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보도 경위
저는 2018년 ‘청년흙밥보고서’ 기획 기사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많은 ‘흙수저’ 청년들이 높은 대학 교육 비용·장기화된 취업 준비기간·열악한 노동환경 등으로 부실한 식사를 하고 그에 따라 건강이 악화되며, 이는 또 다시 경쟁력 저하·취업 실패 등의 불평등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입니다. 단행본 출판으로도 이어진 이 보도는 당시 주거·교육 영역에서만 인식되던 청년 불평등 문제를 ‘식사’와 ‘건강’이라는 삶의 기본 영역으로까지 확대시키는 데 일조했습니다.
당시 청년들을 취재하며 자연스레 다음 취재 아이템이 떠올랐습니다. ‘아동 흙밥’이었습니다. 많은 흙수저 청년들의 ‘흙밥’ 이력이 청년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루 한 끼, 폭식과 단식의 교차, 편의점 식사, 고카페인 음료 다량 섭취에 익숙한 청년들은 말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먹었어요” “원래 다 이렇게 먹고 사는 거 아니예요?” “집밥, 집밥 그러는데 저한테는 이런 게 집밥이예요”…. 자신을 돌보는 최소한의 행위에 인색한 ‘흙밥’ 청년들의 기원은 유년기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지난해 말 육아휴직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면서, 저는 숙제처럼 남아있던 ‘아동 흙밥’ 취재에 본격 들어갔습니다. 첫 문제의식은 ‘식사 불평등’이었습니다. 흙수저 청년이 부실한 식사로 건강을 잃어가며 계층 불평등이 더 심화되는 것처럼, 흙수저 아동 또한 부실한 식사와 돌봄으로 출발선이 점점 뒤로 밀리는 현상을 취재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결식 아동 지원 사업의 현황과 한계점 등을 먼저 살펴보았습니다. ‘우리 사회엔 정말 밥 굶는 아이가 없을까?’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취재했습니다.
작은 반전이 있었습니다. ‘배고픈’ 아이들은 눈에 많이 띄지 않았습니다. 가난하거나 돌봄이 부재한 아이들도 무언가를 먹고 있었습니다. 사회는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고 ‘할 일을 다 했다’며 안심하는 모양새였습니다. 저는 한 발 더 들어가서 보고자 했습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먹는지를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질 낮은 음식을, 혼자 허겁지겁 먹고 있었습니다. (기사 <먹어도 먹는 게 아닌 ‘아동 흙밥 보고서’>) 이런 아이들을 위해 ‘밥 거점’을 만들려는 사회의 작지만 따스한 노력들도 담았습니다. (기사 <배고픈 아이들 위한 ‘밥 거점’이 필요하다>)
더 큰 반전을 발견했습니다. ‘식사 불평등’이라는 기획의 대전제가 흔들렸습니다. 아동·청소년 식사의 다양한 층위를 취재해보고자 저소득층 외 다른 영역에서의 문제점을 찾아보면서였습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애들 식사 시간이 20분이래”라는 주변 이야기를 듣고 일종의 ‘부속 기사’ 정도로 생각하고 대치동 ‘길밥’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식사 시간 20분을 주는 학원은 매우 양호한 경우였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밥을 거르고 때우고 미뤄가며 수업을 듣고 자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계획과 달리 대치동 ‘길밥’ 취재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습니다. (기사 <대치동 아이들이 뭘 먹는지 아시나요?>)
결국 발견한 것은 ‘아동 식사의 슬픈 평준화’였습니다. 못 사는 아이는 못 사는 대로, 잘 사는 아이는 잘 사는 대로 제대로 먹지 못하며 유년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한 쪽은 돌봄과 투자가 극단적으로 부재하고, 다른 한쪽은 투자와 기대가 지나치게 과잉되어 양쪽 모두 ‘식사권’과 ‘건강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염려되는 것은 이런 ‘흙밥’과 ‘길밥’을 아이들이 스스로 내면화하고 정당화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 그렇게 먹고 살아요” “지금 밥보다 더 중요한 게 공부잖아요”라는 말들이 너무 슬펐습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우선순위를 왜곡된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압박하고 강요하는 대로 아이들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실제 통계에도 그런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있었습니다. (기사 <‘흙밥’ 먹고 ‘흙잠’ 자고 아침도 저녁도 없는 삶>)
아이들 삶에서 ‘식사’와 ‘건강’을 우선순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것이 이 보도의 목적입니다. 단순히 대치동 학부모를 비난하고, 아이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신설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밥’이라는 최소한의 여유와 돌봄을 삶의 중요 요소로 인정하고 서로에게 배려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모의 ‘저녁 없는 삶’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이어집니다. 나의 밥과 건강을 먼저 돌볼 줄 알아야 남의 밥과 건강, 더 나아가 공동체의 건강한 삶에도 관심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동흙밥보고서’ 보도가 그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주제의 특성상, 기사에 등장하는 아동·청소년과 부모의 이름은 불가피하게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습니다. 낙인이나 불필요한 사생활 노출, 주변의 비난으로부터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전문가와 관련 활동가의 이름은 모두 실명입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특이사항 없음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바이라인에 표기된 기자가 현장취재를 진행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특이사항 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포털사이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많은 독자 피드백이 이뤄졌습니다. 아이들의 식사와 건강에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몇몇 생협과 시민 단체 등에서는 이 기사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아동·청소년 식사와 건강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고 기자에게 자문을 구해오기도 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 윤리강령을 준수함.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회차 심사평
제354회 전체 총평
제354회(2020년 2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1편이 출품돼 동아일보의 <법무부가 비공개한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 13인의 공소장 전문(全文) 입수> 등 8건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미증유의 충격과 공포에 빠진 가운데서도 현장을 누비고 자료를 뒤지며 언론의 사명에 충실하려고 애쓴 기자들의 흔적이 출품작마다 역력했다.
<법무부가…>는 취재보도 1·2부문에 출품된 15편 가운데 유일한 수상작으로 뽑혔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향해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비공개하기로 한 검찰 공소장 전문을 입수해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검찰의 공소장이 담고 있는 함의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서울신문의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은 단발성 이슈에 매몰되기 쉬운 경제보도의 전범을 제시한 수작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의 초고가 아파트 등기부등본 약 8000건, 1급 이상 고위공직자 787명의 재산목록, 1999~2020년 사회간접자본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370건을 분석해 ‘강남공화국’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불평등이 계급화 현상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이 돋보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한겨레신문 <노동자의 밥상>은 택배배달원, 급식조리원, 철도기관사, 빌딩 청소원, 이주노동자, IT 종사원, 광부 등 다양한 분야 노동자들의 식사 장면을 밀착 취재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어떻게 침해받고 있는가를 고발했다.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대안 제시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노동자 생활의 이면을 생생하게 보여준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미래상을 조망한 경향신문 <녹아내리는 노동, 내:일을 묻다>는 연재 직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재택근무 확산, 소상공인 몰락, 일용직·플랫폼 노동자 생계 위협이 가속화하며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해법을 모색하는 최종회에 좀 더 다양한 시각을 담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법에 가려진 사람들>은 최근 기획·탐사보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서울신문의 역작으로 꼽힌다. 지난 5년간 장발장은행 벌금 대출자를 전수조사하고 이 가운데 대표적 사례를 심층 인터뷰함으로써 약자들에게 더 가혹한 사법 현실을 고발했다. 취재진의 일원으로 약자의 권익 옹호에 힘쓰다가 2월25일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조용철 기자의 명복을 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 KBS의 <‘루보 사태’ 김영모가 돌아왔다>는 주가 조작으로 8년형을 받고 2015년 만기 출소한 김영모가 또다시 범행에 나섰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허위 공시를 확인하고자 중국 벤처기업 단지를 방문하는가 하면 김영모가 재수감된 수원구치소에서 ‘뻗치기’한 뒤 접견자를 추적해 증언을 듣는 등 끈질긴 취재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부문의 또 다른 수상작 SBS의 <코로나19 팩트체크>는 잘못된 정보와 악성 루머가 창궐해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고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도 장애를 주는 시점에서 매우 적절한 기획이었다. 심층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단편적이고 나열식이었던 점은 아쉽게 느껴졌지만 당연하면서도 절실한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문보도(온라인)부문에서는 SBS <2020 예산회의록 전수분석>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3년치 국회 예산회의록과 심사보고서 등을 비교 분석해 각종 불법, 불용, 불심사, 불논의 등의 부적절한 사례를 밝혀냄으로써 데이터 저널리즘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냈다. SBS 취재진은 내년에도 보도를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21대 국회에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