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 ② 단독기획(O)
2. 보도제작경위
“지금껏 해왔던 방식과 관점으로 접근하면 수많은 기사 중 하나로 묻힐지 몰라요.”
지난 1월 말, 한국일보 엑설런스랩과 사회부 기자들이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획물을 막 준비하던 때 들은 의견입니다. 이 말은 취재, 보도하는 내내 마음 깊이 박혀 있었습니다. 저희는 10주기 보도 만큼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울림 있는 새로운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 장벽이 높았습니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보도가 나온데다 대부분 매체가 10주기 기획물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적지 않은 독자가 더는 세월호 보도를 애써 찾아 읽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또는 기시감이나 피로감이 든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취재 방식과 기사 작법, 관점 등 모든 것을 달리해보자.’
한국일보의 ‘산 자들의 10년’ 시리즈(총 4회, 번외편 등 포함 기사 10편·4월12일~25일)는 이런 문제의식과 고민 속에서 나왔습니다.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정확히 모르는 사건. 저희는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에게 진짜 세월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물론 진실을 밝히거나 숨기려 한 이들이 지난 10년 간 어떤 일을 벌이거나 겪었는지 추적했습니다. 취재팀은 2개월여간 서울, 부산, 인천, 강원, 광주, 경기, 경북, 전남, 제주, 충남 지역의 20개 도시에 사는 관련자 93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참사 이후 처음 언론 앞에 선 이들도 많았습니다. 수사·재판과 세월호 조사위원회들의 기록물은 물론 피·가해자들이 쓴 회고록 등 여러 서적도 분석했습니다.
다음은 회차별 보도 내용 요약입니다. 1회 <죄와 벌>에는 참사의 책임이 있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가해자들의 10년을 추적했습니다. 세월호의 기관부 선원 전영준과 전 해양경찰청장 김석균입니다. 두 사람 모두 유가족 입장에서는 용서하기 힘든 인물입니다. 다만, 참사 당시 역할과 이후 이들이 겪은 상황은 달랐습니다. 전영준은 세월호에 임시 채용돼 처음 배를 탄 날 사건이 발생합니다. 승객 구조 책임을 방기한 채 도망간 탓에 징역 1년 6월형을 선고받습니다. 수감 생활 중 ‘딸이 사망했다’를 소식을 듣고는 자신이 저지른 죄를 절감하고 후회와 억울함에 괴로워 한 인물입니다. 그는 2021년 급성 췌장암으로 사망합니다. 이와 대비되는 인물인 김석균은 세월호 구조·수색 작업의 총책임자입니다. 소극적 구조 탓에 304명이 사망했고,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되지만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1회에서는 “거기(배)에서 내가 죽었어야 한다”고 말한 전영준과 “그때(참사 당시)로 돌아간다고 해도 상황이 달라지기는 어렵다”고 주장한 김석균의 이야기를 2면과 3면에 대립하듯 배치해 과연 우리 사회가 가해자를 공정하게 단죄했는지 물었습니다.
2회 <사라진 소년>에는 안산시 월피동의 삼일마트 주인 은인숙·강병길 부부(고 강승묵 군 부모)가 견딘 10년을 담았습니다. 부부는 남매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던 매우 인간적인 부모였습니다. 저희는 이들의 이야기를 신파조로 접근하거나 거리에서 투쟁하는 모습만 보여주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인숙·병길 부부의 개인사를 세월호 참사 관련 주요 장면과 연계해 들려줌으로써 유가족들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을 대유적으로 보여줬습니다.
3회 <서류를 찢다>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장훈이라는 인물이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려 10년간 분투한 과정을 쫓았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여지껏 침몰 원인조차 합의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유가족들은 왜 여전히 진상규명을 외칠 수 밖에 없는지 조명했습니다. 특히 참사 초기 정부의 이해 못할 태도 탓에 음모론에 빠졌던 장훈이 이후 스스로 공부해가며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외력설’(세월호가 잠수함 충돌 등 외부 힘 탓에 침몰했다는 가설)을 마음 속에서 지우는 과정을 통해 유족들을 위한 ‘정치의 부재’를 꼬집었습니다.
4회 <다시 쓰는 그날>에서는 수사와 조사, 과학자들의 연구·분석 등을 통해 확인된 팩트로 세월호 참사의 과정을 재정리했습니다. 또, 3명의 안전 전문가와 함께 대표적인 다중 이용 교통시설인 선박과 지하철을 직접 타보며 안전 현주소를 진단했습니다.
번외편으로 세 편의 내러티브 기사를 썼습니다. 희생자 가족과 친구들의 치유되지 못한 트라우마를 다룬 '벚나무 보며 슬픔 삭였는데…두번째 딸도 떠났다' 편, 남은 가족을 책임지려 분투한 아빠의 사연을 담은 '아들 선물로 주려고 했는데…영정 사진으로 끝난 앨범' 편, 세월호 공범이 된 3등 항해사 박한결 이야기를 다룬 ‘선배 잘 따르던 착실한 딸이 범죄자로 돌아왔다' 편 등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1)메시지 전달+가독성을 모두 잡기 위한 ‘내러티브 정공법’
▶관점의 차별화 : 저희 시리즈가 타 매체의 10주기 기획물과 비교해 눈에 띈 가장 큰 이유는 관점이 다른 내러티브 때문입니다. 뉴스를 스토리로 푸는 내러티브 저널리즘은 독자 몰입도를 가장 높일 수 있는 형식입니다. 또, 사건과 인물의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면을 드러내기에 알맞습니다. ‘산 자들의 10년’에서는 세월호 관련 인물들을 단순히 선악 구도로 구분해 납작하게 다루지 않고 여러 생각 거리를 던질 의도였기에 내러티브가 가장 적합한 형식이 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저희는 기사 도입부나 일부 회차만 내러티브로 쓴 게 아니라 시리즈 전체를 기승전결이 있는 서사로 구성했습니다. 각 회를 완결성을 갖춘 연작 논픽션 형태로 썼습니다. 쉽게 읽히도록 구성해 독자들이 복잡하고 어려운 세월호 이야기에 진입하는 문턱을 낮췄습니다.
저희는 사전 취재를 통해 10주기에 꼭 해야 하는 이야기가 뭔지 정리했습니다. ①참사 책임자들은 공정하게 단죄 받았는지 ②유족들은 지난 10년간 가정 안에서, 사회에서 무슨 일을 겪었으며 이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③분열의 단초가 된 ‘침몰 원인 합의 실패’는 어떤 이유 탓에 벌어졌는지 ④유족들이 과학자들의 설명을 온전히 믿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⑤참사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 등이었습니다. 취재팀은 이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을 찾아 내러티브에 담았습니다.
▶꼭 맞는 인물을 찾기 위한 발품팔이 : 각 인물군의 이야기는 회별로 약 8,000~1만자의 활자에 담겼습니다. 저희는 핵심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발품을 팔았습니다. 덕분에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다면적 인물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동일한 입장과 감정으로 일관한 이들이 아닌 상황 변화 앞에 심리와 행동이 조금씩 달라진 인물을 기사에 담았습니다. 1회에 등장하는 선원 전영준이 대표적입니다. 사실 세월호 가해자들은 모두 개별적 인물들입니다. 그럼에도 언론에서는 하나로 뭉뚱그려 다뤄온 경향이 있습니다. 저희는 각 가해자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전영준이 저지른 악행(승객들을 버리고 도주)뿐 아니라 그가 세월호에 타기 전후의 이야기도 다뤄 독자들에게 생각 거리를 건네고자 했습니다.
숨은 인물을 찾아 이야기 듣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사소한 실마리를 부여잡고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예컨대 2016년 출소한 전영준을 만나기 위해 판결문에 나온 주소지(부산)로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지난 3월 8일, 낡은 아파트 앞에서 종일 기다린 끝에 저녁에 귀가하던 전영준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아내는 자신의 언니와 형부를 불렀고 세 사람으로부터 3시간여 동안 세월호 탑승 전과 출소 후 전영준의 삶에 대해 들었습니다. 아내는 그가 2년여 전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인물의 행적과 심리를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기사에 담는 일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무턱대고 믿을 수는 없었습니다. 여러 방법으로 진술의 진위를 크로스체크 했습니다. 전영준과 편지를 주고 받았던 장헌권 목사를 인터뷰했고, 세월호에 탔던 다른 선원들의 가족에게도 전영준에 대해 물었습니다. 또, 수사·재판 기록 등 공적 서류도 참고해 사실 관계를 확인했습니다. ‘산 자들의 10년’에서 다룬 모든 인물의 사연은 이처럼 치밀하게 검증했습니다.
저희는 세월호 선원과 청해진해운 전직 임원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당사자를 직접 만났거나 그들의 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김영붕, 오용석, 박한결, 신정훈, 신보식, 김영호, 채모 씨(전 청해진해운 임원) 등입니다. 이 가운데 1회 스토리와 결이 맞았던 조타수 오용석의 이야기는 기사에 녹였습니다. 오용석의 사연은 그의 강원도 자택에 두 차례 찾아가 기다린 끝에 아내를 만나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인물의 출소 전후 행보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담았습니다.
구조 실패 책임이 있는 해경 전직 지휘부의 행적도 집요하게 추적했습니다. 해경청장 김석균과는 그가 일하는 충남의 대학 연구실에서 지난 3월 13일 인터뷰했습니다. 참사 이후 언론과 한 첫 단독 인터뷰였습니다. 김석균이 낸 회고록과 재판기록, 해경 참모들의 증언들도 꼼꼼히 살폈습니다. 또, 유일하게 구조 실패 책임을 지고 형사처벌된 해경 123정장 김경일의 행적도 수소문해 그가 전남도의 낙도를 오가는 여객선 ‘땜빵 선장’으로 일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기사에 등장할 유족을 찾는 일은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자칫 2차 가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일처럼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게 중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세월호 관련단체에 추천을 부탁했지만 그동안 언론의 접근 방식에 지친 유족들은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에 취재팀은 참사 10주기 행진 현장에 수차례 직접 가 인물을 찾기로 했습니다. 제주, 진도, 안동, 구미, 정읍, 군산, 인천 등을 행진할 때 찾아가 유족들을 만났고 5~10㎞씩 함께 걸으며 기사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 강승묵 군과 김재훈 군, 이경주 양의 부모님을 발견했습니다. 모두 한사코 인터뷰 거절했지만 기사 의도 등을 오래 설명 들은 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3회 핵심 인물인 장훈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두 달 간 다섯 차례 만났고 수시로 전화하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면 인터뷰는 회당 3~5시간씩 진행했습니다. 또, 장훈이 아내와도 두 차례 인터뷰해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자 애썼습니다. 장훈을 잘 아는 전문가들인 전치형 카이스트 교수, 오지원 변호사 등을 인터뷰하고 조사기구 회의록과 종합보고서도 검토했습니다.
▶가독성과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 : 저희는 기사를 쓰는 데 한 달여의 시간을 들였습니다. 취재는 취재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히 했지만 기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고민도 깊이 했습니다. 우선 제대로 된 내러티브 기사를 쓰기 위해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습니다. 소설과 에세이, 영화 시나리오 등을 활발히 써온 김봄 작가, 국내 대표적 내러티브 연구자인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등입니다. 또, 여러 작법서로 공부하며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과 취재 방법 등을 익혔습니다. 예컨대 독자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가진 고정관념 등을 내려놓고 온전히 저희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리즈 제목이나 기사의 리드부에 ‘세월호’라는 키워드를 넣지 않았습니다. 기사를 다 읽고 나서 독자들이 각자 스토리를 해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또, 주관적 표현을 배제하고 팩트 위주로 스토리를 구성해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하려 했습니다. 온라인 기사의 말미에는 다음 회 내용을 암시하는 에피소드를 언급해 독자가 관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철저한 실명보도 : 기사의 모든 인물을 실명으로 쓰자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소설처럼 읽히도록 구성했지만 본질은 보도물이었기에 독자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했습니다. 다만, 사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가해자 가족이나 실명 노출을 꺼린 유족 일부만 ‘아내’, ‘동생’ 등으로 표현했습니다.
(2)다양한 방법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기 : 영상·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
영상, 인터랙티브 등 독자가 최대한 몰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우선 영상 콘텐츠인 ‘안녕, 나의 동네’(https://youtu.be/a1NvyTpNtgU?si=ttf4LGzRzod5vYw0)에서는 세월호 유족인 은인숙·강병길 부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아들인 강승묵 군이 떠난 뒤 느낀 슬픔을 듣기에 앞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우며 느낀 기쁨과 행복을 듣는 것이 이 부부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영상 중반까지는 작은 동네에 사는 부부의 젊은 시절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개했고 후반부에서 참사 이후 달라진 삶을 조명했습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인 '그날의 책임자들 저울은 공정했을까’(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sewol/)는 세월호 승조원, 청해진해운 임직원, 해경, 고위 공직자 등 직군별로 참사 책임자들이 잘못의 무게만큼 처벌 받았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산 자들의 10년’ 시리즈에 담긴 내용은 개개의 인물로부터 직접 취재했습니다. 또, 스토리텔링이 중심이 됐기에 타매체가 이를 인용 보도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외신인 AFP(Agence France-Presse)는 4월 15일에 보도한 <'It was hell': 10 years after South Korea ferry disaster> 기사에서 전 해경청장 김석균의 인터뷰를 저희 보도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세월호 10주기 기획을 구상할 때 저희의 목표는 ‘세월호 참사를 더는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들 중 단 1명이라도 기사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많은 독자들에게 저희 의도가 잘 전달됐습니다. 10편의 기사는 네이버와 다음, 한국일보 홈페이지에서 모두 130만뷰의 페이지뷰를 기록했습니다.
저희는 본 시리즈의 포털 및 홈페이지 댓글 창을 모두 닫았습니다. 유족 등을 향한 2차 가해를 우려해서입니다. 이 때문에 댓글을 통해 독자 의견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많은 이들이 기사 하나하나를 공유하며 좋은 평가를 해줬습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공개 게시글에서 ”세월호 기사는 제목만 봐도 눈물이 나 피해다녔다“면서 ”하지만 지인의 권유로 읽은 한국일보의 ‘산 자들의 10년’은 눈을 뗄 수 없는 기사들이었다. 눈물이 났지만 이전에 흘렸던 눈물과는 달랐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세월호 관련자들의 얼굴을 제대로 살펴보고 있다는 느낌을 준 첫 기사“, ”10년 내 세월호 참사 문제를 다룬 최고작“,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의 기사“라는 호평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독자들도 있었습니다.
언론계에서도 화제였습니다. 기자협회보에는 각 언론사가 쓴 세월호 10주기 기획을 소개한 4월 16일자 기사에서 '한국일보 기사는 단연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회당 7000~8000자이 장문인 기사는 소설 작법으로 풀어쓴 덕에 술술 읽힌다. 등장 인물들과 그들의 서사 또한 납작하지 않고 입체적이어서 기사의 부제대로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정확히 모르는 사건'이었음을 실감하게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AFP 기자는 페이스북에 올린 공개 게시글에서 ”한국일보 세월호 특집 기사를 자매지인 코리아타임스와 협업해 같은 날 런칭했다면 어땠을까 싶다“면서 ”이 훌륭한 기사들을 온전히 영문으로도 접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호평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산 자들의 10년’ 시리즈는 사내에서 호평 받았습니다.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에서는 ‘좋은 기사’라는 제목으로 올린 사내 게시글에서 저희 보도를 가장 먼저 언급했습니다. 스탠다드실은 “(‘산 자들의 10년’ 시리즈가 언론계 안팎에서) 호응이 컸던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우선 내러티브 서술 방식을 꼽겠다”면서 “타 언론과 SNS까지 경쟁상대인 이 시대에 다양한 글쓰기 형식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모든 기획의 성패를 가르는 건 관점의 전환과 차별화”라면서 “이번 기획은 참사 희생자뿐 아니라 책임자를 조명했고, 사고의 진실만 아니라 왜 진실을 못 받아들이는지 이해하려 한 것 등 시선의 전환도 장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도 지난 3일 열린 회의에서 ‘산 자들의 10년’을 호평했습니다. 박찬희 위원은 "가해자부터 유족까지 다양하게 조명하고, 사고 과정은 팩트 위주로 정리하면서 책임자 처벌은 공정했는지 짚었으며, 정쟁과 음모론으로 아직도 침몰 원인이 사회적으로 결론 나지 못한 점 등 세월호 10주기의 의미를 두루 잘 짚었다"고 말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이 지원은 없었습니다. 보도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도 없었습니다.
취재후기
(404회)산 자들의 10년 / 한국일보
산 자들의 10년
한국일보 유대근 기자
두렵고 막막했습니다. 10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쓰기로 했을 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참사 조사 때 참여한 전문가나 유가족 등을 만나 여러 뒷얘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기사가 그렇지만 참사 10주기 기획물만큼은 더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길 바랐습니다. 평범한 독자들이 세월호 이야기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기사가 되길 바랐습니다. 기사를 읽고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깊고 중층적인 이야기가 있었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취재 방식과 문체, 관점 등 모든 것을 달리해보고자 애썼습니다. 기사를 소설 작법으로 쓴 것도, 지역 곳곳에 숨어 사는 가해자들을 찾아 나선 것도, 그동안 언론 앞에 잘 서지 않던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유가족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참사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세월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사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고민해 볼거리를 던져준 유족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지난 10년간 세월호 참사를 집요하게 취재해온 업계 동료 기자들의 기사를 만났습니다. 그들의 보도 덕분에 저희가 조금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단히 애써온 동료 기자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404회 전체 총평
10개 부문 45편이 응모한 404회 이달의 기자상에선 어느 때보다 지역 방송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평소 굵직한 단독기사가 넘치던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5편이 도전했으나 한 편의 수상작도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그러나 수도권 경쟁매체들에 비해 취재 환경이 열악한 지역 방송사들이 적잖은 수작을 냈다는 사실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먼저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매일경제신문의 <실손보험 대해부>는 풍부한 사례와 함께 독자들이 궁금해할 이모저모를 잘 짚어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의료대란의 와중에 실손보험 문제가 제기됨으로써 더욱 눈길이 가는 기사였다. 이에 더해 실손보험 문제가 의료체계 왜곡의 원인이라는 진단은 유익하고 예리한 분석이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뽑힌 한국일보의 <산 자들의 10년>은 밀도 있는 취재에 공을 많이 들인 기사여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올해는 세월호 10주년. 이 때문에 세월호 관련 응모작이 6편에 달했다. 이 중에서 한국일보의 기사가 뽑힌 것은 뻔하지 않은 내용에 단단한 취재력까지 돋보인 덕이었다.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까지 인터뷰함으로써 기사의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훌륭했다는 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MBC의 <서울시 모아타운 ‘골목길 쪼개기’ 극성> 보도가 수상했다. 입주권을 노린 지분 쪼개기는 새삼스런 일은 아닌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50여 명을 직접 찾아 사실 관계를 체크한, 여간 공들인 기사가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가 나간 뒤 서울시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사실도 의미 있는 대목이었다.
8편이 응모했던 지역 취재보도부문 가운데 수상작으로 선정된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담합 3년의 기록>은 KBS춘천 기자들의 집요한 추적기였다는 점에서 점수를 땄다. 비록 강원도에선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처음으로 담합 의혹을 제기하고 과징금 징수까지 이끌어 낸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을 훌륭히 해낸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G1방송과 KBS제주가 각각 <해외파견 교환학생 성적 조작 실태>와 <4·3 폭발사고 보고서 ‘장난감의 비극’> 기사로 수상했다. G1방송의 기사는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비리를 폭로해 바로잡을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도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KBS제주 보도는 4·3 사건의 새로운 측면을 발굴해 이에 대한 역사적 관심을 환기시킴으로써 수상작이 됐다. 이 보도로 관련 기관이 추가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도 평가받아 마땅한 대목이었다.
이번 40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수상작 6편 중 3편이 지역 언론사 보도였다. 비록 지역에서 포착된 문제라고 할지라도 얼마든지 전국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해 준 기회였다. 아울러 사건을 어떤 각도에서 접근해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에 따라 참신한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음을 절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