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V),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71만4875명. 2018년 6월 예멘 난민을 반대하며 난민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인원입니다. 역대 네 번째로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입니다.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예멘인 561명이 제주도로 입국했습니다. 예멘 난민 이전에도 한국에는 다양한 국적의 난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2018년 한 해만 해도 1만6173명이 난민 신청을 했습니다. 그 중 예멘 난민은 0.03%에 불과했지만, 이들이 몰고 온 파장은 그 수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제주 예멘인들을 통해 한국인들은 비로소 난민 문제를 실감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출발은 단순한 질문이었습니다. “1년 전 뜨거운 이슈였던 예멘 난민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예멘인들은 ‘난민’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들이 한국에서 보낸 1년은 한국 사회가 난민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실력을 가늠하는 지표라는 뜻입니다. 한국의 난민 인구는 2013년 난민법이 제정된 이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2012년 1143명, 2017년 9942명이었던 난민 신청자는 2018년에는 16173명에 이르렀습니다. 난민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더 나아가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주자 등 국내 외국인 등록인구가 117만을 넘어선 시대에 한국 사회에서 구성원의 개념을 재정립해야할 때라고 보았습니다.
저희는 전국 각지로 흩어진 예멘 난민들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법무부 집계에 따르면 3월말 기준 난민 심사를 마치고 제주도를 떠난 예멘인은 323명입니다. 지난 4월부터 두 달 동안 서울, 경기도, 전라도와 제주도로 예멘인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본격적인 취재에 앞서 긴 시간 설득을 거쳐야했습니다. 취재원을 소개받기 위해 접촉한 난민지원단체부터 난색을 표했습니다. 겨우 여론이 잠잠해졌는데 기사가 나가면 여론이 더 악화될 거라고 우려했습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예멘인들도 고개를 내젓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들도 한국 사회의 시선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예멘의 상황과 예멘 난민을 향한 오해를 풀기 위해 취재진을 만나고 싶어 했지만, 인터뷰가 나갔을 때 돌아올 반응에 선뜻 승낙하지 못했습니다. 신원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최소 두 번 이상 찾아가 설득의 설득을 거듭했습니다. 기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신상 공개를 꺼리는 이들에게는 신원 보장을 약속했습니다. 정확한 의사소통이 중요한 만큼 통역 섭외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취재가 어렵고, 예멘 난민들이 숨으려 할수록 이 기사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많은 두려움이 무지에서 출발합니다. 불필요한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아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 결과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고 전국 각지로 흩어진 예멘인 5명의 1년을 오롯이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종사하는 직업과 사는 곳, 나이, 성별, 가족 형태가 서로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섭외 단계에서 특히 신경 썼습니다. 덕분에 조선소 노동자, 전직 고위 군인, 출산을 앞둔 가족, 히잡을 정체성으로 삼는 여성 난민 등 ‘제주 예멘 난민’이라는 단일한 이미지 뒤에 감추져 있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예멘 난민 1년 보고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예멘 난민 문제에 다층적으로 접근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난민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2쪽에 걸쳐 인포그래픽을 제작했습니다. 2000년부터 2017년까지 OECD 회원국의 난민 인정률 데이터는 기존에 가공된 데이터가 없어 김영화 기자가 유엔난민기구 사이트에서 원자료를 내려 받아 직접 난민 인정률 데이터를 만들어 실었습니다. 예멘인의 1년 못지않게, 예멘인과 보낸 한국인의 1년도 중요한 경험입니다. 한국어 교실 교사로 예멘인들과 교류하게 된 제주도민 김국희씨에게 1년의 기록을 쓴 글을 받았습니다. 원고를 청탁하기 전 제주도를 찾아가 기획의 취지와 원고의 내용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제주 예멘 난민은 크게 난민 인정자, 인도적 체류허가자, 난민 불인정자로 나뉩니다. 대부분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았지만 내실 있는 기획이 되기 위해서는 난민 인정자와 불인정자의 삶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주도에 남아 재심사를 기다리는 불인정자들은 한국 언론과 접촉을 부담스러워했습니다. 난민 인정자 2명 가운데 한 명인 이스마일씨에게 불인정자 대한 취재와 기사를 부탁했습니다. 이스마일씨는 내전으로 문을 닫은 예멘의 신문사 <올라>의 기자 출신입니다. 역시 취재에 착수하기 전에 제주도에서 이스마일씨를 만나 기사와 관련해 충분한 상의를 거쳤습니다.
난민 취재를 하면서 가짜 뉴스를 간과할 수 없었습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더해, 올해 들어서는 예멘 내전이 끝났다는 소문이 온라인에 퍼지고 있었습니다. 내전이 발발하기 전부터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던 예멘인 아크람 알자디씨를 인터뷰해 현재 예멘의 상황과 예멘인들이 한국까지 오게 된 이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아크람 알자디씨는 지난해 말 국제 학술 세미나에서 제주 예멘 난민 이슈를 다룬 보고서 ‘한국에 온 예멘 이주민 문제’를 발표했습니다. 난민정책을 주관하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본부장도 인터뷰해 한국 정부가 그리는 난민 정책의 방향성과 난민 관련 제도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큰 비판에 직면했던 난민 생계비 지원 제도와 관련해 2018년 생계비 지원을 받은 이들은 총 625명이고, 이 가운데 예멘인은 20여명 뿐이며 예산도 7억9000만원에 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시사IN> 613호는 전체 80쪽 가운데 27쪽 분량으로 커버스토리 ‘예멘 난민 1년 보고서’를 기사 10개와 인포그래픽 1개로 실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2014년 시작된 내전으로 예멘은 전쟁 중입니다. 반군의 징집을 피해 한국에 온 사실이 알려질 경우 가족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신원 공개를 원하지 않는 취재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에 한해 가명을 쓰고 신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뒷모습 등으로 사진 촬영을 대체했습니다.
‘예멘 난민 1년 보고서’는 시사IN 지면 기준 27쪽에 이르는 기획입니다. 1쪽부터 마지막 27쪽까지를 읽으면 이전보다 깊은 이해를 가지고, 다각도로 난민 문제를 접근할 수 있도록 기사 10개와 인포그래픽 1개를 유기적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면이 아닌 온라인으로 기사를 접하는 환경 속에서 하나의 기획으로 엮어낸 기사는 개별적으로 소비되고, 심층 취재의 취지는 무색해집니다. 포털 사이트에 낱개 기사로 풀린 ‘에멘 난민 1년 보고서’에 달린 악성 댓글 중 대부분은 이 기획에 속한 다른 기사를 읽었다면 의구심이 해소될 수 있었던 내용이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고자 온라인 페이지를 제작했습니다. 단순히 기사 내용을 웹페이지에 모아 놓는 방식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 맞게 지면 기사를 리라이팅했습니다. 그 결과 기사 10개와 인포그래픽 1개는 20,081자 분량의 롱폼 저널리즘으로 재탄생 했습니다. 동시에 온라인이라는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기획의 취재를 돋보일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지면에 실린 순서에서 탈피하고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되 정보와 지식이 어우러지도록 했습니다. 또 난민, 불인정자, 인도적 체류허가자, 한국인을 무작위로 섞어 전개하는 방식을 택해 지위나 집단 등 타이틀 이전에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고유성을 가진 개개인의 삶으로 독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예멘 난민 1년 보고서 온라인 페이지: http://nanmin.sisain.co.kr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난민 관련 기사는 대부분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뜬소문을 선정적으로 보도해 대중의 두려움을 부추기거나, 한국의 난민 인정률을 근거로 국제적인 수준에 맞춰 문호를 넓혀야 한다는 기사입니다. <시사IN> ‘예멘 난민 1년 기획’은 기존의 난민 기사 문법에서 벗어나 고민의 물고를 트는 역할을 하고자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예멘 난민들의 삶을 객관적으로 기록했습니다.
<시사IN> 기사를 받아 쓴 인용 기사는 없었지만 ‘예멘 난민 1년 보고서’ 보도 이후 저희 기획에 참여해준 기자 출신 예멘 난민 이스마일씨를 조명한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제도적으로나 가시적으로 즉각적인 변화는 없습니다. 대신 부정적인 여론 지형 속에서 난민 문제를 달리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반응을 얻었습니다. 한 독자가 <시사IN> 홈페이지에 남긴 평이 이 기획의 의의를 잘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난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난민들에 대한 기사를 이렇게 많이 제대로 접해본 건 처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이 다 없어지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네요. 그래도 조금씩 이해하려 애쓰다 보면 나아지겠지요. 응원하겠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2019년 상반기 <시사IN> 사내 우수 기사 시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없이 <시사IN>이 자체적으로 기획·제작한 기사입니다. 보도 당사자의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6회 전체 총평
제346회 ‘이달의 기자상’(2019년 6월)에는 교육부의 초등학교 교과서 수정 개입에 관한 조선일보 보도 등 모두 6건이 선정됐고 심층성 등 내용 면에서는 훌륭한 작품이 많았다.
특종 보도를 놓고 경쟁하는 ‘취재보도1부문’에는 모두 12편이 제출됐으며, 최종적으로 KBS의 ‘북한 목선의 삼척항 정박’ 보도와 조선일보의 ‘교육부, 교과서 고치려 도장 도둑 날인’ 보도 등 2편이 심사를 통과했다. KBS 보도는 새삼 현장 취재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는 데서 호평을 받았다. KBS는 “해상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국방부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 다른 언론사와 달리 기자가 직접 현지에 내려가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국방부 발표의 문제점을 드러냈으며, 부두에 정박한 북한 목선 및 주민의 사진, CCTV 영상도 최초로 확보해 결국 이낙연 국무총리의 사과까지 끌어냈다. 다른 언론사들도 북한 목선과 관련한 작품을 냈지만 후속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KBS의 현장의 생생한 상황을 전한 속보성과 기자들의 끈질긴 노력이 더 큰 호평을 받은 끝에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교육부의 교과서 수정 개입에 관한 조선일보 보도는 자칫 묻힐 수도 있었던 진실을 기자가 끈질기게 취재해서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교과서 저자도 모르게 교과서를 고치는 과정에 교육부 관리들이 개입하고, 이에 대한 수사가 미진한 점을 밝힌 것은 언론의 감시 기능에 충실한 보도라는 평이 많았다.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교과서 수정 논란을 원천적으로 없앨 공론화가 차제에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모처럼 수상작이 나왔다. 한국일보의 ‘벤처투자 취지 역행하는 증권사 발행어음 실태’ 보도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증권사가 어음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자의 문제의식과 이를 확인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이 돋보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수상작으로 뽑힌 서울신문의 ‘10대 노동 리포트’도 “청소년 노동의 현황과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짚은 대형 기획”이라는 평이 많았다. 너무 많은 주제를 망라해서 집중도가 부족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노동에 대한 중고생의 인식 조사와 스위스 사례를 통한 대안 제시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겨레의 ‘글로벌 삼성 지속 불가능 보고서’도 기업의 해외 노동실태 등을 감시한 의미 있는 보도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최종 심사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YTN데이터저널리즘팀이 낸 ‘의원님들의 주식’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 보도는 특히 인사혁신처와 국회 사무처 등으로부터 관련 정보 공개를 거부당했음에도 기자들이 직접 재산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주식을 보유한 의원 55명을 대상으로 발로 뛰어 자료를 모았으며, 보도 뒤에 당국의 제도개선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돋보인 작품이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제주CBS의 ‘고유정 사건 및 부실수사’와 연합뉴스의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두 건이 최종 심사에 올랐으나, 제주CBS는 아깝게 탈락하고 연합뉴스 작품만 확정됐다. ‘인천 수돗물 사태’는 사회적 파장이 컸으며, 더불어 사건이 발생한 최초 이틀 동안 정확하고 현장성 있는 보도로 사안을 파헤친 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