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단독기획+제보
이번 취재는 출입처 취재원의 아주 우연한 말 한마디로 시작됐습니다. 강릉시체육기금이 재단이 설립된 2006년 이후 이사장 개인이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금의 규모는 20억 원입니다.
재단은 기금의 이자 수익으로 운영됐습니다. 해당 재원은 대기업이 토지 거래 과정에서 많은 시세차익을 올리자 차익 일부를 환수해야한다는 지역 여론이 커졌고 해당 기업이 공익을 위해 차익 일부를 출연하면서 조성됐습니다. 강릉체육진흥재단 홈페이지에는 기금의 목적과 집행과정, 사용 내역이 그럴듯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강릉체육진흥재단은 기금의 세부 활용 내역을 공개하길 거부했습니다. 홈페이지를 참조하라는 겁니다. 납득하기도, 수용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체육기금은 공적 목적으로 조성됐고 재원 자체가 개인 금전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체육기금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당연히 기금 활용과 세부 사용 내역은 공개해야 했습니다. 합리적 의심으로 시작했던 취재는 눈덩이같은 의혹으로 다가왔습니다. 취재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팩트를 확인했습니다. 당연히 정보공개 대상기관으로 알았던 ‘강릉세체육진흥재단’은 의무 기관이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이랬습니다. 강릉시는 체육진흥기금이 14년 전 대기업에서 받은 ‘재원’인 만큼 실질적인 관리감독권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취재 결과 강릉시 산하기관처럼 운영돼왔지만 실제로는 산하기관이 아니었습니다. 강릉시 담당 과장이 1년에 한 번 관련 서류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채 도장만 찍은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형식적인 감사 서류도 기명날인이 제대로 돼있지 않을 만큼 허술했습니다. 공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기금이 너무나도 완벽히 ‘관리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팩트 확인과 기본적인 서류 입수에만 체육진흥재단과 두 달 이상 대립하고 싸워야 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부분은 체육기금 20억 원이 강릉시청 직원 개인통장에 1년 넘게 예치돼 있던 사실이었습니다. 이유는 기부금법상 자치단체는 ‘기부금품’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치단체는 엄격한 기준을 통해 세외수입으로 잡은뒤 회계처리하고 예산에 반영해야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강릉시는 체육진흥재단에 관리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구조가 이번 취재로 드러났습니다. 관리감독의 허점을 이용해 재단 이사장은 대표권을 독점했습니다. 이사회는 이사장과 같은 고등학교나 대학교 동문들이 장악했으며 선임 과정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체육재단의 정관 역시 제대로 된 감사 규정도 없었고 불리한 조항들은 모두 삭제할만큼 자의적으로 운영됐습니다. 이사장이 눈치 보지 않고 돈을 쓸 수 있는 구조가 됐습니다. 13년 동안 강릉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는 어려웠습니다. 강릉시는 감독기관이 아니라며 무책임한 태도만 보였고 강원도는 재단 설립허가를 내줬을뿐이라며 방관하고 있었습니다. 체육진흥재단 이사장은 수 차례 거듭된 취재요청을 모두 거부하고 전화조차 제대로 받지 않았습니다. 재단은 기본적인 자료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인맥을 총 동원해 관련 자료를 입수해야 했습니다. 13년간 지역에서 암합리에 이뤄져온 틀을 깨는 일은 정말로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의미있는 자료를 하나씩 모아 팩트를 발굴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연속 보도가 나가는 동안 강릉시체육진흥재단측과 이사장은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했습니다.
리포트는 속보와 단신을 포함해 7개를 제작했습니다.
<<리포트 보도 내용>>
①강릉시체육진흥재단 기금 20억 원 운영 불투명(6/24일 리포트)
②수상한 체육재단 목적 사업(6/25일 리포트)
③체육진흥재단 이사장은 꾸준히 ‘연임중’(6/26일 리포트)
④법적 근거 없는 20억 체육기금(6/27일 리포트)
⑤이재모 강릉시의원 “재단 운영 개선 방안 찾아야”(6월 28일 단신)
⑥체육진흥재단 운영 실태 개선 방안은?(7/2일 리포트)
⑦<속보>강릉체육진흥재단 해산…20억 기금 강릉시 귀속(7/17일 리포트)
⑧<속보>강릉시체육진흥재단 이사회 청산 최종 의결(7/30일 단신)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강릉체육진흥재단과 관련한 단발성 보도는 있었지만 장기 취재를 통한 연속 보도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에서도 관련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타사 매체 반향>>
-강릉시체육진흥재단 13년만에 해산 절차(강원도민일보, 7/18)
-강릉시체육진흥재단 청산 절차(강원일보, 7/18)
4. 사회에 끼친 영향
취재 과정에서 강릉시는 감독기관이 아니라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속 보도로 강릉시의 과실이 드러나자 즉각적인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마지막 보도가 나간 이후 15일 만에 강릉시는 체육진흥재단의 해산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기금 20억 원은 강릉시로 귀속시키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강릉시는 회계처리를 거친뒤 지역 사회 의견을 반영해 기금 활용처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모든 의사 결정 과정과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3년간 대표권을 사실상 독점한 이사장은 재단 해산과 함께 사퇴하고 모든 서류도 강릉시로 이관하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재단 이사회는 최근에 청산하기로 최종 의결했습니다. 지역에서는 정관 개정이나 이사장 사퇴 등 일부 개선이 아닌 발전적인 재단 해체를 통해 일련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번 보도는 지역에서 어떠한 견제나 감시 없이 이사장 개인과 이사회가 불투명하게 운영해온 ‘강릉시체육진흥기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기금의 사용처를 제대로 공개조차 하지 못할 만큼 폐쇄적으로 운영돼 왔지만 13년 동안 제대로 된 문제 제기는 없었습니다. 그것도 13년이나 계속돼 왔습니다. 법률적 근거없는 기금에, 이사장은 독점 대표권을 버젓이 등기하고 재단 운영과 관련된 세부 내역이 외부에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던 강릉시체육진흥재단에 극약처방이 내려졌습니다. 강릉체육기금 활용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합니다. 20억 원의 기금이 강릉시민과 체육 복지를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활용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됐습니다. 감시견으로서,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객관적이고 정확한 보도를 위해 변호사와 금융인 등 전문가들의 자문도 충분히 거쳤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 사항은 없었으며 취재와 보도과정에서 언론윤리를 준수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7회 전체 총평
제347회 ‘이달의 기자상’(2019년 7월) 심사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0편이 출품된 가운데, 심사위원회는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경향신문의 <전자법정 입찰비리> 등 총 5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출품작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현안이나 구조적 비리 가운데 스며든 부정부패나 잘못된 권력 남용, 왜곡된 사회시스템의 현장을 현장기자들의 치열한 취재와 고발정신으로 담아낸 수작들이었고, 그중 5편이 치열한 경합을 뚫고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1293억5175만원 전자법정 입찰비리>가 선정됐다. 법원행정처가 출신 업자와 짜고 17만원짜리 영상·음향 장비를 225만원에 사들이는 등 비리를 저지르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끈질긴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냈다는 점, 다른 언론들이 따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집요한 추적을 통해 대법원이라는 헌법기관의 비리를 밝혀내고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게 한 점, 독자와의 크라우딩 취재를 통해 위장회사를 밝혀내고 입찰비리 내용과 규모도 확인한 점 등이 높이 평가받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유엔 안보리, 일본의 대북제재품목 북(北) 반입 여러 차례 지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자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물품이 한국을 통해 북한에 반입됐다는 일본의 의혹 제기를 검증함으로써, 일본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 시의적절하고 날카로우면서 동시에 국익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보도를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직접 전수 분석함으로써 한일 양국 간의 치열한 논리싸움의 와중에 일본의 주장에 근거가 없으며 도리어 일본의 수출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의미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인 한국일보의 <한 여름의 연쇄살인, 폭염>은 폭염이 계절적 불편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열사병으로 불리는 온열질환이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을 시의적절하게 밝혀준 의미있는 기획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온열질환과 관련된 피해자의 유족, 응급실 의사, 119 구급대원, 보건학자, 지자체 담당자 등을 현장 취재한 데 이어 보건의료, 기상, 공공정책 등 폭염 대응의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해외 사례 취재를 더해 대안을 제시하는 등 꼼꼼하고 정교하게 기획취재의 틀과 내용을 알차게 짜나간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채널A의 <‘한보’ 일가 해외도피·재산은닉 추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외환위기의 발단이 된 한보사태의 장본인인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일가가 21년 만에 체포·압송되는 과정과 함께, 7000억 원대로 추징되는 해외 은닉자금의 향방 및 정 씨 일가의 도피생활 전반을 파헤치는 의미있는 심층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지 도피생활과 은닉자금을 파헤치는 등 지속적인 현지 취재와 다수의 단독보도를 통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관련 제도의 개선과 함께 조세정의 실현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제주CBS의 <경찰 수사 체계 바꾼 고유정 부실수사> 보도가 선정됐다. 초기 경찰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시신 유기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 착안해 2개월 이상 현장을 꼼꼼하게 취재하며 부실수사를 지적했고, 현행 수사체계로는 부실수사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도출해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인권 보호와 2차피해 방지에 나서면서도 동시에 끈질기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경찰청이 부실수사를 인정하고 제도개선에 나서게 한 점 역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일부 언론들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로 ‘고유정 악마만들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유족의 2차피해와 가짜뉴스 양산을 막기 위해 고심하며 범행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등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저널리즘의 정도를 지키고, 이를 통해 경찰이 수사방식에 대한 개선에 나서게 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