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0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지난달 6일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방을 강타했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와 송도해수욕장 등 해안가에서는 태풍피해가 속출했다.
방파제 만들면 뭐합니까. 태풍 매미때도 이 정도 피해는 아니었어요.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고 며칠 뒤 제보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월파를 막기 위해 방재호안 그러니까 해안가를 따라 방파제까지 만들었지만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 침수피해가 발생했다는 얘기였다. 현장을 확인해보니 단순한 태풍피해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인재라는 사실을 확인됐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방파제까지 만들었는데 왜 바닷물이 들어왔나?
부산시는 방재호안을 만든 만큼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부산시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반쪽짜리 방재시설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전체 공사 구간 중 절반만 방재시설을 만들다보니, 공사를 하지 않은 곳에서 월파한 바닷물이 밀려 들어왔다. 입구는 하나, 나머지 삼면은 막혀있는 폐쇄적인 구조였다. 횟집과 수산물 냉동창고에서는 침수피해가 속출했다. 상인들은 30년동안 장사를 하면서 이렇게 큰 피해를 입은 적은 처음이다며 입을 모았다. 수백억을 들인 방재시설이 되레 침수피해를 유발했다.
배수설비에는 문제가 없었나?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었다. 물이 고여 저수지처럼 변했던 만큼 배수 설비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었다. 부산시 건설본부를 통해 배수도면도를 확보했다. 방재호안의 배수설비는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방재호안 바닥이 물이 잘 빠지는 투수 콘크리트로 돼있었다는 점, 다른 하나는 방재호안 둘레를 따라 물이 밑으로 빠지게끔 만든 자연 배수구가 있었다는 점, 나머지 하나는 방재시설 바닥에 매설된 배수관로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배수설비의 정답은 없다. 하지만 설계를 한 업체를 취재해보니 월파량만 감안해 배수설비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축구장 3개보다 큰 방재호안에 배수설비는 초당 10톤 정도의 월파만 막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바닥에 깔린 투수 콘크리트는 제 역할을 못했고 자연 배수구 역시 바닷물과 함께 밀려든 뻘에 막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배수관로 역시 침수피해가 난 곳은 하나 뿐이어서 물을 빼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넓은 방재시설 안의 배수설비는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침수피해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단계 공사도 문제, 당장의 대책은 대피 뿐...
침수피해가 발생했는데도 부산시는 배수 설비를 개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침수를 막을 대책이 뭐냐는 취재진 질문에 부산시는 ‘대피’라고 답했다. 대신 나머지 2단계 공사만 마치면 침수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취재결과 2단계 공사를 해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단계 공사가 끝나는 구간이 문제였다. 방재시설이 일자형태로 가다가 끊기다보니, 방파제 끝부분은 월파에 취약한 구조였다. 특히 2단계 구간도 바닷물이 방재시설 안으로 밀려들면 1단계 구간처럼 침수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1단계 구간에 방재시설을 만드느라 380억이 들었고 2단계 공사에는 600억이 들 예정이다. 반쪽 짜리 방재시설을 하나 더 만드는 것과 다름없었다.
피해보상도 엉터리, 상인들 두 번 울려
수십년동안 해안가에서 장사를 해온 상인들이라 그런지 월파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다. 기차 철로에 까는 두꺼운 나무 판을 출입문과 창문에 덧대 월파를 막아왔다. 그동안 월파로 인한 피해는 유리창 한 두장 깨지는게 다였다고 한다. 하지만 침수피해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반쪽짜리 방재시설로 침수피해가 발생한 만큼, 피해 상인들의 보상 문제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인위적인 시설물로 인한 피해였던 만큼, 부산시에서 책임있는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부산시 재해구호기금으로 보상이 가능한데, 보상범위에 허점이 있었다. 건물 피해만 그것도 최대 2백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이 가능하고 수리비용이 많이 드는 주방용품 등은 보상에서 제외됐다. 행안부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 단체장의 선심성 지원금 남발을 막기 위해 최대 보상액 역시 2백만원으로 정해져있었다. 특히 해안가 바로 옆에 있는 가게다보니 일반 재해보험 가입이 힘들었다. 태풍 피해 우려 지역이다보니 보험사에서도 상인들의 가입을 꺼리는 것이다. 상인들이 든 일반보험은 화재보험 정도였다. 결국 상인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부산시 재해구호기금이 유일했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책임있는 보상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책없이 친수공간 조성에 다시 혈세 투입?
물난리가 난 반쪽짜리 방재호안의 피해 복구 비용은 3억 8천만원. 모래로 덮인 인조잔디 복구에만 1억 2천만원이 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취재과정에서 부산 서구청이 물난리가 난 방재호안의 피해복구를 마치는대로, 친수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확인할 수 있었다. 2억 원을 들여 파크골프장과 풋살장, 안전펜스, 표지판 등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배수설비 개선이나 제대로 된 피해보상은커녕, 친수공간 조성에 2억을 들이겠다니 상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배수설비 개선 등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 매년 침수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크다. 이대로라면 매년 태풍때마다 피해복구에만 다시 수억원을 들여야하는 실정이다. 배수설비 개선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부산시는 서구청이 해야한다는 입장이고, 서구청은 부산시가 해야한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무책임한 행정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특이사항 없음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의 선행보도 없는 KNN의 단독보도였다. KNN 보도 이후, 부산일보에서도 방재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반쪽만 쌓은 남항 방재호안’(부산일보, 9월 20일)
5. 사회에 끼친 영향
부산은 해마다 태풍피해가 발생하는 곳이다. 그만큼 방재시설이 중요한 지역이다. 수백억이나 들인 방재시설이 피해예방은커녕 침수피해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이번 보도를 통해 허술하게 만든 반쪽짜리 방재시설이 되레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향후 건설할 방재시설에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보도 이후, 부산시의회 시정질문에서도 방재호안의 배수설비와 관련해 집중 질타가 쏟아졌다. 물이 자연적으로 빠지게끔 만든 U자형 배수구가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방재호안의 방향이 태풍의 방향과 일치해 파도를 제대로 막지 못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정치권에서는 송도 외항방파제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또 상인들의 피해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행정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제보를 받고 시작한 보도였지만, 단순한 태풍피해가 아니라 인위적인 시설물로 인한 인재라는 점을 확인하고 연속보도를 이어나갔다. 취재팀은 배수 도면도를 단독으로 입수해 수백억 예산을 들여 만든 방재호안의 문제점을 심층 조명했다. 또 앞으로 있을 2단계 방재호안 역시 구조적인 문제점이 많다는 사실도 KNN 취재를 통해서 확인했다. 또 방재호안으로 물이 밀려들고, 차오르는 다양한 영상을 단독으로 확보해 기사의 이해도를 높이고 깊이를 더했다.
7.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385회 전체 총평
제38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49편이 출품됐으며 이중 4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SBS의 <영빈관 신축 등 대통령실 이전 비용> 보도와 CBS의 <쌍방울·이화영·아태협 ‘대북 커넥션’ 의혹>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정부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영빈관을 새로 짓기 위해 878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사실을 밝혀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부가 공론화 과정도 없이 예산을 편성하고, 불투명하게 집행하려고 한 사실을 집요하게 보도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영빈관 신축 계획 철회를 이끌어낸 점에서 심사위원들이 이견 없이 수작으로 꼽았다. 독창성과 시의성, 영향력이 모두 돋보이는 기사였다.
쌍방울의 대북커넥션을 추적한 CBS 보도는 취재진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오랫동안 인내심을 갖고 추적한 모범적인 보도라는 평이 많았다. 정치권과 산업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취재를 통해 쌍방울을 둘러싼 의혹에 다가가려는 끈질긴 노력이 없었다면 맺기 어려운 결실이었다는 데 심사위원들이 공감했다. 쌍방울과 경기도의 유착을 파헤치는 연속 기사를 쏟아낸 것은 권력 감시와 견제라는 언론의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저당잡힌 미래, 청년의 빚> 보도와 한국일보의 <성 착취 불패의 그늘>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겨레신문 보도는 기자가 대부업체에 장기간 취업해 청년 부채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청년들의 빚에 대해 생계 목적보다는 ‘영끌’, ‘빚투’로만 해석하는 피상적인 보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잠입 취재를 통해 청년 부채의 실태와 청년들의 고통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도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 진실과 마주하려고 한 기자의 도전정신은 저널리즘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성매매 집결지 내 건물과 토지 소유주 실태를 심층 취재한 한국일보 보도는 성매매 영업장소로 쓰인 일부 땅의 소유주가 국가라는 것을 밝혀내 큰 주목을 받았다. 성매매 집결지 170여 필지의 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을 추적하는 품을 들인 취재로 국가와 성매매업자들의 부패 고리를 찾아낸 것은 신선하고 탁월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등가 지주들이 재개발로 돈벼락에 앉는 모순적인 실태를 꼼꼼히 파악해 날카롭게 비판한 점도 주목을 끌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KBS광주 의 <5·18 암매장 진실 첫 확인 등>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19년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과 5·18 당시 실종된 행방불명자의 DNA가 일치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한 보도로 역사적 의미가 컸다. 타 언론의 추종 보도를 이끌어내는 등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42년 동안 끊이지 않았던 암매장 의혹에 대한 진실을 규명한 것은 ‘KBS광주 5·18팀’이 5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취재한 결실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불굴의 기자정신이 느껴진다는 칭찬이 나왔다. 또한 이 보도로 추가 진상규명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는 점에서 뉴스 가치가 높다고 평가할 만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경남신문의 <경남신문 심부름센터>는 소멸 위기지역 주민들의 삶을 기록해 지역 언론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기자들이 심부름꾼을 자처하고 마을 주민들과 어우러지며 소소한 일상과 물리적 불편을 기사화한 것은 참신한 실험이라는 데 심사의원들 의견이 모아졌다. 기자들이 발품을 많이 판 기사라는 점에서 격려할 가치가 크고, 지역 소멸 실태뿐 아니라 대안까지 모색해 솔루션 저널리즘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면기사 뿐 아니라 유튜브 영상 제작으로 소멸지역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도 의미 있는 시도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