이다.
‘블랙리스트’ 재발방지책을 발표하기도 했던 문체부가 대통령을 풍자한 고등학생의 풍자 만화 때문에 다시 검열 논란을 일으킨 상황은, 여전히 과거 사건을 충분히 반성하고 성찰하지 못했으며, 제도적 변화로 이어가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우리는 아직 ‘블랙리스트의 시간’에 살고 있다.
취재와 기사 작성 전반에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 피신청 모두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86회 전체 총평
제386회 이달의 기자상(2022년 10월 보도)은 11개 부문 87편이 출품돼, 8%인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7편 중 3편은 지역 부문에서 수상해, 지역 기자들의 탁월한 현장 취재력이 확인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은 20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연합뉴스의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와 한겨레신문의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 두 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는 취재는 물론 접근조차 어려운 국정원을 상대로 폭넓은 취재력으로 정권 초기 인사 난맥상과 그 뒤에 숨은 권력내부 갈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정원 담당이 아닌 야당 출입기자들의 집요하고 탁월한 취재력이 빛났다는 대목에 심사위원들 대부분이 공감했다.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는 감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아 명백한 절차 위반임을 지적하여 표적감사 의혹을 팩트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는 분석이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감사원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모두 7편이 출품된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강종현 빗썸…(가짜) 회장님 실체 추적기> 보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디스패치는 자타공인 연예전문 매체이다. 비트코인 기업 관계자의 열애설로 시작된 취재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와 법원 판결문 취재로 전환된 뒤 숨겨진 회사의 지배구조를 밝히며 개미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 감시 기사로 확대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전문 분야인 연예를 벗어나 경제 분야로 끈질긴 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인다는 심사평도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출품작 12개 중 세계일보의 <돌아오지 못한 北 억류자 6명> 보도가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북-중 국경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의 존재는 사실상 방치돼 왔는데 세계일보의 이번 기획기사가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 억류자 석방’ 공동촉구 선언이 발표된 것도 해당 기사와의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총 11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평택 SPC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보도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소스배합기에 빠져 사망’ 1보를 단독 보도한 뒤에도, 사회부 기자가 평택 현장을 떠나지 않고 현장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였다. 사고 발생 1주일 전에도 터진 손 끼임 사고, 연장업무 종용 등 열악한 근로조건과 구조 개선의 필요성 등을 연속보도해 기자정신이 살아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된 9개 후보 중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의 <산복빨래방-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 보도가 최종관문을 통과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산복마을의 한 폐가에 기자들이 빨래방을 열어 여섯 달 동안 주민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결과물이었다. 부산일보의 참여·관찰적 취재 시도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상당히 창의적이고 획기적이다’ ‘독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섯 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G1의 3년차 기자가 주도한 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멧돼지의 남하를 막겠다며 시작한 ASF 울타리사업에는 17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울타리 계약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불투명하게 진행됐고 심지어 울타리를 사유지에 설치해 철거하는 사업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당연히 여기던 것을 새롭게 접근한 시각도 좋았지만 담당자들의 시인을 받아내며 취재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된 논란으로 언론계가 몹시 혼란스러운 시절이지만 현장을 발로 뛰며 끈질긴 기자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최근 논란 속에 한 동아투위 선배께서 던진 질문이 떠오른다. ‘언론사 직원과 기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