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⑤ 기타( )
기후 위기 속 신재생에너지가 화두입니다. 특히 해상풍력 개발이 본격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탄소 중립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산업자원부가 허가권을 갖고는 있지만, 민간주도로 사업이 추진되는 탓에 엉터리 사업자가 사업권을 선점해 비싼 값에 팔아넘기거나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반면 제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공주도 계획 입지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제주에너지공사가 풍력발전 입지를 발굴해 공모를 시행하고, 풍력 사업자는 이익 공유화 계획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 같은 차이는 바로 전국 지자체장 가운데 제주도지사만 허가권을 갖고 있고, 바람은 우리 모두의 자원이라는 도민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섬 속의 섬이자, 손꼽히는 황금어장인 추자도에서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이 추진된다는 제보를 접했습니다. 사업자는 추자 지역 일부 어민에게만 사업 내용을 공유하고, 또 상생 자금까지 지급하면서 주민 갈등을 유발했습니다. 특히 추자 해역이 제주와 전남의 경계라는 이유로, 제주가 아닌 산업자원부로부터 허가받으려 한다는 소식도 접했습니다. 제주가 지켜온 공공주도 풍력발전을 흔드는 일인 만큼 곧바로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천혜의 환경에 은밀하게 추진된 해상풍력
추자 해역에 해상풍력을 추진하는 업체는 노르웨이 국영기업의 한국법인인 에퀴노르 사우스코리아후풍과 국내 특수목적법인입니다. 이들은 추자도를 가운데 두고 양옆 바다에 1.5GW씩 모두 3GW에 달하는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는 제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한림해상풍력의 30배에 이르는 데다, 63빌딩보다 높은 286m짜리 풍력발전기 2백 기가 들어서야 하는 규모입니다. 추자도가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에 둘러싸이는 꼴입니다.
문제는 이 사업들이 은밀하게 추진됐다는 점입니다. 사업자들은 2년 전부터 사업을 진행하면서 추자도 일부 어민으로 구성된 추진위원단과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또 올 상반기에는 어민들에게 최대 천만 원의 상생 자금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어민이 아닌 일반 주민들은 배제됐습니다. 풍력발전 허가를 받기 전 풍황을 계측하기 위해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어민 동의가 필요한 만큼 어민들에게만 접촉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한편 이처럼 은밀하게 추진된 사업은 조금씩 알려지게 됐고, KBS 보도 이후 반대대책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새로운 갈등 현안으로 부상했습니다.
■ 제주 동쪽 바다에도 해상풍력 추진 단독 확인
추자 해상풍력이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동쪽 바다에서도 대규모 해상풍력이 추진되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의 또 다른 국내 법인이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았다 반납했고, 이후 덴마크 기업의 국내 법인과 국내 업체가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신청한 사실을 최초 확인한 겁니다. 사업 규모는 추자 풍력발전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문제는 어민들은 이 사업을 몰랐다는 점입니다. 민간 업체 2곳이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신청한 해역은 조업이 자주 이뤄지는 구역인데도 알리지 않은 겁니다. 수협중앙회 조사 결과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약 1,000㎢의 조업 구역이 사라지고, 어장환경 변화도 우려됐습니다. 결국 KBS 보도 이후 어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없다며 해상풍력 대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 논란의 대규모 해상풍력…입지 부적절성 확인
KBS는 해상풍력 사업의 진행 상황을 중계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추자 해상풍력에 대해서는 정부의 입지 컨설팅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우선 해양수산부는 해상교통 안전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다른 지역 어민들도 조업하는 곳인 만큼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또 환경부는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 추자 도립공원 경관 등을 들어 조건부 입지 의견을 냈고, 국방부는 레이더 전파 차폐를 이유로 발전기 위치 이동과 높이 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KBS는 또 제주 동쪽 해상풍력에 대해서도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기관인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을 상대로 취재에 나섰는데, 국방부가 군 작전구역에 간섭된다는 의견을 회신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여기에 KBS 보도 이후 성산지역 어민들이 반발하는 점 등을 미루어 결국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는 최종적으로 불허 처분이 내려지게 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 갈등조정위원회 구성…취임 한 달 만에 두 차례 방문
KBS는 행정당국의 문제점도 짚었습니다. 당초 추자 해상풍력은 제주시가 풍황 계측기 설치를 위한 점사용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촉발된 측면이 있는데, 풍력발전은 여러 목적 가운데 하나였다는 제주시의 해명과 달리 처음부터 사업자는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주목적으로 명시한 사실이 KBS 취재로 확인된 겁니다. 또 제주도가 해상풍력 중심의 탄소 없는 섬 계획을 10년 전에 발표했지만, 제주시의 점사용 허가 사실을 제주도청 관련 부서가 신속히 인지하지 못하는 등 행정 내부의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못한 점도 꼬집었습니다.
KBS 보도 이후 제주시장은 긴급 브리핑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취임 이후 한 달 만에 추자도를 두 차례나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주민 의견수렴에 나섰습니다. 또 주민 갈등 해소에 중점을 두고 사업 인허가 과정에 제주시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에 더해 제주시 내부에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추자 지역의 찬반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주민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주민 갈등을 사전에 봉합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습니다.
■ 해상 경계 두고 갈등 우려…지자체 간 실무협의 개시
이런 가운데 전라남도가 제주도에 해상 경계 문제를 협의하자는 공문을 보낸 사실도 KBS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전라남도는 사업 해역이 전남 바다를 침범할 소지가 있고, 전력 계통도 전남으로 이어진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겁니다. 또 사업자가 전력 계통을 연결하려고 계획한 진도군도, 산업자원부와 제주도에 진도군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KBS는 전라남도 현지 취재를 통해 전라남도와 진도군의 견해를 담아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해상풍력에 따른 권한을 두고 지자체 간 갈등이 진행 중입니다. 실제로 전북 부안과 고창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고, 경남 통영과 남해도 갈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KBS는 지방자치단체 간 상생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제주도는 현재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전남도와 실무협의를 가졌는데, 실제로 제주도는 공동 상생 협력 모델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제주도 국정감사 주요 현안으로…공공주도 원칙 확인
KBS 보도로 제주지역 주요 현안으로 부상한 추자 해상풍력은 4년 만에 제주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단연 화두였습니다. 국회의원들은 도민들을 위해 제주도가 허가권을 가져와야 하고, 또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명시한 제주특별법에 따라 이익 공유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또 주민 간의 찬반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제주도가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해상풍력 관계 공무원들과 함께 추자 해역을 찾아 선상 토론회를 갖고 주민 수용성 확보와 환경파괴 최소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또 허가권을 둘러싸고 산업자원부와 협의가 진전되면 추자도 주민들을 직접 만나겠다며, 갈등 봉합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나타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제보자와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으며, 모든 기사는 직접 취재와 현장 취재를 통해 작성했습니다. 또 사업자와 제주시, 제주도 등 취재 대상의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KBS의 단독 보도이며 타 매체 선행보도는 없습니다. KBS 보도 이후 중앙언론을 비롯해 제주지역 언론에서 추자 해상풍력 논란을 적극적으로 추종 보도했으며, 반향은 별도로 정리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KBS 보도로 확인된 제주 동쪽 바다의 해상풍력 발전은 결국 어민 반발 등을 이유로 무산됐습니다. 또 추자 해상풍력과 관련해 제주시는 주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갈등조정위원회를 공식 마련했으며, 제주도는 해상 경계와 관련해 전라남도와 상생 모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여부
이번 보도는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은밀하게 추진되고 있던 민간자본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추진 시도를 공론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주는 해군기지와 제2공항 등 대규모 개발에 따른 극심한 갈등을 겪었는데, 이번 보도는 사업이 본격 추진되기 전 행정의 적극적인 대응을 유도함으로써, 작게는 추자도 내에서부터 크게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는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판단됩니다. 또 공공주도 풍력발전의 원칙을 확인한 데 이어, 앞으로도 사업자 동향을 지속 취재하고, 현 제도의 개선점을 모색하는 해외 취재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취재는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했음을 확인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지원 여부나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 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6회 전체 총평
제386회 이달의 기자상(2022년 10월 보도)은 11개 부문 87편이 출품돼, 8%인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7편 중 3편은 지역 부문에서 수상해, 지역 기자들의 탁월한 현장 취재력이 확인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은 20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연합뉴스의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와 한겨레신문의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 두 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는 취재는 물론 접근조차 어려운 국정원을 상대로 폭넓은 취재력으로 정권 초기 인사 난맥상과 그 뒤에 숨은 권력내부 갈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정원 담당이 아닌 야당 출입기자들의 집요하고 탁월한 취재력이 빛났다는 대목에 심사위원들 대부분이 공감했다.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는 감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아 명백한 절차 위반임을 지적하여 표적감사 의혹을 팩트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는 분석이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감사원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모두 7편이 출품된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강종현 빗썸…(가짜) 회장님 실체 추적기> 보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디스패치는 자타공인 연예전문 매체이다. 비트코인 기업 관계자의 열애설로 시작된 취재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와 법원 판결문 취재로 전환된 뒤 숨겨진 회사의 지배구조를 밝히며 개미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 감시 기사로 확대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전문 분야인 연예를 벗어나 경제 분야로 끈질긴 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인다는 심사평도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출품작 12개 중 세계일보의 <돌아오지 못한 北 억류자 6명> 보도가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북-중 국경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의 존재는 사실상 방치돼 왔는데 세계일보의 이번 기획기사가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 억류자 석방’ 공동촉구 선언이 발표된 것도 해당 기사와의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총 11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평택 SPC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보도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소스배합기에 빠져 사망’ 1보를 단독 보도한 뒤에도, 사회부 기자가 평택 현장을 떠나지 않고 현장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였다. 사고 발생 1주일 전에도 터진 손 끼임 사고, 연장업무 종용 등 열악한 근로조건과 구조 개선의 필요성 등을 연속보도해 기자정신이 살아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된 9개 후보 중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의 <산복빨래방-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 보도가 최종관문을 통과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산복마을의 한 폐가에 기자들이 빨래방을 열어 여섯 달 동안 주민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결과물이었다. 부산일보의 참여·관찰적 취재 시도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상당히 창의적이고 획기적이다’ ‘독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섯 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G1의 3년차 기자가 주도한 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멧돼지의 남하를 막겠다며 시작한 ASF 울타리사업에는 17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울타리 계약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불투명하게 진행됐고 심지어 울타리를 사유지에 설치해 철거하는 사업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당연히 여기던 것을 새롭게 접근한 시각도 좋았지만 담당자들의 시인을 받아내며 취재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된 논란으로 언론계가 몹시 혼란스러운 시절이지만 현장을 발로 뛰며 끈질긴 기자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최근 논란 속에 한 동아투위 선배께서 던진 질문이 떠오른다. ‘언론사 직원과 기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