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O) ② 단독기획(O)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O) ⑤ 기타( )
⑴ 1300억원에 이르는 대법원 입찰비리를 탐사보도로 밝혀냈습니다
1293억5175만원 규모의 대법원 전자법정 입찰비리는 경향신문이 지난해 시작한 탐사보도로 드러났습니다. 법원행정처가 이곳 출신 업자와 짜고 17만원짜리 영상·음향 장비를 225만원에 사들이는 등 비리를 저지르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은 언론 보도로 수사가 시작됐다고 밝혔고,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이 제출한 증거목록 가장 앞에도 경향신문 기사들이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대법원 공무원 등 15명이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10년 등 유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취재팀의 탐사보도는 법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이끌어 냈습니다. 한국 언론의 아쉬운 점으로 지적받는 것 가운데 하나가 검찰수사에 의존한 기사쓰기입니다. 최근에도 언론이 피의사실 공표의 공범 내지 도구를 자처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입찰비리 탐사보도는 대법원이라는 헌법기관의 비리를 밝혀내고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건 범행이 언론 보도를 통해 불거지자 피고인은 진실을 숨기고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관련자들과 진술을 맞추려는 시도까지”라는 판결문은 언론의 역할을 되새기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⑵ 경향신문의 탐사보도는 12개월 넘게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법, 행정처 퇴직자에 243억 ‘입찰 특혜’ 의혹”이라는 지난해 8월13일자 첫 보도 이후 지금까지 취재와 보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거짓해명으로 대응했습니다(1심 판결문 53쪽을 비롯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에서는 국회의원들까지 속였습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작년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오스트리아산 초고가 실물화상기가 불가피하다고) 시연회까지 했고, 당시 저도 꼭 필요하고 문제가 없다고 동의해줬는데 그런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이렇게 (전산정보관리국 판사들을 징계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기자가 명색은 사법전문이지만 전자도 입찰도 모르기에 취재와 검증이 쉽지 않았습니다. 내용을 이해하고 반론을 해소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제보자를 두 차례 만나 설명을 들었고 다른 루트를 통해서도 내용이 진실한지 검증했습니다. 수많은 e메일과 전화로 제보자와 취재원에게 내용을 묻고 확인했습니다. 취재를 확대하기 위해 독자에게 크라우딩 취재를 제안했습니다. 이를 통해 10월29일 또 다른 위장회사를 밝혀내고 입찰비리 내용과 규모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위장 회사가 4~5개에 이른다는 정황도 보도했습니다.
⑶ 김명수 대법원장의 판사 봐주기와 3000억원대 스마트법원을 추적 중입니다
1300억원대 입찰비리로 드러난 이번 사건으로 15명이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책임자인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판사는 단 한 사람 징계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은 이런 사실을 밝혀내 지적했습니다. 판사들을 징계조차 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경향신문 취재에 김명수 대법원장은 “전산장비 사업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전산정보 전문가가 아닌 판사에게) 지휘·감독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전산정보 전문가가 아니어서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는 판사들을 올해도 전산정보관리국장과 정보화심의관에 앉혔습니다.
징계를 회피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자신의 치적을 위해 3000억원대 스마트법원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장 임기 마지막 해인 2023년 완성을 목표로 대규모 국가예산을 쓰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업 책임자자가 전자법정 비리의 책임자인 정재헌 전산정보관리국장이고 김명수 대법원장 인사청문회를 준비한 대법원장 복심입니다. 이 사업에 대해 판사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계획이라고 반응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엄격하게 절차를 규정한 소송법도 고치지 않고 그런 (스마트) 재판이 가능한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비판합니다.
⑷ 핵심 제보자가 검찰에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받았습니다
기사화를 앞두고 제보자에게 말했습니다. “취재원 보호는 내 목숨과도 같다. 하지만 어떻게든 제보 사실이 드러나고 업계에서 매장될 수 있다”며 신중히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그는 진실이 밝혀지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제보자가 구속됐습니다. 그는 전자법정 입찰비리를 저지른 업체의 직원이었습니다. 저는 1심 재판부에 탄원서를 냈습니다. “얼마 전 구치소 면회에서 피고인은 제게 ‘나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잡혀온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옳은 일을 한 그가 자신을 후회하지 않도록 재판부에서 최대한의 선처를 베풀어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1심에서 제보자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됐습니다. “지시 내지 승인하에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지른 측면은 없지 아니하나 (중략) 담당한 구체적인 역할에 비추어보면 (중략) 가담 정도는 절대 가볍지 아니하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면서도 “전자법정 관련 법원 사업의 입찰비리에 대하여 처음으로 언론에 제보함으로써 이 사건 입찰비리 및 뇌물 범죄의 전모가 드러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고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취재원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한동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제보자를 위해서라도 힘을 내달라고들 했고, 지금은 공익제보자 보호 제도에 관해 새롭게 취재 중입니다. (2019년 6월26일자 이범준의 저스티스 – 이 기사들을 쓰지 말아야 했다)
⑸ 대법원 전자법정 입찰비리의 몸통인 판사들의 책임문제를 추적 중입니다
책임자인 판사들의 개입을 밝혀내고 책임을 지게 만들겠습니다. 전자법정 비리사건에서 징역 10년 중형을 선고받은 두 사람이 강한수 과장과 손창우 과장입니다. 두 사람은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비리가 벌어진 최근 10년 동안 서기관(4급)에 승진한 유이한 경우입니다. 이들이 승진하면서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졌습니다. 2014년 초대 정보화운영과장이 강한수씨이고, 2018년 초대 사이버안전과장이 손창우씨입니다. 결과적으로 전자법정 비리 주범을 콕 집어서 서기관에 승진시킨 것이고, 이들을 위해 서기관 자리를 만든 셈입니다.
이들의 승진에는 부장판사인 전산정보관리국장의 의견이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심 공판 때까지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이 점을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지적했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법정을 우습게 여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책임자들인 판사들이 입찰비리 과정을 제어할 수 있었다는 단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두 사람이 업체에 세금을 빼돌리고 돌려받은 뇌물을 전부 혼자 먹지는 않았으리란 얘기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경향신문의 전자법정 탐사보도가 13개월째에 접어듭니다. 어설프게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제보자와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바이라인을 적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것이며, 취재원들은 익명으로 처리했습니다. 그 외 취재와 보도과정에 문제가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에서 선행보도한 기사가 없습니다. 경향신문 보도로 검찰의 수사와 재판이 시작됐고 이 과정을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신청작으로 인해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이 시작됐다는 등 내용을 <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에 요약하여 기재했습니다. 또 검찰이 보도를 계기로 수사를 확대해 지난 6월 1400억 원대 국세청 정보화사업(홈텍스 등 전산시스템 통합) 수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보도자료 첨부).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을 모두 준수하였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없습니다.
취재후기
(347회) 1293억5175만원 전자법정 입찰비리 / 경향신문
1293억5175만원 전자법정 입찰비리
경향신문 사회부 이범준 기자
1293억5175만원 규모의 대법원 전자법정 입찰비리는 경향신문이 지난해 시작한 탐사보도로 드러났습니다. 법원행정처가 이곳 출신 업자와 짜고 17만원짜리 영상·음향 장비를 225만원에 사들이는 등 비리를 저지르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은 언론 보도로 수사가 시작됐다고 밝혔고,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이 제출한 증거목록 가장 앞에도 경향신문 기사들이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대법원 공무원 등 15명이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10년 등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책임자인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판사는 단 한 사람 징계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비리가 저질러진 10년 동안 이 업무에 관여한 판사는 14명입니다. 경향신문은 이런 사실을 밝혀내 지적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전산장비 사업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전산정보 전문가가 아닌 판사에게) 지휘·감독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전산정보 전문가가 아니어서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는 판사들을 올해도 전산정보관리국장과 정보화심의관에 앉혔습니다.
징계를 회피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치적을 위해 3000억원대 스마트법원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장 임기 마지막 해인 2023년 완성을 목표로 대규모 국가예산을 쓰려하고 있습니다. 판사들은 “엄격하게 절차를 규정한 소송법도 고치지 않고 그런 (스마트) 재판이 가능한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비판합니다. 경향신문은 스마트법원 문제점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7회 전체 총평
제347회 ‘이달의 기자상’(2019년 7월) 심사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0편이 출품된 가운데, 심사위원회는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경향신문의 <전자법정 입찰비리> 등 총 5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출품작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현안이나 구조적 비리 가운데 스며든 부정부패나 잘못된 권력 남용, 왜곡된 사회시스템의 현장을 현장기자들의 치열한 취재와 고발정신으로 담아낸 수작들이었고, 그중 5편이 치열한 경합을 뚫고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1293억5175만원 전자법정 입찰비리>가 선정됐다. 법원행정처가 출신 업자와 짜고 17만원짜리 영상·음향 장비를 225만원에 사들이는 등 비리를 저지르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끈질긴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냈다는 점, 다른 언론들이 따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집요한 추적을 통해 대법원이라는 헌법기관의 비리를 밝혀내고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게 한 점, 독자와의 크라우딩 취재를 통해 위장회사를 밝혀내고 입찰비리 내용과 규모도 확인한 점 등이 높이 평가받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유엔 안보리, 일본의 대북제재품목 북(北) 반입 여러 차례 지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자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물품이 한국을 통해 북한에 반입됐다는 일본의 의혹 제기를 검증함으로써, 일본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 시의적절하고 날카로우면서 동시에 국익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보도를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직접 전수 분석함으로써 한일 양국 간의 치열한 논리싸움의 와중에 일본의 주장에 근거가 없으며 도리어 일본의 수출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의미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인 한국일보의 <한 여름의 연쇄살인, 폭염>은 폭염이 계절적 불편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열사병으로 불리는 온열질환이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을 시의적절하게 밝혀준 의미있는 기획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온열질환과 관련된 피해자의 유족, 응급실 의사, 119 구급대원, 보건학자, 지자체 담당자 등을 현장 취재한 데 이어 보건의료, 기상, 공공정책 등 폭염 대응의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해외 사례 취재를 더해 대안을 제시하는 등 꼼꼼하고 정교하게 기획취재의 틀과 내용을 알차게 짜나간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채널A의 <‘한보’ 일가 해외도피·재산은닉 추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외환위기의 발단이 된 한보사태의 장본인인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일가가 21년 만에 체포·압송되는 과정과 함께, 7000억 원대로 추징되는 해외 은닉자금의 향방 및 정 씨 일가의 도피생활 전반을 파헤치는 의미있는 심층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지 도피생활과 은닉자금을 파헤치는 등 지속적인 현지 취재와 다수의 단독보도를 통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관련 제도의 개선과 함께 조세정의 실현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제주CBS의 <경찰 수사 체계 바꾼 고유정 부실수사> 보도가 선정됐다. 초기 경찰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시신 유기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 착안해 2개월 이상 현장을 꼼꼼하게 취재하며 부실수사를 지적했고, 현행 수사체계로는 부실수사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도출해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인권 보호와 2차피해 방지에 나서면서도 동시에 끈질기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경찰청이 부실수사를 인정하고 제도개선에 나서게 한 점 역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일부 언론들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로 ‘고유정 악마만들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유족의 2차피해와 가짜뉴스 양산을 막기 위해 고심하며 범행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등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저널리즘의 정도를 지키고, 이를 통해 경찰이 수사방식에 대한 개선에 나서게 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