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단독취재
경기도 내 장애인단체를 출입하는 본 기자는 매년 전국 17개 시·도에서 열리는 ‘장애인기능경기대회(이하 대회)’와 관련,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다양한 선수들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장애인의 직업적 기량을 겨루고 사회적 능력을 높이자는 취지의 이 대회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개최하며 2019년 39회를 맞아 올해도 40회를 준비 중입니다.
지난해 대회가 2019년 6월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간 열렸던 만큼, 본 기자들은 대회 한 달 전인 5월 초부터 장애인단체와 접촉하기 시작하면서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부터 “2018년부터 대회에 필기시험이 갑자기 도입돼 지적·발달 장애선수들이 참여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됐습니다.
며칠 뒤 대회 운영 위탁을 맡은 한국장애인고용안전협회는 대회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운영위원회의를 열었고, 회의 내용을 파악하자 실제 ‘필기시험’ 관련 논의가 오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취재 결과 이 대회는 2018년부터 화훼장식, 안마, 네일아트 등 세 가지 직종에 ‘필기시험’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회 출전선수들은 필기시험에서 고득점을 얻어 상위권에 들어야만 실기시험 자격을 부여받는 구조인데, 이 필기시험의 난이도가 '국가 기능사 자격증 수준'으로 고난도임은 물론 신체적·정신적 이유로 필기시험 응시 자체가 어려운 선수들에 대해선 어떠한 배려도 없는 갑작스러운 변화였습니다.
지난 2018년 경기도 대회에서 화훼장식 직종에 도전한 선수는 총 41명. 그중 절반이 넘는 28명이 이 필기시험 탓에 탈락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2019년 필기시험이 폐지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회 출전 자체를 포기한 경기도 선수만 30명에 달했습니다. 장애인단체들은 이같이 대회 출전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로 ‘필기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꼽았습니다.
이에 본보는 ‘장애선수 꿈 가로막는 새로운 장벽, 장애인기능경기대회 필기시험’에 대한 본격적인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우선 대회 운영위원회의에 참여했던 단체와 인물 등을 중심으로 필기시험 때문에 탈락한 선수, 필기시험으로 인해 출전을 포기한 선수 등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필기시험을 도입하는 건 결국 대회에 참가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깊은 한숨을 전했습니다.
3년여 전 대회가 서른일곱 번 치러지기까지 필기시험에 대한 별다른 필요성도, 어떠한 언질도 없던 상황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2018년부터 필기시험을 왜 추가하게 됐는지, 반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데도 왜 폐지하지 않는지 그 배경과 이유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장애인 출전선수들의 장애 유형을 배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필기시험 잣대가 반드시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판단, 2019년 5월13일자 6면에 ‘지적장애인에 필기시험?… 道장애인기능경기대회 시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시작으로 연속 보도를 실시하게 됐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이번 보도 및 취재는 경기도 내 장애인단체들과 단체가 연결해준 사회복지관 및 장애 당사자 등 인터뷰를 기반으로 진행됐습니다. 또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대회인 만큼 경기도 외 타 시·도에 있는 대회 운영위원회와 장애인단체에도 동일 사안을 취재하면서 보도됐습니다. 본보와 해당 장애인단체들, 본보와 해당 대회 운영위원회·사회복지관, 본보와 장애 당사자 등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장애선수 꿈 가로막는 새로운 장벽, 장애인기능경기대회 필기시험’ 취재는 경기일보의 단독 보도로 타 매체의 선행보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후 장애인 관련 전문 매체인 에이블뉴스는 본보 연속 보도를 참고해 2019년 8월12일자 ‘발달장애인 고용, 필기시험은 '장벽'이 맞다’는 제목의 기사와, 2020년 1월29일자 ‘올해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참가자격 변경… 화훼장식, 네일아트 필기시험 폐지’라는 제목의 기사 등을 보도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본보가 ‘장애선수 꿈 가로막는 새로운 장벽, 장애인기능경기대회 필기시험’ 관련 기사를 연속보도하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이 시험이 출전 선수들의 도전을 가로막는 장벽이 됐음을 인정하고 차기 대회(2020년도 대회)부터 논란이 된 예선 필기시험을 폐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공단 측은 2019년 5월17일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지적·발달장애 출전선수 등 일부 장애 유형 당사자들이 필기시험 부담감으로 대회 출전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공단의 장애 감수성이 다소 미흡했음을 인정한다”며 “필기시험이 본 대회 참가에 제한을 줄 소지가 있다고 판단, 다음 대회부터는 필기시험을 없애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실제로 올해 2월11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2019년 12월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업무처리규칙 개정(안)’을 통해 2020년도 이후 대회 운영 관련 개정사항을 공표했습니다. 이 개정(안)에는 앞서 본보가 지적했던 필기시험 관련 내용인 ‘2020년 대회부터 실기과제 출제를 원칙으로 한다’는 문구가 포함됐습니다.
즉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예선 필기시험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 이와 관련한 근거를 명확하게 명시한 것입니다. 장애 출전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 없는’ 시험 운영방식이 도입돼야 한다는 본보의 바람이 적극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필기시험 논란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각각 공식 건의를 고려하던 전국 여러 지자체의 장애인단체들은 본보 연속보도 후 건의 대신 차기 대회의 철저한 감시를 예고하며 감사함을 전해왔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여부
이번 기사가 2019년 5월13일 처음으로 보도되자마자 본보 논설위원실은 ‘지적장애인에 새로운 벽, 필기시험.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꼭 필요할까’라는 사설을 2019년 5월14일 싣고 취재에 적극 지지를 보였습니다.
논설위원실은 해당 사설을 통해 “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장애인의 특성을 감안한 방식으로 능력자를 양산하는 게 기본 취지이나, 지난해부터 생긴 필기시험은 도입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장애인·비장애인을 떠나 ‘기능 경연’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 대회마저도 또 다른 장애인 장벽이지 않을까”라며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특히 단순 보도에 그치지 않고 심층적인 연속보도를 통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뤄내 장애 당사자들에게 기능력 향상 및 도전 기회를 제공했다는 데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보도에 있어 취재기자들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이번 보도에 대해 외부 지원 등은 없었으며 반론신청 및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사항 등도 없었음을 밝힙니다.
회차 심사평
제354회 전체 총평
제354회(2020년 2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1편이 출품돼 동아일보의 <법무부가 비공개한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 13인의 공소장 전문(全文) 입수> 등 8건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미증유의 충격과 공포에 빠진 가운데서도 현장을 누비고 자료를 뒤지며 언론의 사명에 충실하려고 애쓴 기자들의 흔적이 출품작마다 역력했다.
<법무부가…>는 취재보도 1·2부문에 출품된 15편 가운데 유일한 수상작으로 뽑혔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향해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비공개하기로 한 검찰 공소장 전문을 입수해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검찰의 공소장이 담고 있는 함의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서울신문의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은 단발성 이슈에 매몰되기 쉬운 경제보도의 전범을 제시한 수작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의 초고가 아파트 등기부등본 약 8000건, 1급 이상 고위공직자 787명의 재산목록, 1999~2020년 사회간접자본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370건을 분석해 ‘강남공화국’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불평등이 계급화 현상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이 돋보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한겨레신문 <노동자의 밥상>은 택배배달원, 급식조리원, 철도기관사, 빌딩 청소원, 이주노동자, IT 종사원, 광부 등 다양한 분야 노동자들의 식사 장면을 밀착 취재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어떻게 침해받고 있는가를 고발했다.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대안 제시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노동자 생활의 이면을 생생하게 보여준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미래상을 조망한 경향신문 <녹아내리는 노동, 내:일을 묻다>는 연재 직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재택근무 확산, 소상공인 몰락, 일용직·플랫폼 노동자 생계 위협이 가속화하며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해법을 모색하는 최종회에 좀 더 다양한 시각을 담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법에 가려진 사람들>은 최근 기획·탐사보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서울신문의 역작으로 꼽힌다. 지난 5년간 장발장은행 벌금 대출자를 전수조사하고 이 가운데 대표적 사례를 심층 인터뷰함으로써 약자들에게 더 가혹한 사법 현실을 고발했다. 취재진의 일원으로 약자의 권익 옹호에 힘쓰다가 2월25일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조용철 기자의 명복을 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 KBS의 <‘루보 사태’ 김영모가 돌아왔다>는 주가 조작으로 8년형을 받고 2015년 만기 출소한 김영모가 또다시 범행에 나섰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허위 공시를 확인하고자 중국 벤처기업 단지를 방문하는가 하면 김영모가 재수감된 수원구치소에서 ‘뻗치기’한 뒤 접견자를 추적해 증언을 듣는 등 끈질긴 취재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부문의 또 다른 수상작 SBS의 <코로나19 팩트체크>는 잘못된 정보와 악성 루머가 창궐해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고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도 장애를 주는 시점에서 매우 적절한 기획이었다. 심층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단편적이고 나열식이었던 점은 아쉽게 느껴졌지만 당연하면서도 절실한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문보도(온라인)부문에서는 SBS <2020 예산회의록 전수분석>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3년치 국회 예산회의록과 심사보고서 등을 비교 분석해 각종 불법, 불용, 불심사, 불논의 등의 부적절한 사례를 밝혀냄으로써 데이터 저널리즘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냈다. SBS 취재진은 내년에도 보도를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21대 국회에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