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단독 기획)
어릴 적 여름이 되면 자주 찾았던 동굴이 취재 아이템으로 문득 떠올랐습니다.
동굴이 지금은 어떤 식으로 관리되고 있는 지, 또 과거에 비해 동굴 관광의 인기가 시들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동굴 전문가 한국동굴연구소 김 련 박사와 통화했습니다.
김 박사는 전국에 있는 동굴 대부분 관리 실태가 엉망일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며칠 뒤 스케줄을 잡고 삼척 환선굴을 사전 답사했습니다.
동굴에 잔뜩 끼어 있는 이끼와 곰팡이를 보는 순간, 비전문가인 저는 물론 동굴 전문가도 혀를 내둘렀습니다. 녹색 오염의 심각성을 육안으로 매우 쉽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굴 관리 실태에 대한 기획 보도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강원도의 경우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천연동굴을 보유한 곳이어서 이번 보도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삼척 환선굴과, 영월 고씨굴, 정선 화암굴을 주요 취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환선굴은 국내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석회동굴이자 동굴 도시를 표방하는 삼척시의 대표적인 동굴입니다. 또 영월 고씨굴은 다양한 동굴 생성물을 자랑하며, 정선 고씨굴은 몇년 전 강원도 기념물에서 천연기념물로 승격 돼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각 자치단체에 동굴 출입 협조 공문을 보내고 승인을 얻은 뒤, 동굴 생태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은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실명으로 인터뷰 했으며, 두 차례 등장하는 익명 취재원은 동일 인물이자 동굴 관리를 담당하는 자치단체 공무원입니다.
애초부터 기자가 직접 기획하고 동굴 전문가를 섭외해 진행한 취재인 만큼 제보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없습니다. 모든 취재는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했으며, 기타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동굴, 이끼에 점령
취재진이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자 삼척 환선굴과 영월 고씨굴, 정선 화암굴 등 도내 주요 천연동굴 3곳의 녹색 오염이 매우 심각했습니다.
녹색 오염은 오랜 시간 조명 불빛을 받아 이끼가 끼는 현상인데, 3곳 모두 곳곳에서 쉽게 오랜 시간 자란 이끼와 곰팡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해 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동굴 3곳 모두 개장 시간 내내 환한 조명을 켜놓고 있는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영월 고씨굴의 경우 실내에 설치된 조명이 300개를 웃돌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자치단체나 동굴 관리 기관이 녹색 오염의 심각성을 알고도 제거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동굴 생태계도 위협
동굴 생태 전문가들과 함께 삼척 환선굴을 집중 탐사했습니다. 동굴 개방 이후 내부 생태계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관광객들이 늘면서 동굴 온도는 상승하고 소음 역시 증가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장에서는 박쥐 서식지가 갈수록 위협받고 있었습니다. 다른 동굴 생물들 역시 동굴 안 여러 스트레스 요인을 피해 미개방 구간으로 피신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쓰레기 방치..시설물 관리도 엉망
동굴 관리의 문제는 녹색 오염 만이 아니었습니다.
환선굴과 고씨굴, 화암굴까지 관람로 주변에는 버려진 쓰레기가 여전히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시설물 관리도 낙제점이었습니다. 환선굴의 경우 지난 2010년 동굴실태조사 때 이미 보수가 필요하다고 지적된 시설물이 무려 12년째 방치된 채 있었습니다.
대기환경 측정기도 먹통이었습니다. 취재진은 환선굴에서 고장 난 대기환경 측정기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동굴 관리자는 고장이 난 줄도 모르고 오랜 기간 점검 일지에 엉터리 수치를 기록해 왔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천연동굴 관리 지침 "있으나 마나"
문화재청은 천연동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훈령으로 '천연동굴 보존 관리 지침'을 정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지침은 허울 뿐 이었습니다. 동굴 훼손을 막기 위해 기본 원칙으로 정한 '안내원 인솔 관람제'는 도내 천연동굴 7곳 가운데 평창 백룡동굴과 삼척 대금굴만 지키고 있었습니다.
또 인솔 관람제가 어려울 경우 관람 인원과 기간을 정해 자율 관람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지만, 나머지 동굴 5곳 모두 인원 제한 없이 관람객을 받고 있었습니다. 지침을 어겨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권고 수준에 그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최근 몇 년간 다른 언론 매체에서 국내 동굴 관리와 운영 방식과 관련해, 본 보도와 같이 집중적으로 취재해 문제점 및 개선점을 보도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보여집니다. 본 기획보도의 특성상 다른 매체에서 후속 보도를 한 사실은 없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G1 기획보도 이후 문화재청이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동굴 관리 대책을 내놨습니다.
특히 보도에서 지적한 ‘천연동굴 보존 관리 지침’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지침이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자치단체의 지침 준수 여부에 따라 제재 및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지침에 담기로 했습니다.
또 오염이 심각한 동굴은 폐쇄하거나 관람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도 지침에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동굴 관리자들이 동굴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 대기환경 측정기가 고장 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수치만 받아 적고 있는 현실과 관련해서는 전국의 자치단체 동굴 책임자들에 대한 전문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색 오염이 심각한 삼척 대이리 동굴지대와 영월 고씨굴은 내년에 환경 모니터링 용역을 실시해 녹색오염 제거를 위한 상시 관리 지침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삼척시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내년에 국비를 확보해 환선굴과 대금굴에 발생한 녹색 오염을 제거하고, 현재 개장 시간 내내 켜지도록 설치 돼 있는 조명을 전부 센서형으로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보도에서 지적한 환선굴의 훼손된 시설물은 보도가 나간 이후 즉시 삼척시에서 정비 작업을 벌여 개선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본 기획 보도는 강원도 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천연동굴의 부실한 관리 실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문화재청과 자치단체의 후속 대책까지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지역 언론의 사명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자평합니다.
특히 문화재청이 제정한 ‘천연동굴 보존 관리 지침’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 지침 개정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 보도 이후 삼척시가 녹색 오염 제거와 조명 개선에 나서기로 한 점도 언론의 순기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노력 덕분이라고 사료됩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천연기념물인 천연 동굴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자치단체들이 동굴 보존과 관리에 더욱 관심을 쏟도록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고도 판단합니다.
아울러 국내 최고 권위의 동굴 분야 전문가들을 섭외, 인터뷰하고 스튜디오에 출연시킴으로써 앞으로 동굴의 관리와 관람 방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쾌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사회에 긍정적이고 가치있는 메시지를 제공했다고 봅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취재, 보도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 사항도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4회 전체 총평
제384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추적’ 보도와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보도 등 모두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체 제출 작품 79개의 8.8%이다.
취재보도1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YTN ‘김순호 경찰국장 밀고 특채 의혹’ 보도는 초대 수장인 김순호 경찰국장 관련 이슈를 가장 먼저 보도한 점과 오랜 기간이 지난 사안임에도 구체적·객관적으로 검증했고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반론도 충실히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 후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에서 김 국장 퇴진 등 후속 움직임이 일었는데, 출범 초기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 부실에 경종을 울린 점도 주목됐다.
JTBC의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추적’ 보도는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교과서적으로 수행한 모범적 보도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우리 사회 최상위 규범인 헌법을 다루는 직위에 있기에 그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기대되는 헌법재판관의 일탈을 폭로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꼼꼼한 확인 취재를 통해 재판관 본인이 보도 내용을 시인하고 사과한 점은 기사의 완성도가 높다는 반증이다.
KBS의 ‘엘 성착취물 범죄 추적’ 보도는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디지털공간에서 여전히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자세히 보도했다.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성범죄가 심각하다는 점을 다시 일깨우는 한편 갈수록 범행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정부와 사회 일반의 관심과 대책을 촉구하는 매우 좋은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엘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 추적단 불꽃 활동가와 합동취재를 한 점도 돋보였다.
취재보도2부문 수상작인 한겨레의 ‘세계 최대 김해 고인돌 훼손 사태’ 보도는 귀중한 문화재 파괴 현장을 지속적으로 낱낱이 고발해 큰 파장을 일으켰고 문화재청의 진상 조사와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지면서 그동안 무분별하게 이뤄진 문화재 훼손에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평가됐다. 특히 지역에서 발생한 사안을 서울 소재 언론이 먼저 보도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선 이 기사가 1, 2면 등 종합면에 배치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신문의 면 배치와 관련해 귀담아들을 주장 아닌가 싶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13개 출품작 가운데 중앙일보의 ‘징벌인가 공정인가-대체복무리포트’ 보도와 한국일보의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보도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중앙일보는 2018년 헌법재판소 판결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용됐고, 2020년 10월 첫 대체복무자 64명이 처음으로 시작한 ‘36개월 교도소 합숙 복무’를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봤다. 현상을 평면적으로 기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외 대체복무 제도와 비교하면서 사회 복지 사각지대에서 대체복무자들을 활용하면 안보와 인권, 사회적 이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대안까지 제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의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보도는 요즘 가장 쉽게 접하면서도 실체를 알기 어려운 ‘정치 유튜버’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구독에 따른 대가, 현장에서 받는 후원금, 계좌를 통해 받는 돈 등 많게는 일주일에 수백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더 자극적인 방송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을 잘 짚어냈다. 이 기사는 ‘정치 유튜버’의 일상을 통해 ‘구독자의 팬덤화’를 공고히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단순한 비판 차원에서 벗어나 정치 유튜버들이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던 점을 잘 짚어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인 울산MBC의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보도는 심사위원회가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던 작품이었다. 울산 천전리와 대곡리 암각화를 세계에 소개하겠다는 포부도 멋졌으며, 이를 무리 없이 풀어낸 짜임새가 국내외 방송상을 휩쓴 전작 ‘고래’만큼이나 훌륭했다고 평가됐다. 지역방송의 제작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에 심사위원 모두가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