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ㅇ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코로나19가 국내에서 급속도로 퍼지기 이전인 2월 초. 강원도는 물론 전국에서 보건소와 거점 병원 별로 코로나에 대한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선별진료소가 마련됐습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 콜센터인 1339로 전화가 집중돼 연결이 지연되다보니, 질본에서는 지역별 선별진료소 번호를 마련해 배포했습니다. 지자체에서도 각자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 내 선별진료소 위치와 전화번호를 홍보했습니다.
이번 취재가 시작된 건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강원도 지역 그 중에서도 화천 지역에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다녀갔다는 이야기가 있어, 전화 연결을 시도했습니다. 공식적인 선별진료소 번호는 홈페이지를 통해 있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나온 화천보건의료원 선별진료소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연결이 안됐습니다. 전화가 연결돼도 ‘삐이익’ 소리만 나,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확인해보니 팩스번호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홈페이지와 질병관리본부 목록에 공개된 강원도 전체 보건소와 병원 등 선별진료소 34곳에 일일이 전화를 걸었습니다. 선별진료소 직통번호가 대부분 잘못돼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현장의 문제점을 정리한 뒤 생생하게 보도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각 지역별 보건소와 병원 선별진료소 전화 결과, 몇 가지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1. 가장 큰 문제는 번호 자체가 없거나, 연결이 안 되는 번호였습니다. 홍천군보건소와 화천군보건의료원 두 곳은 공식 선별진료소 번호가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홍천의 경우 없는 번호였고, 화천은 팩스 번호였습니다.
2. 강원도 내 선별진료소 34곳 가운데 2곳은 아예 연결이 안됐고, 연결이 된 곳들도 3곳을 제외하고는 ARS 대표번호거나 원무과 번호로, 선별진료소 직통번호가 아니었습니다. 선별진료소 직통번호를 마련해놓고도, 또 야간에 연결되는 번호도 지정해두고는 정작 안내번호는 연관이 없는 번호로 써둔 겁니다. 그 결과 선별진료소나 담당자와 상담을 하고 싶어도, 전화를 걸어서 몇 차례 전화를 돌리거나 다시 번호를 안내받아야 했습니다. 전화에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에 가봤습니다. 가보니 홍천군보건소는 선별진료소 앞 현수막에 직통번호를 써두고도 정작 안내해주는 번호는 ‘없는 번호’ 였습니다.
3. 질병관리본부는 당시 1339에 전화가 폭증하자, 지역단위 선별진료소 번호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네이버 등 포털이나, 통신사에까지 선별진료소 번호를 지정해둬, 전화를 거는 사람과 가까운 선별진료소 번호를 안내해주었습니다. 또 각 지자체 홈페이지와 질본 홈페이지, 블로그 등등 모든 홍보 채널을 통해 ‘잘못된 선별진료소 번호’를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급한대로 홍보는 홍보대로 했지만, 정작 주민들은 제대로 상담을 받기 어려웠던 상황인 겁니다.
4. 특히, 춘천MBC가 취재하고 있는 강원도 지역은 의료 인프라가 수도권은 물론 전국 평균보다 낮은 곳입니다. 지역 내 단 하나의 선별진료소가 있는 화천의 경우, 병원이 없어 대부분 지역주민이 보건의료원에 기대는 현실입니다. (리포트 기사 인터뷰 중) 최근 통계로 봐도, 강원도는 10만 명당 치료가능 사망자 수가 80.7명으로 서울 59.1명, 전국 평균 69.3명과 크게 비교됐습니다. 의사도 병원도 열악해, 같은 병이어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람이 많은 겁니다. 기댈 곳이 지역 내 보건소와 선별진료소 밖에 없는 이런 곳에서 안내번호가 잘못돼 있다면, 지역민들은 의심 증상이 있어 상담을 받으려 해도 연락이 안 돼 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민은 물론 동네의원들도 의심 환자 관해서 문의할 곳은 선별진료소뿐인데, 역시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5. 이런 문제들을 하나의 리포트 영상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선별진료소 상담전화의 중요성과 실제 선별진료소 별로 전화를 걸어보는 모습, 또 화천과 홍천 등 현장에 가 주민들에게 관련 인터뷰를 해 보도했습니다.
춘천MBC 보도목록: 리포트 1건(지역, 전국), 단신 3건
리포트
강원 1) 지역 선별진료소, 전화해보니 '없는 번호' (2월 6일)
https://chmbc.co.kr/article/p98byrImcjNTuZ
전국 2) 보건소 전화했더니…"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뚜뚜" (2월 6일)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658220_32524.html
단신
3) 강원도, 잘못된 지역 보건소 번호 수정 제출 (2월 7일)
https://chmbc.co.kr/article/GxeQJ4S7gUd
4) 선별진료소 안내, 질병관리본부-강원도 '엇박자' (2월 11일)
https://chmbc.co.kr/article/ldf32AFszmZn
5) 질병관리본부 도내 선별진료소 안내번호 대폭 수정 (2월 13일)
https://chmbc.co.kr/article/mosnL2Nm0Eh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 보도가 없는 단독 보도이고, 보도 이후 번호 수정 작업 등이 이뤄질 것을 감안해 타매체 반향은 없었습니다. 보도가 강원도 지역뿐 아니라 전국 뉴스로 반영돼 포털 등에 기사가 올라갔습니다. 누리꾼들은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며, 없는 번호는 안내를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며 선별진료소 번호를 다시 한 번 점검해달라고 요청했고, 추후 강원도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선별진료소 번호가 개선됐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가 나간 직후, 강원도 보건당국은 홍천과 화천을 비롯해 선별진료소 별로 번호를 다시 파악했습니다. 직통 번호를 안내하고, 주간 연락 번호와 야간 연락 번호로 번호를 나누어 홈페이지에 번호를 수정했습니다. 확인해보니 대표번호는 모두 사라졌고, 강원도 선별진료소 34곳 가운데 31곳이 번호가 바뀌거나, 주‧야간으로 나뉘어 촘촘해졌습니다. 통신사나 포털에서 안내하는 대표번호도 수정조치 됐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단신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추가로 질병관리본부에서 매일 선별진료소 목록을 업데이트하는데, 강원도 홈페이지와 달리 번호가 수정돼있지 않았습니다. 강원도 차원에서는 수정 조치를 했는데 질본까지는 변화가 없었던 겁니다. 서로 번호가 달라 그 부분을 지적하는 단신 기사를 추가로 작성했고, 바로 다음날 질본 번호 목록도 모두 수정됐습니다.
실제로 질본이 제공하는 선별진료소 번호를 보면 강원도 지역만큼 꼼꼼하게 주‧야간 번호로 나누어 안내하는 지역이 없을 정도로 변화됐습니다. 이는 강원도민들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느끼면, 편하게 직통번호로 연락해 치료나 조치를 받게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월 초는 국내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으로, 선별진료소가 막 운영되고 일주일 정도 지난 후였습니다. 감염병 특징상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만큼, 감염병이 확산되기 전에 방역의 허점을 보도해 추후 강원도에 전염병 유행을 저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당초 다른 지역도 대부분 대표번호를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도 이후 강원도뿐만이 아니라 대구와 대전, 부산 선별진료소에서도 주‧야간으로 번호를 안내하는 등 전국적으로 지역 선별진료소 번호가 수정되기도 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코로나19 사태로 매일 많은 기사가 쏟아집니다. 수많은 기사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보도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시민들 현실에 어떤 변화를 줬느냐도 매우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일 겁니다. 지역 선별보건소 번호가 엉망이라는 춘천MBC 단독 보도는 지역뿐 아니라 전국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시민들이 코로나19로 불안한 상황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우리 동네의 선별보건소 번호가 먹통이라는 내용은 어떤 기사보다도 현실에 밀착해 있습니다.
특히, 병원이 없는 군 단위 지역이 많은 강원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누가 봐도 분명한 문제이기에 보도 직후 각 지자체와 강원도에서는 당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번호를 다시 파악하고, 다음날 아침에 번호 수정조치를 했습니다. 콜센터 1339 대신 지역 선별진료소로 전화하라는 질병관리본부의 짜놓은 방역체계 상의 허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변화를 즉시 실현했습니다. 그 후로도 강원도 홈페이지는 물론 질병관리본부 목록도 끝까지 검토해 잘못된 번호가 남아있는 부분을 지적했고, 그 부분까지 수정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 기사는 코로나19가 광범위하게 퍼지기 전에 작성된 것입니다. 사후 추적 보도 역시 의미있는 일이지만 이런 예방 저널리즘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이런 위급 상황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합니다. 꼼꼼한 방역에 일조한 보도로 평가합니다.
제보가 아닌 성실한 취재 과정에서 단독으로 발견한 점도 의미있다고 하겠습니다. 강원도 내 선별진료소에 모두 전화를 걸어 확인한 첫 기사부터, 변화를 알린 기사까지 상세하게 취재했고,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보도였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강원도나 질병관리본부 측 반론 신청 없었습니다. 언론중재위 피신청사항도 없었습니다. 언론 윤리를 지켜 취재, 보도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4회 전체 총평
제354회(2020년 2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1편이 출품돼 동아일보의 <법무부가 비공개한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 13인의 공소장 전문(全文) 입수> 등 8건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미증유의 충격과 공포에 빠진 가운데서도 현장을 누비고 자료를 뒤지며 언론의 사명에 충실하려고 애쓴 기자들의 흔적이 출품작마다 역력했다.
<법무부가…>는 취재보도 1·2부문에 출품된 15편 가운데 유일한 수상작으로 뽑혔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향해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비공개하기로 한 검찰 공소장 전문을 입수해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검찰의 공소장이 담고 있는 함의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서울신문의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은 단발성 이슈에 매몰되기 쉬운 경제보도의 전범을 제시한 수작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의 초고가 아파트 등기부등본 약 8000건, 1급 이상 고위공직자 787명의 재산목록, 1999~2020년 사회간접자본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370건을 분석해 ‘강남공화국’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불평등이 계급화 현상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이 돋보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한겨레신문 <노동자의 밥상>은 택배배달원, 급식조리원, 철도기관사, 빌딩 청소원, 이주노동자, IT 종사원, 광부 등 다양한 분야 노동자들의 식사 장면을 밀착 취재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어떻게 침해받고 있는가를 고발했다.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대안 제시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노동자 생활의 이면을 생생하게 보여준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미래상을 조망한 경향신문 <녹아내리는 노동, 내:일을 묻다>는 연재 직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재택근무 확산, 소상공인 몰락, 일용직·플랫폼 노동자 생계 위협이 가속화하며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해법을 모색하는 최종회에 좀 더 다양한 시각을 담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법에 가려진 사람들>은 최근 기획·탐사보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서울신문의 역작으로 꼽힌다. 지난 5년간 장발장은행 벌금 대출자를 전수조사하고 이 가운데 대표적 사례를 심층 인터뷰함으로써 약자들에게 더 가혹한 사법 현실을 고발했다. 취재진의 일원으로 약자의 권익 옹호에 힘쓰다가 2월25일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조용철 기자의 명복을 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 KBS의 <‘루보 사태’ 김영모가 돌아왔다>는 주가 조작으로 8년형을 받고 2015년 만기 출소한 김영모가 또다시 범행에 나섰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허위 공시를 확인하고자 중국 벤처기업 단지를 방문하는가 하면 김영모가 재수감된 수원구치소에서 ‘뻗치기’한 뒤 접견자를 추적해 증언을 듣는 등 끈질긴 취재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부문의 또 다른 수상작 SBS의 <코로나19 팩트체크>는 잘못된 정보와 악성 루머가 창궐해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고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도 장애를 주는 시점에서 매우 적절한 기획이었다. 심층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단편적이고 나열식이었던 점은 아쉽게 느껴졌지만 당연하면서도 절실한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문보도(온라인)부문에서는 SBS <2020 예산회의록 전수분석>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3년치 국회 예산회의록과 심사보고서 등을 비교 분석해 각종 불법, 불용, 불심사, 불논의 등의 부적절한 사례를 밝혀냄으로써 데이터 저널리즘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냈다. SBS 취재진은 내년에도 보도를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21대 국회에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