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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제384회 · 2022년 8월 취재보도1부문 출품 1-12

‘엘’ 성착취물 범죄 추적

KBS 사회부

공적설명서

기자가 직접 쓴 취재 착수 경위와 제작 과정

취재착수 · 단독취재
한국기자상 추가 공적설명서 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0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취재는 5월 말, 한 통의 제보로 시작했습니다. 한 미성년자 A의 피해 내용이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어른들에게 단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부 대화 캡처본만 증거로 첨부돼 왔습니다. ‘실제로 이런 말을 미성년자가 들었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험한 성적인 대화가, 이 미성년자에게 날아들었습니다. 미성년자를 앞에 두고 성적으로 비하하고, 대상화하는 대화가 줄을 이었습니다. 신상을 들먹이는 협박성 발언도 있었습니다. 지어낸 제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디 지어낸 것이길 바랄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취재팀은 제보자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보자는 제보를 하고도, 쉽게 상황을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전화번호도 알리지 않았고, 하루에 한 번 정도만 대답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보복이 두려워서인지, 굉장히 조심스러워 했습니다. 설득 끝에 며칠 뒤 제보자에게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그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텔레그램 대화뿐이 아니었습니다. 미성년자들이 강제로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실제로 성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제보에 등장한 A뿐 아니라 미성년 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며칠 뒤 다시 제보자는, 해당 영상과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차마 누를 수 없는 파일 수백 개가 KBS 앞으로 전송됐습니다. 텔레그램 대화와, 영상물을 토대로 유추해보니 주동자는 1명으로 압축됐습니다. 추후에 저희가 ‘엘’이라는 가칭으로 보도한 그였습니다. 제보자는 “엘이라는 인물은 n번방 사건 주범들(박사, 갓갓)보다 악랄하다. 미성년자들만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확히 피해를 확인하고자, 피해자 A에게도 SNS를 통해 연락을 해봤습니다. A는 앞서 SNS에 ‘엘’에게 받은 피해 사실을 공개하면서 ‘죽어야 끝나는 것이냐’고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A는 취재팀의 개별 연락에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신고하지 않기로 했다’는 SNS 글을 올린 채, 사라졌습니다.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을 두려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취재팀은 텔레그램 대화 캡처와 피해자의 SNS 등을 근거로, ‘엘’이 피해자들에게 영상을 찍도록 강요하고 이를 직접 유포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취재팀은 해당 내용을 좀 더 확인하고 동시에 경찰에도 신고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파일명 : 00녀. ZIP> 제보자가 보낸 300개가 넘는 영상 속엔,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미성년자들이 등장했습니다. 초점 없는 눈으로, 성행위 영상을 찍는 모습이었습니다. 취재팀은 영상을 직접 확인하기로 판단하고 제한된 인원만 파일을 열어봤습니다. 불법 성착취물이 맞는지, 또 영상 속에서 ‘가해자’를 특정할 근거가 없을 지 찾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영상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여러 피해자들은 몸에 ‘엘 주인님’ 이라는 글자를 새겼습니다. 매우 가학적이었습니다. 이것만 보아도, 강제로 촬영된 성착취물이었습니다. 또 누군가 한 명이 주도해서 이 영상을 찍도록 강요했다는 것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 ‘성 착취’를 이어갈 수 있도록 가해자가 짜놓은 ‘덫’도 보였습니다. 피해자들은 영상에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거나, 집 주소까지 알리기도 했습니다. 가해자가 신상을 카메라 앞에서 말하도록 시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빌미로 계속해서 영상 촬영을 하도록 협박하는, 악순환이었습니다. 한 영상에선, 방 바깥에 있던 아버지가 영상 속 미성년자를 부르는 소리도 녹음돼 있었습니다. 이에 놀란 피해자가 황급히 녹화를 중지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바깥에 부모가 있는데도 영상을 촬영해야 하는 상황, 자발적인 영상이 아니란 뜻이었습니다. 불법 성착취물이라는 것이 확인된 상황, 소지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되는 아동 성착취물인만큼, 취재팀은 이를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텔레그램에 잠입하다> 이제 추가 증거와 피해자와 가해자를 취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보자는 잠적해서 더 이상 증거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취재팀은 직접 문제의 텔레그램 방에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텔레그램에는 검색만 하면 들어갈 수 있는 ‘음란물 유포’ 방이 여럿 있었습니다. n번방 사건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이 방에서, 많은 이들이 ‘엘’의 영상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엘’이 만든 성착취물이 텔레그램 일부 이용자들에게 ‘인기 있는’ 아이템이었다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엘이 직접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있는 현장을 찾으려면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했습니다. 검색만 하면 들어갈 수 있는 텔레그램방이 ‘하위방’이라면, 그 위에는 ‘상위방’이 있었습니다. 하위방에서 적극적으로 수백 개 이상의 채팅을 하거나, 음란물을 직접 공유해야만 상위방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격이 생겼습니다. 채팅도 그저 ‘수다’가 아닌, 해당 텔레그램방에 맞는 내용이어야 했습니다. 즉, ‘내가 정말 성착취물을 원하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대화로 인증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하위방은 여성들에 대한 성적 비하 발언과 개인 신상 유포, 사진 합성 등이 난무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해야 ‘엘의 자료’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가담자들이 아우성이었던 겁니다. 취재팀도 이런 행위를 해야 상위방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 직접적인 범죄라서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과거 n번방의 경우 ‘돈’을 내면 입장해서 성착취물을 접하는 구조였습니다. 이와 달리 ‘엘’의 영상을 접할 수 있는 상위방은 ‘성착취물에 대한 열정’이 있으면 접근 할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 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유통되던 엘의 성착취물은, 음란사이트나 ‘일베’ 같은 게시판에도 흘러들어갔습니다. 그 세계에서 미성년 피해자들은 ‘○○녀’ 같은, 엘이 붙인 별칭으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텔레그램방에 잠입해 이 같은 ‘엘’의 영상 유포 구조를 알아냈습니다. 또 이 영상들이 퍼져있는 불법 음란사이트 등을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엘의 흔적을 추적하다> 그렇다면 ‘엘’은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텔레그램에서 엘은 자신의 흔적을 쉽게 남기지 않았습니다. 수시로 계정을 탈퇴했고, 닉네임을 바꿨습니다. 또 자신이 활동하던 방을 나가기 일쑤였습니다. ‘박사’ 조주빈이 자신의 방을 만들고 그 방 안에서 ‘권력’을 만들었던 것과 달리, 엘은 이 방 저 방 다니면서 영상을 뿌리고 사라지는 식이었습니다. 영상을 최대한 만들고 널리 유포하는 그 자체가 목적인 범죄자인 듯 했습니다. 취재팀은 이에 우선 하위방들을 중심으로 엘의 흔적들을 모았습니다. 채팅방에 있던 다른 사람이 하는 엘에 대한 평가, 활동 내역들까지 꼼꼼하게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은 ‘엘’을 찬양하기도 하고, 찾아 헤매기도 했습니다. 그들 역시 성착취물 범죄 ‘가담자’ 였습니다. 취재팀은 엘의 성착취물을 찾는 가담자들의 대화를 채증했습니다. 텔레그램 특징은, 뒤늦게 대화방에 참여한 사람들도 이 전 대화나 영상, 사진을 검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취재팀은 대화방 내 과거 엘의 발언들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엘이 했던 작은 농담까지도 놓치지 않고, 모두 채증했습니다. 나중에 엘의 정체를 밝히는 데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입니다. 엘은 보도를 하기 직전인 8월 29일 오후 4시까지도 한 텔레그램방 안에서 참가자들과 대화를 하며 성착취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숨겨진 피해자들> 엘의 정체를 밝히는 것만큼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성착취물을 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범죄이지만, 이를 유통하고 재가공하는 가담자들의 존재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제작-유통-소비로 이어지는 성착취범죄의 고리를 파악할 수 있을거라 봤습니다. 불법 음란사이트는 물론 다크웹, 트위터 등 검색할 수 있는 수단들을 가리지 않고 피해 영상이 올라간 흔적을 수집했습니다. 이미 00녀라는 이름으로 불법 음란사이트에서는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일부 음란사이트에서는 이 영상이 성착취물이라는 것을 알고, ‘엘 영상은 업로드 하지 말라’라는 공지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트위터에서는 이들의 영상을 달라는 가담자들의 하소연도 이어졌습니다. 성착취와 불법 음란물 세계에서, 이미 엘의 존재는 유명세를 넘어 고유명사처럼 불렸습니다. 엘이 만든 영상이 있다고만 하면 텔레그램방에는 금세 수천 명이 모인다는 증언도 여러 참가자들에게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피해 규모는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의 상황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취재팀이 접촉한 피해자는 2명. 하지만 1명은 응답하지 않았고, 다른 1명은 카카오톡 인터뷰에 이어 어렵게 전화 인터뷰까지 이어갔습니다. 이 피해자는 n번방을 추적했던 ‘불꽃’을 사칭한 엘에게 속아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불꽃’ 사칭범은 피해자에게 “당신이 SNS에 올렸던 영상을 유포하고 있는 자가 있는데, 그의 주거지를 알려면 해킹하면 된다. 해킹하려면 당신이 그와 10시간 이상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피해자는 유포범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불꽃’을 믿고 ‘엘’과 밤새 대화를 했습니다. 이 시간동안 ‘엘’은 피해자를 겁박하면서 강제로 성착취물을 찍게 했습니다. 이후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피해자는 경찰 신고까지 했지만 ‘엘’이 잡히지 않아 아무도 믿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또 언제 자신의 영상이 유포될지 몰라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는 말했습니다. “모두가 연대하면 엘을 꼭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몇 달 간 텔레그램의 여러 방과, 엘의 흔적, 또 피해자들의 피해 내용을 살펴보니 엘의 범행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습니다. ①미성년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②트위터를 통해 미성년자에게 접근한다 ③여성 혹은 불꽃을 사칭 하며 ‘너의 사진이 유포되고 있으니 도와주겠다’고 한다 ④ 그 뒤 신상정보를 빼내 성착취물을 만들고, 이 영상을 무료로 배포한다 였습니다. 취재팀은 이러한 엘의 특징이 과거 조주빈 등 범죄와는 또 다른 양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제2의 n번방’이 아닌, 새로운 범죄로서 이 사건을 다루기로 하고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아류’가 아닌, 더 나빠지고 교묘해진 범죄였기 때문입니다. <엘이 잡히기까지...3개월> 8월 말 성착취범 엘을 최초 보도한 이후, KBS는 엘이 잡히기까지 계속해서 후속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뒤에도 수사 진행 상황을 계속 보도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습니다. 그 일환으로 엘의 활동명, 엘의 주거지 특정 등을 취재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 엘이 호주에 산다는 것까지 IP 추적 등을 통해 확인했으나, 경찰 수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보도를 보류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단독 보도 보다는 피해자 구제와 엘의 검거에 초점을 맞춘 보도 원칙을 준수했습니다. 그 결과 엘은 결국 11월 검거됐고 이는 서울경찰청의 대대적인 브리핑을 통해 모든 언론사가 보도하게 됐습니다. 특히 이번 검거는 대한민국 최초로 ‘호주 경찰’ 과의 합동 수사로 이뤄졌습니다. 지구 반대편 호주에 사는 엘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이 호주 경찰에 협조 요청을 했습니다. 또 이례적으로 한국의 경찰 브리핑 시간과 맞춰, 호주 경찰도 동시에 같은 시간에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현지 호주 언론에서도 미성년자를 성착취한 엘 범죄 관련해 대대적인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약자를 대상으로한 범죄에 호주 내 비판 여론도 커졌습니다. 현재는 엘의 송환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얼룩소 원은지 에디터와의 합동 취재> 취재를 이어가던 8월, 얼룩소 원은지 에디터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추적단 불꽃’ 활동을 하며 n번방을 세상에 알린 인물입니다. 원 에디터는 자신이 지난 1월 제보를 받은 성착취 범죄가 있는데, 함께 취재 보도를 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니, 여중생 피해자 A씨가 당한 성착취 범죄였습니다. 그의 아이디와 수법, 계정 등을 파악해보니 KBS가 쫓아왔던 성착취 범죄의 가해자와 같았습니다. 바로 ‘엘’이었습니다. 원 에디터와의 합동 취재로, ‘엘’의 성착취 범죄는 더욱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원 에디터가 피해자로부터 받은 ‘피해자와 엘이 나눈 대화 채증’ 등을 토대로 엘의 수법을 더 구체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엘의 대화 말투, 수법, 피해자의 특징까지 모두 일치했습니다. 엘의 정체가 분명해진 순간이었습니다. 원 에디터와 KBS 합동취재팀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발생하고 있을 수 있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보도를 빨리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엘의 신원이 확보 된 뒤 보도하려면, 피해만 늘어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3개월의 취재 끝에, [악마 ‘엘’이 찍은 성 착취물…‘일베’에서만 4만 번 조회(2022.08.29.)]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원 에디터는 KBS와 인터뷰를 통해, 또 스튜디오에 출연해 취재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원 에디터 또한 ‘텔레그램 방’ 합성물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신상이 공개되지 않도록 가림막을 사용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습니다. ※ 이에 기자협회 회원사가 아니지만, 원은지 얼룩소 에디터를 함께 이달의 기자상 출품자로 상신할 수 있을지, 요청을 드리고 싶습니다. <엘은 어디에나 있다> 취재팀은 성착취 범죄 연속 보도를 준비하면서, ‘엘’ 사건으로만 보도 범위를 국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n번방 사건 이후 법이 개정되고 위장수사까지 가능해지면서 우리 사회는 성착취물 범죄가 줄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팀이 확인해보니, 성착취물은 여전히, 혹은 더 많이 제작되고 유포됐습니다. 취재팀은 ‘미성년자 성착취물’이라는 키워드로 판결문 전수 조사를 벌였습니다. 이 결과 2년 사이에만 140건 넘는 범죄가 있었고, 범죄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잡힌 범죄만 이 정도라면, 실제 SNS에는 더 많은 ‘엘’이, 그리고 그보다도 더 많은 피해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보도를 통해, 이 가해자들이 어떤 수법을 이용해서 미성년자에게 접근하고 착취하는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이 문제에 우리 사회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예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보고자 했습니다. <피해자 우선 보도> [악마 ‘엘’이 찍은 성 착취물…‘일베’에서만 4만 번 조회], 엘과 관련한 첫 기사는 이틀 동안 KBS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로 기록됐습니다. 그만큼 제목만으로도 관심이 집중되는 주제인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은, 피해자를 오히려 더 괴롭게 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피해자 인터뷰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상과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진행했습니다. 무리하게 대면하지 않고, SNS를 통해 먼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부모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도 거듭 확인했습니다. 이후 피해자가 마음을 열고 전화 인터뷰에 응했을 때도, 각 질문을 해도 되는지 먼저 양해를 구한 뒤 진행했습니다. 피해자의 신상이 유출 될만 한 대화는 일절 삼갔습니다. KBS는 피해자의 구체적인 나이도 밝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취재팀은 실제 피해자와 엘의 대화, 엘의 채팅 캡처 화면, 각종 자료 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보도할 경우, 피해자가 한 번 더 괴로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방송에 낼 수 없는 수준의 대화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대화를 모자이크 처리하더라도 오히려 시청자들의 잘못된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해당 자료는 일절 방송에 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를 순화한 언어로 재구성한 대화, 관련 없는 사진으로 자료를 아예 다시 만들어 방송에 썼습니다. ‘실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사건의 심각성을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엘’이라는 가칭을 정한 이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엘’의 실제 닉네임을 검색하면 피해자들의 영상과 사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보도를 보고 시청자들이 이 피해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해, ‘엘’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취재를 하면서 사내에서 공유할 수밖에 없는 정보도 예민하게 다뤘습니다. 자료나 데이터에 접근 가능한 인원을 제한했습니다. 촬영, 편집, CG 제작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보도가 되는 것이 방송 시스템인만큼 제한 된 인원에게만 보도 내용을 사전에 공유하고 편집을 진행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별도 첨부) 보도 직후부터 거의 전 언론사에서 해당 내용을 추종보도 했으며, 또 경찰 수사 내용 등을 추가로 취재해 보도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목록과 내용을 별도 첨부하겠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경찰, 검찰, 정치권이 함께하다> 3년 전 n번방 사건 이후, 취재팀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성착취 범죄’를 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보도로, 성착취 범죄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다시 사회적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피해자 B씨는 지난 1월 얼룩소 에디터에게 제보를 하면서, 파주 경찰서에 이 사건을 신고했는데 수사가 미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파주경찰서로서는 접수된 피해가 1건이었고, 유포 정황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KBS 취재와 신고 이후 해당 사건은 서울경찰청으로 병합됐습니다. 경찰은 다른 피해자들의 사건과 함께 수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보도 이후 서울경찰청은 1개 팀이었던 ‘엘’ 사건 수사팀을 6개 팀, 35명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이는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2대가 모두 투입되는 규모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겠단 취지였습니다. 법무부도 나섰습니다. 보도 이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디지털성범죄 엄정 대응 지시를 대검찰청에 지시 했습니다. 과학수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범죄를 끝까지 추적하고, 성착취물 제작·배포 사범은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를 하는 등 강화된 사건처리 기준을 준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이어졌습니다. 국민의힘은 "경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영상 유포자와 소지자를 정확히 밝히고, 엄중한 법의 처벌로 다시는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참혹했던 'n번방 사태'가 되풀이되고, 더욱 악랄해졌다니 경악과 분노를 느낀다"며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정의당도 철저한 수사를 통한 일벌백계를 강조했습니다. 정부(방송통신위원회, 법무부, 여성가족부, 검찰청, 경찰청)는 관계기관 협의회를 열고 디지털 범죄 피해자들의 ‘잊혀질 권리 보장’을 위한 회의를 갖기도 했습니다. 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엘’ 관련 미성년 피해자 성착취물을 긴급심의해, 523건에 대해 접속을 차단했습니다. 음란물을 유포하던 텔레그램방들 중 일부는 ‘폭파’됐습니다. 보도 이후 처벌이 두려워 스스로 사라진 겁니다. 단 한명의 피해자라도 줄이고 단 한 건의 영상 배포라도 막자는 저희의 1차적인 보도 목표가 이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제보자들이 움직이다> 취재팀은 여전히, 텔레그램에서 ‘엘’을 쫓고 있습니다. 보도 뒤 ‘엘’은 잠적하고 텔레그램을 탈퇴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흔적은 남아있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행적을 2년 넘게 지켜본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 제보자들은 보도 이후 KBS에 엘의 범죄 사실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엘의 주거지나 특성 등이 계속해서 제보로 오고 있습니다. 추가 가해자도 있는 것으로 보여, 취재팀은 추가 취재를 진행하고 검증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증거는 계속해서 경찰에 신고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팀은 제보자와 초기에 연락하던 때부터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하고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단 사실을 인지하고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습니다. 취재기자가 경찰 조사를 받고, 또 공식 신고도 했습니다. 법률 자문을 거쳐, 취재팀 일부만 해당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취재 기자가 아니라면, 이 자료를 요구할 수도 열람할 수도 없도록 관리했습니다. 보도 당시에는 성 착취 피해 영상을 검색할 수 있는 단서가 될 만한 부분을 모두 차단하기 위해, 별도로 그래픽과 채팅 대화 등을 재가공했습니다. 사내 심의에서는 해당 보도에 대해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공중의 지속적인 관심과 인식·이해 제고가 필요하며, 여기에 언론의 중요한 책무가 있다.” “약 3년 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알려지면서 디지털 성범죄 심각성이 전 사회에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는 그전에도 그리고 n번방 이후인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이번 <뉴스9> 에서는 갈수록 범죄 수법이 교묘해지고 은밀해지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심층 취재하여 4일간 깊이 있는 내용으로 보도하여 한국사회에 디지털 성범죄의 문제와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알려내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피해를 겪고 있을 피해자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뉴스 9>의 보도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과 문제를 구체적으로 잘 짚어주었다. 취재 윤리에 대해 알려준 것도 매우 적절했다. 이 사건이 해결 될 때까지 경찰의 수사 상황, 정부 조치 등 후속 보도가 꼭 필요하다.” 등의 평가를 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사항 없습니다. 기존 이달의 기자상 공적설명서 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0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취재는 5월 말, 한 통의 제보로 시작했습니다. 한 미성년자 A의 피해 내용이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어른들에게 단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부 대화 캡처본만 증거로 첨부돼 왔습니다. ‘실제로 이런 말을 미성년자가 들었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험한 성적인 대화가, 이 미성년자에게 날아들었습니다. 미성년자를 앞에 두고 성적으로 비하하고, 대상화하는 대화가 줄을 이었습니다. 신상을 들먹이는 협박성 발언도 있었습니다. 지어낸 제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디 지어낸 것이길 바랄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취재팀은 제보자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보자는 제보를 하고도, 쉽게 상황을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전화번호도 알리지 않았고, 하루에 한 번 정도만 대답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보복이 두려워서인지, 굉장히 조심스러워 했습니다. 설득 끝에 며칠 뒤 제보자에게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그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텔레그램 대화뿐이 아니었습니다. 미성년자들이 강제로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실제로 성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제보에 등장한 A뿐 아니라 미성년 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며칠 뒤 다시 제보자는, 해당 영상과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차마 누를 수 없는 파일 수백 개가 KBS 앞으로 전송됐습니다. 텔레그램 대화와, 영상물을 토대로 유추해보니 주동자는 1명으로 압축됐습니다. 추후에 저희가 ‘엘’이라는 가칭으로 보도한 그였습니다. 제보자는 “엘이라는 인물은 n번방 사건 주범들(박사, 갓갓)보다 악랄하다. 미성년자들만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확히 피해를 확인하고자, 피해자 A에게도 SNS를 통해 연락을 해봤습니다. A는 앞서 SNS에 ‘엘’에게 받은 피해 사실을 공개하면서 ‘죽어야 끝나는 것이냐’고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A는 취재팀의 개별 연락에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신고하지 않기로 했다’는 SNS 글을 올린 채, 사라졌습니다.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을 두려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취재팀은 텔레그램 대화 캡처와 피해자의 SNS 등을 근거로, ‘엘’이 피해자들에게 영상을 찍도록 강요하고 이를 직접 유포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취재팀은 해당 내용을 좀 더 확인하고 동시에 경찰에도 신고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파일명 : 00녀. ZIP> 제보자가 보낸 300개가 넘는 영상 속엔,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미성년자들이 등장했습니다. 초점 없는 눈으로, 성행위 영상을 찍는 모습이었습니다. 취재팀은 영상을 직접 확인하기로 판단하고 제한된 인원만 파일을 열어봤습니다. 불법 성착취물이 맞는지, 또 영상 속에서 ‘가해자’를 특정할 근거가 없을 지 찾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영상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여러 피해자들은 몸에 ‘엘 주인님’ 이라는 글자를 새겼습니다. 매우 가학적이었습니다. 이것만 보아도, 강제로 촬영된 성착취물이었습니다. 또 누군가 한 명이 주도해서 이 영상을 찍도록 강요했다는 것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 ‘성 착취’를 이어갈 수 있도록 가해자가 짜놓은 ‘덫’도 보였습니다. 피해자들은 영상에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거나, 집 주소까지 알리기도 했습니다. 가해자가 신상을 카메라 앞에서 말하도록 시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빌미로 계속해서 영상 촬영을 하도록 협박하는, 악순환이었습니다. 한 영상에선, 방 바깥에 있던 아버지가 영상 속 미성년자를 부르는 소리도 녹음돼 있었습니다. 이에 놀란 피해자가 황급히 녹화를 중지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바깥에 부모가 있는데도 영상을 촬영해야 하는 상황, 자발적인 영상이 아니란 뜻이었습니다. 불법 성착취물이라는 것이 확인된 상황, 소지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되는 아동 성착취물인만큼, 취재팀은 이를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텔레그램에 잠입하다> 이제 추가 증거와 피해자와 가해자를 취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보자는 잠적해서 더 이상 증거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취재팀은 직접 문제의 텔레그램 방에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텔레그램에는 검색만 하면 들어갈 수 있는 ‘음란물 유포’ 방이 여럿 있었습니다. n번방 사건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이 방에서, 많은 이들이 ‘엘’의 영상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엘’이 만든 성착취물이 텔레그램 일부 이용자들에게 ‘인기 있는’ 아이템이었다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엘이 직접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있는 현장을 찾으려면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했습니다. 검색만 하면 들어갈 수 있는 텔레그램방이 ‘하위방’이라면, 그 위에는 ‘상위방’이 있었습니다. 하위방에서 적극적으로 수백 개 이상의 채팅을 하거나, 음란물을 직접 공유해야만 상위방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격이 생겼습니다. 채팅도 그저 ‘수다’가 아닌, 해당 텔레그램방에 맞는 내용이어야 했습니다. 즉, ‘내가 정말 성착취물을 원하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대화로 인증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하위방은 여성들에 대한 성적 비하 발언과 개인 신상 유포, 사진 합성 등이 난무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해야 ‘엘의 자료’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가담자들이 아우성이었던 겁니다. 취재팀도 이런 행위를 해야 상위방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 직접적인 범죄라서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과거 n번방의 경우 ‘돈’을 내면 입장해서 성착취물을 접하는 구조였습니다. 이와 달리 ‘엘’의 영상을 접할 수 있는 상위방은 ‘성착취물에 대한 열정’이 있으면 접근 할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 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유통되던 엘의 성착취물은, 음란사이트나 ‘일베’ 같은 게시판에도 흘러들어갔습니다. 그 세계에서 미성년 피해자들은 ‘○○녀’ 같은, 엘이 붙인 별칭으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텔레그램방에 잠입해 이 같은 ‘엘’의 영상 유포 구조를 알아냈습니다. 또 이 영상들이 퍼져있는 불법 음란사이트 등을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엘의 흔적을 추적하다> 그렇다면 ‘엘’은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텔레그램에서 엘은 자신의 흔적을 쉽게 남기지 않았습니다. 수시로 계정을 탈퇴했고, 닉네임을 바꿨습니다. 또 자신이 활동하던 방을 나가기 일쑤였습니다. ‘박사’ 조주빈이 자신의 방을 만들고 그 방 안에서 ‘권력’을 만들었던 것과 달리, 엘은 이 방 저 방 다니면서 영상을 뿌리고 사라지는 식이었습니다. 영상을 최대한 만들고 널리 유포하는 그 자체가 목적인 범죄자인 듯 했습니다. 취재팀은 이에 우선 하위방들을 중심으로 엘의 흔적들을 모았습니다. 채팅방에 있던 다른 사람이 하는 엘에 대한 평가, 활동 내역들까지 꼼꼼하게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은 ‘엘’을 찬양하기도 하고, 찾아 헤매기도 했습니다. 그들 역시 성착취물 범죄 ‘가담자’ 였습니다. 취재팀은 엘의 성착취물을 찾는 가담자들의 대화를 채증했습니다. 텔레그램 특징은, 뒤늦게 대화방에 참여한 사람들도 이 전 대화나 영상, 사진을 검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취재팀은 대화방 내 과거 엘의 발언들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엘이 했던 작은 농담까지도 놓치지 않고, 모두 채증했습니다. 나중에 엘의 정체를 밝히는 데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입니다. 엘은 보도를 하기 직전인 8월 29일 오후 4시까지도 한 텔레그램방 안에서 참가자들과 대화를 하며 성착취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숨겨진 피해자들> 엘의 정체를 밝히는 것만큼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성착취물을 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범죄이지만, 이를 유통하고 재가공하는 가담자들의 존재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제작-유통-소비로 이어지는 성착취범죄의 고리를 파악할 수 있을거라 봤습니다. 불법 음란사이트는 물론 다크웹, 트위터 등 검색할 수 있는 수단들을 가리지 않고 피해 영상이 올라간 흔적을 수집했습니다. 이미 00녀라는 이름으로 불법 음란사이트에서는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일부 음란사이트에서는 이 영상이 성착취물이라는 것을 알고, ‘엘 영상은 업로드 하지 말라’라는 공지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트위터에서는 이들의 영상을 달라는 가담자들의 하소연도 이어졌습니다. 성착취와 불법 음란물 세계에서, 이미 엘의 존재는 유명세를 넘어 고유명사처럼 불렸습니다. 엘이 만든 영상이 있다고만 하면 텔레그램방에는 금세 수천 명이 모인다는 증언도 여러 참가자들에게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피해 규모는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의 상황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취재팀이 접촉한 피해자는 2명. 하지만 1명은 응답하지 않았고, 다른 1명은 카카오톡 인터뷰에 이어 어렵게 전화 인터뷰까지 이어갔습니다. 이 피해자는 n번방을 추적했던 ‘불꽃’을 사칭한 엘에게 속아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불꽃’ 사칭범은 피해자에게 “당신이 SNS에 올렸던 영상을 유포하고 있는 자가 있는데, 그의 주거지를 알려면 해킹하면 된다. 해킹하려면 당신이 그와 10시간 이상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피해자는 유포범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불꽃’을 믿고 ‘엘’과 밤새 대화를 했습니다. 이 시간동안 ‘엘’은 피해자를 겁박하면서 강제로 성착취물을 찍게 했습니다. 이후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피해자는 경찰 신고까지 했지만 ‘엘’이 잡히지 않아 아무도 믿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또 언제 자신의 영상이 유포될지 몰라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는 말했습니다. “모두가 연대하면 엘을 꼭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몇 달 간 텔레그램의 여러 방과, 엘의 흔적, 또 피해자들의 피해 내용을 살펴보니 엘의 범행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습니다. ①미성년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②트위터를 통해 미성년자에게 접근한다 ③여성 혹은 불꽃을 사칭 하며 ‘너의 사진이 유포되고 있으니 도와주겠다’고 한다 ④ 그 뒤 신상정보를 빼내 성착취물을 만들고, 이 영상을 무료로 배포한다 였습니다. 취재팀은 이러한 엘의 특징이 과거 조주빈 등 범죄와는 또 다른 양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제2의 n번방’이 아닌, 새로운 범죄로서 이 사건을 다루기로 하고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아류’가 아닌, 더 나빠지고 교묘해진 범죄였기 때문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얼룩소 원은지 에디터와의 합동 취재> 취재를 이어가던 8월, 얼룩소 원은지 에디터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추적단 불꽃’ 활동을 하며 n번방을 세상에 알린 인물입니다. 원 에디터는 자신이 지난 1월 제보를 받은 성착취 범죄가 있는데, 함께 취재 보도를 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니, 여중생 피해자 A씨가 당한 성착취 범죄였습니다. 그의 아이디와 수법, 계정 등을 파악해보니 KBS가 쫓아왔던 성착취 범죄의 가해자와 같았습니다. 바로 ‘엘’이었습니다. 원 에디터와의 합동 취재로, ‘엘’의 성착취 범죄는 더욱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원 에디터가 피해자로부터 받은 ‘피해자와 엘이 나눈 대화 채증’ 등을 토대로 엘의 수법을 더 구체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엘의 대화 말투, 수법, 피해자의 특징까지 모두 일치했습니다. 엘의 정체가 분명해진 순간이었습니다. 원 에디터와 KBS 합동취재팀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발생하고 있을 수 있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보도를 빨리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엘의 신원이 확보 된 뒤 보도하려면, 피해만 늘어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3개월의 취재 끝에, [악마 ‘엘’이 찍은 성 착취물…‘일베’에서만 4만 번 조회(2022.08.29.)]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원 에디터는 KBS와 인터뷰를 통해, 또 스튜디오에 출연해 취재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원 에디터 또한 ‘텔레그램 방’ 합성물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신상이 공개되지 않도록 가림막을 사용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습니다. ※ 이에 기자협회 회원사가 아니지만, 원은지 얼룩소 에디터를 함께 이달의 기자상 출품자로 상신할 수 있을지, 요청을 드리고 싶습니다. <엘은 어디에나 있다> 취재팀은 성착취 범죄 연속 보도를 준비하면서, ‘엘’ 사건으로만 보도 범위를 국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n번방 사건 이후 법이 개정되고 위장수사까지 가능해지면서 우리 사회는 성착취물 범죄가 줄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팀이 확인해보니, 성착취물은 여전히, 혹은 더 많이 제작되고 유포됐습니다. 취재팀은 ‘미성년자 성착취물’이라는 키워드로 판결문 전수 조사를 벌였습니다. 이 결과 2년 사이에만 140건 넘는 범죄가 있었고, 범죄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잡힌 범죄만 이 정도라면, 실제 SNS에는 더 많은 ‘엘’이, 그리고 그보다도 더 많은 피해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보도를 통해, 이 가해자들이 어떤 수법을 이용해서 미성년자에게 접근하고 착취하는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이 문제에 우리 사회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예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보고자 했습니다. <피해자 우선 보도> [악마 ‘엘’이 찍은 성 착취물…‘일베’에서만 4만 번 조회], 엘과 관련한 첫 기사는 이틀 동안 KBS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로 기록됐습니다. 그만큼 제목만으로도 관심이 집중되는 주제인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은, 피해자를 오히려 더 괴롭게 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피해자 인터뷰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상과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진행했습니다. 무리하게 대면하지 않고, SNS를 통해 먼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부모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도 거듭 확인했습니다. 이후 피해자가 마음을 열고 전화 인터뷰에 응했을 때도, 각 질문을 해도 되는지 먼저 양해를 구한 뒤 진행했습니다. 피해자의 신상이 유출 될만 한 대화는 일절 삼갔습니다. KBS는 피해자의 구체적인 나이도 밝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취재팀은 실제 피해자와 엘의 대화, 엘의 채팅 캡처 화면, 각종 자료 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보도할 경우, 피해자가 한 번 더 괴로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방송에 낼 수 없는 수준의 대화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대화를 모자이크 처리하더라도 오히려 시청자들의 잘못된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해당 자료는 일절 방송에 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를 순화한 언어로 재구성한 대화, 관련 없는 사진으로 자료를 아예 다시 만들어 방송에 썼습니다. ‘실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사건의 심각성을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엘’이라는 가칭을 정한 이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엘’의 실제 닉네임을 검색하면 피해자들의 영상과 사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보도를 보고 시청자들이 이 피해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해, ‘엘’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취재를 하면서 사내에서 공유할 수밖에 없는 정보도 예민하게 다뤘습니다. 자료나 데이터에 접근 가능한 인원을 제한했습니다. 촬영, 편집, CG 제작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보도가 되는 것이 방송 시스템인만큼 제한 된 인원에게만 보도 내용을 사전에 공유하고 편집을 진행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별도 첨부) 보도 직후부터 거의 전 언론사에서 해당 내용을 추종보도 했으며, 또 경찰 수사 내용 등을 추가로 취재해 보도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목록과 내용을 별도 첨부하겠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경찰, 검찰, 정치권이 함께하다> 3년 전 n번방 사건 이후, 취재팀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성착취 범죄’를 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보도로, 성착취 범죄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다시 사회적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피해자 B씨는 지난 1월 얼룩소 에디터에게 제보를 하면서, 파주 경찰서에 이 사건을 신고했는데 수사가 미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파주경찰서로서는 접수된 피해가 1건이었고, 유포 정황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KBS 취재와 신고 이후 해당 사건은 서울경찰청으로 병합됐습니다. 경찰은 다른 피해자들의 사건과 함께 수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보도 이후 서울경찰청은 1개 팀이었던 ‘엘’ 사건 수사팀을 6개 팀, 35명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이는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2대가 모두 투입되는 규모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겠단 취지였습니다. 법무부도 나섰습니다. 보도 이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디지털성범죄 엄정 대응 지시를 대검찰청에 지시 했습니다. 과학수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범죄를 끝까지 추적하고, 성착취물 제작·배포 사범은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를 하는 등 강화된 사건처리 기준을 준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이어졌습니다. 국민의힘은 "경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영상 유포자와 소지자를 정확히 밝히고, 엄중한 법의 처벌로 다시는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참혹했던 'n번방 사태'가 되풀이되고, 더욱 악랄해졌다니 경악과 분노를 느낀다"며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정의당도 철저한 수사를 통한 일벌백계를 강조했습니다. 정부(방송통신위원회, 법무부, 여성가족부, 검찰청, 경찰청)는 관계기관 협의회를 열고 디지털 범죄 피해자들의 ‘잊혀질 권리 보장’을 위한 회의를 갖기도 했습니다. 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엘’ 관련 미성년 피해자 성착취물을 긴급심의해, 523건에 대해 접속을 차단했습니다. 음란물을 유포하던 텔레그램방들 중 일부는 ‘폭파’됐습니다. 보도 이후 처벌이 두려워 스스로 사라진 겁니다. 단 한명의 피해자라도 줄이고 단 한 건의 영상 배포라도 막자는 저희의 1차적인 보도 목표가 이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제보자들이 움직이다> 취재팀은 여전히, 텔레그램에서 ‘엘’을 쫓고 있습니다. 보도 뒤 ‘엘’은 잠적하고 텔레그램을 탈퇴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흔적은 남아있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행적을 2년 넘게 지켜본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 제보자들은 보도 이후 KBS에 엘의 범죄 사실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엘의 주거지나 특성 등이 계속해서 제보로 오고 있습니다. 추가 가해자도 있는 것으로 보여, 취재팀은 추가 취재를 진행하고 검증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증거는 계속해서 경찰에 신고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팀은 제보자와 초기에 연락하던 때부터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하고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단 사실을 인지하고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습니다. 취재기자가 경찰 조사를 받고, 또 공식 신고도 했습니다. 법률 자문을 거쳐, 취재팀 일부만 해당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취재 기자가 아니라면, 이 자료를 요구할 수도 열람할 수도 없도록 관리했습니다. 보도 당시에는 성 착취 피해 영상을 검색할 수 있는 단서가 될 만한 부분을 모두 차단하기 위해, 별도로 그래픽과 채팅 대화 등을 재가공했습니다. 사내 심의에서는 해당 보도에 대해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공중의 지속적인 관심과 인식·이해 제고가 필요하며, 여기에 언론의 중요한 책무가 있다.” “약 3년 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알려지면서 디지털 성범죄 심각성이 전 사회에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는 그전에도 그리고 n번방 이후인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이번 <뉴스9> 에서는 갈수록 범죄 수법이 교묘해지고 은밀해지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심층 취재하여 4일간 깊이 있는 내용으로 보도하여 한국사회에 디지털 성범죄의 문제와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알려내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피해를 겪고 있을 피해자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뉴스 9>의 보도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과 문제를 구체적으로 잘 짚어주었다. 취재 윤리에 대해 알려준 것도 매우 적절했다. 이 사건이 해결 될 때까지 경찰의 수사 상황, 정부 조치 등 후속 보도가 꼭 필요하다.” 등의 평가를 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사항 없습니다.

취재후기

(384회) ‘엘’ 성착취물 범죄 추적 / KBS

‘엘’ 성착취물 범죄 추적 KBS 황다예 기자 ‘범죄자 ‘엘’의 수사를 촉구합니다.’ 시작은 한 통의 제보였습니다. 미성년자 A가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며, 가해자는 전력이 있는 ‘범죄자’라는 것. 취재 결과 범죄인 건 확실했지만 바로 보도하기엔 망설여졌습니다. 섣부른 보도가 가해자(‘엘’)를 숨게 해 수사에 혼선을 주거나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중 한 명이었던 얼룩소의 원은지 에디터(불꽃 단), 그는 조언했습니다. “가해자들이 잡히는 모습을 많이 보도해서 성착취범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할 필요는 있어요.” 그러나 두 달이 지나고, 8월 초가 됐지만 수사는 미진했습니다. 그즈음 얼룩소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피해자 B씨의 ‘불꽃 사칭’ 가해자와 ‘엘’이 같은 사람인 거 같다.” KBS-얼룩소 취재가 합쳐져 파악된 피해자 6명. 피해자 B는 8개월간 진척이 없던 경찰 수사에 초조해하고 있었습니다. B의 동의를 구하고, 취재팀은 보도를 결정했습니다. “기자님 안녕하세요, 얘 잡아가세요.” 보도 이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취재진을 의식하는 대화가 쏟아졌습니다. 하나둘 방이 폭파됐고, ‘엘’ 영상 등 착취물의 유포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언론이 주목하는 것만으로 성착취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 보도의 의미를 느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디지털 공간에서 아이들이 무방비로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추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앞으로도 이곳을 계속 지켜보고자 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84회 전체 총평

제384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추적’ 보도와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보도 등 모두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체 제출 작품 79개의 8.8%이다. 취재보도1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YTN ‘김순호 경찰국장 밀고 특채 의혹’ 보도는 초대 수장인 김순호 경찰국장 관련 이슈를 가장 먼저 보도한 점과 오랜 기간이 지난 사안임에도 구체적·객관적으로 검증했고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반론도 충실히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 후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에서 김 국장 퇴진 등 후속 움직임이 일었는데, 출범 초기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 부실에 경종을 울린 점도 주목됐다. JTBC의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추적’ 보도는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교과서적으로 수행한 모범적 보도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우리 사회 최상위 규범인 헌법을 다루는 직위에 있기에 그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기대되는 헌법재판관의 일탈을 폭로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꼼꼼한 확인 취재를 통해 재판관 본인이 보도 내용을 시인하고 사과한 점은 기사의 완성도가 높다는 반증이다. KBS의 ‘엘 성착취물 범죄 추적’ 보도는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디지털공간에서 여전히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자세히 보도했다.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성범죄가 심각하다는 점을 다시 일깨우는 한편 갈수록 범행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정부와 사회 일반의 관심과 대책을 촉구하는 매우 좋은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엘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 추적단 불꽃 활동가와 합동취재를 한 점도 돋보였다. 취재보도2부문 수상작인 한겨레의 ‘세계 최대 김해 고인돌 훼손 사태’ 보도는 귀중한 문화재 파괴 현장을 지속적으로 낱낱이 고발해 큰 파장을 일으켰고 문화재청의 진상 조사와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지면서 그동안 무분별하게 이뤄진 문화재 훼손에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평가됐다. 특히 지역에서 발생한 사안을 서울 소재 언론이 먼저 보도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선 이 기사가 1, 2면 등 종합면에 배치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신문의 면 배치와 관련해 귀담아들을 주장 아닌가 싶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13개 출품작 가운데 중앙일보의 ‘징벌인가 공정인가-대체복무리포트’ 보도와 한국일보의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보도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중앙일보는 2018년 헌법재판소 판결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용됐고, 2020년 10월 첫 대체복무자 64명이 처음으로 시작한 ‘36개월 교도소 합숙 복무’를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봤다. 현상을 평면적으로 기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외 대체복무 제도와 비교하면서 사회 복지 사각지대에서 대체복무자들을 활용하면 안보와 인권, 사회적 이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대안까지 제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의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보도는 요즘 가장 쉽게 접하면서도 실체를 알기 어려운 ‘정치 유튜버’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구독에 따른 대가, 현장에서 받는 후원금, 계좌를 통해 받는 돈 등 많게는 일주일에 수백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더 자극적인 방송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을 잘 짚어냈다. 이 기사는 ‘정치 유튜버’의 일상을 통해 ‘구독자의 팬덤화’를 공고히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단순한 비판 차원에서 벗어나 정치 유튜버들이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던 점을 잘 짚어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인 울산MBC의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보도는 심사위원회가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던 작품이었다. 울산 천전리와 대곡리 암각화를 세계에 소개하겠다는 포부도 멋졌으며, 이를 무리 없이 풀어낸 짜임새가 국내외 방송상을 휩쓴 전작 ‘고래’만큼이나 훌륭했다고 평가됐다. 지역방송의 제작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에 심사위원 모두가 동의했다.

이 회차 수상작 2022년 8월

제384회(2022년 8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취재보도1부문 · 3편
김순호 경찰국장 밀고 특채 의혹
1-02 YTN 이준엽·김세호·윤지원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추적
1-06 JTBC 전영희·정종문·박지영·박사라·김지성
‘엘’ 성착취물 범죄 추적 지금 보는 작품
1-12 KBS 김혜주·황현규·황다예·최재혁·이제우
취재보도2부문 · 1편
세계 최대 김해 고인돌 훼손 사태
2-03 한겨레신문 노형석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2편
징벌인가 공정인가 - 대체복무리포트
4-01 중앙일보 여성국·이영근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4-13 한국일보 조소진·이정원·박서영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 1편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9-03 울산MBC 설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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