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경향신문 창간기획 ‘투명장벽의 도시’는 일상 공간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맞닥뜨리는 다양한 차별에 주목했습니다. 지난 여름 새 아파트에서 노동자들이 남긴 인분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많은 시민들의 비난이 이어졌지만,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던 노동자들의 사정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시위로 많은 시민들이 출근길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한 불편조차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장애인들이 경험할 수 없는 일이라는데 공감하는 사람들은 적습니다. 키오스크 앞에서 까막눈이 되어야 하는 노인들의 어려움 역시 디지털 문해력 격차로만 이야기됩니다.
왜 같은 도시 공간에 사는데도 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가. 기획취재팀은 한국 사회가 고대 그리스에서 ‘정상성의 범주에 속한 성인 남성’만이 시민의 권리를 누리던 것과 비슷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장벽’ 바깥에 있는 장애인, 어린이, 노동자, 노인들이 경험하는 차별의 실태를 조명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이들은 눈앞에 보이는데도 들어갈 수 없는 유리문처럼 일상 속 차별의 경계에 놓여있는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이동권, 노키즈존, 노동권, 고령화 등 한국사회가 직면한 사회 이슈와도 밀접하게 닿아있는 주제들입니다.
기존에도 언론을 통해 개별적으로 보도된 사안입니다. 취재팀은 공간이라는 큰 틀 안에서 개별 이슈를 엮고, 공간 불평등과 공간 민주주의로 문제 의식을 확장했습니다. 미시적 문제들을 통해 한국 사회를 조망하는 시도였습니다. 당사자들을 통해 생생하게 현실을 보여주고, 영상과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 다양한 매체로 독자들과의 소통을 시도했습니다.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는’ 사안을 종합적이면서도 새롭게 접근하는 것이 기획의 목표였습니다.
■보도 과정
한국의 도시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곳곳에 존재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은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1회 ‘나 혼자+함께 산다’에선 일상적으로 공간에서의 배제를 경험하는 장애인의 일상을 전했습니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을 사회로부터 분리하는 가장 상징적 공간이 ‘시설’입니다. 중증장애인이 장애인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게 된 뒤 그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대조했습니다. 출근을 하고 노동을 하는 하루 일과를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장애인의 이동권, 노동권, 주거권을 조명하는 일이었습니다. 탈시설 장애인의 일상에서 뽑아낸 각 이슈들을 박스 기사로 연결해 독자들의 깊이있는 이해를 도우려 했습니다. 시각장애인 교사 인터뷰를 통해서는 학교라는 교육 공간조차 차별적인 현실을 드러냈습니다.
2회 ‘지금 당장 놀이터’에선 도시 전체가 ‘노키즈존’인 한국의 현실을 어린이들의 놀이공간으로 들여다봤습니다. 식당·카페에서 시작된 노키즈존은 사회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노키즈존을 찬반의 문제로 다루거나 당위적인 차원에서 비판하는데 그쳤습니다. 이번 기사에선 어린이를 환대하지 않는 도시에서 아이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시선을 확장했습니다. 놀이터는 도시 공간에서 아이들이 모이는 ‘단체카톡방’이었고,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인프라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부모와 어린이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차별의 문제도 환기했습니다.
3회 ‘나의 화장실 가는 길’에선 여러 일터의 화장실에 주목했습니다. 생리현상 해결은 기본권이지만, 많은 노동자들에게는 당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건설노동자와 학습지 교사, 지하철·철도 기관사, 도시가스 점검원, 급식 조리실무사, 백화점·면세점 판매원, 콜센터 상담사를 만나 ‘화장실 사용권’이 어떻게 침해되고 있는지 들여다봤습니다. 갈 수 있는 화장실이 없거나 적어 일부러 물을 마시지 않는 습관이 붙었고, 그로 인해 방광염 같은 질병에도 노출돼 있었습니다. 화장실이 있지만 심리적 압박과 차별로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숱한 장벽을 넘어야 하는 현실은 한국 사회에서 노동이 존중되지 않는 모습과도 닿아 있습니다.
4회 ‘살던 곳에서 늙어 가기’에선 혁신의 공간인 도시에서 배제당하고 있는 노인들의 디지털 낙오 문제를 들여다봤습니다. 디지털 낙오는 식음료 주문의 어려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회 자체의 배제로 이어집니다. 서울 시민의 중위연령은 이미 42.8세이고, 2050년이면 한국인의 37%가 노인이 됩니다. 고령화가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공간과 구성원 간의 부조화 탓입니다. 전례없이 은퇴 이후의 삶이 길어진 상황에서 살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늙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디지털 격차라는 사안을 도시와 고령화 문제로 시선을 확장했습니다.
5회 ‘모두를 위한 공간’에선 ‘차별없는가게’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본인의 정체성을 이유로 배제되지 않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모색을 전했습니다. 기자들이 기사에 담지 못한 취재후기도 함께 실었습니다.
■다양한 시도
이번 기획에선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습니다. 독자들이 포털 위주로 기사를 접하다보니 공들인 기획 기사 역시 파편화되어 전달되는 상황입니다. 흐름이 있는 기획의 특성에 맞춰 전체 기사를 모아서 볼 수 있는 아카이브 페이지(www.khan.co.kr/kh_storytelling/2022/no_wall)를 만들었습니다. 4회차에선 ‘모두를 위한 키오스크’(www.khan.co.kr/kh_storytelling/2022/kiosk_quiz)라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함께 제작했습니다. 서울디지털재단에서 제작한 가이드를 바탕으로 키오스크 만들기 퀴즈를 풀도록 해 디지털 친화성을 높이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이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다양한 인터뷰 영상(www.youtube.com/user/thekyunghyangtv)으로도 기사의 생생함을 높였습니다. 당사자 인터뷰를 영상으로 전달해 지면기사의 한계를 넘어 사안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도우려 했습니다. 또한 지면에 담지 못한 서브 기사들을 온라인으로 출고하면서 QR코드로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기존 관성적 지면 제작 방식을 벗어나 지면 기사와 온라인 기사의 연계를 고민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별도의 제보자 없이 자체적으로 기획을 구상했습니다. 모든 회차에 현장 취재를 포함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현장성과 읽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개인 정보가 민감한 어린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사에서 취재원의 실명을 밝혔습니다. 여러 분야를 다룬 만큼 취재 분량도 방대했습니다. 기획팀은 100명이 넘는 취재원을 인터뷰하고 다양한 현장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탈시설, 노키즈존, 노동권, 디지털 격차 등의 이슈는 최근 계속 제기되는 사회 이슈이기 때문에 관련 보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분야별 문제를 따로 짚었을 뿐 이를 한데 묶어 ‘공간’이라는 틀로 접근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미디어 비평 매체 미디어오늘은 사회적 약자에 주목한 경향신문 창간호에 주목하면서 ‘투명장벽의 도시’ 내용을 자세히 소개(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6185)하기도 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이번 기획은 모두가 익숙한 주제를 다시 공론장으로 불러내 환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기사가 나갈 때마다 SNS와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창에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많게는 수천 번 이상 공유됐고, 포털사이트 블로그와 카페에도 잇달아 게재됐습니다. 특히 노키즈존을 다룬 2회와 노동자들의 화장실 이용을 다룬 3회는 온라인 상에서 토론의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진숙, 은유, 우석훈 등 여러 작가나 사회운동가들도 기사를 공유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선 지난 10월14일 노동자들의 일터 내 화장실 이용 실태를 다룬 경향신문 기사에 대해 설명자료를 내고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노동부는 “건설현장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현장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외 사례 비교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거쳐 조속한 시일 내에 화장실 설치와 관련된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며 “법률상 설치의무에서 제외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체계적인 안내 및 홍보와 함께 더욱 실효성 있는 근로자 보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https://www.moel.go.kr/news/enews/explain/enewsView.do?news_seq=14078)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인권 문제와 닿아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취재 동의를 우선으로 하고 언론 윤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번 기획은 아파트와 같은 물질적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도시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대중교통망은 ‘국뽕’의 대상이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지만, 누군가를 끊임없이 배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한국은 첨단 기술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이러한 혁신이 누군가를 끊임없이 배제하고 있음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도시 공간이 지속가능할 수 있을지, 거기서 사는 사람들은 행복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익숙한 인식의 틀에 균열을 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6회 전체 총평
제386회 이달의 기자상(2022년 10월 보도)은 11개 부문 87편이 출품돼, 8%인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7편 중 3편은 지역 부문에서 수상해, 지역 기자들의 탁월한 현장 취재력이 확인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은 20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연합뉴스의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와 한겨레신문의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 두 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 보도는 취재는 물론 접근조차 어려운 국정원을 상대로 폭넓은 취재력으로 정권 초기 인사 난맥상과 그 뒤에 숨은 권력내부 갈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정원 담당이 아닌 야당 출입기자들의 집요하고 탁월한 취재력이 빛났다는 대목에 심사위원들 대부분이 공감했다.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 보도는 감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아 명백한 절차 위반임을 지적하여 표적감사 의혹을 팩트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는 분석이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감사원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모두 7편이 출품된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강종현 빗썸…(가짜) 회장님 실체 추적기> 보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디스패치는 자타공인 연예전문 매체이다. 비트코인 기업 관계자의 열애설로 시작된 취재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와 법원 판결문 취재로 전환된 뒤 숨겨진 회사의 지배구조를 밝히며 개미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 감시 기사로 확대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전문 분야인 연예를 벗어나 경제 분야로 끈질긴 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인다는 심사평도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출품작 12개 중 세계일보의 <돌아오지 못한 北 억류자 6명> 보도가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북-중 국경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의 존재는 사실상 방치돼 왔는데 세계일보의 이번 기획기사가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 억류자 석방’ 공동촉구 선언이 발표된 것도 해당 기사와의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총 11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평택 SPC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보도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소스배합기에 빠져 사망’ 1보를 단독 보도한 뒤에도, 사회부 기자가 평택 현장을 떠나지 않고 현장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였다. 사고 발생 1주일 전에도 터진 손 끼임 사고, 연장업무 종용 등 열악한 근로조건과 구조 개선의 필요성 등을 연속보도해 기자정신이 살아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된 9개 후보 중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의 <산복빨래방-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 보도가 최종관문을 통과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산복마을의 한 폐가에 기자들이 빨래방을 열어 여섯 달 동안 주민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결과물이었다. 부산일보의 참여·관찰적 취재 시도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상당히 창의적이고 획기적이다’ ‘독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섯 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G1의 3년차 기자가 주도한 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멧돼지의 남하를 막겠다며 시작한 ASF 울타리사업에는 17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울타리 계약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불투명하게 진행됐고 심지어 울타리를 사유지에 설치해 철거하는 사업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당연히 여기던 것을 새롭게 접근한 시각도 좋았지만 담당자들의 시인을 받아내며 취재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된 논란으로 언론계가 몹시 혼란스러운 시절이지만 현장을 발로 뛰며 끈질긴 기자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최근 논란 속에 한 동아투위 선배께서 던진 질문이 떠오른다. ‘언론사 직원과 기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