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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회 (2019년 7월)

수상작 5편 · 출품 후보작 5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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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5편

심사평

제347회 ‘이달의 기자상’(2019년 7월) 심사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0편이 출품된 가운데, 심사위원회는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경향신문의 <전자법정 입찰비리> 등 총 5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출품작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현안이나 구조적 비리 가운데 스며든 부정부패나 잘못된 권력 남용, 왜곡된 사회시스템의 현장을 현장기자들의 치열한 취재와 고발정신으로 담아낸 수작들이었고, 그중 5편이 치열한 경합을 뚫고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1293억5175만원 전자법정 입찰비리>가 선정됐다. 법원행정처가 출신 업자와 짜고 17만원짜리 영상·음향 장비를 225만원에 사들이는 등 비리를 저지르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끈질긴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냈다는 점, 다른 언론들이 따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집요한 추적을 통해 대법원이라는 헌법기관의 비리를 밝혀내고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게 한 점, 독자와의 크라우딩 취재를 통해 위장회사를 밝혀내고 입찰비리 내용과 규모도 확인한 점 등이 높이 평가받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유엔 안보리, 일본의 대북제재품목 북(北) 반입 여러 차례 지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자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물품이 한국을 통해 북한에 반입됐다는 일본의 의혹 제기를 검증함으로써, 일본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 시의적절하고 날카로우면서 동시에 국익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보도를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직접 전수 분석함으로써 한일 양국 간의 치열한 논리싸움의 와중에 일본의 주장에 근거가 없으며 도리어 일본의 수출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의미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인 한국일보의 <한 여름의 연쇄살인, 폭염>은 폭염이 계절적 불편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열사병으로 불리는 온열질환이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을 시의적절하게 밝혀준 의미있는 기획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온열질환과 관련된 피해자의 유족, 응급실 의사, 119 구급대원, 보건학자, 지자체 담당자 등을 현장 취재한 데 이어 보건의료, 기상, 공공정책 등 폭염 대응의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해외 사례 취재를 더해 대안을 제시하는 등 꼼꼼하고 정교하게 기획취재의 틀과 내용을 알차게 짜나간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채널A의 <‘한보’ 일가 해외도피·재산은닉 추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외환위기의 발단이 된 한보사태의 장본인인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일가가 21년 만에 체포·압송되는 과정과 함께, 7000억 원대로 추징되는 해외 은닉자금의 향방 및 정 씨 일가의 도피생활 전반을 파헤치는 의미있는 심층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지 도피생활과 은닉자금을 파헤치는 등 지속적인 현지 취재와 다수의 단독보도를 통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관련 제도의 개선과 함께 조세정의 실현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제주CBS의 <경찰 수사 체계 바꾼 고유정 부실수사> 보도가 선정됐다. 초기 경찰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시신 유기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 착안해 2개월 이상 현장을 꼼꼼하게 취재하며 부실수사를 지적했고, 현행 수사체계로는 부실수사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도출해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인권 보호와 2차피해 방지에 나서면서도 동시에 끈질기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경찰청이 부실수사를 인정하고 제도개선에 나서게 한 점 역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일부 언론들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로 ‘고유정 악마만들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유족의 2차피해와 가짜뉴스 양산을 막기 위해 고심하며 범행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등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저널리즘의 정도를 지키고, 이를 통해 경찰이 수사방식에 대한 개선에 나서게 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출품 후보작

수상하지 못한 작품까지. 원본 사이트에서는 따로 찾아 들어가야 보입니다.

“쿵!”, ‘오늘도 부딪히고 있어요’ (사진 부문)
후보 10-01 전문보도부문 국민일보 사진부 윤성호*
평화의 물결 속으로 광주수영대회 파이팅 (신문편집 부문)
후보 10-02 전문보도부문 무등일보 편집부 김현주*
청년 프로젝트 – 청년흥신소 (온라인 부문)
후보 10-03 전문보도부문 SBS 이슈취재팀 이달의·출품작
한국당 의원, ‘채이배 감금’ 경찰 수사 외압 의혹
후보 1-01 취재보도1부문 이데일리 사회부 박기주·손의연
朴 정부도 “개인청구권 살아있다” 등
후보 1-02 취재보도1부문 SBS 법조팀 박상진*·박원경·전형우
빅뱅 대성, 수상한 건물(대성 소유 빌딩, 불법 유흥주점 운영)
후보 1-03 취재보도1부문 채널A 탐사보도팀 이서현*·전혜정·이은후·여현교*
유엔사, 한반도 유사시 日 전력제공 추진…자위대 투입 길 열리나
후보 1-04 취재보도1부문 연합뉴스 한반도부 김귀근
한화, 6천억 바이오밸리 관로 ‘부실시공’
후보 1-05 취재보도1부문 YTN 사회부 이형원·김대겸·한상원·이규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사건의 실체
후보 1-06 취재보도1부문 MBC 인권사회팀 이기주*·박윤수*·이문현
IS 추종 현역 군인‘자생적 테러 준비’
후보 1-07 취재보도1부문 KBS 사회부 유호윤·정재우*·허효진
보육원 아동 ADHD 약물 복용
후보 1-08 취재보도1부문 MBC 사회정책팀 윤정혜*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
후보 1-09 취재보도1부문 동아일보 사회부 윤다빈·구특교·고도예·김은지*
북한 정찰총국 소속 ‘직파 간첩’ 검거
후보 1-10 취재보도1부문 CBS 사회부 박성완*·윤준호*·김형준*
북한 여권 소지자(조교) 출입국 관리실태
후보 1-11 취재보도1부문 동아일보 사회부 신동진*·김동혁·황성호
난민 면접조서 허위 기재
후보 1-13 취재보도1부문 동아일보 사회부 박상준*
유엔 안보리, 일본의 대북제재품목 北반입 여러 차례 지적
후보 2-01 취재보도2부문 연합뉴스 한반도부 김동현*·정성조
배우 강성욱, 성폭행으로 법정구속
후보 2-02 취재보도2부문 MBN 사회1부 이혁근
2,207명 식중독 사태 대부분 무혐의…행정처분도 약화될 듯 외
후보 3-01 경제보도부문 MBN 사회2부 이혁준*
‘초고순도 불화수소’ 기술, 8년 전 개발했지만 빛도 못 봤다
후보 3-02 경제보도부문 국민일보 경제부 신준섭·이종선
국세청, 수조원 대자산가 이학수 탈세여부 조사
후보 3-03 경제보도부문 CBS 경제부 곽인숙
모래 위에 쌓은 ‘갭투자’의 공포
후보 3-04 경제보도부문 세계일보 경제부 김범수*·이희진*
착한 소비, 세상을 바꾼다
후보 4-01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매일경제신문 유통경제부 이한나·이유진*·김하경
범죄소년, 수갑 찬 소년 품어줄 사회는 없나
후보 4-02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사회부 경찰팀
창원SM타운의 수상한 공생
후보 4-03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겨레신문 탐사1에디터석 이문영·박준용*
정년연장의 복병 시리즈
후보 4-04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중앙일보 복지행정팀 신성식·박형수*·김태호*
공장이 떠난 도시
후보 4-05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겨레신문 한겨레21부 방준호·조윤영*
뜨거운 지구, 차가운 관심
후보 4-07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세계일보 사회부 윤지로
90년대생 신주류가 떴다
후보 4-08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서울신문 사회부 허백윤·김소라·김지예*·고혜지
체코병사의 영상기록 ‘1953 꼬레아’
후보 5-01 기획보도 방송부문 SBS 보도본부 김희남
집중해부 ‘1급 관사’
후보 5-03 기획보도 방송부문 MBC 탐사기획팀 백승우*·남상호·정동훈*·서유정
200억 체납 기업인의 사학(私學) 활용법
후보 5-04 기획보도 방송부문 SBS 탐사보도팀 이한석·이현정*·박재현*·유덕기
일본 경제보복을 진단한다, [아베는 왜]
후보 5-05 기획보도 방송부문 MBC 뉴스데스크편집부 김재영*·이정은*·조국현*·나세웅·이재민*
13년째 관리사각 강릉시체육진흥재단
후보 6-01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강릉 보도부 박상용*·김보람·구민혁
“쉿, 너희만 알고 있어” 시험 문제 유출
후보 6-02 지역 취재보도부문 kbc광주방송 보도국 백지훈*·임소영·이계혁*·신익환*·염필호*
대전 장애인 보호시설 폭행 및 횡령 의혹
후보 6-03 지역 취재보도부문 대전MBC 취재부 이승섭·김태욱*·신규호
글로벌 테마파크 ‘춘천 레고랜드’의 민낯
후보 6-04 지역 취재보도부문 강원CBS 보도제작국 박정민*·진유정*
해상 매립장 주민 몰래 추진하다 들통난 해수부
후보 6-05 지역 취재보도부문 인천일보 사회부 정회진*
장애아동 학대에 불법기부금까지 복지법인 대표의 민낯
후보 6-06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대전 취재부 최선중·정재훈*·서창석·이동훈*·유민철
대구 달서구 공원 재정비 공사 비리 의혹
후보 6-07 지역 취재보도부문 대구MBC 뉴스취재부 윤영균·윤종희
익산시장 ‘잡종강세·튀기’ 막말 집중 보도 – 다문화 가족 비하부터 사과·정책 입안까지
후보 6-08 지역 취재보도부문 전북CBS 사회부 김민성*·남승현*·송승민
원주 기업도시 불법.부실시공
후보 6-09 지역 취재보도부문 G1강원민방 영서본부 조기현*·박성준*·신현걸*·이광수*
영풍 석포제련소 대기오염물질 측정치 상습 조작
후보 6-10 지역 취재보도부문 안동MBC 보도팀 엄지원*·홍석준*·손인수·원종락·최재훈*
모래위의 성, 신도시가 위험하다 –부산 명지국제신도시 지반침하
후보 6-11 지역 취재보도부문 부산일보 사회부 김준용*·곽진석
당산봉 정비공사 환경 훼손과 특혜 의혹
후보 6-12 지역 취재보도부문 제주MBC 취재부 박주연*·양윤택·박재정
‘경찰서 가니 뒤바뀐 운명’ 데이트 폭력 부실 수사
후보 6-13 지역 취재보도부문 광주CBS 보도제작국 조시영*
‘특권 내려놓기’ 민선7기 부산시가 저버린 약속
후보 6-14 지역 취재보도부문 부산MBC 뉴스취재부 임선응*·송광모·이보문
‘미성년자 허위 논문 참여’ 교수들은 왜?..비리로 얼룩
후보 6-16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전주 KBS전주 사회문화팀
전북대학교 연구비리
후보 6-17 지역 취재보도부문 JTV전주방송 사회부 오정현*
‘정부 지원 배제’ 생계 막막한 귀어 청년들
후보 7-01 지역 경제보도부문 경인일보 정치부 신지영
또 다른 이방인, 고려인 4세
후보 8-01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기일보 지역사회부 구재원·강현숙
기로에 선 그린벨트
후보 8-02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인천일보 정치부 이순민·이창욱
창원시 공용차 엉터리 운영·관리
후보 9-01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물의기억 生命
후보 9-02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KNN 뉴미디어팀 진재운*·하성창
후보 9-03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MBC강원영동 보도국 김인성
미세먼지, 잿빛 연기의 경고
후보 9-04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순천 방송부 윤주성·박석수
日本에 가려진..호남 고대유적의 눈물
후보 9-05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kbc광주방송 취재부 이준호*·이형길*·장창건*

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5편

1293억5175만원 전자법정 입찰비리 경향신문
1293억5175만원 전자법정 입찰비리 경향신문 사회부 이범준 기자 1293억5175만원 규모의 대법원 전자법정 입찰비리는 경향신문이 지난해 시작한 탐사보도로 드러났습니다. 법원행정처가 이곳 출신 업자와 짜고 17만원짜리 영상·음향 장비를 225만원에 사들이는 등 비리를 저지르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은 언론 보도로 수사가 시작됐다고 밝혔고,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이 제출한 증거목록 가장 앞에도 경향신문 기사들이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대법원 공무원 등 15명이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10년 등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책임자인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판사는 단 한 사람 징계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비리가 저질러진 10년 동안 이 업무에 관여한 판사는 14명입니다. 경향신문은 이런 사실을 밝혀내 지적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전산장비 사업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전산정보 전문가가 아닌 판사에게) 지휘·감독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전산정보 전문가가 아니어서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는 판사들을 올해도 전산정보관리국장과 정보화심의관에 앉혔습니다. 징계를 회피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치적을 위해 3000억원대 스마트법원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장 임기 마지막 해인 2023년 완성을 목표로 대규모 국가예산을 쓰려하고 있습니다. 판사들은 “엄격하게 절차를 규정한 소송법도 고치지 않고 그런 (스마트) 재판이 가능한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비판합니다. 경향신문은 스마트법원 문제점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일 대북제재 품목 북 반입 여러차례 지적…
유엔 안보리, 일 대북제재 품목 북 반입 여러차례 지적 연합뉴스 한반도부 김동현 기자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물품이 한국을 통해 북한에 반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일본의 주장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매년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와 회원국의 제재 이행 동향을 안보리에 보고합니다. 보고서가 나오면 언론들은 북한의 제재 위반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데 거꾸로 한국과 일본의 제재 이행 여부를 검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재 위반은 북한에 금지 품목을 수출하는 국가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안보리에 제출된 총 10건의 영문 보고서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자잘한 건을 제외하더라도 일본의 대북제재 품목 반입 및 의심 사례 27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 군함의 레이더, 화성-12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옮길 때 사용한 기중기, 북한 무인기의 카메라, 평양정보센터에 넘어간 컴퓨터 7196대, 북한 정권이 애용한 벤츠 자동차, 화장품, 담배 등이 일본에서 수출된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은 위반 사례가 사실상 없었습니다. 기사가 나가자 ‘일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었구나’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이행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여론이 일부 있었는데 이 기사는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시켜 일본의 수출규제 앞에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막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한 여름의 연쇄살인, 폭염 한국일보
한 여름의 연쇄살인, 폭염 한국일보 이슈365팀 조원일 기자 기획 마감이 임박했던 7월10일, 혼자 김치볶음밥을 먹으며 떠올렸다.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다루겠다 다짐하고 ‘아 이건 진짜 대박 아이템’이라며 혼자 흥분에 떨었던 기억을. 생각해보면 늘 그런 식이다. 때가 되면 뇌는 강력한 호르몬 세례를 받은 듯 온갖 환각을 연출한다. 기사는 복잡하고 잔인한 세상에 길을 밝혀줄 것이며, 나는 그래도 꽤 괜찮은 기자임이 증명되고, 아픈 사람도 조금은 줄어들 거라는 기대가 정신을 지배한다. 첫 삽도 뜨지 않았는데, 수상 소감의 단어를 고르면서 들떴고, 욕심나는 동료들에게 다단계 사기꾼 같은 눈빛으로 동참할 것을 유혹했다. 취재가 시작되면 그 달디 단 환각의 대가로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가설은 빗나가기 일쑤이며 수치는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인터뷰를 거절당하면서 원망을 시작한다. 기대에 다다르지 못한 취재가 늘어날 때쯤에야 스스로를 돌아본다. 어디서부터 내 고집이 취재를 망치기 시작했고 동료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능력도 없는데 왜 일을 벌였나 자책한다. 시작도 안 했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거라는 자위에 다다르고, 갑자기 외로워진다. 김치볶음밥을 먹는데 너무 외로웠다. 동료들도 외로울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증상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아 결국 나 혼자구나. 이 잘난 아이템을 붙잡고 끙끙거렸구나’ 하는 찌질함이 몸까지 망치기 시작하는데, 이때 벗어나지 못하면 정말 다 끝이다. 나를 진창에서 건지고, 끝까지 함께한 지희, 김창선, 이정은, 박서영, 최한솔, 그리고 정상원 부장에게 감사드린다.
‘한보’ 일가 해외도피·재산은닉 추적 채널A
‘한보’ 일가 해외도피·재산은닉 추적 채널A 사회부 성혜란 기자 채널A 법조팀이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의 4남 정한근 씨의 송환 소식을 보도한 다음 날, 정 씨는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IMF 위기의 발단이 된 ‘한보 사태’의 장본인인 정 회장의 모습은 없었다. 채널A 법조팀은 유골함에 담겨 돌아온 정 회장의 사망 진위 여부와 이들 부자의 도피 생활을 추적해 나가기로 했다. 국내 취재팀은 정 씨 일가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들을, 해외 취재팀은 에콰도르 현지에서 부자가 남긴 흔적들을 쫓았다. 2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도착한 에콰도르에선 밤낮없는 취재가 이어졌다. 에콰도르 과야킬 시내를 누비며 정 회장 부자가 머물렀던 저택을 최초로 확인했고 정 회장의 ‘사망진단서’를 확보해 사망 일자와 사인을 파악했다. 설득 끝에 정 회장의 간병인을 만나 부자의 현지 도피 생활을 듣고 생전 남긴 마지막 생일 사진도 입수했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타인의 신분으로 살아야 했던 정 회장의 도피 행적이 여실히 공개됐다. 정 회장 부자가 해외에 숨겨둔 재산의 실마리를 찾는 작업이 관건이었다. 해외 취재팀은 정 씨가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운영했던 석유채굴기업을 찾아 함께 일했던 현지인들을 접촉했고, 국내 취재팀은 기업과 관련한 문서들을 분석해 숨겨둔 해외 재산 퍼즐들을 맞춰 나갔다. 에콰도르 정부와의 1800억 소송전은 재산 환수의 열쇠가 될 수 있는 핵심 단서가 됐다. 채널A 법조팀의 정 씨 송환 작업을 비롯한 현지 취재는 일단락됐지만, 해외로 빼돌린 정 회장 일가의 재산은 한 푼도 찾지 못했다. 새어나간 국세를 되찾는 과정들을 끈질기게 보도해 나가겠다.
경찰 수사체계 바꾼 고유정 부실수사 제주CBS
경찰 수사체계 바꾼 고유정 부실수사 제주CBS 보도제작국 고상현 기자 “형이 어떻게 된 걸까요?”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제주 전남편 살해사건’ 피해자 남동생을 처음 만난 건 고유정이 긴급체포 되고 제주로 압송되기 직전이다. 그때 남동생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충혈된 눈, 상기된 표정, 그리고 일말의 희망…. ‘고유정 사건’을 최초 보도한 후 그의 얼굴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시신을 찾을 수 없다는 좌절감, 특히 실종신고 이후 경찰이 기민하게 대응했다면 시신 유기와 추가 훼손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파고든 이유다. 취재는 녹록지 않았다. 경찰이 기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거나 유리한 내용만 답변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유가족을 생각하며 힘을 냈다. 범행 현장 인근 주민을 만나 초동수사 과정에서 수사가 어땠는지 취재했다. 실종신고 이후 탐문 수사가 적절했나 확인을 위해 현장 인근 길의 형태, CCTV 위치 등을 지도로 그렸다. 수사 담당자를 쫓아다니며 질문했다. 경찰이 초동수사 과정에서 유족이 찾아준 주택 CCTV를 확인하고 나서야 강력사건 수사에 나선 사실, 고유정의 허위 진술에 휘둘린 정황, 압수수색에서 계획범행의 중요 증거인 졸피뎀 약봉지를 놓친 사실 등의 부실수사 문제를 보도했다. 현장에 머물며 다양한 취재원을 만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었다. 경찰청 차원의 제도개선도 이끌었다. 수상 소식을 접한 피해자 남동생이 문자를 보냈다. ‘그동안 기자님 덕분에 힘낼 수 있었고, 절망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오랜만에 기쁜 소식에 웃을 수 있었다고.’ 기자 일을 시작하며 단 한 사람이라도 힘이 돼줄 수 있는 기자가 되자고 다짐했었다. 아직 기자 초년병이지만, 어떤 때보다 보람을 느꼈다. 이 초심을 잃지 않고 기자 생활을 해나가겠다고 다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