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V),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V),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지난달 17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전주를 방문했습니다. 전주지방검찰청 신청사 준공식을 기념하러 온 것입니다. 기자들의 관심은 한곳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수사·기소 분리안’을 놓고 검찰과 법무부 수장이 이견을 내놓으며 신경전을 벌이던 터라, ‘추심(秋心)’의 향방에 주목한 것입니다. 하지만 기념사 낭독에 나선 법무부장관의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해있었습니다. 검사들 앞에서 “검찰이 정치적 사건 못지않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에 힘써달라”며 최근 도내에서 발생한 비극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어느 취준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보이스피싱 사건이 그것입니다.
“기자님, 한번만 다루실 건가요?”
지난달 초였습니다. 신원노출이 조심스런 익명의 취재원은 대뜸 그 질문부터 꺼내들었습니다. 최근 지인의 아들이 전화사기를 당해 목숨을 끊었다는 사연인데, 선정적이고 가벼운 접근은 말아달란 당부였습니다. 보이스피싱과 개인의 죽음. 머릿속에 인과관계는 선뜻 그려지지 않았지만 뉴스에 굶주린 기자로썬 급한 대로 공수표를 남발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유족과 연락이 닿게 됐습니다.
유족들도 가슴 아파 듣지 못했다던 통화 녹음파일 3개를 전달받았습니다. 숨진 아들이 보이스피싱 사기단과 나눈 대화가 담겨있다는데, 용량에만 눈길이 갔습니다. 600메가바이트, 총길이도 11시간에 달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김민수 검산데요”
중후한 음색의 남성 두 명이 통화를 주도했습니다. 날짜는 지난 1월 20일, 많은 이들이 설 연휴를 나흘 앞둔 설렘으로 한주를 시작하던 아침 10시 무렵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관과 담당검사라고 소개한 이들은 번갈아가며 한사람을 교란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놈들’은 금융사기단을 붙잡아 조사하던 중, 대포통장이 하나 발견돼 범죄에 쓰였는지 확인해야겠단 이야기로 말문을 열고 대화를 이끌었습니다. 흔한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표적이 된 그 사람.. 전북 순창군에 살던 취업준비생 28살 김모 씨는 끝까지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그놈 목소리와 11시간.. “아무도 몰랐다”
김 씨는 사기단의 지시에 순순히 따랐습니다. 전화를 끊는 등 유선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단 사기꾼의 압박이 먹혔습니다.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말, 강제수사의 두려움에 잔고를 모두 인출해 전달한 겁니다. 아침 10시에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섰는데 순창에서 출발해 정읍을 거쳐 서울 여의도까지.. 김 씨의 하루 동선만 수백 킬로미터에 달했습니다.
피해자는 사기단의 지시로 서울로 이동했고 마포구의 한 주민센터에 현금을 넣어뒀습니다. 그놈들은 보이스피싱이 혹시나 행인들에 발각될까, 피해자를 외딴 곳으로 몰아가며 고립시켰습니다.
11시간 이어진 통화가 끝난 이후, 김 씨는 사기단과 연락이 닿지 않자 수사에 협조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자책감에 시달렸고, 이틀 만에 목숨을 끊었습니다. 휴대전화에 남긴 유서 어디에도 본인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였다고 자각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몰랐던 것입니다.
피해자가 의심을 거둔 이유.. “진화한 보이스피싱”
그놈 목소리와 함께한 11시간이 끊김 없이 기록된 통화녹취를 토대로 피해자가 왜 속았는지 분석해나갔습니다. 이는 동시에 보이스피싱이 얼마나 교묘해져 우리 주변의 선량한 이들을 노리고 있는지 진화상을 탐색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을 접해본 적 없는 기자가 느끼기에, ‘그놈들의 각본’은 생각 외로 치밀하게 짜여있었습니다. 녹음파일에 군데군데 드러난 사기단의 포석 작업은 꽤나 지능화돼 있었던 겁니다. 사전에 준비된 서울중앙지검 가짜 인터넷 주소, 가짜 사건번호, 피해자의 이름이 적혔을 가짜 수사자료.. 피해자의 의심을 거두게 한 장치들이었습니다.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된다는 엄포와 IT를 접목한 사술이 피해자가 쉽사리 전화를 끊지 못하게 만든 이유인 것입니다.
경보음은 울릴 수 없었다
피해자 동선을 통해 가늠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사기단의 요구에 피해자가 거쳐 간 은행은 모두 3곳입니다. 이중 두 곳은 순창과 정읍에 지점을 둔 A은행, 나머지 한곳은 정읍의 B은행이었습니다. 피해자는 A은행에서 연달아 현금인출에 실패했습니다. 순창 A은행에서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는 정보가 정읍의 A은행으로 전달됐기 때문입니다.
사기단은 결국 작전을 바꿨고 정읍의 B은행으로 이동해 현금인출 한도를 최대로 바꾸라고 요구합니다. 결국 피해자가 400여만 원을 넣어둔 다른 은행으로 표적을 바꾸고서야 현금인출 시도는 성공하게 됩니다. 취재진이 만난 해당 은행관계자는 피해자가 다녀간 줄도 몰랐고, 보이스피싱 사기를 의심하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밝혔습니다. 지점끼리면 몰라도, 은행 간에는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정보공유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보도에 등장하는 금융기관들은 유무형의 피해가 예상돼 익명으로 표기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제보자와 기자의 이해관계는 전혀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모두 직접취재, 현장취재 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 선행보도 여부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20대 취준생이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을 처음으로 보도했습니다.
2월 10일] 보이스 피싱에 취준생 스스로 목숨 끊어
(https://www.jmbc.co.kr/news/view/12686)
2월 11일] 아들 죽인 사기단 "제발 잡아주세요"
(https://www.jmbc.co.kr/news/view/12701)
"서울지검 김민수 검산데"..'죽음' 부른 그놈 목소리 (서울MBC)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659882_32524.html)
2월 12일] 보이스피싱 피해자 유가족 청와대 국민청원
https://www.jmbc.co.kr/news/view/12711
2월 13일] '그놈 목소리'따라 은행 3곳 들렀지만
https://www.jmbc.co.kr/news/view/12712
2월 14일] 끝까지 믿은 '김민수 검사'.. "첨단화된 사기"
https://www.jmbc.co.kr/news/view/12747
2월 17일] 추미애 장관 전주지검서 "인권.재산권 보호 힘써달라"
https://www.jmbc.co.kr/news/view/12772
■ 타매체 반향
본사 뉴미디어팀인 ‘엠빅뉴스’가 방송보도를 재구성해 만든 유튜브 영상도 조회수가 240만을 기록했는데, 사건사고를 소재로 한 아이템으론 올 들어 가장 많은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주요 일간지부터 라디오 방송까지 매체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반향이 상당했습니다.
2월 12일 중앙일보] 희귀병 친구 돕던 착한 취준생의 극단선택 "보이스피싱에 속아"
2월 13일 조선일보] 마지막까지… 보이스피싱범을 검사라 믿은 취준생
2월 13일 경향신문] "내 아들 죽인 보이스피싱 검사 김민수 잡아달라"..유서 공개한 아버지
2월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나 검사 김민수인데.." 착한 내 아들 죽인 그놈목소리
2월 21일 SBS 궁금한 이야기Y] 아들은 왜 죽음을 선택했나?
2월 28일 머니투데이] 28살 취준생 죽음 부른 '김민수 검사'.. 인출책 검거
등 다수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보도 이후 정부가 곧바로 반응을 내놨습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검찰이 정치적 사건 못지않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에 힘써달라”고 주문하며 취준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보이스피싱 사건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국면을 고려하면 뼈있는 말로 들리는데, 전주지방검찰청 신청사 준공식에서 나온 기념사 발언이라 의미를 더했습니다.
파렴치한 사기꾼 일당의 속임수에 취준생이 목숨까지 끊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자, 지역방송 유투브임에도 “나도 당해봤다”는 댓글제보가 전국에서 잇따랐습니다. 검사를 사칭한 사기단으로부터 받은 감쪽같은 가짜 수사자료부터, 사기꾼의 녹음파일을 제보 받았습니다. 뉴스도 뉴스지만 무엇보다 수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4차례에 걸친 보도로 지역에서 반향도 커지자 수사진행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능범죄 수사 인력이 부족한 전북 순창경찰서에서 상급기관인 전북지방경찰청으로 사건이 이첩된 겁니다. 이후 수사에 속도가 붙었고, 전달책이 검거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경찰은 현재 총책으로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단편적인 기사소재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사기꾼을 끝까지 검사라고 믿은, 20대 취업준비생 개인이 당한 황망한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발견하며 기자 본연의 역할에 경주했습니다.
고인이 된 피해자가 세상에 남긴 11시간 길이의 녹취파일을 분석해 그날의 사건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번 연속보도는 ‘보이스피싱 사기, 예방할 수 없었나’, ‘어디까지 진화했나’ 두 가지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듣고 또 들어나간 결과물이었습니다.
코로나 19 국면 속에 그 어떤 사건보다 반향이 크게 일었습니다. 지역방송임에도 ‘나도 당했다’는 제보도 전국에서 이어졌습니다. 2만 건 넘게 발생해 피해액이 6천억 원을 넘어선 보이스피싱이 선량한 이들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그 과정에 개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려는 취재진의 노력이 있었다고 자체 평가합니다. 이 보도를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이밖에 피해자가 목숨을 끊은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등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 지원은 없었고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의 피신청 사항도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4회 전체 총평
제354회(2020년 2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1편이 출품돼 동아일보의 <법무부가 비공개한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 13인의 공소장 전문(全文) 입수> 등 8건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미증유의 충격과 공포에 빠진 가운데서도 현장을 누비고 자료를 뒤지며 언론의 사명에 충실하려고 애쓴 기자들의 흔적이 출품작마다 역력했다.
<법무부가…>는 취재보도 1·2부문에 출품된 15편 가운데 유일한 수상작으로 뽑혔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향해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비공개하기로 한 검찰 공소장 전문을 입수해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검찰의 공소장이 담고 있는 함의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서울신문의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은 단발성 이슈에 매몰되기 쉬운 경제보도의 전범을 제시한 수작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의 초고가 아파트 등기부등본 약 8000건, 1급 이상 고위공직자 787명의 재산목록, 1999~2020년 사회간접자본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370건을 분석해 ‘강남공화국’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불평등이 계급화 현상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이 돋보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한겨레신문 <노동자의 밥상>은 택배배달원, 급식조리원, 철도기관사, 빌딩 청소원, 이주노동자, IT 종사원, 광부 등 다양한 분야 노동자들의 식사 장면을 밀착 취재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어떻게 침해받고 있는가를 고발했다.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대안 제시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노동자 생활의 이면을 생생하게 보여준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미래상을 조망한 경향신문 <녹아내리는 노동, 내:일을 묻다>는 연재 직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재택근무 확산, 소상공인 몰락, 일용직·플랫폼 노동자 생계 위협이 가속화하며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해법을 모색하는 최종회에 좀 더 다양한 시각을 담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법에 가려진 사람들>은 최근 기획·탐사보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서울신문의 역작으로 꼽힌다. 지난 5년간 장발장은행 벌금 대출자를 전수조사하고 이 가운데 대표적 사례를 심층 인터뷰함으로써 약자들에게 더 가혹한 사법 현실을 고발했다. 취재진의 일원으로 약자의 권익 옹호에 힘쓰다가 2월25일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조용철 기자의 명복을 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 KBS의 <‘루보 사태’ 김영모가 돌아왔다>는 주가 조작으로 8년형을 받고 2015년 만기 출소한 김영모가 또다시 범행에 나섰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허위 공시를 확인하고자 중국 벤처기업 단지를 방문하는가 하면 김영모가 재수감된 수원구치소에서 ‘뻗치기’한 뒤 접견자를 추적해 증언을 듣는 등 끈질긴 취재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부문의 또 다른 수상작 SBS의 <코로나19 팩트체크>는 잘못된 정보와 악성 루머가 창궐해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고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도 장애를 주는 시점에서 매우 적절한 기획이었다. 심층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단편적이고 나열식이었던 점은 아쉽게 느껴졌지만 당연하면서도 절실한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문보도(온라인)부문에서는 SBS <2020 예산회의록 전수분석>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3년치 국회 예산회의록과 심사보고서 등을 비교 분석해 각종 불법, 불용, 불심사, 불논의 등의 부적절한 사례를 밝혀냄으로써 데이터 저널리즘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냈다. SBS 취재진은 내년에도 보도를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21대 국회에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