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O), ② 단독기획(O),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폭발사고 피해, 더 있지 않을까?”
국가 공권력에 의해 3만 명 넘는 민간인이 희생된 제주4·3 당시, 군경이 버리고 간 폭발물로 인해 숨지거나 장애를 갖게 된 아이들이 있습니다. 올해 1월, 4·3특별법에 명시된 4·3 기간(1947년 3월1일~1954년 9월21일)을 2년 가까이 지나 폭발사고로 숨진 어린이 2명이 4·3희생자로 결정됐습니다. 취재진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단독 취재한 이후, 과연 폭발사고로 희생된 피해자들이 이들뿐일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동안 알려졌던 폭발사고 피해는 30여 명의 어린이가 희생된 서귀포 표선국민학교 사고 단 한 건뿐이었습니다.
취재진은 수면 아래 있는 또 다른 피해들을 직접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 동생들이 밝힌 죽음…유일한 기록
1950년 7월 서귀포 표선국민학교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4·3추가진상조사보고서에 유일하게 기록된 폭발사고입니다. 이 사고로 어린이 30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65년 만인 2015년 사건을 공론화시킨 건 형제를 잃은 동생들이었습니다. 뒤늦게나마 형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목격자들을 찾아가 진술을 듣고 제적부까지 확인하며 또 다른 유족들을 찾아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린 겁니다.
취재진은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진상을 밝힌 동생들’의 이야기를 먼저 전했습니다. 그리고 평생 후유 장애를 갖고 살아온 ‘유일한 사고 생존자’와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을 이제는 기록하고 싶은 ‘사고 목격자’를 만나 폭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 76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서귀국민학교 폭발사고
취재 결과, 과거 서귀국민학교였던 서귀포초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시기 폭발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습니다.
4·3추가진상조사보고서 학생 희생자 명단에 있는 ‘서귀국민학교 서근숙’은 학교에서 폭발물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됐다며 직접 희생자 신청을 했습니다. 피해 장소가 학교인 만큼 희생자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동안 관련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취재진은 일단 서근숙 할머니를 찾아가 봤습니다.
서 할머니는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만큼, 76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사고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서 할머니에 따르면 1949년 3월 운동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28명이 다치고 5명이 숨졌다고 합니다.
파편에 맞아 평생 후유증에 시달린 서 할머니는 자신이 희생자로 인정되자 당시 숨진 친구 고 김춘강의 가족에게 연락했다고 합니다.
고 김춘강의 언니는 취재진의 방문에 울음을 쏟으며 처음으로 사고 당시 기억을 털어놨습니다. 교실 바닥에 뚫려있는 구멍에 9연대가 폭발물을 넣어놨고 아이들이 이걸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 동생이 참변을 당했다는 겁니다.
실제 취재진이 확보한 당시 고 김춘강의 생활기록부에는 '폭발사건에 사망'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생활기록부를 뒤져본다면 또 다른 희생자들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수류탄 갖고 놀던 아이들 숨지고 눈 실명
제주시 북촌국민학교 인근에서도 안타까운 폭발사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 확인됐습니다. 북촌국민학교는 4·3 당시 단일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곳입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어느 봄날, 폐허가 된 마을에서 순경 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갖고 놀던 수류탄이 터졌습니다. 이 사고로 6살, 7살 난 어린이 두 명이 숨지고 2명은 파편에 맞아 한 쪽 눈이 실명되는 등 크게 다쳤습니다. 당시 경찰로부터 훈련받던 청년단의 실수였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7살에 숨진 고 황태석의 유족이 지난해 희생자 신청을 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유족이 당시 사고 생존자인 윤상범 씨를 찾아가 보증을 부탁했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윤 씨는 70여 년간 살아남은 미안함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취재진에게 처음으로 당시 사고를 털어놨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들도 희생자로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 고아가 된 아이의 장난감
제주시 북촌국민학교 인근 폭발사고를 취재하면서 폭발사고 피해가 또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피해자는 올해 여든셋 원홍택 할아버지입니다.
원 할아버지는 북촌국민학교 집단 학살 당시 어머니를 잃고 고아가 돼 제주보육원으로 가야 했습니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에 학교 언저리를 맴돌던 원 할아버지는 수류탄 하나를 주워서 보육원에서 친구와 놀다가 폭발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친구는 숨지고 원 할아버지는 오른팔을 잃었습니다.
원 할아버지는 여지껏 이 피해 사실을 꺼내놓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북촌 집단 학살 당시 피해를 당한 줄로만 알았던 원 할아버지의 뒤늦은 고백이었습니다. ‘후회해봤자 소용없지 않으냐’는 할아버지 말 속에서 마음에 박힌 굳은살을 볼 수 있었습니다.
■ 피해는 더 있었다…망가진 네 자매의 삶
취재의 출밤점이 됐던, 올해 초 희생자로 인정받은 어린이 2명은 4·3 기간을 2년가량 지난 1956년 5월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숨졌습니다. 이 때문에 처음엔 불인정 될 뻔하다 심사 보류로 재조사가 이뤄진 끝에 어렵사리 희생자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취재진은 서귀포 남원 어린이 희생자 심사 과정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4·3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불인정 된 사례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수소문 끝에 희생자 인정을 신청한 유족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되고 3개월 뒤인 1954년 12월 송당 민오름에 갔다가 폭발물을 밟아 목숨을 잃은 고 허두현 씨의 딸들입니다.
대들보였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어린 네 자매와 지적장애가 있던 어머니의 삶은 송두리째 무너졌다고 합니다.
네 자매는 10년 전부터 두 차례나 아버지를 4·3희생자로 신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폭발사건이 4·3 기간을 지나 발생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조사조차 받지 못한 겁니다.
취재진은 20분 특집물과 탐사K 5편을 통해 어린이 희생자들을 조명한 이후, 이들의 사연도 리포트로 보도했습니다. 올해 초 기간이 지나도 희생자로 인정된 사례가 나온 만큼 이 사고 역시 재심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희생자나 목격자, 유족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을 기대하며, 해당 내용을 디지털 기사로도 보도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특이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 보도 없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 “폭발사고는 엄연히 4·3 피해”…추가 진상조사 시작
취재 과정에서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취재진에게 “4.3사건이 아니었더라면 왜 그때 거기에 폭발물이 있었겠느냐”며 “어린이들이 신기해서 쇠뭉치를 갖고 놀다가 폭발했다면 그것은 4·3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보도 이후, 제주4·3평화재단 연구조사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4·3평화재단은 정부로부터 4·3 추가진상조사 업무를 맡아 진행하고 있는 곳입니다.
재단 측은 그간 KBS가 확인한 취재 내용과 피해자 명단을 공유해달라고 부탁하며, 당장 5월 초부터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희생자들을 찾아줬다”며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재단 측은 향후 KBS 취재팀과 함께 폭발사고 관련 진상조사를 진행한 뒤, 2025년 발간 예정인 4·3추가진상조사서에 담을 예정입니다.
특히 4·3 기간을 지났다는 이유로 제대로 심사조차 받아보지 못한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네 자매 사연을 파악하고, 향후 추가 희생자 신청 기간 재심사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30여 명으로 추산되는 서귀국민학교 희생자 파악을 위해 제주도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당시 생활기록부 전수 조사에도 착수한다는 계획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4회 전체 총평
10개 부문 45편이 응모한 404회 이달의 기자상에선 어느 때보다 지역 방송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평소 굵직한 단독기사가 넘치던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5편이 도전했으나 한 편의 수상작도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그러나 수도권 경쟁매체들에 비해 취재 환경이 열악한 지역 방송사들이 적잖은 수작을 냈다는 사실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먼저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매일경제신문의 <실손보험 대해부>는 풍부한 사례와 함께 독자들이 궁금해할 이모저모를 잘 짚어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의료대란의 와중에 실손보험 문제가 제기됨으로써 더욱 눈길이 가는 기사였다. 이에 더해 실손보험 문제가 의료체계 왜곡의 원인이라는 진단은 유익하고 예리한 분석이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뽑힌 한국일보의 <산 자들의 10년>은 밀도 있는 취재에 공을 많이 들인 기사여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올해는 세월호 10주년. 이 때문에 세월호 관련 응모작이 6편에 달했다. 이 중에서 한국일보의 기사가 뽑힌 것은 뻔하지 않은 내용에 단단한 취재력까지 돋보인 덕이었다.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까지 인터뷰함으로써 기사의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훌륭했다는 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MBC의 <서울시 모아타운 ‘골목길 쪼개기’ 극성> 보도가 수상했다. 입주권을 노린 지분 쪼개기는 새삼스런 일은 아닌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50여 명을 직접 찾아 사실 관계를 체크한, 여간 공들인 기사가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가 나간 뒤 서울시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사실도 의미 있는 대목이었다.
8편이 응모했던 지역 취재보도부문 가운데 수상작으로 선정된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담합 3년의 기록>은 KBS춘천 기자들의 집요한 추적기였다는 점에서 점수를 땄다. 비록 강원도에선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처음으로 담합 의혹을 제기하고 과징금 징수까지 이끌어 낸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을 훌륭히 해낸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G1방송과 KBS제주가 각각 <해외파견 교환학생 성적 조작 실태>와 <4·3 폭발사고 보고서 ‘장난감의 비극’> 기사로 수상했다. G1방송의 기사는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비리를 폭로해 바로잡을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도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KBS제주 보도는 4·3 사건의 새로운 측면을 발굴해 이에 대한 역사적 관심을 환기시킴으로써 수상작이 됐다. 이 보도로 관련 기관이 추가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도 평가받아 마땅한 대목이었다.
이번 40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수상작 6편 중 3편이 지역 언론사 보도였다. 비록 지역에서 포착된 문제라고 할지라도 얼마든지 전국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해 준 기회였다. 아울러 사건을 어떤 각도에서 접근해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에 따라 참신한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음을 절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