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차별은 ‘특별한 소수자’만 겪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각자는 차별받는 동시에 차별하는 존재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차별은 대부분 ‘주류’와 ‘소수자’라는 이분법적 틀에서만 논의돼 왔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14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배경에도 특정한 소수자들만을 위한 법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있습니다.
경향신문 사건팀은 한국사회 보편적 인권이 더 확장되려면, 차별을 ‘소수의 일’이 아닌 ‘모두의 일’로 인식하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년기획 시리즈 <가장 보통의 차별>은 차별을 바라보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나와 내 주변에서 누구나 겪고 있는 차별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첫 기획기사입니다.
착안한 개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소수자의 정체성을 감추려고 주류를 연기하는 ‘커버링’, 그리고 서로 다른 소수자성을 가진 개인들이 차별을 주고받는 ‘교차성’의 개념입니다. ‘커버링’은 켄지 요시노 뉴욕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지은 같은 제목의 책에서, ‘교차성’은 지난해 화제가 됐던 김지혜 교수의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참고했습니다. 학술적 용어들이지만, 실제 다양하고 개별적인 차별 경험들을 가진 인물 인터뷰를 통해 쉽고 풍부한 이야기로 전하고자 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완벽한 주류’란 허구이며, 다양한 정체성으로 구성된 개인은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차별하고 차별받는 존재라는 것을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1회에서는 한국 사회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커버링’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차별당하지 않으려고 누구나 ‘커버링’을 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출신 지역, 장애, 성별, 학력, 성적지향, 가족관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차별당하지 않기 위해 소수자성을 숨기는 시민들을 심층 인터뷰했습니다. 기초수급으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키 작은 군 면제 남성, 중국인과 결혼한 북한이탈주민, 뇌병변 장애인 여성, 고교를 중퇴한 동성애자 등을 만났습니다. 주류를 연기하도록 강요받는 현실을 고발하면서, ‘실상 차별사회에서 누구나 연기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라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2회에서는 서로 차별하고 차별당하는 ‘교차차별’의 사회상을 보여줬습니다. 누구나 어떤 측면에서 ‘특권’을 가진 강자인 동시에 ‘차별’을 당하는 약자라는 것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여성으로서 차별당하면서도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대기업 정규직 여성 등 시민 7명을 심층 인터뷰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성폭력사건지원 나침반을 찾아라>에 나오는 도표를 인용해 수정한 ‘차별·특권 원그래프’를 인터뷰 시 작성하도록 해 ‘교차차별’을 시각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이 설문조사와 도표는 전문가의 자문을 거쳤습니다. 국가인권위 진정 사건의 추이를 분석해 ‘무엇이 차별인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분석한 기사도 함께 실었습니다.
2회 기사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함께 제작됐습니다. 독자들이 직접 자신의 ‘차별·특권 원그래프’를 작성하고 의견을 남길 수 있는 온라인 인터랙티브 조사 페이지(http://news.khan.co.kr/kh_storytelling/2020/minor)를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주류성과 소수자성을 체크해보면서 차별이 ‘나의 이야기’라는 점을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 페이지입니다. 1월15일부터 200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3회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원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기사를 제작했습니다.
3회에서는 논의를 종합해 다시 한국 사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는 것을 전했습니다. 추상적인 논의보다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구체적 이야기와 함께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개별 차별금지법을 통해 피해구제를 받은 사람들을 찾았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차별금지법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한국 사회가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단순히 ‘차별할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 아니라 어떤 것이 차별인지 깨닫고 ‘차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법이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동성애 조장’에 대한 종교계의 우려 등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팩트체크’하는 기사를 마련했습니다. 그래픽에는 차별적 인식을 가진 정치인의 발언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시했습니다.
차별과 혐오를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하면서 스스로 차별과 혐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인권단체 모임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여러 인권·법률·문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습니다. 보도 방식이 차별과 혐오에 대한 논의의 지평을 좁히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 취재원이나 제보자와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바이라인을 적은 기자가 직접 취재했습니다. 공인이 아닌 모든 취재원의 말을 인용할 때는 실명·익명 여부를 물었습니다. 취재원이 직장 등에서 받을 불이익을 고려해 사진 촬영을 할 때도 노출 수준을 확인했습니다. 그 외 취재와 보도 과정에 문제가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차별금지법이 14년째 입법에 실패하면서 이를 다룬 선행보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기존 보도들은 대체로 차별금지법의 입법 실패 경과나 윤리적 정당성을 주로 다뤘습니다. <가장 보통의 차별>은 한 발 더 나아가 ‘차별’이라는 주제를 삶의 현실 영역에서 심층적으로 다루면서 입법 필요성을 말했습니다. 입법 문제를 인물 인터뷰와 자체 개발한 지표를 중심으로 다룬 보도로서 유일합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는 국회가 열려 법안이 발의돼야 하지만 보도 시점이 20대 국회가 닫히고 21대 국회가 열리기 전입니다. <가장 보통의 차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다수 공유되며 독자와 인권 활동가·전문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회 전반에 차별 문제와 차별금지법을 숙고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21대 국회 개원 전으로서 제도적 결실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나, <가장 보통의 차별> 보도가 여론을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경향신문에 <가장 보통의 차별> 기획과 사회적 소수자 문제 보도에 대한 강의를 요청해왔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 보도는 언론윤리강령을 모두 준수했습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기존 언론 보도는 ‘사회적 소수자·약자에 대한 차별은 나쁜 것이니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윤리적 정당성을 넘어선 것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언론의 기존 보도 방식을 벗어나 실제 삶의 영역에서 차별은 ‘특별한 소수자’가 아닌 ‘보통 사람’ 모두가 겪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커버링’과 ‘교차차별’이라는 창을 통해서 우리 안의 차별 이야기를 새롭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드러냈다고 봅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진전하지 않으면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사라졌습니다. 21대 국회 구성을 앞두고 차별금지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고 자평합니다.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독자가 설문조사에 참여해 ‘차별·특권 원그래프’를 그리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수 있는 인터랙티브 조사 페이지(http://news.khan.co.kr/kh_storytelling/2020/minor)를 제작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는 다시 지면 기사에 반영해 독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중시하는 ‘디지털 퍼스트’ 가치를 구현했습니다.
기획기사 시리즈가 끝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중국인 혐오 문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하사의 군복무 문제, 트랜스젠더 여성의 숙명여대 입학 문제 등 차별이 한국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차별에 대한 인권 감수성이 한국 사회에 점점 더 필요해지는 시대에 학술적 담론이나 윤리적 정당성에 기대지 않고 실제 현실에 대한 접근으로 차분하게 짚어보는 보도였다고 자평합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3회 전체 총평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제353회(2020년 1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회의 결과, 출품작 44편 중 서울신문의 <2020 수돗물 대해부> 등 모두 7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출품작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안을 국민의 편에서 치열하게 탐색하고 해법을 모색하며, 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경비견)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는 현장 기자들의 땀방울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해 언론의 위상을 회복하고 저널리즘의 본령을 지키는 기자들의 분주한 발걸음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서울경제신문의 <‘아빠찬스’ 국회의장 공관 이용 교육 관련> 보도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의 공천세습 현안과 관련, 현장취재와 함께 공직자 재산변동 내역 확인, 전화 및 서면 인터뷰, 공관 인근 초등학교 학교장 및 교사 등 다수 취재원과의 면담 등을 통해 완성된 땀이 밴 결과물이었다. 이를 통해 봉건적 잔재가 짙은 공천세습이라는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총선 공천과정의 투명성을 높였고, 자칫 놓치기 쉬운 단서들을 포착해냄으로써 사회적 파급력을 높이는 치열한 기자정신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BS의 <‘상갓집 항의’ 등 청와대 관련 수사 방해 의혹>은 검찰 내부에서 진행되는 갈등 상황을 검찰 간부의 상갓집 현장에서 포착해낸 특종으로, 큰 사회적 파급력과 영향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심재철 대검 반부패부장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불기소 의견’과 ‘상갓집 항의’ 사건, 백원우-최강욱 등 전·현직 청와대 비서관 기소와 관련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 및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을 통해 검찰 내부 상황을 잘 보여준 반면, 보도가 지나치게 갈등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MBC의 <살 수 있었던 죽음, 권역외상센터의 좌절>은 이국종 아주대 교수에 대한 욕설 녹취록 파문을 계기로 환자를 외상센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는 ‘바이패스’의 문제점과 현황, 병원 수뇌부의 병상 추가배정 금지 지시 등을 밝혀낸 보도와 함께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제작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다만 선과 악을 가르는 듯한 보도방식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서울신문의 <2020 수돗물 대해부>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를 계기로 전국 각 지자체의 수질 관련 민원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두달에 걸쳐 입수한 뒤 빅데이터로 분석하고, 지방재정이 열악하고 소규모 급수시설이 많은 지역일수록, 또한 가난하고 오래된 동네일수록 수질 민원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취재를 풀어가는 방식과 조사, 사례분석, 인터뷰 등 기획기사의 완결성이 뛰어났다는 점도 높이 평가됐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EBS 교육뉴스부의 <위기의 지구, 교육의 길을 묻다>가 선정됐다. 환경교육이 필요 없다는 편견을 뒤집기 위해 각종 논문과 자료를 검색하고,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한편 가상스튜디오를 만들어 빈약한 환경교육의 문제점과 함께 대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부산CBS의 <목숨 위협하는 소방서 셔터>는 한 줄 제보를 바탕으로 현장취재를 통해 사고 사실을 파악한 뒤, 소방서의 3년간 수리 내역을 분석해 후속 보완대책을 제시하는 등 현장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근본적인 문제를 이슈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TJB대전방송의 <로타바이러스 감염, 산후조리원은 ‘쉬쉬’> 보도는 한 산후조리원의 문제점을 치열한 현장취재를 통해 파악하고, 이를 계기로 취재봉쇄와 홈페이지 폐쇄 등으로 일관하는 조리원을 심층 취재하여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보도였다는 평가와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