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언론의 역할은 권력을 감시하는 일입니다. 칼럼은 권력을 비판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임미리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1월29일자 <경향신문> 정동칼럼 ‘민주당만 빼고’란 칼럼도 같은 목적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5일 칼럼을 쓴 임미리 교수와 이를 게재한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습니다.
민주당의 고발 소식은 학계를 통해 최초 전해들었습니다. 고려대 임 교수가 본인이 쓴 칼럼으로 인해 민주당에 고발당했고, 심적으로 힘들어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팩트’ 확인에 나섰습니다.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내용만을 기사화할 순 없었습니다. 섯부른 기사는 자칫 오보를 내고, 본지 뿐 아닌 전체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후 고발 당사자인 임 교수와 접촉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병행했습니다. 임 교수의 연락처를 수소문했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처음부터 연결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기사를 쓰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이후 임 교수와 연락이 됐고 “민주당이 나와 경향신문을 검찰에 고발했다. 너무 당혹스럽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팩트를 확인했습니다.
임 교수와 통화를 통해 사실을 확인한 뒤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그때 마침 임 교수도 본인 페이스북에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렇게 민주당이 임미리 교수와 경향신문을 고발했다는 소식은 2월13일 <[단독] 민주당, 신문에 비판 칼럼 쓴 진보학자·경향신문 검찰 고발> 단독 기사를 통해 세상에 최초로 알려졌습니다.
본지는 민주당이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고발을 했다는 1회성 단독보도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연이은 후속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이후 <민주당, 비판 칼럼 쓴 교수·경향신문 고발… 정치권 “비판에 재갈 물린다”>, <[속보] 민주당, 결국 임미리 교수·경향신문 고발 취하키로>, <노무현 탄핵 잊었나… ‘임미리 고발취하’ 민주당에 “나도 고발하라” 쇄도>, <친문 지지자, 민주당 대신 임미리 교수 잇달아 신고… 페북 몰려가 맹비난도> 등을 지속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를 통해 언론의 역할과 자유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시켰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정당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도, 검찰을 출입하는 사회부 법조 기자도 아니었습니다. 2014년 9월 입사 후 세계일보 편집국 사회부와 외교안보부, 경제부, 사회부를 거쳐 현재 디지털미디어국 이슈팀에서 근무 중입니다. 그만큼 정당 및 법조기자들에 비해 더불어민주당과 검찰 소식을 늦게 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제겐 출입처를 떠나 가까운 많은 취재원들이 있었습니다. 학계에 몸을 담고 있는 한 취재원은 제게 민주당 비판 칼럼을 쓴 임미리 교수가 고발당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임 교수를 통해 팩트를 확인, 소식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임 교수와 친분은 물론, 어떤 연결고리조차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섣불리 기사를 쓰지 않고 임 교수와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이후 당사자인 임 교수로부터 “고발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정치권·법조계와 출입처 관계 등 어떤 연결고리가 없음에도 기사의 생명인 팩트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약 2시간 후 민주당은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때를 전후로 다른 매체에서도 관련 기사들이 하나둘씩 쏟아졌습니다.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기사를 위해 도움을 준 취재원은 자신의 신분 노출을 우려했습니다. 기자는 기사는 물론 외부 사석에서도 취재원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취재원과 특별한 이해관계는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특이사항 없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특이사항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타 매체들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임미리 교수·경향신문 고발 소식은 비중있게 보도했습니다. 기존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내용일 뿐 아니라 집권여당이 칼럼을 이유로 집필자와 언론사를 고발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본지가 보도한 2월13일 이후 종합일간지 중 조선일보는 14일자 1면 톱으로 고발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이외에도 중앙일보, 동아일보, 국민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문화일보가 지면으로 해당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KBS와 SBS, YTN 등 지상파·보도전문방송은 물론 JTBC와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 및 연합뉴스, 뉴시스 등 사실상 모든 매체들이 고발 소식과 그 후폭풍을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민주당의 임미리 교수·경향신문 고발 소식은 몇 주간 세상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목록은 한글파일로 첨부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집권여당이 임미리 교수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측면에서 부적절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언론과 칼럼의 역할은 권력을 비판하는 것임에도 이를 막으려고 했습니다.
만약 고발이 실제로 진행돼 임 교수와 경향신문이 형사적 책임을 받을 경우, 잘못된 선례를 남겨 언론의 권력 비판 기능은 상당히 훼손될 우려도 있었습니다.
본지 보도를 통해 고발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 뒤 더불어민주당은 하루 만에 고발을 취하했습니다. 지난달 5일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 이후 일주일가량 고발 방침을 고수했으나, 보도를 통해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고발을 취하한 것입니다.
임 교수와 경향신문 고발 보도는 언론의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지켰을 뿐 아니라 그 중요성을 환기시켰습니다. 언론 본연의 역할과 사명을 지키는데 일조했다고 판단됩니다. 보도 직후 정치권은 물론 진보성향의 참여연대 등 각종 시민단체에서 “고발은 입막음 소송”이란 비판이 나왔습니다.
보수 성향 정치인들 뿐 아니라 진보인사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습니다. 이후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 민주당도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일깨웠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임미리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 기사는 내부적으로 상당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타 매체가 쓰지 않는 기사를 썼다는 ‘단독’이란 가치를 떠나 언론의 역할과 사명이 갖는 의미를 크게 환기시켰습니다.
미디어환경의 변화로 “언론의 기능은 무엇인가”에 대한 재정의가 언론사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언론은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한다는 그 역할과 사명을 사회적으로 재확인시킨 것입니다.
또 비출입기자로서 취재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도 ‘팩트’ 확인을 위해 당사자와 접촉하려고 노력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습니다. 미디어환경 변화로 시간에 쫒긴 무리한 기사들로 인해 오보가 많아지고, 언론의 신뢰도도 내려가고 있습니다. 다른 매체가 먼저 기사를 써 ‘단독’이란 가치를 잃을 수 있음에도, “고발당했다”는 당사자의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 임 교수와 접촉하려고 노력했던 시도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울러 취재원의 2차 피해 예방을 우선했습니다. 기사에 도움을 준 취재원의 익명을 보장하기 위해 기사는 물론 외부사석에서도 취재원 신상을 비공개하고 있습니다.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기사는 어떤 외부 지원이 없었고, 기사에 등장한 어떤 인물도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바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4회 전체 총평
제354회(2020년 2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1편이 출품돼 동아일보의 <법무부가 비공개한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 13인의 공소장 전문(全文) 입수> 등 8건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미증유의 충격과 공포에 빠진 가운데서도 현장을 누비고 자료를 뒤지며 언론의 사명에 충실하려고 애쓴 기자들의 흔적이 출품작마다 역력했다.
<법무부가…>는 취재보도 1·2부문에 출품된 15편 가운데 유일한 수상작으로 뽑혔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향해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비공개하기로 한 검찰 공소장 전문을 입수해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검찰의 공소장이 담고 있는 함의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서울신문의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은 단발성 이슈에 매몰되기 쉬운 경제보도의 전범을 제시한 수작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의 초고가 아파트 등기부등본 약 8000건, 1급 이상 고위공직자 787명의 재산목록, 1999~2020년 사회간접자본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370건을 분석해 ‘강남공화국’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불평등이 계급화 현상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이 돋보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한겨레신문 <노동자의 밥상>은 택배배달원, 급식조리원, 철도기관사, 빌딩 청소원, 이주노동자, IT 종사원, 광부 등 다양한 분야 노동자들의 식사 장면을 밀착 취재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어떻게 침해받고 있는가를 고발했다.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대안 제시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노동자 생활의 이면을 생생하게 보여준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미래상을 조망한 경향신문 <녹아내리는 노동, 내:일을 묻다>는 연재 직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재택근무 확산, 소상공인 몰락, 일용직·플랫폼 노동자 생계 위협이 가속화하며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해법을 모색하는 최종회에 좀 더 다양한 시각을 담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법에 가려진 사람들>은 최근 기획·탐사보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서울신문의 역작으로 꼽힌다. 지난 5년간 장발장은행 벌금 대출자를 전수조사하고 이 가운데 대표적 사례를 심층 인터뷰함으로써 약자들에게 더 가혹한 사법 현실을 고발했다. 취재진의 일원으로 약자의 권익 옹호에 힘쓰다가 2월25일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조용철 기자의 명복을 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 KBS의 <‘루보 사태’ 김영모가 돌아왔다>는 주가 조작으로 8년형을 받고 2015년 만기 출소한 김영모가 또다시 범행에 나섰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허위 공시를 확인하고자 중국 벤처기업 단지를 방문하는가 하면 김영모가 재수감된 수원구치소에서 ‘뻗치기’한 뒤 접견자를 추적해 증언을 듣는 등 끈질긴 취재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부문의 또 다른 수상작 SBS의 <코로나19 팩트체크>는 잘못된 정보와 악성 루머가 창궐해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고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도 장애를 주는 시점에서 매우 적절한 기획이었다. 심층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단편적이고 나열식이었던 점은 아쉽게 느껴졌지만 당연하면서도 절실한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문보도(온라인)부문에서는 SBS <2020 예산회의록 전수분석>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3년치 국회 예산회의록과 심사보고서 등을 비교 분석해 각종 불법, 불용, 불심사, 불논의 등의 부적절한 사례를 밝혀냄으로써 데이터 저널리즘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냈다. SBS 취재진은 내년에도 보도를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21대 국회에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