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강력사건 특성상 기자들은 경찰의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고 사건의 내용에만 관심 갖게 됩니다. 사람을 왜 죽였고 어떻게 죽였는지, 시신은 온전한지 등에 대해 세상이 궁금해 하기 때문입니다. 고유정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론들은 좀 더 자극적인 소재만 찾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제주CBS는 달랐습니다. 사건 초기 경찰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시신 유기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을 파악하고 담당기자가 2개월 넘게 현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부실수사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집중적으로 생산했습니다. 또 현행 수사체계로는 부실수사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제도개선에도 초점을 맞췄습니다.
세상의 관심이 온통 자극적인 내용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강력사건에서 제도개선을 이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제주CBS의 부실수사 집중보도와 제도개선 필요성 심층취재는 경찰의 인정과 사과로 이어졌고 특히 기존 수사 관행을 바꾸는 제도개선으로 이어졌습니다. 제주CBS가 고유정 사건을 최초 보도하고 부실수사와 제도개선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내보내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5월 30일 여느 때처럼 출입처인 제주동부경찰서를 찾았다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습니다. 형사 전원이 비상근무에 돌입했던 겁니다. ‘큰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직감했습니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취재하기 시작했지만,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평소 알고 지낸 형사들조차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제주CBS는 다각적인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타 서와 상급 청인 제주지방경찰청을 돌며 우회 취재를 했고, ‘30대 여성이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기본적인 사실을 알고 제주동부경찰서를 상대로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굴하지 않고 제주동부경찰서에 상주하며 수사 상황을 수시로 확인했습니다. 그러다 범행 장소인 펜션에서 혈흔 반응을 알아보는 ‘루미놀 검사’를 벌인 제주청 과학수사대 직원들을 어렵게 만났습니다. 이 직원들은 처음에 자세한 설명을 꺼렸으나 끈질기게 질문하자 펜션 내부 여러 장소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다량으로 발견된 사실을 설명해줬습니다. 이때가 5월 31일 늦은 밤이었습니다. 이때 기사화는 가능했지만 송고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피의자 신분인 고유정이 검거되기 전이라 보도 시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가능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취재 3일 만인 6월 1일 오전 고유정이 거주지인 충북 청주시의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체포 된 뒤 제주로 압송되자 ‘고유정 사건’을 최초로 보도했습니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고유정 사건’이 제주CBS의 단독 보도<[단독] 제주 펜션서 전 남편 살해 혐의 30대 여성 긴급체포-2019년 6월 1일 자>로 세상에 알려진 것입니다. 특히 범행 당시 현장에 피해자와 고유정 사이에 낳은 아이가 있었다는 점, 토막 살인이 있었다는 점 등 구체적인 범행 정황을 알고 있었지만, 자극적으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유가족이 받을 2차 피해를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기사 작성 전에도 유가족을 만나 양해를 구한 뒤 보도가 이뤄졌습니다.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고유정을 검거했다’는 점만 언론에 부각하며 자화자찬했습니다. 그러나 취재진이 직접 만난 유가족의 얘기는 정반대였습니다. 경찰이 사건 초기 안일하게 대응했고, 이 때문에 시신 훼손과 유기를 막지 못했다는 겁니다. 경찰의 ‘입’에만 주목하며 범행 관련 보도에 치중한 기사들이 넘칠 때 제주CBS는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우선 범행 장소인 펜션 인근을 돌며 각 길의 위치, 폐쇄회로(CC)TV 위치를 수첩에 지도로 그리며 구체적인 범행 현장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경찰이 사건 초기 확인했다고 언론에 발표한 방범용 CCTV의 위치가 범행 장소로부터 무려 600m 떨어진 곳에 있었던 겁니다. 펜션에서 방범용 CCTV까지 가는 데 수많은 샛길이 나 있었던 터라 유가족의 실종 신고 이후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 부적절해 보였습니다. 특히 사건 수사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펜션 바로 옆 주택 CCTV 영상을 경찰이 아닌 유가족이 제일 먼저 확인해 경찰에 알려준 사실을 주택 주인에게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경찰이 실종신고 이후 엉뚱한 위치에 있는 방범용 CCTV를 확인하고, 정작 펜션으로부터 불과 30m 떨어진 주택 CCTV는 확인조차 안 한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또 현장 취재를 통해 경찰이 사건 초기 폴리스라인조차 치지 않고, 사건 이후 펜션 주인이 내부를 청소하게 두며 현장보존을 소홀히 한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이러한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단독] 고유정 엉터리 수사 제주경찰…유족이 CCTV 찾아줘-2019년 6월 7일 자> 기사를 작성해 보도하면서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도 유족의 실종신고가 접수된 5월 27일부터 고유정이 제주를 빠져나간 5월 28일 밤, 경찰이 강력사건으로 전환한 5월 30일까지 경찰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끈질기게 취재했습니다. 비판 보도가 쏟아지자 경찰은 취재진을 대놓고 피하거나,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런 경찰 태도에 이상함을 느껴 집요하게 취재했습니다. 실종수사를 맡았던 제주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사무실 앞에서 담당 과장을 만나기 위해 이틀을 기다리기도 했고, 사건 수사 지휘를 했던 서장을 어렵사리 만나 끈질기게 질문했습니다. 그 결과 경찰이 실종신고 이후 고유정의 허위진술에만 의존하며 골든타임을 놓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제주CBS는 <[단독] 고유정 허위진술에 놀아난 경찰…수사력 '도마 위'-2019년 6월 10일 자>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제주CBS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사건 초기 경찰이 고유정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계획범행의 중요한 단서였던 ‘졸피뎀(수면제) 약봉지’를 놓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고유정의 현 남편이 경찰에 약봉지를 갖다 주면서 관련 수사가 본격화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단독] 고유정 경찰 수사 '난맥상'…졸피뎀도 현 남편이 알려-2019년 6월 17일 자>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사건이 검찰 수사로 넘어가서도 범행 장소인 펜션 인근을 돌며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펜션 인근에 있는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CCTV가 달린 것을 보고 관할 읍사무소를 상대로 취재했습니다. 취재 결과 고유정이 이곳에서도 피해자 시신 일부가 담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버린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경찰도 분리수거장 CCTV 영상을 확인해 제주시의 쓰레기 매립장을 찾아가 시신 수색을 벌이려다 이미 소각 처리돼 그대로 돌아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전까지 경찰은 도내 시신 유기 사실은 없다고 밝혀왔던 터라 그런 실책을 감추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 <[단독] 고유정 제주서 시신 유기 정황…경찰 왜 숨겼나-2019년 6월 24일 자> 기사를 보도하게 됐습니다.
제주CBS는 이번 사건의 부실수사 문제를 지적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사건 수사를 맡았던 제주동부경찰서 뿐만 아니라 타 경찰서‧제주청 담당 직원들을 상대로 실종사건 수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들여다봤습니다. 특히 대학교수 등 전문가를 상대로 자문을 듣는 등 실종사건 수사 관련 제도개선을 위한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취재를 종합해 <‘고유정 사건’ 경찰 실종수사 한계…개선방안은?-2019년 7월 25일 자>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제주CBS의 부실수사 집중취재는 경찰의 전면적인 수사체계 개선 <고유정 부실수사 논란…경찰청, 수사체계 바꾼다-2019년 7월 30일 자)으로 이어지며 제도개선까지 이뤄냈습니다. 진상조사로도 이어져 경찰이 제주CBS의 보도대로 초동수사와 압수수색 과정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수사책임자를 감찰조사 의뢰<경찰청,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 인정…책임자 감찰조사-8월 7일 자>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와 제도개선 단독 연속 보도는 2개월 넘도록 끈질기게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6월 1일 최초 보도 이후 7월 25일 경찰 수사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기사까지 끊임없이 부실수사 문제를 지적하고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고유정 사건’을 최초로 보도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에 부닥쳤습니다. 울산지검이 피의사실 공표죄로 경찰들을 입건하면서 제주경찰이 사건 내용을 제대로 확인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주CBS는 사건의 잔혹성, 중대성 등에 비춰 사건 보도의 공익성이 우선이라고 보고 다양한 경로로 끈질기게 사건의 실체를 확인해 결국 최초로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또 ‘고유정 사건’을 보도하면서 선정적인 내용은 사실이 확인됐더라도 과감하게 제외했습니다. 사건 현장에 아이가 있었던 사실도 최초 보도 당시 확인했지만, 아이가 성장 후 받을 충격을 고려해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고유정의 살해 방법과 잔혹한 시신 훼손 과정도 유가족이 받을 2차 피해를 고려해 완곡하게 표현하려고 고민했습니다.
특히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를 취재하는 것은 난관의 연속이었습니다. 경찰이 수사 공보 규칙을 들먹이며 시간별 수사 대응 상황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경찰은 대놓고 취재를 거부하거나 기자를 피하며 취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제주CBS는 끈질기게 담당 형사와 서장을 쫓아다녔습니다. 또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일념으로 현장에서 장기간 취재하며 부실수사의 객관적인 사실들을 확인했습니다. 유가족 등 사건 관계인들을 만나 취재하고, 범행 장소 인근 CCTV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지도를 그리며 경찰의 수사 대응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비교했습니다. 이와 함께 다른 일선서와 지방청의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경찰들을 수차례 만나 경찰의 수사가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등 자문을 구했습니다.
제주CBS가 초동수사 부실 문제에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던 것은 초동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안일하게 대응하며 시신 일부라도 찾을 기회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거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나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에서도 초동수사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가 노출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 수사가 뼈아팠습니다. 고유정이 제주를 빠져나가기 전 범행 장소 인근 CCTV를 제대로 확인했거나 고유정의 허위 진술에 휘둘리지 않았다면 적어도 제주도 외 시신 유기까지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취재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는 실종사건 수사의 구조적인 어려움 등 보다 심층적인 취재로 이어졌습니다. 또 실종사건 수사와 관련해 대학교수로부터 자문을 구하는 등 현재 수사 체계를 보완할 수 있는 고민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고유정 사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실종사건에서 강력사건으로 이어지는 현행 경찰 수사과정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도 집중 취재했습니다. 단순 흥미 위주의 보도가 아닌 경찰 부실수사에 집중하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제도개선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고유정이 제주로 압송된 직후 제주CBS의 최초 보도가 나오자 비로소 다른 언론사들의 관련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경찰이 일체 사건 설명을 거부했지만 제주CBS의 보도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보도 직후 거의 모든 언론사가 제주CBS의 단독 보도를 참고해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 KBS, MBC, SBS, JTBC, 채널A, MBN,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제주일보, 한라일보, 제민일보 등 모든 언론사에서 이 사건을 다뤘습니다. 이후 8월 현재까지도 고유정 사건이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습니다.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도 제주CBS 단독 연속 보도로 수면 위에 떠올랐습니다. <[단독] 고유정 엉터리 수사 제주 경찰, 유족이 CCTV 찾아줘 (6월 7일)> 보도 이후 연합뉴스, MBC, KBS,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모든 언론사가 받아썼습니다. 이후 <[단독] 고유정 허위 진술에 놀아난 경찰, 수사력 ‘도마 위’ (6월 10일)>, <[단독] 고유정 경찰 수사 ‘난맥상’ 졸피뎀도 현 남편이 알려 (6월 17일)>, <[단독] 고유정 제주서 시신 유기 정황, 경찰 왜 숨겼나 (6월 24일)> 등의 보도가 이어지며 연합뉴스, KBS, MBC, 조선일보, 중앙일보, 채널A 등 대부분의 언론사도 경찰 부실 수사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습니다.
부실수사 문제가 전국적으로 공론화 됐고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올랐습니다. 특히 경찰청도 진상조사를 벌여 부실수사가 있었음을 인정했고 강력사건 초기부터 종합대응팀을 꾸리는 등 수사체계를 바꾸겠다고 발표하는 등 제도 개선도 이끌어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제주CBS가 ‘고유정 사건’을 최초로 보도하면서 끔찍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지적뿐만 아니라 경찰의 부실수사 문제를 규탄하는 집회가 이어졌고,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올랐습니다. 경찰청도 부실수사가 있었음을 인정했고 제도개선까지 약속했습니다.
우선 제주CBS의 보도로 강력사건 수사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경찰이 고유정 사건을 계기로 사건 초기부터 강력사건은 경찰청 차원의 종합대응팀을 꾸려 수사의 빈틈을 줄이기로 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제주CBS가 지적한 실종수사 문제에 대해서도 경찰은 새로운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고유정 사건처럼 성인 남성 실종신고의 경우 소홀하게 다루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인 남성 실종 사건’도 사건 초기부터 종합대응팀 운영사건에 포함했습니다. 이는 경찰이 기존의 수사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으로 제주CBS의 보도가 제도개선을 이뤄낸 겁니다.
제주CBS의 부실수사 보도는 경찰 진상조사로도 이어져 ‘실종 초동조치와 본격적인 수사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경찰이 공식 발표했습니다. 제주CBS의 보도대로 ‘초동수사과정에서 최종 목격자와 장소에 대한 현장확인이나 주변 수색이 늦어졌고 압수수색할 때 계획범행의 유력 증거물인 졸피뎀을 놓쳤다’고 확인한 겁니다.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요사건 초기 위기관리를 위한 종합대응팀 운영을 비롯해 신속하고 면밀한 소재확인을 위해 실종수사 매뉴얼도 개선하겠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또 수사 미흡의 책임을 물어 수사책임자들에 대한 감찰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청은 특히 초동수사 부실로 시신 일부라도 찾을 기회를 놓쳤다는 제주CBS의 집중보도대로 “미흡한 수사로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또 고유정에 살해된 피해자의 유족을 직접 만나 “수사가 미흡했다”며 사과했고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가다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부실수사 보도는 국회 질타로도 이어졌습니다. 6월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부실수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한 겁니다. 홍익표 의원(민주당, 서울 중구 성동구갑)은 제주CBS가 단독 보도한 일련의 초동수사 부실 문제 등을 거론하며 “기본 수사 매뉴얼 ABC가 제대로 안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김민기 의원(민주당, 경기도 용인을)도 “경찰 신뢰도를 추락하게 한 가장 큰 사건이 버닝썬 사건과 고유정 사건이고, 고유정 사건은 부실수사”라고 질타했습니다. 이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치밀하지 못했다”며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또 제주CBS의 보도로 관련 경찰관들을 징계하라는 게시글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오르고, 부실수사 규탄 집회가 제주도에서 이어졌습니다.
결국 민갑룡 청장은 7월 1일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고유정 사건에 대한 경찰청 차원의 진상조사팀을 보내 수사 과정에서 부족함이나 소홀함이 있었는지 짚어보겠다. 바로잡아야 할 것과 현장에서 잘 안 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를 반면교사로 삼고 전국 수사 현장에서 교육자료로 삼겠다. 큰 소란이 있는 부분에 대해선 필요한 추가 조사를 진행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날인 7월 2일 경찰청은 진상조사팀을 제주동부경찰서로 보내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 의혹 전반을 조사했습니다.
경찰청장에 이어 제주경찰들도 수사 과정의 미흡한 점을 인정했습니다. 김병구 신임 제주지방경찰청장은 7월 5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초동수사나 압수수색 과정에서 소홀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부실수사 논란을 일으킨 뒤 문책성 전보 인사를 당한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에 이어 서장으로 임명된 장원석 신임 동부서장도 “고유정 사건과 같은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개선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 단독 연속 보도는 경찰의 수사체계를 바꿨다는 점에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경찰이 고유정 사건처럼 중요사건은 초기부터 경찰청과 지방청, 경찰서 간 신속한 지휘체계를 구축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수사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종합대응팀을 꾸리기로 한 겁니다. 특히 제주CBS의 지적처럼 성인 남성의 실종사건도 위험도를 낮게 판단하는 실책을 막기 위해 종합대응팀 운영사건에 포함했습니다. 담당 기자의 2개월 넘는 집념 어린 취재가 제도개선이라는 성과로 이어진 겁니다.
경찰이 부실수사 문제와 관련한 진상조사를 벌여 제주CBS의 지적대로 초동수사와 압수수색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한 점도 성과입니다. 경찰은 공식발표를 통해 초기 현장확인과 수색이 늦어졌고 계획범행의 유력 증거물인 졸피뎀을 압수수색과정에서 놓쳤다며 제주CBS 보도를 뒷받침하고 수사책임자를 감찰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경찰은 피해자 유족을 직접 만나 부실수사를 공식 사과했는데 현장에 답이 있다는 취재기자의 발로 뛴 결과물이 빛을 발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제주CBS의 집중보도는 고유정 사건 등 강력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의 본보기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합니다. 우선 고유정의 도주와 증거인멸을 우려해 사건의 실체를 모두 파악했음에도 긴급체포되기 전에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보도욕심에만 치중한 나머지 고유정 체포 전에 기사부터 내보냈다면 시신 없는 사건도 모자라 피의자까지 없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초 보도에서 시신훼손 사건이라는 점을 공개하지 않은 점과 이후 취재 보도 과정에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기사에서 과감히 삭제한 점도 높이 평가합니다. 유족의 2차 피해와 가짜뉴스 양산을 막기 위해 고심한 점, 오로지 범행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등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만 집중한 점도 의미 있습니다.
특히 경찰의 초동수사와 압수수색 과정 등 부실수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시신없는 살인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을 단독으로 연속 보도한 건 현장 취재와 여러 사건 관계인을 만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다른 언론사와 가장 크게 차별화됩니다. 실제로 경찰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미흡한 수사로 시신을 아직 찾지 못해 가슴 아프다”고 인정했습니다.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하고 제주를 빠져나가기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경찰의 수사과정은 어땠는지에 대한 기자의 끈질긴 현장 취재가 그냥 덮어질 수 있었던 경찰의 부실수사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 올렸고 끝내 경찰의 인정과 사과, 제도개선까지 이끌어 낸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참고로 이번 고유정 사건 보도에서 제주CBS는 언론윤리 강령 기준을 모두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미디어오늘’에서는 <고유정 첫 보도 기자 “경찰서에서 본 적 없는 기자들이… (6월 29일)> 기사를 통해 고유정 사건 취재와 보도과정에서 제주CBS가 여타 언론과는 달랐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자극적이거나 유족이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신중을 기했고 다른 언론들이 소홀히 한 경찰 부실 수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겁니다.
또 민갑룡 경찰청장과 김병구 제주지방경찰청장이 초동수사와 압수수색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고 부실수사가 있었다는 진상조사 결과도 발표됐습니다. 또 경찰의 강력사건 수사체계를 바꾸는 제도개선까지 이끌어내 의미를 더했습니다.
이 같은 공로로 제주CBS의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 연속보도’는 2019년 2분기 CBS 전국 기자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제346회(6월)에 이어 제347회(7월)에도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 단독 연속 보도를 제출한 것은 ‘고유정 사건의 부실수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현행 수사체계로는 안된다’는 제도개선 심층 취재물을 추가로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또 경찰청이 이후 부실수사를 인정하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강력사건과 실종사건의 수사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도개선안을 실제로 내놓는 등 제주CBS의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 집중보도’와 ‘제도개선 필요성 심층취재’가 기존 수사 관행을 깨는 대변화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한편 제주CBS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 집중보도는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도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7회 전체 총평
제347회 ‘이달의 기자상’(2019년 7월) 심사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0편이 출품된 가운데, 심사위원회는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경향신문의 <전자법정 입찰비리> 등 총 5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출품작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현안이나 구조적 비리 가운데 스며든 부정부패나 잘못된 권력 남용, 왜곡된 사회시스템의 현장을 현장기자들의 치열한 취재와 고발정신으로 담아낸 수작들이었고, 그중 5편이 치열한 경합을 뚫고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1293억5175만원 전자법정 입찰비리>가 선정됐다. 법원행정처가 출신 업자와 짜고 17만원짜리 영상·음향 장비를 225만원에 사들이는 등 비리를 저지르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끈질긴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냈다는 점, 다른 언론들이 따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집요한 추적을 통해 대법원이라는 헌법기관의 비리를 밝혀내고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게 한 점, 독자와의 크라우딩 취재를 통해 위장회사를 밝혀내고 입찰비리 내용과 규모도 확인한 점 등이 높이 평가받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유엔 안보리, 일본의 대북제재품목 북(北) 반입 여러 차례 지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자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물품이 한국을 통해 북한에 반입됐다는 일본의 의혹 제기를 검증함으로써, 일본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 시의적절하고 날카로우면서 동시에 국익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보도를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직접 전수 분석함으로써 한일 양국 간의 치열한 논리싸움의 와중에 일본의 주장에 근거가 없으며 도리어 일본의 수출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의미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인 한국일보의 <한 여름의 연쇄살인, 폭염>은 폭염이 계절적 불편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열사병으로 불리는 온열질환이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을 시의적절하게 밝혀준 의미있는 기획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온열질환과 관련된 피해자의 유족, 응급실 의사, 119 구급대원, 보건학자, 지자체 담당자 등을 현장 취재한 데 이어 보건의료, 기상, 공공정책 등 폭염 대응의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해외 사례 취재를 더해 대안을 제시하는 등 꼼꼼하고 정교하게 기획취재의 틀과 내용을 알차게 짜나간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채널A의 <‘한보’ 일가 해외도피·재산은닉 추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외환위기의 발단이 된 한보사태의 장본인인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일가가 21년 만에 체포·압송되는 과정과 함께, 7000억 원대로 추징되는 해외 은닉자금의 향방 및 정 씨 일가의 도피생활 전반을 파헤치는 의미있는 심층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지 도피생활과 은닉자금을 파헤치는 등 지속적인 현지 취재와 다수의 단독보도를 통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관련 제도의 개선과 함께 조세정의 실현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제주CBS의 <경찰 수사 체계 바꾼 고유정 부실수사> 보도가 선정됐다. 초기 경찰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시신 유기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 착안해 2개월 이상 현장을 꼼꼼하게 취재하며 부실수사를 지적했고, 현행 수사체계로는 부실수사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도출해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인권 보호와 2차피해 방지에 나서면서도 동시에 끈질기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경찰청이 부실수사를 인정하고 제도개선에 나서게 한 점 역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일부 언론들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로 ‘고유정 악마만들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유족의 2차피해와 가짜뉴스 양산을 막기 위해 고심하며 범행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등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저널리즘의 정도를 지키고, 이를 통해 경찰이 수사방식에 대한 개선에 나서게 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