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목포의 한 보육원 냉장고 옆에 줄줄이 붙어 있는 약봉지.
이 사진 한 장으로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이 보육원에서 5년 전 퇴소한 한 청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보육원을 갔는데 선생님들이 동생들에게 이 약을 먹이고 있더라는 겁니다. 제보자는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ADHD 약을 먹여 관리하는 것 같다고 의심했습니다. 아이들도 그 약이 ADHD나 불면증, 우울증 등이 있을 때 먹는 정신과 약으로 알고 있더라는 게 제보의 내용이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접할 법한 믿기 힘든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설마 하는 생각으로 접촉해본 여타 보육원 퇴소자들이 공통적으로 “보육원 동생들이 너나할 것 없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더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앞서 MBC가 보도한 ‘보육원 퇴소자 정착 자립금은 500만원 뿐’과 관련해 접촉했던 보육원 아이들 또한 어김없이 정신과 치료 및 약물 복용 경험이 있었고, 여러 보육원 현직 교사들과 통화한 결과 각 보육원마다 약물 복용 아동 수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정신과 약물 복용이 흔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기에 약물 복용을 수치화해낸다면 충분히 기사화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인 제보와 사진, 증언자들이 확보된 것은 목포의 한 보육원이었기에 우선 이 곳을 집중적으로 취재했습니다. 기사에 A씨와 B씨로 표현된 해당 보육원 퇴소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전직 교사들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수년 간 당사자와 부모의 동의 없이 치료를 받다 최근 해당 보육원을 퇴소했다는 한 학생 강모 군을 알게 됐습니다.
강 군은 현재 고등학생으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때까지 ADHD 약을 먹어왔습니다. 하지만 ‘복통, 두통, 식욕부진, 구토’ 등 전형적인 ADHD 약 부작용에 시달리며 보육원에 “정신과 치료 및 약물 복용을 중단하고 싶다”고 지속적으로 호소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약물 치료는 중단되지 않았고, 해당 학생의 부모도 강 군이 중학생이 된 뒤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으며 이후 부모가 보육원에 강하게 항의한 뒤 치료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보육원에서는 ‘강 군이 말썽을 부리는 문제아였고 부모와는 수년간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부모 외에 이모와 삼촌 등 강 군의 보호자가 있었지만 알리지 않았다는 점, 강 군의 약물치료 중단 호소를 무시했다는 점, 약물치료 필요성의 이유로 강 군이 보육원 관계자들을 얼마나 힘들게 해왔는지 만을 계속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아동인권침해 및 약물 남용 소지가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또 ‘2019년도 보건복지부 심리치료지원사업’에 해당 목포 보육원이 제출한 14명 아동의 신청서를 입수해 확인해본 결과 ‘아동청소년문제행동척도(K-CBCL)’ 시험에서 문제행동 점수가 낮게 나타나 치료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아동 임모 군도 따로 정신과에 데려가 약물 치료를 시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약물 남용이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다만 의료전문가가 아닌 기자로서 남용 여부를 입증해내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과연 다른 보육원들의 실태도 마찬가지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보육원 단체인 ‘한국아동복지협회’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ADHD 복용 실태를 따로 조사하진 않는다’며 두 곳 모두 자료 제공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한 국회의원실을 통해 어렵게 해당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또 건강보험공단 청구 기준, 학령별 ADHD 약물 처방 현황 자료 또한 함께 요구해 입수했기 때문에 일반 아동과 보육원 아동의 처방 실태를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두 자료를 입수해 비교한 결과, 보육원 아동들은 일반 아동에 비해 최대 20배 이상 ADHD 약물에 더 많이 노출되어있었으며 처방율 또한 3년째 계속 상승하고 있었습니다. 부산 지역의 한 보육원은 초등학생, 중학생 전원이 ADHD 약을 복용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보육원 아동들이 심리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일반 아동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20배 이상 높게 나타난 수치 차이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너무 높다’며 당황스러워 했습니다. 또 아무에게도 ADHD 약을 먹이지 않는 보육원이 마흔 곳이나 되는 등, 보육원마다 처방률이 차이가 상당한 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조사를 해봐야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일반 아동들의 처방률은 수년째 변함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보육원 아이들의 처방률만 증가하고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봤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목포, 경북 등 여러 보육원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몇 년 전부터 아동학대 처벌이 강화가 돼서, 애들이 문제 행동을 해도 훈육이 불가능해졌다’는 토로를 했기 때문입니다.
확인해보니 지난 2017년 2월 발표된 범정부 차원의 <아동복지시설 취약아동 보호 강화방안>이 있었습니다. 보육원 관계자들이 아동학대를 하다 적발될 경우, 취업 제한 기간을 2배로 늘리고, 심할 경우 시설을 폐쇄하도록 하는 등, 당시 발표된 이 조치로 인해 처벌이 상당히 강화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이후 보육원 아동들의 ADHD 약물 처방률이 증가했습니다. 목포 보육원의 생활지도부장 교사, 경북 지역 다른 보육원의 현직 교사의 경우 인터뷰 중 사실상 모든 훈육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문제 행동을 하면 치료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학대 처벌이 강화되니 약물 치료가 증가하는, 일종의 풍선 효과가 발생한 겁니다.
그런데 이런 치료적 접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동인권 침해를 감시했어야 할 다른 대책들은 모두 흐지부지 됐습니다. 당시 발표된 <아동복지시설 취약아동 보호 강화방안>에는 아동학대 처벌 강화 외에도, 각 보육원마다 ‘인권보호관’을 배치하고 ‘신고함’을 설치하도록 하는 등 보육원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들이 함께 담겼습니다.
하지만 새로 임용됐다던 3백여명의 ‘인권보호관’들의 현황은 보건복지부에서 전혀 관리하고 있지 않았으며, 이들이 무슨 활동을 했는지 조차 취합한 적 없었습니다. 지자체에서도 임용 사실만 알고 있을 뿐, 따로 활동 내역을 조사한 바가 없었습니다. 또 각 보육원 마다 설치했던 신고함은 불과 1년 만인 지난해 초, 도로 모두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고 건수가 적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과연 ‘말투가 강압적이다’, ‘스마트폰에 과몰입한다’는 등 사소한 사춘기의 반항들까지 치료적으로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정답인건지 고민이 남았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보육원 교사들도 공통적으로 약물을 먹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토로했으며, 교사 1인당 아동 수 등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ADHD 약 처방율이 높은 것이 단순히 보육원 아동들의 특성 때문만이 아닐 수 있다고,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이유를 살펴보고 개선해달라는 것이 제가 이 기사를 통해 정부에 촉구한 것입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하는 보육원 퇴소자, 현직 교사 등은 모두 강하게 익명을 요구했습니다. 목포 보육원 퇴소자들은 본인 동의하에 전남지방경찰청에 연락처를 제공했고 이들은 현재 수사에 협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당사자-보호자 동의 없이 원치 않는 약물치료를 수년간 받아온 강모 군의 경우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나, 보도 직전에 연락이 와 자신의 목소리가 나가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때문에 인터뷰 내용 중 일부만 발췌해 CG로 처리했습니다.
목포 보육원 원장과 교사, 전남아동복지협회장의 경우 해당 보육원 현장 취재를 하며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나 이들 모두 ‘기사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임한 인터뷰였기에 부득이 익명 처리 하였습니다.
목포 보육원 원장의 경우, 기자가 취재내용 보안을 유지하며 사이드취재를 하고 있었는데 먼저 기자의 연락처를 알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우리 보육원의 약물복용 실태를 취재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보육원에는 아무 문제없다, 모든 자료를 공개할테니 목포로 와서 확인하고 가라’는 내용입니다. 이후 목포 보육원에 취재를 갔을 때는 원장과 교사들이 촬영할 장소와 인터뷰할 아동들 섭외까지 취재를 위한 모든 준비를 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약물 관리 모습도 사전 취재내용과는 달랐습니다. 기자를 의식한 현장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취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관련 선행보도는 없습니다. 보육원 아동들의 ADHD 약물 복용 수치,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기반으로 한 일반 아동들의 ADHD 약물 복용 수치 모두 처음 확인된 자료로 이 둘을 비교한 것도 처음입니다.
MBC 보도 이후 매일경제, 이데일리, 쿠키뉴스 아주경제 등에서 MBC 기사를 인용해 기사화 하였으며 목포 MBC에서는 지자체와 경찰의 후속조치를 기사화 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MBC 보도 후 보건복지부에서는 지자체를 통해 보육원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또 ADHD 처방율이 70% 이상으로 유독 높게 나타난 보육원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에서 직접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또 내년도 ‘심리치료지원 예산’을 확충해 치료비 지원 대상 아동 수를 현재 850명에서 내년도 120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퇴소자들이 모여 만든 시민단체 ‘고아권익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전국 보육원의 약물 남용과 약물 처방 과정에서의 아동인권 침해 소지가 없는지 들여다봐달라는 내용입니다.
보도 이후 기자에게 연락해 사실관계 확인 및 취재원들의 연락처를 요구했던 전남지방경찰청에서는 이후 목포 보육원 사건을 목포경찰서에 배당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혀왔으며, 목포시청에서는 목포 보육원에 대해 현지 점검 할 예정입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본인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제보의 사실 확인은 물론, 취재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애썼으며 반론 기회도 충분히 제공해 기사에 충실히 반영하였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의 지원 없이 진행된 취재입니다.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건 또한 없습니다. 보육원 단체인 한국아동복지협회에서 첫 보도 이후 ‘의사의 처방에 따른 조치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본인과 회사에 발송했으나 다음날 두 번째 보도 이후 ‘발전적인 방안을 이끌어 내겠다, 아이들을 더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7회 전체 총평
제347회 ‘이달의 기자상’(2019년 7월) 심사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0편이 출품된 가운데, 심사위원회는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경향신문의 <전자법정 입찰비리> 등 총 5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출품작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현안이나 구조적 비리 가운데 스며든 부정부패나 잘못된 권력 남용, 왜곡된 사회시스템의 현장을 현장기자들의 치열한 취재와 고발정신으로 담아낸 수작들이었고, 그중 5편이 치열한 경합을 뚫고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1293억5175만원 전자법정 입찰비리>가 선정됐다. 법원행정처가 출신 업자와 짜고 17만원짜리 영상·음향 장비를 225만원에 사들이는 등 비리를 저지르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끈질긴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냈다는 점, 다른 언론들이 따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집요한 추적을 통해 대법원이라는 헌법기관의 비리를 밝혀내고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게 한 점, 독자와의 크라우딩 취재를 통해 위장회사를 밝혀내고 입찰비리 내용과 규모도 확인한 점 등이 높이 평가받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유엔 안보리, 일본의 대북제재품목 북(北) 반입 여러 차례 지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자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물품이 한국을 통해 북한에 반입됐다는 일본의 의혹 제기를 검증함으로써, 일본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 시의적절하고 날카로우면서 동시에 국익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보도를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직접 전수 분석함으로써 한일 양국 간의 치열한 논리싸움의 와중에 일본의 주장에 근거가 없으며 도리어 일본의 수출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의미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인 한국일보의 <한 여름의 연쇄살인, 폭염>은 폭염이 계절적 불편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열사병으로 불리는 온열질환이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을 시의적절하게 밝혀준 의미있는 기획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온열질환과 관련된 피해자의 유족, 응급실 의사, 119 구급대원, 보건학자, 지자체 담당자 등을 현장 취재한 데 이어 보건의료, 기상, 공공정책 등 폭염 대응의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해외 사례 취재를 더해 대안을 제시하는 등 꼼꼼하고 정교하게 기획취재의 틀과 내용을 알차게 짜나간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채널A의 <‘한보’ 일가 해외도피·재산은닉 추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외환위기의 발단이 된 한보사태의 장본인인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일가가 21년 만에 체포·압송되는 과정과 함께, 7000억 원대로 추징되는 해외 은닉자금의 향방 및 정 씨 일가의 도피생활 전반을 파헤치는 의미있는 심층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지 도피생활과 은닉자금을 파헤치는 등 지속적인 현지 취재와 다수의 단독보도를 통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관련 제도의 개선과 함께 조세정의 실현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제주CBS의 <경찰 수사 체계 바꾼 고유정 부실수사> 보도가 선정됐다. 초기 경찰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시신 유기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 착안해 2개월 이상 현장을 꼼꼼하게 취재하며 부실수사를 지적했고, 현행 수사체계로는 부실수사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도출해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인권 보호와 2차피해 방지에 나서면서도 동시에 끈질기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경찰청이 부실수사를 인정하고 제도개선에 나서게 한 점 역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일부 언론들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로 ‘고유정 악마만들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유족의 2차피해와 가짜뉴스 양산을 막기 위해 고심하며 범행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등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저널리즘의 정도를 지키고, 이를 통해 경찰이 수사방식에 대한 개선에 나서게 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