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O),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결국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3월, 사람 서너 명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땅 꺼짐이 일어났던 양양 낙산 사고 현장. 당시에도 시공사와 양양군청에 사고 관리 책임에 대해 물었습니다. 하지만 "할 만큼 했다"는 대답을 듣고, 기사를 하나 쓰는 데 멈췄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3일, 5개월 전 마이크를 들고 서서 멘트했던 바로 그 자리가 아래로 꺼졌습니다. 땅 꺼짐으로 두 동강 난 편의점을 마주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3월 첫 현장 보도 뒤, 내가 더 깊이 파고들었다면..’ 밀려드는 죄책감에 ‘이번에는 정말 끝까지 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사고 당일, 편의점이 무너지던 순간이 담긴 CCTV와 건물 안에서 일하고 있던 편의점 주인 인터뷰, 그리고 편의점 바로 옆 숙박업소에서 자다가 맨발로 뛰쳐나오는 손님들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CCTV를 단독 입수해 리포트에 담았습니다.
사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양양군이 현장 관리 감독을 어떻게 했는지 따졌습니다. 국토부를 통해 사고현장 보고서를 입수해 단독 보도했고, 2주 뒤 양양군에서 감리보고서를 단독으로 받아내 보도했습니다.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양양군 담당자를 여러 차례 찾아가 군청 ‘뻗치기’ 끝에 자료를 받아냈습니다.
여전히 책임을 미루고 있는 양양군을 지금도 추적하고 있습니다. MBC강원영동의 연속 보도를 바탕으로 양양 군의회는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을 검토하며, 담당 공무원 징계까지 예고했습니다. 군의원들은 추석이 지난 뒤 시작되는 행정감사에서도 이번 사안을 주요 안건으로 다루겠다고 밝혔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다른 지자체 건축 담당자가 양양군의 안이한 행정을 지적하는 인터뷰가 포함됐습니다. 취재원이 인터뷰에는 응하겠다고 했지만, 공무원 윤리 강령을 근거로 익명을 요청했습니다. 공사 시공을 맡은 업체 현장 소장과 본부장, 그리고 양양군청 허가민원실과 재난안전과에 리포트 작성 때마다 반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시공사 현장 소장과 본부장은 공식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해당 기사에 시공사 입장이 필요해서 비공식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없음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직접취재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없음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무관심 속에 27차례의 땅 꺼짐이 반복됐다는 사실을 세상 밖으로 처음 꺼냈습니다. 양양 낙산 땅 꺼짐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인재’였습니다. 국토부의 사고 현장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살펴보니, 두 차례 있었던 공사 중단도 그나마 감리단에서 내린 조치였습니다. 반년 가까이 사고가 잇따랐지만, 공사 허가를 내준 양양군은 시공사에 고작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한 게 전부였습니다.
건축팀장은 “안전 문제는 건축 부서에서 하는 게 아니다”, 재난안전과장은 "건축 허가 관련은 우리 부서에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서로 책임을 미뤘습니다. 손사래 치는 담당자들의 모습을 그대로 방송했습니다. 양양군은 "시공사와 필요한 공문은 다 주고받았다"라며, "건축법을 보면, 행정에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발뺌했지만, 다른 지자체 건축과 담당자의 인터뷰를 통해 양양군 담당자가 ‘할 수 없는’게 아니라, ‘하지 않았다’라는 사실을 꼬집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에 단독 보도가 나간 뒤 밤 10시부터 연합뉴스를 포함해 SBS와 MBN, CBS 등 주요 매체가 27차례의 땅 꺼짐이 있었다는 보도를 이어갔고, SBS ‘궁금한이야기 Y’ 등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이같은 내용이 방송됐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양양 군의회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양양군의회는 7명의 의원 중 1명을 제외한 6명이 군수와 같은 당 소속입니다. 이번 9대 의회뿐 아니라 8대와 7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의회가 3선인 양양 군수의 추진 사업을 먼저 나서서 감시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양양 땅 꺼짐 사고에 대한 MBC강원영동의 후속 보도가 이어지자, 의회가 양양군청을 추궁하기 시작했습니다. 개회 이후 처음으로 간담회를 개최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담당 공무원들을 문책했습니다. 의회 고유 권한인 행정사무조사권과 징계권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개회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일부 의원은 "먼저 움직이기 낯 뜨거웠는데, 나서줘서 고맙다"라며 지역 의원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군청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 “의회가 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하는 기사만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것도 지역 언론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양양 땅 꺼짐에 대한 MBC강원영동의 연속보도 시작은 다른 언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8월 3일, MBC와 KBS, YTN, G1, JTBC 등 모든 언론은 빠짐없이 현장을 보도했습니다.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 구성을 포함해 한두 차례 더 보도를 이어간 언론사도 있었습니다.
반면, MBC강원영동은 지난달 모두 여섯 차례 뉴스데스크를 통해 양양 땅 꺼짐 문제를 다뤘고, 사고 한 달이 지난 9월에도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양양군은 “공사 중지까지 밀어붙일 권한이 없다”라면서도, 처음에는 관리 감독과 관련한 인터뷰와 정보공개 청구 자료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담당 공무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면서 보도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행정의 공백을 비판할 만한 정확한 근거 자료를 들이밀었기 때문입니다. “권한이 없다”는 양양군의 핑계에는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지자체 공무원의 말을 빌려 비판의 강도를 높였고, 국토부의 공식 인터뷰를 통해 양양군의 행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MBC강원영동 보도의 힘으로 군의회가 나서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군이 스스로 나서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관련 공무원을 소집하고, 행정조사권 발동을 예고하는 등, 개회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양양군 행정에 대한 감시의 칼을 갈고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8월 3일부터 사고 현장 관리 감독의 부실을 비판해온 만큼, 오는 10월 국토부의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끝까지 이어가야 할 보도가 더욱더 힘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기자협회 384회 이달의 기자상 후보로 추천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4회 전체 총평
제384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추적’ 보도와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보도 등 모두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체 제출 작품 79개의 8.8%이다.
취재보도1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YTN ‘김순호 경찰국장 밀고 특채 의혹’ 보도는 초대 수장인 김순호 경찰국장 관련 이슈를 가장 먼저 보도한 점과 오랜 기간이 지난 사안임에도 구체적·객관적으로 검증했고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반론도 충실히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 후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에서 김 국장 퇴진 등 후속 움직임이 일었는데, 출범 초기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 부실에 경종을 울린 점도 주목됐다.
JTBC의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추적’ 보도는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교과서적으로 수행한 모범적 보도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우리 사회 최상위 규범인 헌법을 다루는 직위에 있기에 그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기대되는 헌법재판관의 일탈을 폭로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꼼꼼한 확인 취재를 통해 재판관 본인이 보도 내용을 시인하고 사과한 점은 기사의 완성도가 높다는 반증이다.
KBS의 ‘엘 성착취물 범죄 추적’ 보도는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디지털공간에서 여전히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자세히 보도했다.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성범죄가 심각하다는 점을 다시 일깨우는 한편 갈수록 범행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정부와 사회 일반의 관심과 대책을 촉구하는 매우 좋은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엘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 추적단 불꽃 활동가와 합동취재를 한 점도 돋보였다.
취재보도2부문 수상작인 한겨레의 ‘세계 최대 김해 고인돌 훼손 사태’ 보도는 귀중한 문화재 파괴 현장을 지속적으로 낱낱이 고발해 큰 파장을 일으켰고 문화재청의 진상 조사와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지면서 그동안 무분별하게 이뤄진 문화재 훼손에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평가됐다. 특히 지역에서 발생한 사안을 서울 소재 언론이 먼저 보도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선 이 기사가 1, 2면 등 종합면에 배치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신문의 면 배치와 관련해 귀담아들을 주장 아닌가 싶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13개 출품작 가운데 중앙일보의 ‘징벌인가 공정인가-대체복무리포트’ 보도와 한국일보의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보도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중앙일보는 2018년 헌법재판소 판결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용됐고, 2020년 10월 첫 대체복무자 64명이 처음으로 시작한 ‘36개월 교도소 합숙 복무’를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봤다. 현상을 평면적으로 기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외 대체복무 제도와 비교하면서 사회 복지 사각지대에서 대체복무자들을 활용하면 안보와 인권, 사회적 이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대안까지 제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의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보도는 요즘 가장 쉽게 접하면서도 실체를 알기 어려운 ‘정치 유튜버’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구독에 따른 대가, 현장에서 받는 후원금, 계좌를 통해 받는 돈 등 많게는 일주일에 수백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더 자극적인 방송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을 잘 짚어냈다. 이 기사는 ‘정치 유튜버’의 일상을 통해 ‘구독자의 팬덤화’를 공고히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단순한 비판 차원에서 벗어나 정치 유튜버들이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던 점을 잘 짚어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인 울산MBC의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보도는 심사위원회가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던 작품이었다. 울산 천전리와 대곡리 암각화를 세계에 소개하겠다는 포부도 멋졌으며, 이를 무리 없이 풀어낸 짜임새가 국내외 방송상을 휩쓴 전작 ‘고래’만큼이나 훌륭했다고 평가됐다. 지역방송의 제작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에 심사위원 모두가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