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 “얼굴인 분명 한국 아이인데…. 한국말을 몰라서 엄마, 아빠, 할머니와 말도 못하는 아이들이 안산에 정말 많아요. 그들은 누구죠?”
- 이 한마디 제보로 시작된 ‘또 다른 이방인, 고려인 4세’ 기획. 외모는 한국인인데 한국어를 몰라 가족과 대화조차 못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그들의 정체를 찾는 과정은 비교적 간단했습니다. 그러나 정면으로 마주한 그들의 삶은 참으로 외롭고, 씁쓸했습니다. 바로 고려인 4세들.
-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했을 때 “고려인 1세대는 모두 애국자이고 독립유공자입니다”라는 발언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현실 속 고려인들의 괴리감은 참으로 넓고 깊었습니다. 그들은 외국인 중에서도 소외된 섬이었고 외국인노동자 보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 우리가 모르는 사이 10만 고려인은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경기도 안산 선부동과 대학동 골목에는 고려인 아이들이 뛰어 노는 소리가 마을의 생동감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 국내 거주 고려인은 올해 3월 기준, 8만3천890명으로 2016년 3월 대비 무려 215%나 증가했다. 특히 가족 단위 고려인의 국내 유입이 증가하면서 경기도 내 고려인 4세 학생들도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 실제 경기도교육청의 국적별 다문화가정 학생 수 통계 현황(2016~2018년)에 따르면 도내 러시아ㆍ중앙아시아 지역 학생 수는 2016년 1천277명에서 2017년 1천619명, 2018년 2천132명으로 증가했습니다.
- 그러나 고려인 4세 학생은 현행법상 ‘외국인’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국내 체류 규모가 몇 명인지 정확한 집계조차 없는 게 현실입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한국어 교육을 받지 못해 가족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안산 원곡동과 사동 일대에선 고려인 학생 대상 한국어를 교습하는 월 45~50만 원 상당의 고액 사설 고려인학교가 성업 중인 상황이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버섯공장에서 가서 일하는 10대 고려인 청소년들의 삶에선 독립유공자의 후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특히 재외동포법상 ‘동포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19살 미만인 고려인 4세는 동포가 아니라 ‘외국인’에 해당돼 교육 사각지대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 제도권 교육에서 제대로 한국어 교육을 받지 못해 학교 부적응, 학업포기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 이에 본보는 전국 거주 고려인들의 약 38%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최대 고려인 밀집지역인 안산시를 비롯해 화성, 안성, 평택, 광주, 김포 등지의 고려인 4세인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4세 박올가양(18ㆍ안산 경일관광경영고), 지난해 7월 한국 땅을 밟은 고려인 4세 김이겐나디씨(23) 등을 직접 만나 인터뷰 및 취재하면서 교육 및 보육 사각지대를 비롯해 성년이 되면 비자 갱신 반복하며 유랑의 삶을 사는 고려인 4세들의 이야기를 지난 7월2일자 1면과 3면을 시작으로 총 8편의 관련 기사를 7월 한 달 동안 집중 보도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 취재 및 보도과정에서 특이사항은 경기도교육청의 태도였습니다. 취재 초반 경기도교육청은 외국국적 동포의 범위를 손자녀(3세)에서 직계비속(4세대 이후)으로 넓히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데다, 고려인 4세 학생들을 그저 ‘외국인’으로 분류 및 인식하면서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한국어교육 등 교과 및 교육정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등 고려인 4세에 관련 교육에 대해 사실상 손놓고 있었습니다. 보도 과정에서도 경기도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무관심하고 무책임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 ‘또 다른 이방인, 고려인 4세’는 경기일보 기획보도로 이에 타 매체의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 본보 보도 후 7월17일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체류 고려인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이날 고려인 4세를 비롯한 고려인들은 한국 생활 중 한국어 문제와 보육비, 건강보험 문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과 지자체와 민간단체 혹은 교육당국 등이 협력해 고려인 정착을 위한 종합계획이 필요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 이와 관련한 ‘국내 고려인 정주여건 열악… 정착 지원 서둘러야’, ‘고려인들의 힘든 삶, 원룸 거주에 월수입 200만원 이하’ 등의 기사 제목을 통해 경기도 내 고려인들의 한국에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을 ‘한국어 모름’으로 꼽은 고려인이 64%에 달해 고려인의 재교육과 정착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기사들이 경인일보를 비롯해 기호일보, 중부일보, 인천일보 등 경기 및 인천 지역 언론사를 비롯해 뉴스1 등 통신사 등 10여 건의 타 매체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 앞서 7월11일 안산 상록구 일동 협동조합카페 마실에서는 (사)너머와 (사)울타리너머 주관으로 ‘고려인독립운동 마실 역사콘서트’가 개최된 가운데 대부분 독립운동가 후손이지만 조국으로부터 버려진 고려인 1만7천여 명이 살고 있는 안산의 이야기 등이 오마이뉴스에 ‘기록되지 않은 역사, 고려인 독립운동을 말하다’ 제목으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자세한 타 매체 반향은 별도로 제출하겠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 본보의 기획 보도된 후 외국 국적 동포의 범위를 ‘외국 국적 동포의 손자녀(3세대)’에서 ‘직계비속’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재외동포법’(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7월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됐습니다.
- 이에 따라 고려인 3세대 부모를 따라 국내로 이주한 4세대는 외국인으로 분류돼 출·입국을 반복하면서 부모와 생이별하고 가족이 해체되는 등 국내 정착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해소되었습니다.
- 국내 체류 고려인 7만여 명 중 약 1만 7천 명이 거주하고 있는 안산을 비롯한 화성, 평택, 안성 등지 고려인들과 관련 단체들이 함께 기뻐하며 한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 안산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4세 박올가양은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올 3월에 태어난 한살 남동생 다니엘과 헤어지지 않고 한국 땅에서 평범한 여고생으로 살고 싶었는데 그 소원이 이뤄지게 되었다”고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습니다.
- 안산고려인지원센터 사단법인 ‘너머’는 성명서를 통해 “고려인 4세 문제는 한시적 출국유예조치를 거쳐 이번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결실을 맺어 고려인 후손들이 최소한의 체류자격을 확보하게 된 것은 마땅히 환영할 일”이라며 “정부는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바꿔가며 이역만리로부터 귀환한 고려인들에 대해 역사를 돌아보고 새로운 디아스포라 동포에 대한 개념을 세울 때”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법무부는 7월 안산 지역 고려인과 동포지원단체, 안산시청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갖고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및 문화 등의 사회통합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 체류를 보장 및 우리 사회 적응을 돕는데 발 벗고 나섰습니다.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및 담당 장학사는 본보 기획보도 후 “반성을 많이 하는 기회였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주여성(학부모) 등을 투입해 언어교육 실시 및 한국어강사 보조인력 확보 등을 안산지역교육청과 함께 연계해 논의해 볼 예정”이라고 약속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경기도, 안산시, 교육당국(경기도교육청 및 지역교육청), 시민단체 등은 언어 장벽과 취약한 경제기반 등으로 인해 국내 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려인 4세 실태조사 및 한국 정착 지원을 위한 교육 및 보육, 의료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출국 위기에서 벗어난 고려인 4세들의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정책을 세우
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와 분위기를 조성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 이번 보도에 대해 경기일보사는 100년 이상 중앙아시아에서 떠돌아 살면서도 한국 성(姓)씨를 지켜온 우리 민족이자,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인 고려인과 그들의 자녀들이 이 땅에서 외국인들보다 더 열악한 지위에 있는 게 현실이라는 점을 집중 조명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 특히 재외동포법 시행령에 따라 고려인 4세 이후 동포까지 포함해 국내에서 최소한의 부모와 생이별을 막았지만 동포의 안정적인 체류와 노동권 보장 없이는 모두가 임시적 방편에 불과하다는 제도적 한계를 집중적으로 지적 보도했습니다.
- 경기일보사는 이번 기획보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고려인 4세, 한국 法에선 외국인일 뿐’ 및 ‘고려인 정주여건 열악, 정착 지원 확대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하며 “고려인을 보듬어주는 어떤 정책도 없고 법적으로는 그냥 외국인으로 고려인 4세가 몇 명인지 잡혀 있는 통계도 없다”고 지적하고 “위대한 우리 민족의 후손이라는 말에 걸맞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했습니다.
- 또 경기일보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이범관 전 서울지검 검사장위원장)는 “미국이나 유럽 등지로 간 고려인 동포들은 법적 보호를 받았는데 간도를 통해 러시아로 간 사람들은 전혀 보호가 되지 않아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며 “재외국민이지만 보호해주는 나라가 없었는데 이제 우리나라가 고려인 보호에 대해서도 특별히 신경써야 할 시점이 왔다”고 평가했습니다.
- 덧붙여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하면서 올해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지난한 디아스포라의 삶을 집중 조명한 본보의 기획기사에 대한 시의 적절성 등에 대해 창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 한편 이번 보도에 있어 취재기자들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 이번 보도에 대해 외부 지원 등은 없었으며 반론신청 및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 등도 없었음을 밝힙니다.
회차 심사평
제347회 전체 총평
제347회 ‘이달의 기자상’(2019년 7월) 심사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0편이 출품된 가운데, 심사위원회는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경향신문의 <전자법정 입찰비리> 등 총 5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출품작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현안이나 구조적 비리 가운데 스며든 부정부패나 잘못된 권력 남용, 왜곡된 사회시스템의 현장을 현장기자들의 치열한 취재와 고발정신으로 담아낸 수작들이었고, 그중 5편이 치열한 경합을 뚫고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1293억5175만원 전자법정 입찰비리>가 선정됐다. 법원행정처가 출신 업자와 짜고 17만원짜리 영상·음향 장비를 225만원에 사들이는 등 비리를 저지르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끈질긴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냈다는 점, 다른 언론들이 따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집요한 추적을 통해 대법원이라는 헌법기관의 비리를 밝혀내고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게 한 점, 독자와의 크라우딩 취재를 통해 위장회사를 밝혀내고 입찰비리 내용과 규모도 확인한 점 등이 높이 평가받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유엔 안보리, 일본의 대북제재품목 북(北) 반입 여러 차례 지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자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물품이 한국을 통해 북한에 반입됐다는 일본의 의혹 제기를 검증함으로써, 일본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 시의적절하고 날카로우면서 동시에 국익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보도를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직접 전수 분석함으로써 한일 양국 간의 치열한 논리싸움의 와중에 일본의 주장에 근거가 없으며 도리어 일본의 수출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의미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인 한국일보의 <한 여름의 연쇄살인, 폭염>은 폭염이 계절적 불편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열사병으로 불리는 온열질환이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을 시의적절하게 밝혀준 의미있는 기획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온열질환과 관련된 피해자의 유족, 응급실 의사, 119 구급대원, 보건학자, 지자체 담당자 등을 현장 취재한 데 이어 보건의료, 기상, 공공정책 등 폭염 대응의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해외 사례 취재를 더해 대안을 제시하는 등 꼼꼼하고 정교하게 기획취재의 틀과 내용을 알차게 짜나간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채널A의 <‘한보’ 일가 해외도피·재산은닉 추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외환위기의 발단이 된 한보사태의 장본인인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일가가 21년 만에 체포·압송되는 과정과 함께, 7000억 원대로 추징되는 해외 은닉자금의 향방 및 정 씨 일가의 도피생활 전반을 파헤치는 의미있는 심층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지 도피생활과 은닉자금을 파헤치는 등 지속적인 현지 취재와 다수의 단독보도를 통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관련 제도의 개선과 함께 조세정의 실현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제주CBS의 <경찰 수사 체계 바꾼 고유정 부실수사> 보도가 선정됐다. 초기 경찰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시신 유기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 착안해 2개월 이상 현장을 꼼꼼하게 취재하며 부실수사를 지적했고, 현행 수사체계로는 부실수사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도출해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인권 보호와 2차피해 방지에 나서면서도 동시에 끈질기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경찰청이 부실수사를 인정하고 제도개선에 나서게 한 점 역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일부 언론들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로 ‘고유정 악마만들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유족의 2차피해와 가짜뉴스 양산을 막기 위해 고심하며 범행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등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저널리즘의 정도를 지키고, 이를 통해 경찰이 수사방식에 대한 개선에 나서게 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