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기획 단계 및 취재 과정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에 선뜻 동의하기 쉽지 않습니다. 법은 과연 모두에게 평등할까.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의 기획보도 ‘법에 가려진 사람들’의 첫 시작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의문이었습니다. 탐사기획부는 우리의 사법 체계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맞닥트린 법의 가혹한 현실, 가난이 또 다른 형벌로 작동하는 사례들을 취재하고 사회적 약자들이 맞닥트린 가혹한 사법 현실과 제도의 한계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했습니다.
취재 방향은 정했지만 방법이 문제였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대한 문제의식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실제 범죄를 저질러 전과자가 된 이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이들이 자신의 범죄 전후 상황 이야기를 쉽게 밝힐 거란 보장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생계형 범죄자들에게 벌금을 내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대출 지원을 하는 장발장은행은 이러한 고민을 풀어줄 중요한 연결고리였습니다. 기획의 방향을 잡은 뒤 장발장은행에 취재 요청을 하고 기획의 취지를 설명한 뒤 대출자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협조 승낙을 받았습니다.
2015년 2월 장발장은행 설립 이후 2020년 1월까지 만 5년간 벌금 대출자 792명이 은행에 제출한 가정환경 및 소득 수준, 생계 상황, 벌금형의 판결문 등을 전수조사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 주민등록번호나 연락처, 주소지 등의 자료를 외부로 유출할 수 없기 때문에 장발장은행에 보관된 대출 서류의 정보를 방문 열람해 데이터로 만들고 해당자들의 소재지를 찾아 대면,전화,서면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간 장발장은행을 통해 단편적인 사례가 소개된 적은 있지만 5년간 대출자 전부에 대한 전수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 사례 및 데이터를 분석한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장발장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처한 상황이 어떠한 지를 객관적으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장발장은행을 통해 인터뷰 요청 수락을 받은 분들을 취재하면서 생계형 범죄에 대한 양상과 이들의 경제적 상황 등에 대한 심층적인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아울러 대법원 사건검색 시스템을 통해 발품 취재했던 법원의 판결문에서 사법권력의 강압적인 인권침해 수사나 처벌 시스템에 의해 잘못된 처분을 받은 사례들도 발굴해 경찰과 검찰의 사법기관의 수사 문제점도 짚었습니다. 시리즈 1회 기사로 보도된 상자 속에 들어있던 감자 5개를 가져가 절도죄로 50만원의 벌금형을 받고 이를 납부하지 못해 지명수배가 된 80세 폐지노인 이야기는 이 같은 과정으로 취재된 내용입니다. 폐지를 주우며 생활하는 이병준(80·가명)씨는 감자 5개를 가져갔다가 경찰의 신고를 받고 다시 제 자리에 돌려놨지만 결국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져 약식기소로 5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사건입니다. 지난해 식도암 판정을 받고 폐지를 줍지 못해 월 30만원의 노령연금만으로 생활하던 이씨에게 50만원은 낼 수 없는 큰 돈임에도 서류상으로 이뤄지는 약식명령 제도 탓에 이씨의 상황이 반영되지 않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우리 사법체계의 맹점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습니다. 과거 판결문을 인용해 폐지를 주우며 생활하는 노인이 벌금을 받아 힘든 상황에 처했다는 기사는 있었지만 사례의 당사자를 직접 만나 사건 전말을 보도한 것은 처음입니다. 노인의 진술만으로 사실관계를 증명하기 힘들기 때문에 당시 재판을 담당했던 국선변호인도 직접 만나 크로스 팩트체크도 진행했습니다.
시리즈 보도가 채 끝나기도 전인 2월 25일 안타까운 사고로 고인이 된 조용철 기자가 두 번의 문전박대 끝에 인터뷰에 성공한 일명 ‘감자노인’은 이번 기획 기사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 서울신문이 독자들의 후원 요청 메일을 바탕으로 ‘소셜크라우드 후원’을 시작한 계기도 됐습니다.
탐사 보도를 준비하는 도중 ‘인천 장발장’ 사건이 국민적인 화제가 됐습니다. 장발장으로 알려졌던 해당 기사 주인공의 과거 잘못된 행실이 알려지면서 장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기획의 취지가 왜곡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탐사팀은 오히려 우리 사회가 장발장에 대한 사회적 정의를 진지하게 고민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습니다. 2월 26일자 2부 2회로 보도된 설문조사(1061명 온라인 설문) 결과 장발장형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서 95.5%가 법적·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많은 이들이 메일과 유선전화를 통해 기사 속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억울함에 공감을 표했고, 지원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원 보호와 설득
이미 범죄를 저질렀고, 이에 대한 처벌을 받았거나 이를 이행하지 못해 지명수배된 이들이 취재대상이었던 만큼 익명 보도와 취재원 보호도 중요했습니다. 4회(2월 25일자 1, 9면) 기사로 보도된 장수희(가명)씨의 경우 중증지적장애인인 점을 악용한 서류상 남편 홍성화(가명)씨가 사실상의 포주 노릇을 하며 성매매를 강요당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사법절차로 피해자인 장씨가 성매매범으로 처벌받았던 사건입니다. 지역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장수희씨는 다시 재판을 받아 무죄를 받아, 명백히 처벌 과정의 절차적 문제가 드러날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생계형범죄자나 사법체계 피해 사례를 찾기 위해 지역 인권단체를 수소문해 확인한 사례로 언론에 보도된 것은 처음입니다. 당시 무죄를 이끌어 냈던 국선변호인 한유진 변호사는 사건의 내용은 알려지되, 의뢰인이었던 장수희씨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길 바랐습니다. 장수희씨가 지역에서 오랫동안 생활 해 왔고, 지역이 특정될 경우 앞으로 삶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당시 장수희씨의 수사를 진행했던 경찰과 검찰 지청의 입장을 통해 사실관계도 모두 확인했지만 지역도 모두 밝히지 않았습니다.
탐사보도에 등장한 당사자들 대부분이 생계가 극히 어려운 상황이고, 이미 법으로부터 처벌을 받은 범죄자 입장이기 때문에 취재 기자로부터의 연락조차 극도로 꺼렸습니다. 각각의 사례들은 인터뷰 대상들에 대한 설득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확약으로 성사됐습니다.
■취재원 진술에 대한 신빙성 및 사실관계 확인
생계형 범죄나 사법체계의 맹점으로 인해 처벌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다양한 취재원을 확보했습니다. 장발장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이들은 기본적으로 장발장은행 대출심사위에서 ‘도움이 필요한 생계형범죄자’라는 인정을 받은 이들입니다. 또 시민단체나 기관 등을 통해 확보한 사례자들 역시 기본적으로 사법처리 과정에서 범죄의 무게에 비해 과도한 처벌이 의심되는 분들을 중심으로 취재했습니다. 그럼에도 취재원들의 진술만으로 사실관계를 증명할 순 없었습니다. 특히 취재원들의 진술만 믿고 이미 법적으로 판결이 끝난 사건을 반박하는 보도를 했다가 사실관계가 다를 경우 법적 다툼도 각오해야 했습니다. 우선 사법 처리 과정에서 피고인의 상황이 얼마나 반영되지 못했는지 확인을 위해 당시 사건 조사 경찰과 재판으로 간 사건의 경우 국선 변호인 등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확보했습니다. 약식명령 사건 경우 검찰과 법원의 조사 과정은 사실상 서류만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해당 사건에 대한 판결문을 확보해 참고했습니다. 그럼에도 의심이 드는 부분은 법조인 등 전문가를 통해 사건의 정황을 설명한 뒤 받은 조언을 받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취재원의 진술과 사실관계가 다를 수 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부분은 기사에서 배제했습니다.
■법적문제
이번 기획과정에서 취재팀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법적으로 이미 처벌을 받은 범죄자들을 옹호해 주는 것 아니냐는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인천장발장 사건이 취재팀의 우려 지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때문에 저희 취재팀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 취재원의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보다 철저하게 검증하고 접근했습니다. 아울러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을 통해 확보한 단독 자료를 통해 ‘지난해 약식명령 집행 중 노역장 집행 벌금액 3조원’, ‘약식명령 벌금형 처벌자 최근 6년 평균 연간 61만명’ 등 객관적 수치로 문제 의식을 뒷받침 했습니다.
또 하나는 법제도의 문제였습니다.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가정한 취재 접근 방식은 자칫 문제의 한쪽 면만 보고 잘못된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보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하태훈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복수의 변호사와 경찰, 검찰, 법원 관계자 등과 수차례 대면 인터뷰를 통해 약식명령 제도 등 현재 우리 사법제도의 허점을 객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조언을 확보했습니다. 또 다수의 법학 전공 교수와 변호사, 검사와 법조인 등을 통해 기획의 문제의식과 기사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수시로 수정하며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언론사 최초 보도 후 소셜크라우드 후원
시리즈 첫 회 ‘감자노인’의 보도 이후 독자들의 이메일과 전화가 이어졌습니다. 감자노인인 이병준(가명)씨의 벌금을 대신 내주거나 돕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살면서 자잘한 봉사외에 별도의 기부는 해본적도 없지만 기사를 보고 이분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shiftco*****)
“대한민국 법에 놀라고 또 놀란다”(mickyh***)
“국민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도 못 먹여주면서 국회의원들은 자기들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으니 화가 난다”(best**)
취재팀은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개인정보를 알려줄 순 없었지만 도움의 뜻을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논의 끝에 기획 기사의 취지인 “개인의 사정이 고려되지 않은 판결 및 벌금으로 인해 더 큰 고통을 받는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의미로 이들에게 내려진 벌금까지만 도움을 전달 드리기로 했습니다. 이에 장발장은행과 함께 시리즈 2부 보도가 시작된 시점인 2월 25일 ‘법에가려진 사람들,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서울신문·장발장은행 소셜크라우드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국내 언론사가 보도한 기사에 대해 직접 모금에 나선 것은 처음입니다. 언론이 보도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변화를 위한 노력에 직접 참여하는 이른바 ‘솔루션 저널리즘’의 첫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벌금 외에도 생활금이나 생필품 등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독자들도 있었지만 벌금 외에 도움은 우리 사회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 지원은 벌금액으로 한정했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와 장발장은행은 2월 25일부터 3월 6일까지 11일간 진행된 모금을 통해 33명, 277만 5000원의 후원금을 모금했습니다. 소셜크라우드 후원 사실을 기사로 알릴 당시 밝혔던 대로 후원금 중 80만원은 이병준씨의 벌금을 납부하는데 전달됐고, 나머지 금액은 장발장은행에 전달됐습니다. 오창익 장발장은행 대표(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서울신문과 함께 진행한 소셜크라우드 후원 외에도 ‘법에 가려진 사람들’ 보도로 이후 장발장 은행에 대한 관심과 후원 문의도 증가했다”고 전했습니다. 후원 모금액과 사용처에 관련한 내용은 3월 10일자 서울신문 지면 보도를 통해 후원자들과 독자들에게 알렸습니다.
■언론 첫 자체 모의재판 개최…새로운 시각의 문제 접근
법에 가려진 사람들 기획 취지는 사법체계의 불합리한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법적 결론이 내려진 사안들이기 때문에 이를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탐사기획부는 전문가들의 좌담 형식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반적인 보도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시리즈 마지막인 2부 4회(3월 3일자)에 보도된 ‘모의재판’은 이러한 고민에서 나온 시도였습니다. 시리즈를 통해 보도된 과도한 처벌의 피고인들이 당시 상황이 더 많이 반영됐을 경우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었습니다. 교육기관이나 민간단체가 특정 사안에 대해 모의재판을 개최한 경우는 있었지만 언론이 직접 재판 형식을 통해 사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 것은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입니다. 모의재판은 성별과 연령대를 고려해 다양한 시민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시민배심원을 구성하고, 현직 변호사가 시민배심원장으로 참여해 법적 전문성을 보완했습니다. 모의재판 결과 각각 벌금 50만원과 100만원을 받은 감자노인 이병준(가명)씨와 윤경백(가명)씨는 일부 무죄 평결을 받아 법의 인식과 시민들의 인식 차이를 드러냈으며, 법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취재 영상 동시 제작으로 콘텐츠 다양성 확보
취재 기획 단계에서 사내 영상제작팀인 소셜미디어랩부와 함께 영상 콘텐츠 제작 논의도 이뤄졌습니다. 단순히 텍스트 기사 외에 다양한 콘텐츠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영상은 예고편과 본편 두 편으로 제작됐고, 지면 기사에는 QR코드를 통해 지면 독자들이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2월 17일 1회 ‘감자노인’의 기사가 보도된 뒤 위키트리, 인사이트 등의 매체에서 해당 내용을 스토리텔링화 해 기사로 보도했습니다. 또 2월 17일 당일 아침 장발장은행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면서 MBC, 매일경제와 MBN, 머니투데이 등이 장발장은행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서울신문 보도 이후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2월 25일 경찰청이 장발장은행과 맺은 ‘국민 중심 회복적 사법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에 대한 기사는 연합뉴스를 비롯해 YTN, 한겨레신문 등 주요 매체들이 모두 기사화하면서 내용을 알렸습니다.
방송사들의 문의도 이어졌습니다. MBC PD 수첩, SBS 궁금한이야기Y, KBS 제보자들 등 주요 지상파 프로그램에서는 서울신문 보도에 대한 후속 취재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과 취재원 등에 대한 문의를 해 왔습니다.
아울러 전체 7회 시리즈 중 3회만 보도된 시점인 2월 19일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하는 월간 ‘신문과 방송’에서 4월호에 ‘법에 가려진 사람들’ 기획 취재기 원고 청탁을 요청해 왔습니다. 시리즈가 완료되기 전 시작 시점에서 이례적으로 원고를 요청해 올 만큼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법에 가려진 사람들 기획 취재기는 4월 1일에 발간되는 월간 ‘신문과 방송’에 실릴 예정입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경찰청-장발장은행 MOU…검경수사권 조정 시기와 맞물린 문제 공론화
‘법에 가려진 사람들’이 제시한 생계형 범죄자들에 대한 과도한 사법처리 문제는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기존에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인식은 검찰에 집중 돼 있는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지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사법처리를 받는 피의자들의 인권에 대한 문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저희 보도는 법안 통과 이후 1차 수사종결권 부여로 역할이 더 중요해진 경찰이 해당 문제의식을 공감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경찰청은 법에 가려진 사람들 첫 보도(2월 17일) 후 약 일주일 만인 2월 25일 민갑용 경찰청장이 참석해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오창익 장발장은행 대표 등과 함께 ‘국민 중심 회복적 사법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민 청장은 협약식에서 “최근 서울신문의 ‘법에 가려진 사람들’ 탐사보도를 보면서 경찰이 개선해야 부분이 많다는 걸 다시 한번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며 “경찰은 법을 통해 강자는 제어하고 사회적 약자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약육강식의 질서를 법치주의로 전환시켜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두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적 조력방안과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사법기관 시정 조치 이끌어
생계형 범죄자들에 대한 보도 이후 ‘감자노인’인 이병준씨에 대한 벌금 약식명령을 내렸던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신문사로 연락이 왔습니다. 이씨에 대한 지명수배를 풀고 벌금을 분납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성남지청 관계자는 “판결 이후 이씨가 식도 암 판정을 받았고, 생계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이 같이 조치하겠다”는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저희 탐사팀이 보도한 사법적 과실을 일부 인정한 조치라 할 수 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 여부
‘법에 가려진 사람들’ 기획 기사는 한국기자협회가 정한 윤리강령을 준수해 취재, 보도했습니다. 먼저 시민단체인 ‘장발장 은행’으로부터 2015년 2월부터 5년간 대출을 받은 792명의 신청서와 판결문 사본을 방문 열람하는 방식으로 사례를 분석했습니다(정당한 정보수집). 이후 서울신문의 취재요청에 동의한 대출자 20여명을 인터뷰하고, 사실관계를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과 사건관계자 등을 통해 크로스 체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록이나 정보를 조작하지 않았습니다(정당한 정보수집). 자신의 범죄 사실이 드러나는 민감한 인터뷰인 만큼 취재원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도록 했고, 이를 취재원과 상의했습니다(사생활보호, 취재원보호).
서울신문은 매일 신문 조판이 완성되면 심의실에서 5명의 심의위원들이 그날의 지면을 평가합니다. 시리즈 보도 후 심의위원들은 “장애인이나 대리기사 등 사회적 약자들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현실적으로 겪는 불평등을 생생하게 짚어냈다. 유사한 범법행위라도 강자에 비해 약자들이 어떻게 더 피해를 입고, 같은 처벌이라도 그 충격파가 강자와 약자냐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가 절절하게 읽힌다.”고 평가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법에 가려진 사람들’은 외부 지원 없이 서울신문 자체적으로 발굴 취재해 보도한 기사입니다. 보도 당사자의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된 사항은 현재까지 없습니다.
취재후기
(354회) 법에 가려진 사람들 / 서울신문
법에 가려진 사람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 이태권 기자
‘3만5320명’. 지난해 벌금형을 선고받고 돈이 없어 노역장에 유치된 사람들의 숫자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벌금형도 감옥에 가는 징역형만큼이나 무거운 처벌이었습니다. 약식명령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사법 절차를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그래서였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사법적 약자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이들을 외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자녀와 생계를 걱정하는 한부모 가장, 제도 사각권에서 기초수급도 못 받고 폐지를 줍는 노인은 소액의 벌금에도 지명수배로 불안에 떨었습니다. 지난 3개월간의 취재는 이런 모습들을 객관적이되 구체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고민한 시간이었습니다.
보도가 나가고 많은 독자들은 후원 문의를 해왔습니다. 검찰에서도 취재원들을 돕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경찰청장은 ‘회복적 사법’ 실현을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조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번 보도가 조금씩이나마 사법기관과 제도를 바꿀 마중물이 되길 바랍니다. 기사가 나오기까지 취재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어려운 취재에도 함께 분투한 팀원들이 없었다면 ‘법에 가려진 사람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우리 곁을 떠난 같은 팀의 조용철 선배에게도 깊은 슬픔과 감사를 표합니다. 마지막까지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던 선배가 그곳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4회 전체 총평
제354회(2020년 2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1편이 출품돼 동아일보의 <법무부가 비공개한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 13인의 공소장 전문(全文) 입수> 등 8건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미증유의 충격과 공포에 빠진 가운데서도 현장을 누비고 자료를 뒤지며 언론의 사명에 충실하려고 애쓴 기자들의 흔적이 출품작마다 역력했다.
<법무부가…>는 취재보도 1·2부문에 출품된 15편 가운데 유일한 수상작으로 뽑혔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향해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비공개하기로 한 검찰 공소장 전문을 입수해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검찰의 공소장이 담고 있는 함의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서울신문의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은 단발성 이슈에 매몰되기 쉬운 경제보도의 전범을 제시한 수작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의 초고가 아파트 등기부등본 약 8000건, 1급 이상 고위공직자 787명의 재산목록, 1999~2020년 사회간접자본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370건을 분석해 ‘강남공화국’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불평등이 계급화 현상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이 돋보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한겨레신문 <노동자의 밥상>은 택배배달원, 급식조리원, 철도기관사, 빌딩 청소원, 이주노동자, IT 종사원, 광부 등 다양한 분야 노동자들의 식사 장면을 밀착 취재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어떻게 침해받고 있는가를 고발했다.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대안 제시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노동자 생활의 이면을 생생하게 보여준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미래상을 조망한 경향신문 <녹아내리는 노동, 내:일을 묻다>는 연재 직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재택근무 확산, 소상공인 몰락, 일용직·플랫폼 노동자 생계 위협이 가속화하며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해법을 모색하는 최종회에 좀 더 다양한 시각을 담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법에 가려진 사람들>은 최근 기획·탐사보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서울신문의 역작으로 꼽힌다. 지난 5년간 장발장은행 벌금 대출자를 전수조사하고 이 가운데 대표적 사례를 심층 인터뷰함으로써 약자들에게 더 가혹한 사법 현실을 고발했다. 취재진의 일원으로 약자의 권익 옹호에 힘쓰다가 2월25일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조용철 기자의 명복을 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 KBS의 <‘루보 사태’ 김영모가 돌아왔다>는 주가 조작으로 8년형을 받고 2015년 만기 출소한 김영모가 또다시 범행에 나섰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허위 공시를 확인하고자 중국 벤처기업 단지를 방문하는가 하면 김영모가 재수감된 수원구치소에서 ‘뻗치기’한 뒤 접견자를 추적해 증언을 듣는 등 끈질긴 취재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부문의 또 다른 수상작 SBS의 <코로나19 팩트체크>는 잘못된 정보와 악성 루머가 창궐해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고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도 장애를 주는 시점에서 매우 적절한 기획이었다. 심층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단편적이고 나열식이었던 점은 아쉽게 느껴졌지만 당연하면서도 절실한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문보도(온라인)부문에서는 SBS <2020 예산회의록 전수분석>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3년치 국회 예산회의록과 심사보고서 등을 비교 분석해 각종 불법, 불용, 불심사, 불논의 등의 부적절한 사례를 밝혀냄으로써 데이터 저널리즘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냈다. SBS 취재진은 내년에도 보도를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21대 국회에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