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기술의 삼성’
하지만 취재진의 눈을 의심케 하는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 다용도실 안 세탁기, 그리고 어지럽게 퍼진 산산조각난 유리 조각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제보자는 연신 “세탁기가 ‘꽝’하고 터졌어요”라는 말밖에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본인도 믿기 어려워하는 눈치였습니다.
당장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설치한 지 2년도 되지 않은 세탁기는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습니다. 드럼통 안에 들어있었던 건 아기용 방수패드. 사용설명서에 방수 패드를 넣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적혀져 있긴 했지만, 패드 한 장을 넣었다고 드럼통이 폭발한다?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제조사는 이젠 전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성전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폭발 사고가 발생한 건 처음이라 제품을 회수해 분석해 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형적인 ‘제보 후 사후조치’가 이뤄지는 흐름이 느껴졌고, 그 찝찝한 느낌은 이후 취재 내내 이어졌습니다.
@ [제보는Y] 빨래 돌리던 삼성 세탁기 '펑' 하고 폭발...방수 패드 때문? 2022년 7월 15일 보도
오래 지나지 않아 그 찝찝함은 현실이 됐습니다. 한 달 뒤에는 서울 공릉동에서 역시 삼성세탁기가 터졌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세탁기 문에 붙어 있던 강화유리가 세탁 중에 터진 겁니다. 삼성전자가 강화도 세탁기 건에서 지적했던 방수패드도 넣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대체 뭘까? 취재진은 의문이 커졌습니다.
공릉동 사고는 다행히 가족들이 외출한 시간에 유리가 깨졌기에 피해는 없었지만, 근처에 사람이 있었다면 자칫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어렵사리 만난 제보자는 더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수리를 위해 가정을 방문한 AS 기사가 “이런 사례가 더 있었다”는 취지로 말한 녹음 파일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구매가의 10% 정도를 보상해주고, 강화유리를 갈아주는 선에서 조치를 마무리하고 있었습니다. ‘이거 보통 사고가 아니구나’를 직감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두 번째로 이어지는 취재에) 이번에는 강화유리가 ‘접착 불량’이라는 대답을 내놨습니다. 공장에서 유리를 잘못 붙여 가동 중에 유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깨졌다면서 사실상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전문가들도 강한 진동이 반복되는 세탁기의 특성상, 유리를 접착이 아닌 접합방식으로 설치해야 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근데 기술의 삼성이 ‘접착 불량’이라니, 그럼 다른 세탁기들은 괜찮을까?
@[제보는Y] 삼성 세탁기 또 '펑'...돌다가 갑자기 유리문 산산조각 2022년 8월 17일 보도
‘세탁기가 터졌다’는 황당한 제보가 접수되는 주기는 더 짧아졌습니다. 다들 YTN 보도를 본 것이었습니다. 며칠 뒤에는 인천 청라동에서 세탁기가 똑같이 깨졌다는 제보가 들어와 또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강화도, 공릉동과 똑같은 상황. 이번에는 다용도실에 청소도구를 집어넣다가 유리가 깨져 사용자가 다리에 찰과상을 입는 등 부상도 있었습니다.
공통적으로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의 ‘묻지마 식’ 대응을 문제 삼았습니다. 청라동에서 만난 제보자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하자마자 상황에 대한 아무런 질문 없이 문짝을 통째로 가져왔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제보자가 말을 하지 않아도 삼성전자는 세탁기가 왜 터졌는지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들어온 제보까지 모두 5건. 한 달 동안 같은 세탁기에서 5건의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는 건 분명한 문제였습니다. 삼성전자는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리콜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가전제품업계에서 ‘리콜’의 무게는 자동차 업계의 그것과는 다르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세탁기 '펑' 모두 5건..."리콜 계획 없다" 2022년 8월 18일 보도
보도가 여러 차례 이어지자, 전국에서 똑같은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제보에 지도를 그려 날짜와 지역, 사진을 꼼꼼히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유리가 깨진 세탁기에는 모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동일한 모델이었고, 구매한 지 2~6개월 정도 된 사실상 새 세탁기라는 점, 그리고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됐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설명대로 접착제가 녹아 강화유리가 흘러내렸다는 설명이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다는 점에 있어서는 분명히 리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소비자들도 집단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부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피해자 단체 소통방과 변호사 선임을 준비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뒤늦게 무상 문 교체 서비스 등 대책을 내놨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책임 회피에 가깝다는 업계 안팎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결국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소비자원이 조사에 착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삼성전자는 조사가 이뤄진 지 3일 만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며 사후 대책안을 다시 내놨습니다. 무상 문 교체 서비스뿐 아니라 해당 모델 22여 종류를 구매한 소비자 10만 8천여 명에 대해 사전 점검 조치까지 제공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런 대응이 사실상 리콜 조치에 해당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폭발' 삼성전자 세탁기 3가지 공통점...정부기관도 조사 2022년 8월 19일 보도
1회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후속의 후속까지 끝까지 파고든 YTN의 연속 보도는 결국 우리나라 1등 기업,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려는데 급급한 글로벌 삼성전자의 부끄러운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 특이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첫 보도 ‘강화도 세탁기 폭발 사고’만 다른 지상파 방송과 동시에 나갔고, 이후 발생한 모든 사례는 YTN이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연이은 보도에 따른 시청자 제보가 계속 이어지면서, YTN이 다녀온 다른 사례자들을 다른 언론사들이 좇아 다시 인용 보도하는 방식으로 보도가 이뤄졌습니다.
한국소비자원, 국가기술표준원의 조사 착수와 이후 삼성전자의 사과문 게시 등은 모든 언론이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YTN이 처음 세탁기 보도를 한 지 한 달 만이었고, 제보를 종합해 분석하는 보도를 한 지는 3일 만이었습니다. 다른 매체들은 국내 굴지의 가전제품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두 세탁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는 사례들을 보도하며 세탁기 생산 공정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비스포크 그랑데’ 모델 라인에서 부끄러울 정도의 하자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내부에서는 스마트씽스 같은 겉모습에 집착하는 대신 상품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세탁기는 생활 필수품입니다. 그것도 한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기업 삼성전자에서 만든 세탁기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는 건 대중뿐 아니라 정부도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두 종류, 세탁기 몇 대가 아니라 22종류 11만 대 가까운 세탁기가 잠재적 ‘폭탄’이 됐다는 사실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안전 표준 기준을 설정하는 기관인 산업통상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보도 직후 삼성전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논란이 된 세탁기가 10만 8천여 대 판매됐다는 사실도 파악했습니다. 국표원과 함께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피해에 대해 자료를 모으기 시작하자, ‘리콜은 절대 할 수 없다’던 삼성전자는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삼성전자에서는 최근 해당 세탁기를 생산한 공장과 라인에 대해서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화유리를 세탁기 문에 부착하는 공정은 삼성전자의 협력사가 담당하는 업무지만, 이번 보도에 있어서는 원청의 책임을 이유로 해당 업체를 공개하는 대신, 자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표원과 한국소비자원과 협의 후 사과 및 후속 조치를 협의한 것으로도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없는 보도입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여부와, 보도 당사자인 삼성전자의 반론신청 및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이 없는 보도입니다.
회차 심사평
제384회 전체 총평
제384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추적’ 보도와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보도 등 모두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체 제출 작품 79개의 8.8%이다.
취재보도1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YTN ‘김순호 경찰국장 밀고 특채 의혹’ 보도는 초대 수장인 김순호 경찰국장 관련 이슈를 가장 먼저 보도한 점과 오랜 기간이 지난 사안임에도 구체적·객관적으로 검증했고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반론도 충실히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 후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에서 김 국장 퇴진 등 후속 움직임이 일었는데, 출범 초기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 부실에 경종을 울린 점도 주목됐다.
JTBC의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추적’ 보도는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교과서적으로 수행한 모범적 보도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우리 사회 최상위 규범인 헌법을 다루는 직위에 있기에 그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기대되는 헌법재판관의 일탈을 폭로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꼼꼼한 확인 취재를 통해 재판관 본인이 보도 내용을 시인하고 사과한 점은 기사의 완성도가 높다는 반증이다.
KBS의 ‘엘 성착취물 범죄 추적’ 보도는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디지털공간에서 여전히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자세히 보도했다.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성범죄가 심각하다는 점을 다시 일깨우는 한편 갈수록 범행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정부와 사회 일반의 관심과 대책을 촉구하는 매우 좋은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엘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 추적단 불꽃 활동가와 합동취재를 한 점도 돋보였다.
취재보도2부문 수상작인 한겨레의 ‘세계 최대 김해 고인돌 훼손 사태’ 보도는 귀중한 문화재 파괴 현장을 지속적으로 낱낱이 고발해 큰 파장을 일으켰고 문화재청의 진상 조사와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지면서 그동안 무분별하게 이뤄진 문화재 훼손에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평가됐다. 특히 지역에서 발생한 사안을 서울 소재 언론이 먼저 보도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선 이 기사가 1, 2면 등 종합면에 배치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신문의 면 배치와 관련해 귀담아들을 주장 아닌가 싶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13개 출품작 가운데 중앙일보의 ‘징벌인가 공정인가-대체복무리포트’ 보도와 한국일보의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보도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중앙일보는 2018년 헌법재판소 판결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용됐고, 2020년 10월 첫 대체복무자 64명이 처음으로 시작한 ‘36개월 교도소 합숙 복무’를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봤다. 현상을 평면적으로 기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외 대체복무 제도와 비교하면서 사회 복지 사각지대에서 대체복무자들을 활용하면 안보와 인권, 사회적 이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대안까지 제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의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보도는 요즘 가장 쉽게 접하면서도 실체를 알기 어려운 ‘정치 유튜버’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구독에 따른 대가, 현장에서 받는 후원금, 계좌를 통해 받는 돈 등 많게는 일주일에 수백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더 자극적인 방송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을 잘 짚어냈다. 이 기사는 ‘정치 유튜버’의 일상을 통해 ‘구독자의 팬덤화’를 공고히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단순한 비판 차원에서 벗어나 정치 유튜버들이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던 점을 잘 짚어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인 울산MBC의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보도는 심사위원회가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던 작품이었다. 울산 천전리와 대곡리 암각화를 세계에 소개하겠다는 포부도 멋졌으며, 이를 무리 없이 풀어낸 짜임새가 국내외 방송상을 휩쓴 전작 ‘고래’만큼이나 훌륭했다고 평가됐다. 지역방송의 제작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에 심사위원 모두가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