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 ⑤ 기타( )
추석 연휴 직후였던 9월 13일 오후 3시쯤, 수도권의 한 요양원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9월 6일 정부가 새 복지 시스템을 개통했는데 작동하지 않았고, 연휴를 보내고 돌아와 업무를 하려니 할 수 있는 게 없단 내용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안 되는지’ 묻자 “아무것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보육시설과 장애인시설에도 물었지만 상황은 같았습니다. 시스템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개발추진단에 이를 아는지 질의하자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보고받고 있고 수정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예삿일이 아니란 판단은 빨랐습니다. 정부가 2020년 4월부터 2년 반 넘는 시간과 1,200억여 원을 들여 개발해 선보인 ‘차세대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전면 통합 개편’이 되며 멈춰버린 기존 시스템을 통해 지원받으며 생계를 의지해온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갈 게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불만을 털어놓던 취재원들은 그러나 인터뷰 요청에는 입을 닫았습니다. “정부 지원금으로 먹고 사는데 불평했다가 불이익을 받으면 어쩌느냐”는 반응이 되풀이됐습니다. 10여 통의 시설을 두드린 끝에 한 요양원이 취재에 응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날 저녁, 최근 개통한 정부의 새 복지 시스템에 일어난 여러 오류로 개통 뒤 일주일간 5천 건 넘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는 현장 상황이 처음 전파를 타고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문제없다”는데, 설명과 다른 현장
첫 보도가 나간 다음날 오전, 보건복지부는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전날 보도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오류가 생겼다며 사과했습니다. 취약계층에는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그 뒤로도 매일 복지시설과 지자체의 상황을 살폈습니다. 시스템 상황은 그러나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습니다. 여러 시설을 찾아 담은 오류 화면과 다른 시설의 데이터가 섞여 들어오는 등의 문제를 전문 개발자들에 보여주고 자문도 구했습니다. “단순히 버그를 잡는 수준에서 고칠 수 있는 오류가 아닌 거 같다”는 게 공통 판단이었습니다. 이후로도 당국은 “큰 문제가 없다”고 수차 밝혔지만, 취재를 할수록 최악의 경우 많은 취약계층이 생활을 의존하는 정기 급여가 제때 지급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단 걸 알게 됐습니다.
여러 통의 익명 제보 메일도 받았습니다. 자신을 복지사라고 소개한 한 제보자는 “정부가 이전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8월 31일부로 현장은 아수라장”이라면서 “왜 언론은 조용한지 이해가 안 된다”고 답답해했습니다. 10년 가까이 복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한 주무관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까봐 겁이 난다”고 우려했습니다.
○우려가 현실로…급여 지급 대란
우려는 곧 현실이 됐습니다. 기초생계비, 주거급여 등이 지급되는 20일을 하루 앞둔 지난 9월 19일 해당 업무를 맡는 전국의 여러 지자체 복지 담당자들로부터 “급여의 정상 지급이 어렵고 자칫 민원 폭주 등 대란이 발생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취재를 거쳐 지급 오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단 점을 보도를 통해 예고했습니다. 같은 날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각각 설명회를 열고 “오류가 거의 다 잡혔고 일부를 수정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정반대인 현장 분위기를 알린 겁니다.
대상자가 더 많은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등이 지급된 9월 23일에도 미지급 대란이 일어난 점을 가장 먼저 전했습니다. 초점은 늘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의 상황에 맞췄습니다. 주거급여를 못 받아 월세를 대지 못 하고, 한부모지원금 등 급여 지급이 다음 달로 미뤄져 급히 대출을 받거나 의료비 지원을 못 받아 한 달째 암 치료를 미루고 있는 사례 등을 다뤘습니다. 얼핏 제보에 기댄 사례 소개처럼 보이기 쉽지만, 실은 인터뷰에 등장한 한 명 한 명이 수급자가 모여 정보를 나누고 마음을 기대는 각종 커뮤니티와 오픈채팅방을 수소문해 어렵게 설득한 이들이었습니다.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자신의 처지를 밖으로 알리길 꺼려 선뜻 카메라 앞에 서길 자처하는 이는 없었던 까닭에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수시로 이곳저곳에 접속해 연락처가 담긴 댓글을 남기고, 설득하는 과정이 지난하게 이어졌습니다.
정부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복지시설과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인 지자체 복지 담당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구 하나 취재가 쉬운 상대는 없었습니다. 후속 보도가 이어지자‘취재를 해달라’는 이메일이 쇄도했지만 익명으로나마 인터뷰에 응해 달라는 요청에는 답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럴수록, 취재를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피해를 받고 시름하는 이들은 도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발과 개통 과정을 파헤치다
취재의 전 과정에서 정부와 업계 1위인 대기업이 주사업자로 참여한 사업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해가며 개발한 시스템이 이렇게 오류투성이인 배경이 궁금했습니다. 이를 알려면 개발 단계에서의 사정과 불완전한 상태에서 개통이 강행된 과정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고군분투 끝에 개발에 깊이 참여한 여러 명의 핵심내부자를 접촉했습니다. 이들로부터 개발을 맡은 컨소시엄의 개발사들과, 사업 운영 및 감독을 맡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간부들이 2주에 한 번씩 개발 과정을 논의한 운영위원회 회의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최소 개통 서너 달 전에는 완성됐어야 할 데이터 전환 개발이 끝나지 않은 채, 테스트도 완전한 형태로 이뤄지지 않고서 시스템을 개통한 과정상의 구조적인 문제를 조목조목 파악해 알렸습니다. 또 복지부가 개통 나흘 전 개발사에 "개통을 앞두고 회의 불참과 핵심인력 이탈 등으로 개통 준비가 매우 우려되고 있다"는 내용의 경고성 공문까지 보낸 사실도 지적했습니다. 공문에는 "기능이 미흡해 개통 이후 현장의 업무차질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국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복지부가 이런 점을 예측하고도 개통을 강행한 책임도 물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 가운데 취약계층 시민,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 등 본인의 요청이 있었던 경우 익명 처리했습니다. 이외 특이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가 SBS의 첫 문제 제기에 설명회를 연 당일인 9월 14일 연합뉴스 등 통신사를 비롯해 JTBC와 MBN이 메인뉴스에서 사안을 조명했습니다. 9월 20일 MBC, 23일에는 KBS에서도 메인뉴스를 통한 추종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지면은 9월 15일 동아일보와 서울신문, 한겨레를 시작으로, 23일에는 한국일보가 1면 등에서 후속 보도했습니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국정감사에서 주요 의제로 사안이 다뤄진 뒤로는 거의 모든 매체가 공통 보도하고 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보도는 시스템의 차질로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연속해서 전해 사안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조명했습니다. 사안을 공론화했을 뿐 아니라, 운영위원회 문건과 여러 명의 내부 핵심 관계자 증언을 통해 시스템의 개발과 개통 과정의 미비점을 밝혀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정보원은 SBS의 보도를 해명하는 차원에서 여러 차례 기자단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새 복지시스템 오류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커져 올해 국정감사에서 주요 화두로 거론됐습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시스템 문제로 제때 필요한 분에게 급여가 나가지 못한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대국민 사과했습니다. 피해를 본 국민들에겐 국가 차원의 손해배상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발을 담당한 컨소시엄의 LG CNS 대표도 증인으로 출석해 “오류가 다량 발생해 많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고통을 안겨준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좀 더 철저하게 사전에 준비하고 테스트했어야 했는데 상당히 미흡했다”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안정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5회 전체 총평
제38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49편이 출품됐으며 이중 4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SBS의 <영빈관 신축 등 대통령실 이전 비용> 보도와 CBS의 <쌍방울·이화영·아태협 ‘대북 커넥션’ 의혹>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정부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영빈관을 새로 짓기 위해 878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사실을 밝혀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부가 공론화 과정도 없이 예산을 편성하고, 불투명하게 집행하려고 한 사실을 집요하게 보도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영빈관 신축 계획 철회를 이끌어낸 점에서 심사위원들이 이견 없이 수작으로 꼽았다. 독창성과 시의성, 영향력이 모두 돋보이는 기사였다.
쌍방울의 대북커넥션을 추적한 CBS 보도는 취재진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오랫동안 인내심을 갖고 추적한 모범적인 보도라는 평이 많았다. 정치권과 산업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취재를 통해 쌍방울을 둘러싼 의혹에 다가가려는 끈질긴 노력이 없었다면 맺기 어려운 결실이었다는 데 심사위원들이 공감했다. 쌍방울과 경기도의 유착을 파헤치는 연속 기사를 쏟아낸 것은 권력 감시와 견제라는 언론의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저당잡힌 미래, 청년의 빚> 보도와 한국일보의 <성 착취 불패의 그늘>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겨레신문 보도는 기자가 대부업체에 장기간 취업해 청년 부채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청년들의 빚에 대해 생계 목적보다는 ‘영끌’, ‘빚투’로만 해석하는 피상적인 보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잠입 취재를 통해 청년 부채의 실태와 청년들의 고통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도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 진실과 마주하려고 한 기자의 도전정신은 저널리즘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성매매 집결지 내 건물과 토지 소유주 실태를 심층 취재한 한국일보 보도는 성매매 영업장소로 쓰인 일부 땅의 소유주가 국가라는 것을 밝혀내 큰 주목을 받았다. 성매매 집결지 170여 필지의 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을 추적하는 품을 들인 취재로 국가와 성매매업자들의 부패 고리를 찾아낸 것은 신선하고 탁월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등가 지주들이 재개발로 돈벼락에 앉는 모순적인 실태를 꼼꼼히 파악해 날카롭게 비판한 점도 주목을 끌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KBS광주 의 <5·18 암매장 진실 첫 확인 등>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19년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과 5·18 당시 실종된 행방불명자의 DNA가 일치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한 보도로 역사적 의미가 컸다. 타 언론의 추종 보도를 이끌어내는 등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42년 동안 끊이지 않았던 암매장 의혹에 대한 진실을 규명한 것은 ‘KBS광주 5·18팀’이 5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취재한 결실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불굴의 기자정신이 느껴진다는 칭찬이 나왔다. 또한 이 보도로 추가 진상규명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는 점에서 뉴스 가치가 높다고 평가할 만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경남신문의 <경남신문 심부름센터>는 소멸 위기지역 주민들의 삶을 기록해 지역 언론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기자들이 심부름꾼을 자처하고 마을 주민들과 어우러지며 소소한 일상과 물리적 불편을 기사화한 것은 참신한 실험이라는 데 심사의원들 의견이 모아졌다. 기자들이 발품을 많이 판 기사라는 점에서 격려할 가치가 크고, 지역 소멸 실태뿐 아니라 대안까지 모색해 솔루션 저널리즘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면기사 뿐 아니라 유튜브 영상 제작으로 소멸지역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도 의미 있는 시도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