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교육부, 교과서 고치려 도장 ‘도둑 날인’ 조선일…
교육부, 교과서 고치려 도장 ‘도둑 날인’
조선일보 정치부 김형원 기자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정 사회 교과서가 집필자 몰래 213군데 고쳐졌다는 의혹은 지난해 3월에 불거졌었다. 당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수정과정은 적법했으며 교육부는 관련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집필 책임자인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의 양심선언 외에는 추가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이 문제에 대한 보도는 차츰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국정 사회 교과서는 전국 6064개 초등학교, 43만3721명의 초등 6학년 학생에게 배포돼 교재로 쓰였다.
취재가 시작된 것은 ‘국정교과서 무단수정’ 의혹이 모두의 기억에서 잊히던 지난 6월 초였다. 국회 법사위를 통해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교육부 직원들이 을(乙)의 위치에 있던 출판사 직원에 교사하는 방식으로 교과서 불법수정을 지휘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수사를 지휘하던 검찰은 실무진 2명을 기소했지만, 상급자인 장·차관을 따로 조사하지는 않았다.
보도가 나가자 집필 책임자인 박 교수는 국회 간담회에 출석해 “언론 보도가 없었다면 나 자신조차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학자의 양심을 지켜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현재 국회에는 교과서 무단수정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돼 있다. 김 전 교육부 장관, 박춘란 전 교육부 차관을 비롯한 전·현직 교육부 실·국장이 불법수정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추가고발도 이뤄졌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을 귀하게 여겨주신 독자들에 힘입어 보도가 나올 수 있었다. 지난해 최초 의혹을 제기했던 김연주 선배께서 1년 3개월 만의 이번 취재에도 도움을 주셨다. 결정적인 제보로 취재의 방향을 설정해준 황대진 선배께 특히 감사드린다.
北목선 삼척항 정박 KBS강릉
‘北목선 삼척항 정박’
KBS강릉 보도부 정면구 기자
월요일이었던 그날은 다른 아이템을 취재할 예정이었습니다. 출발하는 와중에 일명 ‘꽝’이 났습니다. 취재팀은 이틀 전 삼척 앞바다에서 발견됐다고 보도된 북한 목선을 취재하기로 했습니다. ‘강원도 최남단까지 뚫렸다’ 정도는 다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삼척항에 도착했습니다. 목선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취재진도 볼 수 없었습니다. 커다란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다니자, 어민들이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북한 어선 벌써 끌고 갔다’면서 너무 늦었다고 했습니다. 어민들은 한목소리로 항의했습니다.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가 모두 거짓말이라고 했습니다. 북한 목선이 알려진 것과 달리 ‘삼척 앞바다’가 아니라 ‘삼척항’에서 발견됐다는 겁니다. 최초 신고자도 조업 중이던 어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목선이 부두에 정박까지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설마 그랬을까’라고 의심했습니다. 취재할수록 사실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북한 목선 삼척항 정박’ 보도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축소·은폐 의혹에 이어 국방부 장관의 사과 등 파장이 컸던 이번 보도는 현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습니다. 제대로 알리겠다고 하자, 삼척항 어민들은 자기 일처럼 도왔습니다. 당시 촬영된 사진도 주고, 목격자도 찾아줬습니다. KBS 본사와 지역국 간 협업도 주효했습니다. 국방부 출입 기자와 강릉방송국 기자들이 취재 내용을 공유하며, 실시간으로 확인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이번 보도는 의혹을 확인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취재 초기 관계기관은 군 보안과 북한 관련 등의 이유로 사실 확인과 정보 제공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관련 의혹과 파장이 확산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군 당국 등 관계기관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벤처투자 취지 역행’ 증권사 발행어음 실태 한국…
‘벤처투자 취지 역행’ 증권사 발행어음 실태
한국일보 경제부 이상무 기자
증권업계, 이제는 영역이 넓어져 금융투자업계라고 불리는 곳에서 취재는 무엇일까요. 금융투자업계 출입 기자는 돈을 따라 움직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는지, 투자된 돈을 기업이나 증권사는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 수익이나 손해가 났는지 묻습니다. 기자에게 금융투자업계 ‘선수’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투자된 돈에 꼬리표가 달려 있나?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는 우리가 선택하는 거지. 아무도 어떻게 하라고 할 수 없다. 정해진 원칙도 규칙도 없다. 그때그때 다르다. 그걸 왜 따져 묻느냐?” 꼬리표는 과거 화물을 부칠 때 보내는 사람과 받을 사람의 주소와 이름을 적어 물건에 달아매는 것인데, 금융투자업계에서 돌고 도는 돈에는 목적지 즉,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 ‘돈에 꼬리표가 달려있다’를 전제로 한 취재는 아무리 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는 ‘꼬리표가 달린 돈’이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이라는 금융투자상품으로 끌어들인 돈 ‘9조원’이 대표적입니다. 정부가 스타트업,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 역할을 하라고 증권사에 준 혜택입니다. 모험자본이 꼬리표인 셈입니다. 그래서 이 꼬리표 하나 들고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돈은 모험자본으로 사용되고 있냐?”고 묻고 또 물었습니다. 증권사, 금융감독원, 국회를 거쳐 질문에 대한 답이 손에 들어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꼬리표는 무시되고 있었습니다.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투자된 돈은 ‘0원’이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규모가 커지면서 꼬리표 달린 돈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돈에는 꼬리표가 달려있지 않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직 기자가 할 일이 많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10대 노동 리포트-나는 티슈노동자입니다 서울신…
10대 노동 리포트-나는 티슈노동자입니다
서울신문 사회부 김지예 기자
“주휴수당이 뭐죠? 저희도 다치면 산업재해 적용되나요?” ‘10대 노동 리포트’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만난 청소년들은 저희 취재기자들에게 되물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권리들을 모르거나, 알고 있더라도 선뜻 주장하지 못했습니다. 생계를 위해서, 갖고 싶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 나름의 이유로 일을 하는 청소년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비롯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급 5000원을 내 건 고용주들도 있었습니다.
직업계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의 현실은 더 심각했습니다. 학생들이 일을 하다가 잇따라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10대 노동 전반을 다룬 ‘티슈노동자’ 시리즈를 보도한 이후. 직업계고 문제를 별도로 다루게 된 이유입니다.
청소년과 청년들, 그리고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이 취재에 응해주시지 않았다면 통계 숫자 뒤의 현실은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혹시 모를 불이익을 감수하고, 또는 마음의 상처를 다시 꺼내는 아픔을 감내하고 취재에 응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준 전문가들과 노동·청소년 단체 관계자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개정 교육과정 개편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고 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대로 교육과정에 노동 관련 내용을 보다 충실히 담는 방안으로 논의가 진행되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청소년들이 자신의 권리를 알고 그것을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데 저희 보도가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심사받으셨습니까” 의원님들의 주식 YTN
“심사받으셨습니까” 의원님들의 주식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함형건 기자
2~3주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취재는 한 달이 넘어도 끝이 안 보였다. 데이터저널리즘팀이 겪은 고충의 8할은 정보 부재에서 비롯됐다. 주제는 ‘이해 충돌’이었다. 비리 방지의 효과적인 수단이요, 공직사회 신뢰의 기반이라는 이해 충돌 방지. 관련 내역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회의원은 보유 주식을 어떻게 심사받고 조치했을까? 인사혁신처, 국회 사무처에 정보공개청구하자 ‘비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취재진은 당사자에게 직접 묻기로 했다. 의원, 의원실에 ‘심사받으셨습니까?’라고 묻고 또 물었다. 예상대로 짜증 섞인 답변들이 쏟아졌다. 줄기차게 답변을 거부하는 의원도 있었다. 그래도 묻고, 확인 대조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복잡한 규정과 경우의 수에 대해 유권해석을 받고 데이터를 보완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이렇게 완성된 엑셀 데이터는 제도 시행 14년 동안 우리도, 어쩌면 그들도 몰랐던 사실을 드러냈다. 심사 대상 의원 절반 정도가 법규 위반. 길게는 10개월이나 늑장 심사 청구. 7개월 동안 아무 조치 안 하다가 늑장 매각. 국회 관련 징계 0건. 내부 징계 기준도 부재. 주식백지신탁위원회도 이상한 심사와 늑장 심사 반복. 그사이 의원들은 심사받지 않은 주식을 들고 국가기관 국정감사에 임했고, 정부 예산 심사에 참여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YTN 보도 후 뒤늦게 징계 기준을 마련했다. 인사혁신처와 국회 사무처 등이 주식백지신탁 데이터를 공개하는 문제는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눈 감고 코끼리 뒷다리 만지듯’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모아가는 심정으로 이어간 취재였다. 인내심을 갖고 함께 지혜를 모아 취재, 분석, 제작을 완수한 팀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연합뉴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 홍현기 기자
5월31일 금요일 밤 평소 알고 지낸 취재원인 한 지역 주민으로부터 제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천 서구 지역에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를 상대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수차례 통화 시도와 추가 확인 끝에 인천 서구 일대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왔고, 인근 초·중·고교가 급식을 중단하고 대체급식을 했다는 내용을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사고 원인도 함께 파악해 보도했습니다.
인천시는 처음에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려고 했습니다. 상수도본부는 수질검사 결과 ‘적합’ 판정이 나왔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붉은 수돗물 공급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연합뉴스 인천본부 사건팀은 피해 지역 주민들을 취재해 붉은 수돗물이 계속 공급되고 있다는 후속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인천시는 뒤늦게 민·관 합동조사반을 구성했습니다. 정부도 원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인천본부 사건팀은 이후에도 취재를 멈추지 않고 학교·가정집·식당 등을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결국, 사태 20일 만에 정부 합동조사반이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천시의 초동 대응이 미흡했고 한때 수돗물이 수질 기준을 초과했으나 인천시는 이마저도 몰랐던 점이 드러났습니다. 정부와 인천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수도 행정 전반을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보도는 주민의 제보를 신속하게 취재하는 데서 출발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행정기관의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습니다. 연합뉴스를 믿고 제보해 준 주민들과 보도과정에서 조언해주신 선배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