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제보+단독취재)
"보육원 출신 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광주CBS의 이번 단독·연속 보도는 과거 취재 과정에서 연을 맺은 지인의 짧은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경찰과 소방당국 등을 통해 해당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보육원 출신 20살 청년 A씨가 자신이 다니는 대학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는 사실이 파악되자 취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진행한 보완 취재를 통해 A씨가 보육원 출신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데스크와 내부 회의를 거쳐 자살 사건이지만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도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숨진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60여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됐지만 그 사이 A씨와 관련된 어떤 신고도 경찰에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A씨는 평소 자신이 수업을 들었던 건물 옥상에 올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학교 인근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가 이를 발견하고 신고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발견됐을지 모를 일입니다.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자립준비청년들의 잇따른 극단적인 선택은 지난 8월에 발생했지만 광주CBS는 앞서 지난 2019년 12월 광주에서 발생한 보육원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진 사건부터 관심을 갖고 단독·연속 보도했습니다. 이후 3개월 간의 심층취재를 이어가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보도를 제작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두 사건에 대한 단독·연속 보도는 보육원생과 보육원 출신 청년들이 짊어져야 하는 무거운 짐에 대해 공감하고 문제의식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보도에 참여한 김한영 기자는 '정신병원으로 끌려간 고아소녀들의 눈물'이라는 보도를 통해 보육원 안에서 발생한 사건을 들춰내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A씨의 사연을 다각도로 취재하는 과정에서 보호기간 연장과 자립수당 지급 등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광주에만 530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있지만 제도권 밖에 놓여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의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보육원에 입소한 아동 중 많게는 40% 정도가 중도 퇴소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관리를 받고 있는 자립준비청년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라고 말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A씨가 극단적 시도를 한 지 엿새 만에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B씨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광주 광산구 한 보육원에 머물던 B씨는 전북의 한 보육치료시설로 옮겨지게 됐습니다.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B씨는 만18세가 되기 한 달 전쯤 보육치료시설에서 나왔고 그 한 달 때문에 자립준비청년으로조차 지정받지 못했습니다. 실제 관할 구청에서는 B씨가 숨지기 전까지 관련 내용을 모르고 있었고 이후 진행한 전수조사에서도 자립수당 등을 지급받지 않고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은 제외됐습니다. A씨의 경우 보호기간을 연장해 양육시설에 등록돼 있는 청년이었지만 극단적 선택을 한 지 60여 시간이 지나도록 실종신고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은 자립준비청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양육시설에서 나오고 싶었던 A씨는 아쉬운 대로 기숙사를 선택했지만 방학을 맞아 가족들이 품으로 돌아간 친구들과 달리 혼자 지내야 했습니다. A씨가 머물던 기숙사에서 극약과 함께 고민을 추정할 수 있는 짧은 메모가 발견된 사실을 고려할 때 우발적인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또 보호기간을 연장했던 A씨의 후원금 통장은 보육원이 관리하고 있었지만 해당 시설에서는 A씨가 금융 앱(toss)을 통해 후원금 대부분을 사용할 때까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후원금이 사회 적응을 위한 종잣돈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겁니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이틀 전 보육원을 방문했고 당일 사례관리를 위해 사회복지사들을 만나 상담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합니다.
광주CBS는 “'어떻게 살지 막막'…보육원 출신 대학생 교정서 극단적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에 대해 단독 보도했습니다. 최초 보도 이후에도 10차례 연속 보도를 이어갔고 보건복지부, 광주광역시, 광주 자치구, 대학 교수, 자살예방센터 등 관련 전문가 등을 상대로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이후 “전남 진도군, 자립준비청년 유입해 자립지원 검토…'진도야 함께 살자' 프로젝트”(9월 6일), “보건복지부, 자립준비청년 지원 대책…'재탕·실효성 의문' 지적”(9월 4일), “'후원금 사용했지만 몰랐다'…자립준비청년 '후원금·자립정착금' 체계적 관리 필요”(8월 31일), “'만18세까지 양육시설 머물러야 자립수당'…자립준비청년 요건 완화 필요”(8월 30일), "자립지원청년·보육원아동 자살 고위험군으로 지정·관리해야"(8월 29일), “전문가들, '자립 준비 청년' 위한 사회 안전망 강화 주문”(8월 28일), “'자립 준비 청년' 잇따라 극단적 선택…지원 시설 마련 '시급’”(8월 26일), “광주시, '성장·자립·동행' 보호종료아동 지원체계 '강화'”(8월 25일), “광주서 보육원 출신 20대 여성 극단적 선택…엿새 만에 또 비극”(8월 24일), “보육원 출신 대학 새내기 극단적 선택…자립지원 관리 미흡”(8월 24일) 등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서 김한영 기자가 주도해 보도한 '부모도 국가도 외면한 18살 보육원생의 홀로서기'라는 주제의 기획보도 7편은 “세밑 10대 보육원생 죽음은 '사회적 타살'” 보도를 시작으로 "도대체 몇 명이 더 뛰어내려야 세상이 바뀔까요?(기획보도 1편)", "달랑 500만원 쥐고 길거리에 내몰린 아이들(기획보도 2편)" 등 7편의 기획보도에 이어 "광주 남구, 광주 자치구 최초로 '보호종료아동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 추진"까지 총 13차례 보도했습니다. 이에 광주시의회는 보호종료아동들의 자립 정착금을 기존 500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올리고, 자립 대상 연령을 상향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례를 제정했고 지난해부터 자립준비청년들은 자립정착금 1천만 원을 받고 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익명을 요구한 일부 취재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명을 공개해 보도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 취재원 누구와도 어떤 이해관계도 맺지 않았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 현장 취재를 포함해 보도에 필요한 모든 취재는 광주CBS 박요진, 김한영, 박성은 기자가 직접 취재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 보건복지부와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광주 5개 자치구, 자살예방센터, 경찰 등을 통해 확보한 자립준비청년 관련 통계를 기사에서 활용했습니다. 이들이 제공해주는 통계 수치와 함께 보육원 관계자와 일선 현장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을 관리하는 공직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취재 기간에 광주전남지역에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대면 취재에 다소 제약이 있었지만 가능한 직접 취재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광주CBS가 보육원 출신 자립준비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이후 중앙일간지와 방송사, 통신사 등 대한민국 주요 언론사에서는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일부 중앙지와 방송국에서는 관련 기획보도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광주CBS의 첫 보도 이후 보건복지부에서는 광주 북구청에 실태 파악을 위해 공무원(사무관)을 보냈으며 고아권익보호단체인 ‘고아권익연대’가 진상 규명을 위해 보육원을 찾기도 했습니다. 광주 광산구청에서는 자신들이 관리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5일 보육원에서 자립준비청년이 대학 진학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을 살펴보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돌봄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 지시했습니다. 같은 날 광주광역시는 '성장·자립·동행'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체계 강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이와 관련해 복지부 1차관을 단장으로, 사회복지정책실장을 부단장으로 하는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전담팀(TF)'을 발족했습니다. 전담팀은 청년자립지원반을 통해 자립준비청년, 고립은둔청년 등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을 총괄하고 취약 청년 대상 연계 지원방안, 자립지원전담기관 등 청년 대상 서비스 제공기관 기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의 심정으로 챙겨달라고 지시했습니다. 이후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는 ‘자립준비청년 국가가 부모 심정으로 챙기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광주CBS는 언론윤리강령기준은 물론 자살보도준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과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 모두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4회 전체 총평
제384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추적’ 보도와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보도 등 모두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체 제출 작품 79개의 8.8%이다.
취재보도1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YTN ‘김순호 경찰국장 밀고 특채 의혹’ 보도는 초대 수장인 김순호 경찰국장 관련 이슈를 가장 먼저 보도한 점과 오랜 기간이 지난 사안임에도 구체적·객관적으로 검증했고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반론도 충실히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 후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에서 김 국장 퇴진 등 후속 움직임이 일었는데, 출범 초기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 부실에 경종을 울린 점도 주목됐다.
JTBC의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추적’ 보도는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교과서적으로 수행한 모범적 보도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우리 사회 최상위 규범인 헌법을 다루는 직위에 있기에 그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기대되는 헌법재판관의 일탈을 폭로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꼼꼼한 확인 취재를 통해 재판관 본인이 보도 내용을 시인하고 사과한 점은 기사의 완성도가 높다는 반증이다.
KBS의 ‘엘 성착취물 범죄 추적’ 보도는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디지털공간에서 여전히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자세히 보도했다.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성범죄가 심각하다는 점을 다시 일깨우는 한편 갈수록 범행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정부와 사회 일반의 관심과 대책을 촉구하는 매우 좋은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엘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 추적단 불꽃 활동가와 합동취재를 한 점도 돋보였다.
취재보도2부문 수상작인 한겨레의 ‘세계 최대 김해 고인돌 훼손 사태’ 보도는 귀중한 문화재 파괴 현장을 지속적으로 낱낱이 고발해 큰 파장을 일으켰고 문화재청의 진상 조사와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지면서 그동안 무분별하게 이뤄진 문화재 훼손에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평가됐다. 특히 지역에서 발생한 사안을 서울 소재 언론이 먼저 보도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선 이 기사가 1, 2면 등 종합면에 배치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신문의 면 배치와 관련해 귀담아들을 주장 아닌가 싶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13개 출품작 가운데 중앙일보의 ‘징벌인가 공정인가-대체복무리포트’ 보도와 한국일보의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보도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중앙일보는 2018년 헌법재판소 판결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용됐고, 2020년 10월 첫 대체복무자 64명이 처음으로 시작한 ‘36개월 교도소 합숙 복무’를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봤다. 현상을 평면적으로 기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외 대체복무 제도와 비교하면서 사회 복지 사각지대에서 대체복무자들을 활용하면 안보와 인권, 사회적 이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대안까지 제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의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보도는 요즘 가장 쉽게 접하면서도 실체를 알기 어려운 ‘정치 유튜버’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구독에 따른 대가, 현장에서 받는 후원금, 계좌를 통해 받는 돈 등 많게는 일주일에 수백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더 자극적인 방송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을 잘 짚어냈다. 이 기사는 ‘정치 유튜버’의 일상을 통해 ‘구독자의 팬덤화’를 공고히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단순한 비판 차원에서 벗어나 정치 유튜버들이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던 점을 잘 짚어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인 울산MBC의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보도는 심사위원회가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던 작품이었다. 울산 천전리와 대곡리 암각화를 세계에 소개하겠다는 포부도 멋졌으며, 이를 무리 없이 풀어낸 짜임새가 국내외 방송상을 휩쓴 전작 ‘고래’만큼이나 훌륭했다고 평가됐다. 지역방송의 제작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에 심사위원 모두가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