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
일본이 지난달 4일 고순도 불화수소를 비롯한 핵심 소재 3종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경제적 파장이 크게 일었습니다. 특히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직격타를 맞는다는 점에서 위기감도 커졌습니다. 기업들은 국산 기술이 없다 보니 일본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피해를 입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90%를 일본 단 한 국가에 의존하는 상황이 왜 벌어졌을까를 취재해 오면서 ‘정말 한국은 기술이 없어서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관련 기술 특허가 없는지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불화수소’라는 말로는 기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과거에는 ‘불산’이란 단어를 혼용해 썼다는 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특허를 검색해 본 결과 단 1건이 있었고, 해당 회사에 이메일과 전화 문의를 수차례 한 끝에 개발자인 사장과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얘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기술이 있어도 투자가 꺼려지는 한국 중소기업의 현실과 이를 외면해 온 대기업의 행태가 ‘기술 사장’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부메랑이 돼 한국으로 돌아온 문제의 뿌리가 여기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이에 단독 기사 외에 박스 기사를 같이 준비했습니다. 그 동안 무수한 R&D가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고 과거 발표 자료를 다 뒤져봤습니다. 28년전부터 정부는 개발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럼에도 관련 기술이 제자리였던 이유는 생태계 부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가 추후 대책을 만들 때 단순히 R&D에 예산을 퍼붓는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었으면 하는 취지에서 보도를 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원의 요청으로 회사명 및 취재원의 이름을 익명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본보가 지난달 22일 단독 보도를 한 직후 연합뉴스와 KBS, SBS, MBC가 기사를 받았습니다. 지방 및 전문지인 경기신문과 중소기업신문도 기사를 그대로 받았습니다. 24일에는 종합지 중 중앙일보가 기사를 받았으며, 머니투데이의 지난 5일자 기사에서도 회자됐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온라인의 경우 지난달 22일 오전 7시 노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기회에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연결을 상생협력 차원에서 강력하게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의 주요 방안으로도 담겼습니다.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 간 수직 및 수수평적 협력을 만들기 위해 ‘자금+입지+세제+규제특례’ 패키지 지원을 하기로 한 내용입니다. 기사의 취지인 ‘기술 개발해도 수요자인 대기업이 안 쓰면 어쩔 수 없다’는 문제 제기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한 것입니다.
해당 회사가 직접적으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고 있습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기술을 개발한 회사 대표를 만나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현재 만날 시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SK하이닉스 역시 기자에게 해당 업체를 문의하면서 상생 방안을 살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 여부
한국과 일본의 대립 관계 ‘프레임’으로 보도가 쏟아지던 시점에 문제의 근원인 대-중소기업 상생 생태계 부재를 짚은 유일한 기사였다고 판단됩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경제 기사 중에는 드물게 거의 하루종일 많이 본 기사 ‘톱’에 오른 점도 그런 부분이 반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회사를 돕겠다고 나서는 펀딩 업체 등에서 이메일이 쏟아질 정도로 기사로 다 쓰지 못한 반향도 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국산화를 추구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제지한 부분에서 사회적으로도 공헌했다는 판단이 듭니다.
6.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7회 전체 총평
제347회 ‘이달의 기자상’(2019년 7월) 심사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0편이 출품된 가운데, 심사위원회는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경향신문의 <전자법정 입찰비리> 등 총 5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출품작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현안이나 구조적 비리 가운데 스며든 부정부패나 잘못된 권력 남용, 왜곡된 사회시스템의 현장을 현장기자들의 치열한 취재와 고발정신으로 담아낸 수작들이었고, 그중 5편이 치열한 경합을 뚫고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1293억5175만원 전자법정 입찰비리>가 선정됐다. 법원행정처가 출신 업자와 짜고 17만원짜리 영상·음향 장비를 225만원에 사들이는 등 비리를 저지르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끈질긴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냈다는 점, 다른 언론들이 따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집요한 추적을 통해 대법원이라는 헌법기관의 비리를 밝혀내고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게 한 점, 독자와의 크라우딩 취재를 통해 위장회사를 밝혀내고 입찰비리 내용과 규모도 확인한 점 등이 높이 평가받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유엔 안보리, 일본의 대북제재품목 북(北) 반입 여러 차례 지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자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물품이 한국을 통해 북한에 반입됐다는 일본의 의혹 제기를 검증함으로써, 일본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 시의적절하고 날카로우면서 동시에 국익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보도를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직접 전수 분석함으로써 한일 양국 간의 치열한 논리싸움의 와중에 일본의 주장에 근거가 없으며 도리어 일본의 수출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의미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인 한국일보의 <한 여름의 연쇄살인, 폭염>은 폭염이 계절적 불편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열사병으로 불리는 온열질환이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을 시의적절하게 밝혀준 의미있는 기획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온열질환과 관련된 피해자의 유족, 응급실 의사, 119 구급대원, 보건학자, 지자체 담당자 등을 현장 취재한 데 이어 보건의료, 기상, 공공정책 등 폭염 대응의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해외 사례 취재를 더해 대안을 제시하는 등 꼼꼼하고 정교하게 기획취재의 틀과 내용을 알차게 짜나간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채널A의 <‘한보’ 일가 해외도피·재산은닉 추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외환위기의 발단이 된 한보사태의 장본인인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일가가 21년 만에 체포·압송되는 과정과 함께, 7000억 원대로 추징되는 해외 은닉자금의 향방 및 정 씨 일가의 도피생활 전반을 파헤치는 의미있는 심층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지 도피생활과 은닉자금을 파헤치는 등 지속적인 현지 취재와 다수의 단독보도를 통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관련 제도의 개선과 함께 조세정의 실현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제주CBS의 <경찰 수사 체계 바꾼 고유정 부실수사> 보도가 선정됐다. 초기 경찰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시신 유기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 착안해 2개월 이상 현장을 꼼꼼하게 취재하며 부실수사를 지적했고, 현행 수사체계로는 부실수사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도출해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인권 보호와 2차피해 방지에 나서면서도 동시에 끈질기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경찰청이 부실수사를 인정하고 제도개선에 나서게 한 점 역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일부 언론들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로 ‘고유정 악마만들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유족의 2차피해와 가짜뉴스 양산을 막기 위해 고심하며 범행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등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저널리즘의 정도를 지키고, 이를 통해 경찰이 수사방식에 대한 개선에 나서게 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