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단독취재>
코로나19가 전국적인 확산세를 보일 무렵, 강원과 경기 등 접경지역에서는 이미 수개월째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시.군을 넘나드는 차단 방역은 물론이고 특히, 접경지역을 활개하는 야생 멧돼지를 막기 위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대규모 포획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취재를 시작할 당시에는 화천 북부에 설치했던 광역 차단망까지 뚫려 수도권에 인접한 춘천까지 광역 차단을 검토할 때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야생멧돼지 쓸개 거래라니.. 처음에는 정말 그럴까 싶었습니다. 전파 가능성을 우려해 농가마다 사육멧돼지를 예방적 살처분하고, 야생멧돼지를 집중 포획하는 시기에 과연 야생멧돼지를 잡아 쓸개만 불법 유통하는게 가능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반나절도 안 돼, 강원도와 경기도를 중심으로 촘촘하게 연결된 밀거래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돼지열병이 시작된 이후 밀렵한 야생멧돼지를 쓸개만 따로 빼놨다가 팔기도 하고, 위기경보단계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까지 격상된 상황에서도 밀렵단이 잡은 야생멧돼지의 쓸개만 몰래 떼다 파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돈 때문입니다. 쓸개 한 개당 최대 100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 몇푼에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온 방역 체계가 흔들릴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이었습니다. 주저하지 않고 본격적인 취재에 돌입했습니다. 철원과 화천, 경기도 의왕 등을 찾아다니며 야생멧돼지 밀렵과 불법 유통 과정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특히, 단순한 현상 보도에 그치지 않고, 야생멧돼지 사체 처리 과정의 문제점과 현행법의 한계,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본 보도는 야생멧돼지의 쓸개가 유통되고 있다는 익명의 취재원의 제보를 바탕으로 시작됐으며, 모든 과정은 취재팀의 독자적인 취재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해당 보도는 이전에 타 언론에서 전혀 언급한 바 없습니다. 수년 전 야생멧돼지 쓸개가 판매된다는 내용의 보도는 있었지만, 아프리카 돼지열병 이후, 불법 쓸개 유통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는 취재팀의 보도가 유일합니다. 잠복 취재와 독자적 영상 확보 등을 통한 단독보도로 타사에서는 관련 보도를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이후, 정부 산하 아프리카 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국을 대상으로 야생멧돼지의 밀거래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멧돼지를 허가 없이 포획허가나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는 등 야생동물법 위반이 확인되면 즉시 행정처분 하도록 각 자치단체에 요청했습니다. 포상금 부당 수령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포상금 증빙 절차를 강화하기로 하고, 특히, 야생멧돼지 쓸개를 밀거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가소비를 하다가 적발돼도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철원과 화천 등 야생멧돼지 쓸개가 불법 유통된 지역도 자체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쓸개 밀거래 행위자를 찾아 형사 고발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정식 포획단 사이에서도 스스로 밀거래한 엽사를 색출해서, 포획 활동을 금지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팀이 근무하고 있는 강원도 원주에서도 수많은 확진자가 발생해, 지역이 큰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강원도에서는 이미 작년 말부터 또 다른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바로 아프리카 돼지열병입니다. 지역 사회에 한 마음으로 돼지열병 차단과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영리를 앞세운 업자들이 야생멧돼지의 쓸개를 불법 유통시키는 모습은 언론인으로서 결코 덮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돼지열병 방역 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취재팀의 보도를 통해 뒤늦게나마 방역당국의 관리 체계가 마련된 점은 반길 일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행정의 후속 대책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과 관련자들의 이의 제기,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전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4회 전체 총평
제354회(2020년 2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1편이 출품돼 동아일보의 <법무부가 비공개한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 13인의 공소장 전문(全文) 입수> 등 8건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미증유의 충격과 공포에 빠진 가운데서도 현장을 누비고 자료를 뒤지며 언론의 사명에 충실하려고 애쓴 기자들의 흔적이 출품작마다 역력했다.
<법무부가…>는 취재보도 1·2부문에 출품된 15편 가운데 유일한 수상작으로 뽑혔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향해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비공개하기로 한 검찰 공소장 전문을 입수해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검찰의 공소장이 담고 있는 함의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서울신문의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은 단발성 이슈에 매몰되기 쉬운 경제보도의 전범을 제시한 수작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의 초고가 아파트 등기부등본 약 8000건, 1급 이상 고위공직자 787명의 재산목록, 1999~2020년 사회간접자본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370건을 분석해 ‘강남공화국’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불평등이 계급화 현상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이 돋보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한겨레신문 <노동자의 밥상>은 택배배달원, 급식조리원, 철도기관사, 빌딩 청소원, 이주노동자, IT 종사원, 광부 등 다양한 분야 노동자들의 식사 장면을 밀착 취재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어떻게 침해받고 있는가를 고발했다.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대안 제시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노동자 생활의 이면을 생생하게 보여준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미래상을 조망한 경향신문 <녹아내리는 노동, 내:일을 묻다>는 연재 직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재택근무 확산, 소상공인 몰락, 일용직·플랫폼 노동자 생계 위협이 가속화하며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해법을 모색하는 최종회에 좀 더 다양한 시각을 담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법에 가려진 사람들>은 최근 기획·탐사보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서울신문의 역작으로 꼽힌다. 지난 5년간 장발장은행 벌금 대출자를 전수조사하고 이 가운데 대표적 사례를 심층 인터뷰함으로써 약자들에게 더 가혹한 사법 현실을 고발했다. 취재진의 일원으로 약자의 권익 옹호에 힘쓰다가 2월25일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조용철 기자의 명복을 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 KBS의 <‘루보 사태’ 김영모가 돌아왔다>는 주가 조작으로 8년형을 받고 2015년 만기 출소한 김영모가 또다시 범행에 나섰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허위 공시를 확인하고자 중국 벤처기업 단지를 방문하는가 하면 김영모가 재수감된 수원구치소에서 ‘뻗치기’한 뒤 접견자를 추적해 증언을 듣는 등 끈질긴 취재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부문의 또 다른 수상작 SBS의 <코로나19 팩트체크>는 잘못된 정보와 악성 루머가 창궐해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고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도 장애를 주는 시점에서 매우 적절한 기획이었다. 심층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단편적이고 나열식이었던 점은 아쉽게 느껴졌지만 당연하면서도 절실한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문보도(온라인)부문에서는 SBS <2020 예산회의록 전수분석>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3년치 국회 예산회의록과 심사보고서 등을 비교 분석해 각종 불법, 불용, 불심사, 불논의 등의 부적절한 사례를 밝혀냄으로써 데이터 저널리즘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냈다. SBS 취재진은 내년에도 보도를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21대 국회에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