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발행어음 시장 규모가 올해 안에 10조원을 돌파해 벤처기업 등의 자금 공급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5월 KB증권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 이어 금융당국으로부터 ‘3호 발행어음 사업자’로 선정되자 쏟아져 나온 기사들에선 이런 표현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발행어음이 무엇이기에 자금이 10조원이 넘게 몰리고,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자금 공급분이 될 수 있다고 보도될까요.
증권사 발행어음은 2016년 8월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정부 및 금융당국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고, “혁신기업에 적극적으로 모험자본 공급을 장려한다”는 취지로 증권사들에게 내어준 정책입니다. 이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 증권사들은 자체 신용도를 바탕으로 어음을 발행하는 ‘단기금융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상 시중 은행만이 가지고 있던 신용을 제공해 자금을 조달하는 ‘수신(受信)’ 기능과 이 자금을 기업들에게 대출해주는 ‘여신(與信)’ 기능을 증권사에게도 부여해준 것입니다. 당시 은행권의 반발이 상당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은행권의 반발에도 정부와 금융당국이 증권사 발행어음 도입을 추진한 이유는 ‘모험자본 강화’였습니다.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이 건전성 위주로 이뤄져 스타트업·벤처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힘들고, 벤처캐피탈은 자금의 규모가 작아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발행어음을 허가해줌으로써 모험자본을 적극 공급할 ‘투자은행(IB)’ 즉, 증권사가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는 ‘혁신 금융’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와 맞아 떨어져 정책 실현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2017년 4월에는 이를 위한 법령 개정이 추진됐고 같은 해 11월에는 한국투자증권이 1호 사업자로, 다음해 5월에는 NH투자증권이 2호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올해 3월 발행어음 자금이 모험자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겠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습니다.
제도 도입 배경과 진행 과정을 알고 나니, 경제부 증권 분야를 출입한 지 6개월도 안 된 기자에게 기사에 습관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은 더욱 눈에 띄었습니다. 대부분의 기사에서는 발행어음 자금 중 상당분이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투자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닌, ‘모험자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벤처기업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와 같은 추측성 문장이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추측으로 끝내기엔 중요했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나서 증권사에게 없던 ‘여수신기능’을 쥐어준 것이기 때문에 9조, 10조원이 넘는 돈은 증권사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아니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이 돈들은 탄생 목적대로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투자되고 있을까?’
이 와중에 저의 궁금증을 증폭시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투자증권의 ‘최태원 SK회장 발행어음 부당대출’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돈을 최 회장에게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하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대출해줬다는 겁니다. 이 의혹은 수개월간의 논란 끝에 금융위가 “부당대출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발행어음 자금은 자본시장법상 법인에게만 대출해줄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최 회장이라는 개인에게 빌려줘 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관심이 간 건 한국투자증권이 왜 하필 발행어음 자금을 최 회장에게 빌려 줬는지 였습니다. 최 회장은 국내 굴지 대기업 SK의 회장입니다. 모험자본의 역할이라고 하기엔 너무 ‘안정적인 투자처’입니다. 최 회장에게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할 걱정은 할 필요 없습니다. 최 회장이 LG실트론을 사들인 건 SK하이닉스 성장에 필요한 기술을 가져오기 위해서 였습니다. SK 성장에는 필요한 인수합병이었지만 굳이 발행어음 자금이 투입될 정도로 SK가 자금 조달력이 부족한 곳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떠올랐습니다. ‘발행어음 자금들이 탄생 목적대로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투자되고 있을까?’ 이어서 한 가지 합리적 의심이 들었습니다. ‘발행어음 자금이 스타트업·벤처기업이 아닌 우량 대기업에 투자되고 있을 수도 있다.’ 의심을 검증해보기로 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꼭 들여다 봐야 할 건 발행어음 사업자로 선정된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자금 운용 현황’이었습니다. 취재 착수 당시(6월초) 국내 증권사 중 발행어음사업자로 지정된 곳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3곳이었습니다. 다만 당시 KB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대상에서 제외하고, 2017년 11월부터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 받아 1년 반이 지난 한국투자증권과 2018년 5월부터 인가 받아 1년이 넘어간 NH투자증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단 두 곳의 증권사였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이들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자금 운용 현황은 ‘공시 의무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자료를 만들어 정리하고 있었지만 오로지 자체적으로 운용 실적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들 증권사에서는 당연히 언론에게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 발행어음 운용 현황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금융권 취재원을 만나기만 하면 묻고 또 물었습니다. 돌아오는 답은 항상 같았습니다. “증권사, 자산운용사에서 제일 공개하기 싫어하는 게 운용 현황이다. 그게 드러나면 치부까지 함께 드러날 수 있는데 의무공시 사항도 아닌 걸 어떻게 볼 수 있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반가운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발행어음이 금융당국의 정책 드라이브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라, 금융감독원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운용 현황을 보고받는 걸로 알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업이 시작된 이후로 매달 보고를 받았다면 발행어음 자금이 어디에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기대감이 차올랐습니다. 금융감독원에게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식적인 루트이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국회의원실을 통하는 게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실이라고 해서 무턱대도 여기저기에 도움을 요청할 순 없었습니다. 취재의도와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경제·금융 관련 이해도가 높은 의원과 보좌관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경제학 박사이자 경영학 교수 출신인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1순위로 꼽혔습니다.
바로 해당 의원실에 접촉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공받고 싶은 자료와 그 이유를 A4 1장으로 명료하게 정리해 전달했습니다. 특히 증권사 발행어음 도입 취지를 설명하고, 단순히 방대한 운용 현황이 아닌 ‘기업규모별, 투자자산유형별, 투자회사채등급별’ 등 모험자본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했습니다. 의원실에서는 취재 목적과 자료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바로 자료 요청 작업에 착수했고, 약 1주일 뒤에 두 증권사의 ‘발행어음 운용 현황’이 손에 들어왔습니다.
자료는 합리적인 의심이 ‘사실’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두 증권사를 합쳐 9조 원가량의 돈을 발행어음으로 조달했지만,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투자한 돈은 ‘0원’이었습니다. 돈은 오히려 대기업, 중견기업에 집중 투자되고 있었습니다. 두 눈을 의심했지만, 금융감독원에서 직접 분류하고 산정한 결과였습니다.
이 자료에 대한 의미와 해석이 필요했습니다. 그것도 기존에 경쟁 관계였던 은행 등 기타 금융업계가 아닌 ‘증권업계 선수’들의 자아비판이 말입니다. 약 2주에 걸쳐 정확한 분석과 비판이 가능한 인사들을 찾아 헤맸고 부탁했습니다. 어렵사리 들어낸 한 마디, 한 마디가 모여 ‘두 증권사는 발행어음 제도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나아가 증권사들이 정책의 혜택은 받을 때는 제도 취지를 이해한 척 했지만 정작 혜택을 받은 후에는 모르쇠 하고 있다는 비판과, 이 과정에서 제도 설계자인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모르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책은 없이 이들의 선의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발행어음 자금 운용 실태를 고발하는 <‘벤처 지원’ 9조 모은 증권사, 벤처에 쓴 돈은 0원>, <증권사, 안전한 우량기업 회사채 매입 집중...혁신금융 역주행>, <금융당국 “모험자본 공급” 취지 불구… ‘발행어음 사업’ 증권사 자율에 맡겼다가 뒤탈> 등 3건의 1보 기사가 보도될 수 있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증권사 발행어음 운용 현황을 공신력 있는 기관이 정확한 기준으로 정리한 사실은 보도된 바가 없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의무 공시 사항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증권사에서 자산 운용 등과 관련해서는 병적으로 공개를 꺼린 탓이 큽니다.
6월 26일 1보 기사가 1면 톱과 5면 전면 분량으로 보도된 뒤, 타 매체들의 추종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특히 해당 운용 현황이 공개된 적도 없거니와,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투자가 안 된 사실은 타 매체에서도 판단해도 명확했습니다.
그래서 추종 보도 제목은 사실상 1보 기사 제목과 크게 다르지 않게 달려 나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연합뉴스의 ‘발행어음 9조원 모은 증권사, 스타트업·벤처 투자 0원’ 제목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 외에도 비슷한 시각과 내용을 담은 추종 보도는 MBC 등 20건이 넘게 게재됐습니다.
뒤이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지만 본보 연속 보도가 이어지자, 금융위원회는 발행어음 제도 운영이 미흡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제도 개선을 공식적으로 약속했습니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등 주요 통신사와 머니투데이를 포함한 경제지 20곳이 넘는 매체에서 보도됐습니다.
<주요 추종 보도 목록>
-연합뉴스 ‘발행어음 9조원 모은 증권사, 스타트업·벤처 투자 미미’
https://www.yna.co.kr/view/AKR20190626052451008?input=1195m
-MBC '발행어음 9조원 모은 증권사, 스타트업·벤처 투자 미미'
http://imnews.imbc.com/news/2019/econo/article/5379891_24684.html
-연합뉴스 ‘금융위 “종투사들, 벤처 등 혁신기업 투자 확대해야”’
https://www.yna.co.kr/view/AKR20190628140600008?input=1195m
-머니투데이 ‘금융위 “발행어음 증권사, 벤처 투자 확대 제도 개선 검토”’
http://news.mt.co.kr/mtview.php?no=2019062816380559960
-뉴시스 ‘금융위 “발행어음 증권사 혁신기업 투자 미흡…자금공급 늘려야”’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90628_0000695543&cID=10401&pID=10400
4. 사회에 끼친 영향
발행어음 자금이 제도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뒤, 바로 발행어음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할 수 있는 후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 후속 기사는 하루 뒤로 미루고, ‘기자의 눈(증권사 발행어음 ‘벤처 투자 0원’ 언제까지 뒷짐만 질 텐가)’을 쓰게 됐습니다. 기사가 보도된 날(6월 26일) 오전 내내 금융투자업계에서 날 선 반응이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기사를 쓴 의도가 무엇이냐’ ‘증권 출입 기자가 증권업계를 망하게 할 셈이냐’ ‘앞으로 증권사가 발행어음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하려고 하냐’ 심지어는 ‘경쟁 업계인 은행권에서 자료를 흘렸냐’는 힐난이 귀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업계에선 “운용 내역을 공개해버리는 건 역린에 가까운 행위”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우선 제가 이 기사를 쓰게 된 이유를 정확하게 보도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기자의 눈에서는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기사를 쓴 의도를 다시 명확히 밝힌다. ‘정책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는 원인을 밝히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자’는 것이다. 지금의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기대하기는 너무 어려운 요구인가.’
6월 27일 2보로 기자의 눈이 보도된 뒤, 금융위원회가 움직였습니다. 금융위원회가 6월 28일 오전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증권 등 8개 대형 증권사 담당자를 불러 ‘모험자본 투자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한다는 겁니다.
후속 보도에 더욱 속도를 냈습니다. 6월 28일 오전 긴급회의에 맞춰, 앞서 준비하던 발행어음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담은 기사를 보도해야 했습니다. 발행어음은 기본적으로 단기금융성 상품이기 때문에 만기가 1년 이내로 장기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벤처기업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고, 나아가 만기 불일치로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부터 이런 건전성 이슈를 흡수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서 체력이 좋은(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게 허가를 내준 것이고, 발행어음 자금 중 일정 비율은 모험자본으로 투자하도록 비율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함께 소개했습니다. 3보인 <“1년 만기 발행어음으론 벤처투자 어려워... 정책부터 바꿔야”> 기사와 함께 금융위원회가 회의를 소집했다는 소식도 함께 보도(“모험자본 투자 어떻게 할 것이냐”… 금융당국, 대형 증권사 8곳 긴급소집) 했습니다.
긴급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됐습니다. 금융위윈회는 회의가 끝난 후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위원회는 “당초 기대보다 대형 증권사들의 혁신기업 투자가 미흡한 측면도 존재한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히고, “대형 증권사들이 혁신성장 지원, 투자 수익률 제고 등을 위해 벤처ㆍ중소기업 등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기사의 비판 취지를 수용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여기서 나아가 “혁신기업에 대한 증권사들의 자금 공급이 보다 확대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 필요성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도 밝혔습니다. 금융위원회가 공식적인 형태로 입장을 밝히자, 금융위원회의 입장을 담은 기사들이 줄을 지었고, 금융위원회의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추측하는 기사까지도 보도 됐습니다. 한국일보 또한 해당 자료를 보도(금융위-증권사 “벤처 위한 발행어음 제도 개선”)해 ‘증권사 발행어음 실태’ 연속보도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제도 개선 방향과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각론을 논의 중입니다. 금융위원회의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취재해 보도할 계획입니다.
대한민국 경제는 걸출한 대기업들이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들 대기업들이 여전히 건재하긴 하지만,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 경제의 ‘포트폴리오’는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습니다. 작지만 활기차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가득한 스타트업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발행어음 제도가 기존 취지에 맞게 실행될 수 있는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의 대응을 기대합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하였습니다. 사내 특종상 후보로 올라간 상태입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언론중재위원회 중재 및 보도당사자 반론신청은 없습니다.
취재후기
(346회) ‘벤처투자 취지 역행’ 증권사 발행어음 실태 / 한국…
‘벤처투자 취지 역행’ 증권사 발행어음 실태
한국일보 경제부 이상무 기자
증권업계, 이제는 영역이 넓어져 금융투자업계라고 불리는 곳에서 취재는 무엇일까요. 금융투자업계 출입 기자는 돈을 따라 움직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는지, 투자된 돈을 기업이나 증권사는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 수익이나 손해가 났는지 묻습니다. 기자에게 금융투자업계 ‘선수’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투자된 돈에 꼬리표가 달려 있나?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는 우리가 선택하는 거지. 아무도 어떻게 하라고 할 수 없다. 정해진 원칙도 규칙도 없다. 그때그때 다르다. 그걸 왜 따져 묻느냐?” 꼬리표는 과거 화물을 부칠 때 보내는 사람과 받을 사람의 주소와 이름을 적어 물건에 달아매는 것인데, 금융투자업계에서 돌고 도는 돈에는 목적지 즉,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 ‘돈에 꼬리표가 달려있다’를 전제로 한 취재는 아무리 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는 ‘꼬리표가 달린 돈’이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이라는 금융투자상품으로 끌어들인 돈 ‘9조원’이 대표적입니다. 정부가 스타트업,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 역할을 하라고 증권사에 준 혜택입니다. 모험자본이 꼬리표인 셈입니다. 그래서 이 꼬리표 하나 들고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돈은 모험자본으로 사용되고 있냐?”고 묻고 또 물었습니다. 증권사, 금융감독원, 국회를 거쳐 질문에 대한 답이 손에 들어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꼬리표는 무시되고 있었습니다.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투자된 돈은 ‘0원’이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규모가 커지면서 꼬리표 달린 돈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돈에는 꼬리표가 달려있지 않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직 기자가 할 일이 많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회차 심사평
제346회 전체 총평
제346회 ‘이달의 기자상’(2019년 6월)에는 교육부의 초등학교 교과서 수정 개입에 관한 조선일보 보도 등 모두 6건이 선정됐고 심층성 등 내용 면에서는 훌륭한 작품이 많았다.
특종 보도를 놓고 경쟁하는 ‘취재보도1부문’에는 모두 12편이 제출됐으며, 최종적으로 KBS의 ‘북한 목선의 삼척항 정박’ 보도와 조선일보의 ‘교육부, 교과서 고치려 도장 도둑 날인’ 보도 등 2편이 심사를 통과했다. KBS 보도는 새삼 현장 취재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는 데서 호평을 받았다. KBS는 “해상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국방부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 다른 언론사와 달리 기자가 직접 현지에 내려가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국방부 발표의 문제점을 드러냈으며, 부두에 정박한 북한 목선 및 주민의 사진, CCTV 영상도 최초로 확보해 결국 이낙연 국무총리의 사과까지 끌어냈다. 다른 언론사들도 북한 목선과 관련한 작품을 냈지만 후속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KBS의 현장의 생생한 상황을 전한 속보성과 기자들의 끈질긴 노력이 더 큰 호평을 받은 끝에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교육부의 교과서 수정 개입에 관한 조선일보 보도는 자칫 묻힐 수도 있었던 진실을 기자가 끈질기게 취재해서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교과서 저자도 모르게 교과서를 고치는 과정에 교육부 관리들이 개입하고, 이에 대한 수사가 미진한 점을 밝힌 것은 언론의 감시 기능에 충실한 보도라는 평이 많았다.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교과서 수정 논란을 원천적으로 없앨 공론화가 차제에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모처럼 수상작이 나왔다. 한국일보의 ‘벤처투자 취지 역행하는 증권사 발행어음 실태’ 보도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증권사가 어음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자의 문제의식과 이를 확인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이 돋보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수상작으로 뽑힌 서울신문의 ‘10대 노동 리포트’도 “청소년 노동의 현황과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짚은 대형 기획”이라는 평이 많았다. 너무 많은 주제를 망라해서 집중도가 부족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노동에 대한 중고생의 인식 조사와 스위스 사례를 통한 대안 제시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겨레의 ‘글로벌 삼성 지속 불가능 보고서’도 기업의 해외 노동실태 등을 감시한 의미 있는 보도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최종 심사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YTN데이터저널리즘팀이 낸 ‘의원님들의 주식’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 보도는 특히 인사혁신처와 국회 사무처 등으로부터 관련 정보 공개를 거부당했음에도 기자들이 직접 재산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주식을 보유한 의원 55명을 대상으로 발로 뛰어 자료를 모았으며, 보도 뒤에 당국의 제도개선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돋보인 작품이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제주CBS의 ‘고유정 사건 및 부실수사’와 연합뉴스의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두 건이 최종 심사에 올랐으나, 제주CBS는 아깝게 탈락하고 연합뉴스 작품만 확정됐다. ‘인천 수돗물 사태’는 사회적 파장이 컸으며, 더불어 사건이 발생한 최초 이틀 동안 정확하고 현장성 있는 보도로 사안을 파헤친 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