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단독기획>
이 보도는 3년 전 시작됐습니다. 당시, 강원도가 만든 알펜시아리조트의 공개 매각이 추진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낙찰자가 발표되기 전, ‘낙찰자가 내정됐다’, ‘개찰 전에 KH그룹이 낙찰 축하 파티를 했다’ 등 입찰을 둘러싼 수상한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즉각 취재팀을 꾸려 확인한 결과, 1조 원짜리 알펜시아리조트에 35만 평(100만㎡)의 미개발지까지 아우르는 막대한 국민의 재산이 부정한 방법으로 거래됐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진짜 고민은 이때부터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알펜시아는 강원도의 애물단지였습니다. 애당초 1조 원에 달하는 빚을 끌어다 지은 탓에 한때 하루 이자가 1억 원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지역 사회의 중론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입찰 부정을 파헤치는 게 옳은가?’, ‘그 파장을 감당할 수 있을까?’ 수 차례의 내부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은 ‘보도하자’였습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라는 판단이었습니다. 무늬만 공매, 공정하지 못한 거래 의혹을 마냥 지나칠 수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현직 3선 도지사와 대기업을 상대로 한 힘겨운 취재가 이어졌습니다. 시민단체의 고발, 사법당국의 수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잇따랐습니다. 이 가운데 첫 번째 결과물인 공정위의 판단이 지난달에야 나왔습니다. “공매는 담합에 의한 것이었다. KH그룹에 과징금 50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입니다. 자칫 묻힐 뻔했던 부조리가 그 실체를 드러낸 것입니다. 이번 보도들은 바로 이 공정위 결정의 의미와 파장을 담았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올해의 보도는 총 6편으로 제작했습니다.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담합 의혹 제기 이후 3년 만에 나온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으로 첫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강원도의 입찰 정보 유출,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방 공공재 매각, 알펜시아의 현재 실태, 전직 도지사와 현직 대기업 총수를 향한 검찰 수사를 다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론 자치단체장의 무분별한 개발 사업과 그 폐해를 보여주고, 용인 경전철 단체장 배상 판결의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3년 전 처음 알펜시아 매각 담합 의혹을 제기할 당시, 취재진은 낙찰사와 경쟁사 두 곳 모두 KH그룹이 만든 회사였다는 내용을 보도에 담았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KH그룹 산하 계열사 70개의 법인등기부와 재무제표 등 관련 자료 수천 장을 뒤졌습니다. 낙찰사와 들러리 기업의 자금 흐름, 핵심 임원의 행적까지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장부가액 1조 원짜리 리조트를 낙찰받은 회사는 공매 입찰 공고 무렵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설립된 신생 법인이었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또, 입찰에 들러리를 섰던 기업은 낙찰사와 자본, 설립 목적, 설립 순서까지 똑같은 쌍둥이 기업이었습니다. 두 회사는 단 3일 차이를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알펜시아 매각의 실체였습니다. 그리고, 이 매각의 뒷면엔 알펜시아 주변 35만 평의 강원도유지 개발사업이 걸려있었다는 점도 짚어냈습니다. 이후 시민단체의 고발이 이뤄졌고, 사법당국의 수사도 시작됐습니다.
이 같은 보도 내용은 지난달 나온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공정위는 알펜시아 매각이 입찰 담합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을 확인하며, KH그룹에 511억 원이라는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배상윤 KH그룹 회장에 대해선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최 전 지사가 지난 대통령 선거 경선을 앞두고 내놓은 대규모 공적 자산 매각과 담합의 진상, 배 회장과의 관계 등 규명해야할 과제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무분별한 개발사업과 그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마지막 보도는 경기도 용인 경전철 사업에 대한 법원 판결의 의미와 파장, 그리고 단체장의 권한과 책임을 짚어보는 기획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담합 의혹 관련 보도 목록】(만 3년간 리포트 31개)
<2024년 4월>
0. 연속기획① 공정위, 3년 만에 알펜시아 입찰담합 판단..과징금 511억 원 부과(4.17)
0. 연속기획② 공공입찰의 민낯…강원도가 사전정보 전달(4.18)
0. 연속기획③ 입찰담합 어떻게 가능했나?…감시, 견제 사각 지방공기업(4.19)
0. 연속기획④ 1조 원 추가개발 ‘헛약속’…현상유지도 버거워(4.22)
0. 연속기획⑤ 담합 파장 일파만파…최문순, 배상윤 정조준(4.23)
0. 연속기획⑥ 세금으로 개발사업 남발…실패 책임은 누가?(4.24)
<2023년>
0. 검찰, 알펜시아 입찰 방해의혹 KH 부사장 소환(1.27)
0. 알펜시아 계기 공정거래법 개정..지방공기업 입찰 감시 강화(7.17)
0. 알펜시아 입찰 방해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검찰 소환(7.28)
<2022년>
0. 알펜시아 낙찰 1년..KH 자산 매각 추진(6/24)
0. 알펜시아 매각가 허위 보고(6/29)
0. 최문순 전 강원지사 피의자 전환..알펜시아 입찰 방해 (9/28)
0. 최문순 전 강원지사 ‘알펜시아 입찰 방해 혐의’ 검찰 송치 (11/7)
0. 검찰, 최문순 전 강원지사 ‘알펜시아 입찰 방해’ 압수수색 (12/27)
<2021년>-의혹 보도 시점
0. 연속기획① 알펜시아 입찰 사전 조율 의혹(7/6)
0. 연속기획② 낙찰가 7,100억 원 최선인가?(7/6)
0. 연속기획③ 1조 원대 추가 개발 계획은 어떻게?(7/7)
0. 연속기획④ 알펜시아 의혹 진상 규명해야(7/8)
0. 연속기획⑤ 낙찰사, 미개발 강원도유지 큰 관심(7/12)
0. 연속기획⑥ 강원도 “입찰사 둘 다 KH그룹 맞다”(7/13)
0. 연속기획⑦ 알펜시아 입찰 담합 의혹 확산(7/15)
0. 시민사회단체 공정위 신고(7/21)
0. 매매 계약 체결…세부 내역 비공개(8/20)
0.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착수(9/23)
0. 입찰 담합 논란 지역 정가로 확산(9/29)
0. 알펜시아, 국정감사 쟁점 부상(10/6)
0. 알펜시아 여야 공방 가열(10/13)
0. 단독>알펜시아 입찰…리츠사 참여(10/19)
0. 단독>담합 의혹 핵심 인물 추가 확인(10/20)
0. 수상한 자금거래 포착..진상 규명 요구 확산(10/21)
0. 알펜시아 매각 담당 강원도 간부 금품수수(12/9)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이 보도는 땀의 결실입니다. 기초 자료 수집에만 석 달이 걸렸습니다. 기업의 회계공시 자료 등 숫자로 가득한 수천 장의 서류를 일일이 분석했습니다. 지방권력과 경제권력의 은밀한 거래를 파헤치려, 리조트의 일반 직원, 동네 주민, 상인들을 찾아다니며 하나씩 진실의 퍼즐을 맞췄습니다. 아직도 취재원 보호를 위해 보도에 담지 못한 증거와 증언들이 무수히 남아 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이번 보도와 관련해 다른 매체의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MBC, SBS, 조선, 중앙, 동아, 한겨례, 경향 등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언론사가 공정위의 결정을 보도했습니다. 관련 기사가 100건이 넘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1) 법을 바꿨습니다.(첨부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41조(23.6.20. 개정), 같은 법 시행령 48조(23.12.21.)가 개정됐습니다. 알펜시아 입찰 담합 조사에 착수한 공정위가 지방공기업의 입찰에 대한 감시망에 헛점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개선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중앙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 등 전국 700개 공공기관의 입찰 정보를 공정위가 추가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이번 보도로 문제가 불거진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자산매각시스템(온비드)의 판매 입찰 정보도 함께 제출받아 입찰 담합의 감시가 강화됐습니다.
2) 공정거래위원회는 5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고 계열사 4곳과 그룹 회장까지 검찰에 고발하는 등 담합 행위에 초강수 제재를 단행했습니다.(첨부 2) 공정위는 KH그룹 회장과 입찰 담합에 가담한 4개 계열사를 검찰에 직접 고발하고, 51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입찰 담합이었다는 공정위의 판단이 나온만큼, 최문순 전 도지사와 KH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지방공기업이 소유한 대규모 공공기관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입찰에서의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들을 엄정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자체 평가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법이 강화됐습니다. 담합 업체엔 500억 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됐습니다. 전직 도지사와 대기업 회장은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에 충실한 보도였습니다. 지방 최고의 권력자인 도지사와 대기업이라는 거대 권력에 맞서, 담합의 실체를 규명해 냈습니다. 3년간 수천 쪽에 달하는 자료를 뒤지며 끈질기게 취재하고 보도한 결과였습니다.
지역의 작은 방송국의 보도가 전국적인 의제를 만들어 냈습니다. 공영 방송사로서 감시,견제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입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 사항은 없었습니다.
취재후기
(404회)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담합 3년의 기록 / KBS춘천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담합 3년의 기록
KBS춘천 엄기숙 기자
처음부터 험하고 불편한 길이 예상되는 취재였습니다. 모두가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강원도 공유재산 매각’ 스토리에 ‘들러리 입찰이 있었다’는 막장 드라마같은 의혹을 던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입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1등 공신이자, 강원도 재정의 애물단지입니다. 1조6000억원이 조성에 들어간 탓에, 한해 수백억원의 세금을 이자로 내야 했습니다. 강원도민에게는 ‘애’‘증’의 대상입니다.
파장이 클 수밖에 없기에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확한 사전 취재에 매달리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박상용 기자와 두 달 가까이 발품, 손품을 팔며 팩트를 확인했습니다. 취재팀이 움직이자, 입찰과 관련한 모든 입들이 굳게 닫혔습니다. ‘애물단지 팔았으면 됐지 뭐가 문제냐’는 방해와 공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잘못된 과정을 정당화 할 수 없다고 취재진은 판단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월, KBS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입찰 담합’이 맞다는 판단과 함께 5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첫 보도 이후 3년이 흐른 시점이었습니다.
치열하게 토론하고, 집요하게 현장을 쫓은 취재팀. 그 과정을 신뢰해 준 데스크. 비판에 힘을 모아준 시민단체와 숨은 조력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취재였습니다. 불편한 길이라서 만날 수 있는 귀한 사람과 가치를 배웠습니다. 그 모든 분들께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4회 전체 총평
10개 부문 45편이 응모한 404회 이달의 기자상에선 어느 때보다 지역 방송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평소 굵직한 단독기사가 넘치던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5편이 도전했으나 한 편의 수상작도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그러나 수도권 경쟁매체들에 비해 취재 환경이 열악한 지역 방송사들이 적잖은 수작을 냈다는 사실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먼저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매일경제신문의 <실손보험 대해부>는 풍부한 사례와 함께 독자들이 궁금해할 이모저모를 잘 짚어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의료대란의 와중에 실손보험 문제가 제기됨으로써 더욱 눈길이 가는 기사였다. 이에 더해 실손보험 문제가 의료체계 왜곡의 원인이라는 진단은 유익하고 예리한 분석이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뽑힌 한국일보의 <산 자들의 10년>은 밀도 있는 취재에 공을 많이 들인 기사여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올해는 세월호 10주년. 이 때문에 세월호 관련 응모작이 6편에 달했다. 이 중에서 한국일보의 기사가 뽑힌 것은 뻔하지 않은 내용에 단단한 취재력까지 돋보인 덕이었다.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까지 인터뷰함으로써 기사의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훌륭했다는 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MBC의 <서울시 모아타운 ‘골목길 쪼개기’ 극성> 보도가 수상했다. 입주권을 노린 지분 쪼개기는 새삼스런 일은 아닌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50여 명을 직접 찾아 사실 관계를 체크한, 여간 공들인 기사가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가 나간 뒤 서울시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사실도 의미 있는 대목이었다.
8편이 응모했던 지역 취재보도부문 가운데 수상작으로 선정된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담합 3년의 기록>은 KBS춘천 기자들의 집요한 추적기였다는 점에서 점수를 땄다. 비록 강원도에선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처음으로 담합 의혹을 제기하고 과징금 징수까지 이끌어 낸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을 훌륭히 해낸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G1방송과 KBS제주가 각각 <해외파견 교환학생 성적 조작 실태>와 <4·3 폭발사고 보고서 ‘장난감의 비극’> 기사로 수상했다. G1방송의 기사는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비리를 폭로해 바로잡을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도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KBS제주 보도는 4·3 사건의 새로운 측면을 발굴해 이에 대한 역사적 관심을 환기시킴으로써 수상작이 됐다. 이 보도로 관련 기관이 추가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도 평가받아 마땅한 대목이었다.
이번 40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수상작 6편 중 3편이 지역 언론사 보도였다. 비록 지역에서 포착된 문제라고 할지라도 얼마든지 전국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해 준 기회였다. 아울러 사건을 어떤 각도에서 접근해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에 따라 참신한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음을 절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