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0 )
산후조리원에서 퇴소하던 날, 간호사는 아이가 미열이 있으니 병원에 살짝 들러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좀 더 일찍 해줬더라면, 미열이 아닌 고열이 났으니 응급실이라도 빨리 가보라는 얘기를 해줬더라면 갓 태어난 아이가 시끄러운 기계음이 울려 퍼지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일주일 넘게 입원하지 않았을 텐데...'
제보자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이 생각이 맴돕니다.
건강 문제에서 야속하게도 IF는 통하지 않습니다.
연약하고 여린 신생아의 경우에는 더욱이 IF란 없습니다.
증상이 보였을 때 바로 처치해야 하고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산후조리원에서 2주 동안 머물렀던 신생아는 퇴소하던 날 새벽 4시 38도 넘는 고열이 났습니다. 조리원 측은 부모에게 즉시 알려야 했지만 알리지 않았고 목욕만 시켰습니다. 그리고 6시간 동안 방치하다 퇴소 시간이 되어서야 별일 아닌 것처럼 말했습니다.
병원에 가보니 아기는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바로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로 이송됐습니다. 조리원 측이 보건당국에 알리지 않은 탓에 함께 있던 신생아 8명이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줄줄이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리원은 쉬쉬한 채 보건당국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조리원은 그동안 지역 맘카페를 통해 로타바이러스 등 감염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홍보해 왔습니다. 간호사 중심으로 운영한다며 강조해 왔습니다.
부모들 입장에선 아기와 산모의 건강, 무엇보다 2주 동안 아기가 무탈하기만 하다면 400만 원이 넘는 비용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미흡한 대처와 쉬쉬하는 태도는 그동안의 홍보 내용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보건소는 조리원으로 현장 점검을 나갔고 그 결과 조리원은 가입해야 할 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고, 산모들의 기본적인 건강 점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로타바이러스 감염 문제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문제들이 호박 줄기처럼 불거져 나온 겁니다.
보도 이후 조리원의 태도는 더욱 무책임했습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홈페이지도 폐쇄한 뒤 산모들의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출산을 앞둔 예비 산모들은 하루아침에 다른 조리원을 알아봐야 했고 여전히 피해에 대한 환불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산모 4명 중 3명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에 대한 관리 감독은 여전히 부실합니다. 이번 연속 보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산후조리원의 민낯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길 희망합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처음 제보는 산후조리원에서 한 명의 신생아가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단신 기사로 처리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더 해보니, 감염된 신생아는 한 명이 아닌 8명이었고 쉬쉬하다 사태를 키운 것이 확인됐습니다.
많은 산모들이 산후조리원에 갑니다. 잇따른 감염사고와 학대 등 안전문제에도 불구하고 산모들이 산후조리원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출산을 앞둔 산모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개선점을 찾아본 건 단순히 단독 보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출산 정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합니다.
보도가 나간 뒤 뉴스를 본 전 직원의 제보는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해당 산후조리원이 지난해 5월부터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했고 직원 대부분이 로타바이러스 감염사고 직전 그만뒀다는 겁니다. 요양원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신생아 돌봄에 갓 투입됐고 감염사고에 대처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조리원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다른 병원과 겸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모자보건법까지 위반하며 야간조에 소위 '잠을 자러오는 간호사' 가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연약한 생명을 다루는 일이, 마음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임에도 아니 마음을 쏟는 거는 바라지 않더라도 지킬 건 지켜가며 하는 일임에도 너무나 허술했습니다.
산모들에게 완납을 강요하며 산후조리원 운영 자금을 마련하고, 그럼에도 임금을 체불하고, 월세도 내지 않은 채 겉만 번지르르하게 운영해 왔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 속에서 신생아를 잘 돌볼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저출산 시대라며 출산율을 높이라고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안심할 수 있는 정책과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후조리원의 시설 기준 등에 대한 점검은 물론이고 인적 기준의 점검 또한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첫 보도 이후 타매체에서 관련 보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만약 감염 피해 부모의 제보가 없었다면, 또 TJB의 보도가 없었다면 해당 조리원은 며칠 뒤 버젓이 문을 열고 아무런 개선사항 없이 영업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TJB 보도 이후 타매체 기자들이 감염 피해 부모 인터뷰를 하기 위해 접촉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저희를 신뢰하고 저희와만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진심을 다한 취재가 취재원에게도 그 마음이 전달됐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타매체의 기자들도 이번 보도가, 묻힐 뻔한 감염사고를 밝히고 출산 정책에 대안을 마련한 의미있는 보도라고 평가했습니다. (관련 내용 첨부)
4. 사회에 끼친 영향
세종시는 관내 모든 산후조리원을 대상으로 감염 대처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교육 이후 조리원들의 대처는 훨씬 신속해졌고, 투명해졌다고 합니다. 보건 당국은 로타바이러스는 물론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등 감염병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교육이 적절한 시기에 잘 이뤄졌다고 되레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보건복지부도 산후조리원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컨설팅 사업을 통해 산후조리원의 시설적인 측면과 인적 자원 측면에서 개선방향을 검토하고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TJB시청자 위원회는 이번 보도가 묻힐 뻔한 감염사고에 대한 단독 보도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지역민들 특히 예비 엄마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입장을 대변해 준 진심으로 공감이 됐던 보도라고 평가했습니다.
무엇보다 보도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속 보도를 통해 깊이를 더했고, 추가 제보를 통해 끝까지 예비 부모 편에 서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사회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높이 평가했습니다.
언론 윤리 위반 관련 제소 사항은 없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뒤 첫 연속보도였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세상에 일찍 나온 저희 아기는 신생아중환자실에 2달 가까이 입원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1주일 넘게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기와 떨어져 있었던 감염 피해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진심이 통했는지 피해 부모도 제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고, 다른 예비 산모들과 보도를 본 전 직원분도 저를 찾아와 추가 제보를 해주셨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실제 도움이 되고 싶고,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같이 개선해 보고자 했던 마음이 컸던 만큼 제게도 의미 있는 보도였습니다.
인생에 IF는 없습니다. IF가 없다면 원칙대로 소신대로 정직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신생아를 다루는, 연약한 생명을 다루는 그 마음들이 그 순간 좀 더 진실하고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잇따르는 조리원 내 감염 사고는 최소한 '인재'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여전히 피해 산모들에 대한 환불 조치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심적으로 안정을 취해야 하는 산모들이 이 문제로 속앓이를 하지 않도록 TJB는 끝까지 사회 감시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겠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3회 전체 총평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제353회(2020년 1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회의 결과, 출품작 44편 중 서울신문의 <2020 수돗물 대해부> 등 모두 7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출품작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안을 국민의 편에서 치열하게 탐색하고 해법을 모색하며, 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경비견)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는 현장 기자들의 땀방울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해 언론의 위상을 회복하고 저널리즘의 본령을 지키는 기자들의 분주한 발걸음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서울경제신문의 <‘아빠찬스’ 국회의장 공관 이용 교육 관련> 보도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의 공천세습 현안과 관련, 현장취재와 함께 공직자 재산변동 내역 확인, 전화 및 서면 인터뷰, 공관 인근 초등학교 학교장 및 교사 등 다수 취재원과의 면담 등을 통해 완성된 땀이 밴 결과물이었다. 이를 통해 봉건적 잔재가 짙은 공천세습이라는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총선 공천과정의 투명성을 높였고, 자칫 놓치기 쉬운 단서들을 포착해냄으로써 사회적 파급력을 높이는 치열한 기자정신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BS의 <‘상갓집 항의’ 등 청와대 관련 수사 방해 의혹>은 검찰 내부에서 진행되는 갈등 상황을 검찰 간부의 상갓집 현장에서 포착해낸 특종으로, 큰 사회적 파급력과 영향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심재철 대검 반부패부장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불기소 의견’과 ‘상갓집 항의’ 사건, 백원우-최강욱 등 전·현직 청와대 비서관 기소와 관련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 및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을 통해 검찰 내부 상황을 잘 보여준 반면, 보도가 지나치게 갈등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MBC의 <살 수 있었던 죽음, 권역외상센터의 좌절>은 이국종 아주대 교수에 대한 욕설 녹취록 파문을 계기로 환자를 외상센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는 ‘바이패스’의 문제점과 현황, 병원 수뇌부의 병상 추가배정 금지 지시 등을 밝혀낸 보도와 함께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제작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다만 선과 악을 가르는 듯한 보도방식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서울신문의 <2020 수돗물 대해부>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를 계기로 전국 각 지자체의 수질 관련 민원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두달에 걸쳐 입수한 뒤 빅데이터로 분석하고, 지방재정이 열악하고 소규모 급수시설이 많은 지역일수록, 또한 가난하고 오래된 동네일수록 수질 민원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취재를 풀어가는 방식과 조사, 사례분석, 인터뷰 등 기획기사의 완결성이 뛰어났다는 점도 높이 평가됐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EBS 교육뉴스부의 <위기의 지구, 교육의 길을 묻다>가 선정됐다. 환경교육이 필요 없다는 편견을 뒤집기 위해 각종 논문과 자료를 검색하고,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한편 가상스튜디오를 만들어 빈약한 환경교육의 문제점과 함께 대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부산CBS의 <목숨 위협하는 소방서 셔터>는 한 줄 제보를 바탕으로 현장취재를 통해 사고 사실을 파악한 뒤, 소방서의 3년간 수리 내역을 분석해 후속 보완대책을 제시하는 등 현장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근본적인 문제를 이슈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TJB대전방송의 <로타바이러스 감염, 산후조리원은 ‘쉬쉬’> 보도는 한 산후조리원의 문제점을 치열한 현장취재를 통해 파악하고, 이를 계기로 취재봉쇄와 홈페이지 폐쇄 등으로 일관하는 조리원을 심층 취재하여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보도였다는 평가와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