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O),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지난 6월 19일, 임형택 전북 익산시의원이 익산시 악취의 주원인으로 익산시내 한 음식물쓰레기처리장을 지목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선 임 의원의 발언 내용을 토대로 기사를 쓴 뒤, 후속보도 가능성을 놓고 임 의원이 거론된 시의회 본회의 속기록과, 임 의원의 5분발언·시정질문 영상을 샅샅이 훑고 있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임 의원과 정헌율 익산시장이 상대방의 평소 행실을 지적하며 설전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정 시장이 별안간 임 의원을 향해 "과거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처럼 잘못한 것만 지적하지 책임지고 공감하는 자세를 볼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임 의원도 정 시장의 언행을 언급하며 "시장께서는 다문화가족 운동회에 가서 '잡종강세'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말씀 가리지 않고 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고 맞받았다. 이후 정 시장은 별다른 반박 없이 논쟁을 끝냈다.
임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간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그릇된 다문화 인식이 자칫 이주민에게 배타적인 지역행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을 느꼈다. 더구나 익산은 전북에서 두 번째로 다문화가족들이 많이 사는 도시이기에 그 중요성이 결코 작지 않았다.
영상을 끄고 곧바로 정 시장 측 취재를 시작했다. 정 시장에게 기사 작성을 전제로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정 시장은 먼저 공보라인을 통해 '다 지나간 일을 굳이 기사화할 이유가 있느냐'는 입장을 전해왔다. 그럼에도 전북CBS의 취재가 계속되자 결국 정 시장은 직접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맥락을 이해하면 기사거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 시장은 다문화가족 자녀를 띄워주기 위해 이 같이 말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기자가 알고 있던 '잡종강세' 발언 외에도, "'다문화가족 자녀들을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튀기'라는 표현도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
‘맥락상 문제가 없다’는 정 시장의 말은 일반 상식과 동떨어져 있었다. 데스크 보고 후 곧바로 기사를 작성, 보도했다.
이후 사회적 반향이 컸다. 우선 전라북도 내 시민단체들이 앞다퉈 규탄성명을 냈다. 익산참여연대의 성명 발표를 시작으로 전북평화와인권연대와 익산여성의전화 등 전북지역 시민단체들이 연대 성명을 내고 정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 시장의 대처는 미온적이었다. 전북CBS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들이 침묵해서였다. 익산시청 출입 언론사 가운데 전북CBS를 제외한 모두가 기사 출고 당일 이 사안을 보도하지 않았다. (KBS·연합뉴스 등 중앙 언론사를 비롯해 익산시청에 출입 등록한 언론사는 모두 43곳, 기자는 60여명이다.)
이후 전북 소재 지상파 언론사들이 관련 내용을 받기는 했으나 이마저도 익산시 출입 담당기자가 아닌, 주로 전주에서 활동하는 사회부 기자들이 기사를 쓴 것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익산시는 A4 한 장 분량의 사과문을 작성한 뒤, 뒤늦게 취재를 시작한 언론사 한두 곳에만 사과문을 보냈다.
이는 발언 대상인 다문화가족들을 고려한 진심어린 사과라고 보기 어려웠다. 사과문은 보도자료 형식으로 전달되기는커녕 취재에 나선 소수 언론사에게 개별 전달됐다. 일종의 ‘도둑사과’인 셈이었다. 성명을 낸 시민단체들도 정 시장이 사과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사과의 진정성과 형식에 초점을 맞춰 다시 기사를 작성했다. 이대로 발언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 상처받은 다문화가족들은 정 시장의 사과조차 받지 못하게 될 일이었다.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 시선도 제자리에 머물 것이라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전북CBS의 끈질긴 보도는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다문화가족들의 여론을 결집시켰다. 한국이주여성연합회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서울권 시민사회단체들이 익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했고, 이 자리에 전국 각지에 사는 이주여성 150여명이 모여 정 시장의 진심어린 사과와 사퇴, 다문화 인권교육 수강 등을 요구했다.
당시 정 시장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두 차례 고개를 숙였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권교육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버텼다. 결국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등 정치권까지 나서 정 시장 발언을 언급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북CBS는 정 시장이 인권교육을 거부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후속 취재 끝에 정 시장이 익산시 조례를 어기고 연 1회 의무화된 인권교육을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과, 익산시청 역시 3년간 단 한 차례만 조례를 지킨 사실을 보도했다. 또, 정 시장이 그동안 막말과 사과를 수차례 반복하고도 달라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보도를 이어갔다.
전북CBS의 연속보도로 다문화가족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정 시장의 발언을 규탄하며 다문화 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4만 8천여명이 서명할 정도였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 시장을 인권위에 진정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 실제 움직임에 나섰다.
다문화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은 이후에도 서울, 익산, 광주 등지에서 전국단위 집회를 가졌다. 당시 집회 참가자 중 일부는 마이크를 잡고 취재진이 작성한 모든 노컷뉴스 기사를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가기도 했다. 취재진은 지역언론의 한계에 구애받지 않고 서울, 익산 등지를 직접 오가며 관련 소식을 대중에게 정확하고 자세하게 전달했다.
전북CBS는 더 나아가 다문화가족들의 입을 통해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다문화가족 인권의 현 주소를 조명했다. 또, 학교현장의 실태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의 맹점을 분석해 어린 시절부터 다문화사회에 이질감을 갖고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단면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쓰는 '다문화가족'이라는 용어의 이중성과, 이 용어가 담고 있는 정부 다문화정책의 한계를 지적해 우리 사회의 다문화수용성이 낮아지게 된 근본 원인을 분석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들은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과 각 정당 관계자, 전라북도·익산시 등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시민단체 관계자, 다문화가족과 그 자녀들이다. 취재진과 특별한 이해관계는 전무하다. 취재는 직접 취재(바이라인)를 통해 진행했으며 취재원의 요청이 있거나 발언 내용에 따라 익명성이 요구될 경우 음성을 변조해 방송하거나 노컷뉴스 기사에 익명처리해 신분 노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이번 취재, 보도와 관련해 정 시장 발언에 대한 선행보도는 전혀 없었다. 전북CBS는 관련 내용을 최초 발굴해 단독 보도했다.
전북CBS의 보도가 일주일가량 이어지자 중앙지와 지방지, 방송과 통신사 등도 잇달아 관련 보도를 내기 시작했다. 타 매체의 반향에 대해서는 주요 매체를 중심으로 별도 자료로 첨부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전북CBS 보도가 나간 이후 발언 당사자인 정 시장에 대한 규탄 행동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정헌율 익산시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정 시장 발언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발언 이후 별다른 반성의 움직임이 없던 정 시장은 여론이 들끓자 결국 다문화가족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사과했다. 익산시청 앞 기자회견장에서 한 번, 익산시 기자실에 찾아가 한 번, 전북도청 기자실에서 한 번 등 총 세 번이었다. 정 시장은 피해자들의 인권교육 요구도 받아들여 익산시청 전 공무원과 함께 이를 수강했다.
정 시장 소속 정당인 민주평화당 역시 다문화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중앙당 차원의 공식사과와 함께 정 시장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했다. 8월 7일 현재 정 시장의 징계 수위가 당내에서 논의 중이다.
지역 사회에는 유의미한 정책 입안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해당 보도 여파가 계속되자 간부회의에서 다문화감수성에 대한 지적과 함께 시책 발굴을 지시했다.
현재 실무 단계에서 다문화가족과 원주민 사이의 동질성 형성을 위한 정책 입안을 추진하고 있다. 7월부터 전문가토론과 정책포럼 등이 이어지는 중이다. 전라북도는 오는 10월까지는 신규 정책을 낼 예정이다.
발언의 진원지인 익산시도 달라지고 있다. 익산시의회 김수연 의원은 정 시장 발언이 이슈화한 이후 5분 자율발언에서 재차 정 시장 발언의 문제점을 짚어가며 장기적 관점의 다문화 가족 정책 수립을 요구했다.
그 결과 정 시장은 다문화가족뿐만 아니라 장애인, 빈곤층 등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인권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각 문화권을 결집하기 위한 '유라시아 다문화 음식거리' 조성을 검토해 이주민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시정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중이다.
정치권에도 재발 방지 노력을 위한 바람이 일고 있다. 최초 보도 직후 먼저 민주평화당 전북도당은 지자체장, 지방의회 의원 등 전라북도 내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인권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도당 당직자 전체를 비롯해 향후 각급 선거 출마하는 선출직 후보자들에 대한 인권교육도 실시할 방침이다.
평화당 중앙당 역시 당 대변인의 말을 빌려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당 차원에서 인권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당내 다문화감수성을 키우기로 했다. 민주당은 내부 논의를 거쳐 내년 21대 국회의원선거에 대비해 선출직 후보자 전원을 대상으로 다문화 인식개선 교육을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올 하반기에는 전국 지역당을 통해 전 당원 교육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 등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본인과 자치단체의 다문화 인식개선을 위해 직접 강단에 설 예정이다.
익산시의회 역시 전체 시의원을 대상으로 '글로벌시대의 인권과 공직자의 다문화 감수성 향상'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번 전북CBS 보도는 소리 소문 없이 묻힐 뻔한 지방자치단체장의 막말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 우리 사회의 다문화감수성에 경종을 울렸다.
보도 초반 타사 반향이 크지 않았음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보도해 끝내 전국 이슈화했다.
또, 지역 언론의 한계를 극복하고 취재 범위를 전국으로 넓힌 데에 이 보도의 의의가 있다 하겠다.
결국 발언 당사자의 직접적인 사과는 물론 중앙 정치권과 지역 지자체의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전북 민주언론시민연합으로부터 '이달의 좋은 보도'로 선정되기도 했다.
보도가 이어지는 동안 언론 윤리 강령 기준에 한 점 어긋남이 없었다.
6. 기타 고려사항
이번 보도와 관련해 보도 당사자의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된 사항은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47회 전체 총평
제347회 ‘이달의 기자상’(2019년 7월) 심사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0편이 출품된 가운데, 심사위원회는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경향신문의 <전자법정 입찰비리> 등 총 5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출품작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현안이나 구조적 비리 가운데 스며든 부정부패나 잘못된 권력 남용, 왜곡된 사회시스템의 현장을 현장기자들의 치열한 취재와 고발정신으로 담아낸 수작들이었고, 그중 5편이 치열한 경합을 뚫고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1293억5175만원 전자법정 입찰비리>가 선정됐다. 법원행정처가 출신 업자와 짜고 17만원짜리 영상·음향 장비를 225만원에 사들이는 등 비리를 저지르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끈질긴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냈다는 점, 다른 언론들이 따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집요한 추적을 통해 대법원이라는 헌법기관의 비리를 밝혀내고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게 한 점, 독자와의 크라우딩 취재를 통해 위장회사를 밝혀내고 입찰비리 내용과 규모도 확인한 점 등이 높이 평가받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유엔 안보리, 일본의 대북제재품목 북(北) 반입 여러 차례 지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자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물품이 한국을 통해 북한에 반입됐다는 일본의 의혹 제기를 검증함으로써, 일본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 시의적절하고 날카로우면서 동시에 국익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보도를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직접 전수 분석함으로써 한일 양국 간의 치열한 논리싸움의 와중에 일본의 주장에 근거가 없으며 도리어 일본의 수출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의미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인 한국일보의 <한 여름의 연쇄살인, 폭염>은 폭염이 계절적 불편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열사병으로 불리는 온열질환이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을 시의적절하게 밝혀준 의미있는 기획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온열질환과 관련된 피해자의 유족, 응급실 의사, 119 구급대원, 보건학자, 지자체 담당자 등을 현장 취재한 데 이어 보건의료, 기상, 공공정책 등 폭염 대응의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해외 사례 취재를 더해 대안을 제시하는 등 꼼꼼하고 정교하게 기획취재의 틀과 내용을 알차게 짜나간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채널A의 <‘한보’ 일가 해외도피·재산은닉 추적> 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외환위기의 발단이 된 한보사태의 장본인인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일가가 21년 만에 체포·압송되는 과정과 함께, 7000억 원대로 추징되는 해외 은닉자금의 향방 및 정 씨 일가의 도피생활 전반을 파헤치는 의미있는 심층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지 도피생활과 은닉자금을 파헤치는 등 지속적인 현지 취재와 다수의 단독보도를 통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관련 제도의 개선과 함께 조세정의 실현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제주CBS의 <경찰 수사 체계 바꾼 고유정 부실수사> 보도가 선정됐다. 초기 경찰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시신 유기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 착안해 2개월 이상 현장을 꼼꼼하게 취재하며 부실수사를 지적했고, 현행 수사체계로는 부실수사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도출해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인권 보호와 2차피해 방지에 나서면서도 동시에 끈질기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경찰청이 부실수사를 인정하고 제도개선에 나서게 한 점 역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일부 언론들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로 ‘고유정 악마만들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유족의 2차피해와 가짜뉴스 양산을 막기 위해 고심하며 범행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등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저널리즘의 정도를 지키고, 이를 통해 경찰이 수사방식에 대한 개선에 나서게 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