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김순호 경찰국장 밀고 특채 의혹 YTN
김순호 경찰국장 밀고 특채 의혹
YTN 이준엽 기자
인천·부천 민주노동자회원이 저에게 1989년을 회상하며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둑한 골목길, 차가운 반지하방…. 그때 그 시간이 마치 흑백영화 같다고 말했습니다. 무언가 바꿔보겠다는 마음을 품고 하루하루 공장을 다니던 시절은 급작스레 시작된 대공혐의 수사로 끝이 납니다. 그런데 ‘치본(치안본부) 대단하다’고만 생각하고 묻고 살던 시간이 33년 만에 다시 세상으로 끌어올려졌습니다. ‘초대 경찰국장’으로 김순호씨가 등장하면서.
영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처음 제보를 받은 날부터 보도 두 달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잠들기 전이면 당시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났을 지 다시 자문하곤 했습니다. 회원들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오래된 기억을 따라, 마치 가는 실을 되감듯이 기록을 쫓아야 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뒤졌지만, 김 국장이 물러나지도 진상규명이 이뤄지지도 않은 만큼 보도는 아직 미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상을 완성하지 못한 부분을 채워나가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취재가 너무 막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이대건 부장, 전준형 데스크 조언과 지도 아래서 방향을 잡아갈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코로나19 격리 중에도 단 하나 싫은 기색 없이 제 부족함을 메워주기 위해 동분서주해주신 안윤학 캡께는 특히 감사말씀 올립니다. 저 개인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사건팀이 받는 상임을 명심하고 더 좋은 팀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추적 JTBC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추적
JTBC 정종문 기자
사회부 기자에게 제보란 ‘오아시스’처럼 보이지만 대체로 ‘신기루’와 같습니다. 제보자 A씨의 주장도 ‘오아시스’와 ‘신기루’ 사이 어딘가에 있었습니다. “내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법조계 고위직인 이영진 헌법재판관에게 골프와 식사를 접대했다. 고가의 골프 의류와 현찰도 전달하려고 시도했다”는 그의 말은 허무맹랑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취재팀은 그를 처음 만난 뒤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취재팀은 A씨를 만나고 현장을 다니며 하나하나 검증했습니다. 골프장 영수증이 나왔고, ‘이영진 헌법재판관에게 건네달라’는 부탁과 함께 A씨에게 금품을 받은 변호인 역시 사실 관계 상당 부분을 인정했습니다. 취재팀 내부에서 고민과 격론도 오갔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사법 신뢰가 훼손되는 건 작은 틈에서 시작하고, 헌법이 신분을 보장하는 고위 법조인에겐 그만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보도 이후 수사기관이 움직여 밝혀야 할 의혹도 보였습니다.
8월 어느 날 이영진 헌법재판관을 직접 만났습니다. 이영진 재판관은 일부 의혹은 부인했지만, 골프와 식사를 한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취재 내용을 인정했습니다. “생각이 짧았고 부주의했다”며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끝이 아닙니다. 보도 이후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자진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나왔고, 공수처도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지켜보고, 책임 있게 보도하겠습니다.
‘엘’ 성착취물 범죄 추적 KBS
‘엘’ 성착취물 범죄 추적
KBS 황다예 기자
‘범죄자 ‘엘’의 수사를 촉구합니다.’ 시작은 한 통의 제보였습니다. 미성년자 A가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며, 가해자는 전력이 있는 ‘범죄자’라는 것. 취재 결과 범죄인 건 확실했지만 바로 보도하기엔 망설여졌습니다. 섣부른 보도가 가해자(‘엘’)를 숨게 해 수사에 혼선을 주거나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중 한 명이었던 얼룩소의 원은지 에디터(불꽃 단), 그는 조언했습니다. “가해자들이 잡히는 모습을 많이 보도해서 성착취범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할 필요는 있어요.” 그러나 두 달이 지나고, 8월 초가 됐지만 수사는 미진했습니다. 그즈음 얼룩소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피해자 B씨의 ‘불꽃 사칭’ 가해자와 ‘엘’이 같은 사람인 거 같다.” KBS-얼룩소 취재가 합쳐져 파악된 피해자 6명. 피해자 B는 8개월간 진척이 없던 경찰 수사에 초조해하고 있었습니다. B의 동의를 구하고, 취재팀은 보도를 결정했습니다. “기자님 안녕하세요, 얘 잡아가세요.” 보도 이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취재진을 의식하는 대화가 쏟아졌습니다. 하나둘 방이 폭파됐고, ‘엘’ 영상 등 착취물의 유포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언론이 주목하는 것만으로 성착취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 보도의 의미를 느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디지털 공간에서 아이들이 무방비로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추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앞으로도 이곳을 계속 지켜보고자 합니다.
세계 최대 김해 고인돌 훼손 사태 한겨레신문
세계 최대 김해 고인돌 훼손 사태
한겨레신문 노형석 기자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경기도 김포 장릉 앞 경관을 가로막고 건설업체가 고층아파트를 건립 중인 사실이 드러나 철거 공방을 빚었다. 장릉처럼 지자체, 민간업체 재개발로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들의 사례를 연초부터 탐문해오다 김해 고인돌 참상을 알게 됐다.
김수로왕 개국신화가 깃든 금관가야 연고지를 자부하면서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은 학예직 전문가가 일하는 김해시가 복원을 앞세워 고대 분묘인 고인돌의 묘역 파괴를 자행했다. 사실을 접하고 충격과 공분을 담아 기사를 썼다. 문화유산을 낮잡아 보는 지자체의 안일한 관리 실태에 경종을 울렸고, 제도 보완의 계기도 만들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바위’로 불리며 수백 년 간 주민들 사이에서 아낌없이 주는 자연물로 사랑받던 고인돌은 2000년 이상 함께 한 주변 묘역의 돌들이 대부분 뽑히면서 원형을 잃고 억지 복원됐다. 현재 이런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 기사가 예상보다 큰 반향을 일으킨 데는 정유경 부장을 비롯한 한겨레 디지털뉴스팀 노고가 컸다. 첫 보도는 물론, 후속 기사들도 독자들 눈높이에 맞춤하게 제목을 계속 다듬으면서 주목도가 높은 자리에 오랜 시간 배치해주었다. 발제한 기자의 속내와 의도를 생각하며 지면에 비중 있게 앉히려고 고심한 문화부 데스크의 배려에도 감사드린다.
징벌인가 공정인가 - 대체복무리포트 중앙일보
징벌인가 공정인가 - 대체복무리포트
중앙일보 여성국 기자
본 기획 기사에서 가장 공감 수가 많은 댓글은 이렇다. “집총만 안 하게 대체복무 시켜달라더니 이제는 힘들다고 한다. 군대 안 가면 감옥에 가두는 게 답이었다.” 정말 그럴까. 법과 제도는 병역거부자들을 포섭했다. 이들은 의무를 다하는 대체복무자가 됐다. 현역 대비 2배 기간, 교도소 합숙 복무는 과연 타당하고 공정한가. 특정 종교 신도와 병역기피자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는 현실이 됐나. 코로나 이후 보건의료·사회복지 사각지대에서 이들이 복무했다면 안보와 인권, 사회적 이익이 조화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물음과 실태는 제도 도입 후 국가와 언론을 통해 한 번도 검토된 적 없다. 법과 제도는 늘 점검의 대상이다. 중앙일보 탐사팀은 대체복무 실태, 법무부, 국방부, 병무청 등 관계 기관과 대체복무 대기자, 징병제 국가 핀란드의 대체복무제도 등을 취재해 실명 보도했다. 본 기획이 좌우를 떠나 안보와 인권, 신념과 병역이 조화로운 대체복무제도를 위한 사회적 토론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수상은 함께 취재한 이영근 기자, 든든한 뒷배 고성표 팀장 덕이다. 5년 전, ‘기로에 선 병역거부’ 취재는 본 기획의 실마리였다. 당시 막내 기자를 이끌어준 임장혁·문현경 선배, 감사하다. 믿고 지지해준 고대훈 기획취재국장, 김종윤 편집국장, 최훈 편집인께도 감사드린다. 해외취재를 지원해준 언론진흥재단, 기자협회에도 감사를 전한다.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한국일보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한국일보 조소진 기자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저들은 도대체 왜.’ 지글지글 끓는 아스팔트 위에서 목에 핏대가 서도록 욕설을 내뱉는 유튜버를 보며 이 생각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광장 유튜버’로 대표되는 정치 유튜버와 열성 구독자는 누구일까. 한 달여간의 취재 끝에,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정치 유튜브를 ‘마지막 피난처’로 여기며 의지하고 있다”는 답을 내리게 됐습니다.
아직 마음이 무겁습니다. 평산마을에 있는 유튜버들은 지금도 오전 8시부터 욕설 집회를 생중계하고, 진보 유튜버와 구독자도 아크로비스타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후원자들은 쌈짓돈까지 꺼내고 있습니다.
실시간 댓글로 소통하며 구축한 유튜브 팬덤 세계는 ‘신념 산업’이라 불릴 만합니다.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유튜버를 맹신하는 이들은 사실관계에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유튜버들은 혐오발언과 가짜뉴스로 돈을 벌고 있지만 과세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단면이지만,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더딥니다. 향후 공론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연차 기자 둘을 믿고 지지해주신 강철원 사회부장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회를 주신 한국일보 선후배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이종명 교수님, 심희보 인턴, 디지털전략부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양산경찰서와 유튜브 구독자 등 취재를 도와주신 분들께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한번도 경험 못한 유튜브 세계’로 이끌어준 이정원 기자에게 공을 돌립니다.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울산MBC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울산MBC 설태주 기자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는 울산 천전리 암각화 맨 위 한가운데 있는 가장 중심 문양이다.
이 다이아몬드 외에도 새겨진 동심원, 물결, 동물 등…. 이 문양들은 무엇을 뜻하는가? 비슷한 문양들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암각화들에 공통으로 나타난다.
학계는 52년 전 이들 암각화를 발견한 이래 정확한 의미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지역기자로서 이런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반구대와 이미 관련 연구가 어느 정도 진행된 해외를 비교해 우리 문양의 의미를 밝히는 전 세계 탐사 다큐 제작에 착수했다.
반구대 암각화의 비밀을 최초로 밝히겠다고는 했지만 처음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곧바로 터진 코로나19로 출장은 물론 모든 일정이 취소되면서 전체 제작기간이 의도치 않게 무려 4년으로 늘어났다. 코로나 출입제한이 잠시 해제되는 틈마다 해외출장을 다녔고, 안 된다는 관계자들을 설득해 촬영을 이어갔다. 우리나라 곳곳은 물론 아프리카와 유럽, 중앙아시아, 러시아, 미국, 남미 콜롬비아까지 4계절과 사막, 열대우림, 툰드라... 또 3000m 이상 고원을 넘나들며 체력의 한계를 실감하기도 했다. 전 세계 5대륙 8개국 이동거리만 11만km를 넘는 글로벌 프로젝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