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 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단독취재 및 제보>
제보자의 잠적이 만들어낸 취재
- 천혜의 섬 추자도에 불법 폐기물이 매립됐다는 제보가 들어온 건 지난 5월 초였습니다. 한 건축업체 관계자는 보도국으로 전화를 걸어와 지난 4월 완공된 추자도 종합복지회관 부지에 각종 폐기물을 불법 매립했다고 말했습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했습니다. 취재진은 직접 현장을 파내기 위해 5월 16일 자치경찰과 제주시청 환경지도과 관계자 등 7명과 함께 추자도로 향했습니다.
배를 타고 2시간. 추자도 항에서 만나기로 한 제보자는 취재진이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모든 연락을 끊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연락이 두절된 겁니다. 결국 폐기물이 매립된 위치를 특정하지 못한 채 취재가 마무리됐습니다. 함께 입도한 경찰과 공무원들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취재를 포기하려던 찰나, 제보자와 나눴던 대화를 다시금 곱씹어봤습니다. ’복지관에 폐기물을 매립했고, 석산에 갖다버렸다‘는 제보자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추자도 공무원과 주민들에게 석산이 어떤 곳인지 물어 무작정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하추자도에 위치한 석산은 1980년대 추자도에 항만을 만들기 위해 파헤쳐진 수직절벽이었습니다. 석산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각종 건축 폐기물이 불법 야적돼 있었고, 심지어 불법 레미콘 제조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취재결과 석산 일대는 생태와 환경보전가치가 높아 제주특별법에 의해 상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이 모든 행위는 불법이었습니다. 30년 넘게 무허가 레미콘 제조와 불법 폐기물 야적 등이 이뤄져 왔던 겁니다. 특히 불법으로 만들어진 레미콘은 민간 건축물과 관급공사 등에 사용됐고, 추자도에서 발생한 각종 폐기물 등도 이곳에 불법 매립, 야적돼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보자의 잠적이 만들어낸 취재였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모든 불법 행위, 행정은 알고 있었다
상대보전지역에서 30년 넘게 불법 행위가 이뤄져온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취재했습니다. 먼저 불법이 이뤄져온 석산 일대 토지를 분석했습니다. 취재 결과 석산 토지 일대는 기획재정부와 제주도, 마을회 소유의 토지로 확인됐습니다. 마을회(신양2리)는 불법을 알면서도 건설업체 2곳으로부터 해마다 수백만 원의 돈을 받고 토지를 빌려주고 있었고, 제주도 토지를 관리하는 추자면사무소는 이 모든 행위를 눈감아왔습니다. 기획재정부 토지를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제주지부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도로‘라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모두의 방관아래 불법이 이뤄지고 있던 겁니다.
환경오염 실태도 추적했습니다. 레미콘 공장의 경우 폐수배출처리시설이 갖춰져야 하지만 추자면에 공식 허가된 레미콘 사업장은 없었습니다. 석산에서의 행위가 모두 불법이었던 겁니다. 취재진은 폐수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낚시객으로 위장해 다시 추자도를 찾았습니다. 저녁 6시쯤 되자 덤프트럭 한 대가 석산에 들어와 폐수를 배출하는 현장을 포착했습니다. 트럭 1대당 평균 1톤 가량의 폐수가 발생하는데, 하루 1대만 이용한다고 가정해도 한 달 30톤, 1년이면 360톤이 넘는 폐수가 버려지는 셈이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엄청난 양의 폐수가 어디론가 배출되고 있던 겁니다.
해양생태계도 처참했습니다. 해양생태계의 보고인 조간대는 시멘트로 얼룩졌고, 바다와 이어지는 갯바위도 시멘트 범벅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수중에 심각한 오염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수중전문가와 바다 상태를 확인한 결과, 해안가로부터 20m 일대 곳곳에서 시멘트 덩어리와 폐콘크리트 등이 발견됐습니다. 조간대 시료를 채취해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 대다수 측정 분석에서 조간대 시료가 하수처리장 폐수만큼 오염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업자의 탐욕과 개발, 행정의 묵인 속에 환경은 무참히 파괴되고 있었습니다.
추자면과 업자의 카르텔
추자도는 제주에서도 40여km 떨어진 섬으로, 행정의 도움 없이는 취재가 힘든 곳이었습니다. 당장 폐기물을 파내려면 추자면에 굴삭기 등의 협조를 요청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모든 취재 과정이 행정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업자 측이 KBS의 취재를 알고 미리 대비하는 모습들이 수차례 포착되면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취재진이 행정의 협조를 받아 석산에 묻힌 폐기물을 파내기로 한 전날, 업자들이 밤새 폐기물을 몰래 파내 부두로 옮긴 일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부두에 CCTV가 설치돼 있었고, 12시간 분량의 CCTV를 전수 분석한 결과, 업자들이 전날 밤샘 작업을 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공무원이 취재 내용을 업자에게 미리 알려준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유착들이 취재의 큰 방해요소로 작용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5월 22일 KBS제주의 첫 보도 이후 주간지인 제주경제신문에서 KBS 출처를 밝히고 석산 실태를 보도했습니다. 타사 보도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현장 확인이 어려웠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자치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제주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의 책임을 인정하고 대책마련을 지시하자 관련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특히 제주시가 건설업체를 고발한 5월 말부터 연합뉴스와 뉴스1, 뉴시스 등 통신사를 비롯해 제주MBC, 제민일보, 한라일보 등 제주지역신문과 인터넷 언론 등에서 관련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 도의원들이 석산 사태에 대해 당국을 질타하자 지역 언론의 추가 보도가 이어졌고, 환경단체의 성명이 나오자 연이어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KBS보도 이후 제주자치경찰이 건설업자를 상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또한 30년 넘게 불법 행위를 묵인한 행정당국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추자면사무소는 석산을 전면 폐쇄하고 원형 보전이 이뤄질 때까지 관내 모든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제주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당국의 책임을 인정하고 대책마련을 지시했습니다. 현재 추자도에서는 합법적으로 레미콘을 만들 수 있는 대체 부지를 확보하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추자면사무소는 수중과 갯바위 정화사업에 나섰고, 추후 안전진단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도 이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추자도 현장을 방문해 석산 실태를 점검했고, 제 373회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선 도의원들이 불법 레미콘 제조와 폐기물 배출 행위 등에 대해 행정당국에 주문을 요구했습니다. 또 환경단체가 나서 성명을 내고 제주도감사위원회에 공식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KBS제주총국은 지역방송활성화 프로그램인 ’7시오늘 제주‘를 통해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0분 분량의 지역뉴스를 전국 최초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 안에 ‘탐사K’라는 시사보도물을 만들어 추자도에서 30년 넘게 자행된 불법 행위를 최초 보도했습니다. 단순 고발에 그치지 않고 수중촬영과 조간대 시료 분석 등을 통해 장기간 이뤄진 불법 행위가 환경에 미친 영향 등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행정과 건설업자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현장을 포착했고, 지금까지 행정이 왜 불법 행위를 묵인해 왔는지 등을 심층 보도했습니다. 추자도 석산의 심각한 오염 실태 등은 KBS 9시 뉴스 등을 통해 전국으로 방송됐고,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내는 동시에 지역의 개발과 보전 문제를 환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보도 이후 행정이 잘못을 인정하고 곧바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보도는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민과 행정, 업자들이 수십 년 넘게 묵인해왔던 비밀을 취재진이 집요하고 끈질긴 취재를 통해 밝혀낸 점 등도 높이 평가합니다. 특히 6월 18일 방송된 13분 분량의 탐사K‘추자도 석산의 불편한 진실’편은 9.6%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7시 오늘제주’ 평균 시청률인 6.6%보다 3%높은 시청률로, 지역 탐사보도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 신청사항 등 없었음.
회차 심사평
제346회 전체 총평
제346회 ‘이달의 기자상’(2019년 6월)에는 교육부의 초등학교 교과서 수정 개입에 관한 조선일보 보도 등 모두 6건이 선정됐고 심층성 등 내용 면에서는 훌륭한 작품이 많았다.
특종 보도를 놓고 경쟁하는 ‘취재보도1부문’에는 모두 12편이 제출됐으며, 최종적으로 KBS의 ‘북한 목선의 삼척항 정박’ 보도와 조선일보의 ‘교육부, 교과서 고치려 도장 도둑 날인’ 보도 등 2편이 심사를 통과했다. KBS 보도는 새삼 현장 취재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는 데서 호평을 받았다. KBS는 “해상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국방부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 다른 언론사와 달리 기자가 직접 현지에 내려가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국방부 발표의 문제점을 드러냈으며, 부두에 정박한 북한 목선 및 주민의 사진, CCTV 영상도 최초로 확보해 결국 이낙연 국무총리의 사과까지 끌어냈다. 다른 언론사들도 북한 목선과 관련한 작품을 냈지만 후속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KBS의 현장의 생생한 상황을 전한 속보성과 기자들의 끈질긴 노력이 더 큰 호평을 받은 끝에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교육부의 교과서 수정 개입에 관한 조선일보 보도는 자칫 묻힐 수도 있었던 진실을 기자가 끈질기게 취재해서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교과서 저자도 모르게 교과서를 고치는 과정에 교육부 관리들이 개입하고, 이에 대한 수사가 미진한 점을 밝힌 것은 언론의 감시 기능에 충실한 보도라는 평이 많았다.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교과서 수정 논란을 원천적으로 없앨 공론화가 차제에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모처럼 수상작이 나왔다. 한국일보의 ‘벤처투자 취지 역행하는 증권사 발행어음 실태’ 보도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증권사가 어음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자의 문제의식과 이를 확인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이 돋보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수상작으로 뽑힌 서울신문의 ‘10대 노동 리포트’도 “청소년 노동의 현황과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짚은 대형 기획”이라는 평이 많았다. 너무 많은 주제를 망라해서 집중도가 부족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노동에 대한 중고생의 인식 조사와 스위스 사례를 통한 대안 제시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겨레의 ‘글로벌 삼성 지속 불가능 보고서’도 기업의 해외 노동실태 등을 감시한 의미 있는 보도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최종 심사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YTN데이터저널리즘팀이 낸 ‘의원님들의 주식’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 보도는 특히 인사혁신처와 국회 사무처 등으로부터 관련 정보 공개를 거부당했음에도 기자들이 직접 재산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주식을 보유한 의원 55명을 대상으로 발로 뛰어 자료를 모았으며, 보도 뒤에 당국의 제도개선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돋보인 작품이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제주CBS의 ‘고유정 사건 및 부실수사’와 연합뉴스의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두 건이 최종 심사에 올랐으나, 제주CBS는 아깝게 탈락하고 연합뉴스 작품만 확정됐다. ‘인천 수돗물 사태’는 사회적 파장이 컸으며, 더불어 사건이 발생한 최초 이틀 동안 정확하고 현장성 있는 보도로 사안을 파헤친 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