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O )
2월 초 국민들은 청와대의 2018년 6·13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결론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여권 핵심 관계자 기소를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수사팀과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간 의견 대립이 불거진 직후였습니다.
기자들은 이 사건 취재와 보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건 관계자 불출석, 청와대 압수수색 무산 공방, 청와대의 검찰 비판 등 진통에 따라 어느 순간부터는 사건의 실체 관계보다 검찰과 청와대의 대립과 충돌에 보도 상당량을 할애해야했습니다. 기소가 이뤄진 1월 29일에도 기소 결정 과정이 비중 있게 보도된 반면 구체적 사실 관계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기소 전 피의 사실 보도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운 공소장을 통해서라도 국민이 전체적인 사실 관계에 접근할 기회를 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국회 요청이 없으면 공소장도 언론에 제공되지 않는 만큼 본보도 입수를 위해 요로 요로를 타진했지만 어려웠고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법무부는 1월 29일 기소된 이 사건에 대한 국회의 공소장 공개 요청을 6일간 미루다가 2월 4일 돌연 ‘비공개’ 결정하고 익명 처리된 간략한 공소사실 요지만 전달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지시였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저희는 기존 관행이 문제라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추진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지자체장 선거에 청와대와 정부 기관이 관여한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를 거쳐 기소한 사안입니다. 이 사건부터 뚜렷한 이유 없이 ‘기준’과 ‘룰’을 변경해가며 공소장을 비공개해 달성되는 이익보다 침해되는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본보 취재기자들은 여러 채널을 추적한 끝에 송 시장 등 피고인 13명의 공소장, A4용지 71쪽 분량 전문을 적법하게 입수했습니다. 본보는 2월 5일자 1면부터 △청와대가 6·13 지방선거 전 석달간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의 수사기밀을 엿새 한 번 꼴로 보고받은 사실(5일자) △청와대 보좌진들과 송철호 울산시장 각각의 경찰 수사 관련 논의(5,6일자) 등을 보도했습니다. 또 △대통령의 특별한 선거중립 의무를 강조한 공소장 서론(6일자)의 의미를 짚었습니다. 첩보 작성자와 靑 관계자 e메일 교신 내용, 경찰의 靑 상황보고 등 문서 수발신 내역과 수첩 내용 등 구체적 물증과 증언이 처음 드러난 것입니다.
아울러 추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예로 든 미국 등 해외 국가의 공소장 공개 방식을 팩트체크했습니다. 8일 △美연방검찰 관계자 “공소장, 기소와 동시 공개가 당연한 원칙”, 13일 △日 법무성 “공판부 검사는 기소결정 안해”…법무부 주장과 달라 등 보도로 정확한 정보를 알렸습니다.
첫 보도가 나간 5일 오전 추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공소장의) 유출 경로를 확인 하겠다”며 감찰을 시사했습니다. 그는 이후 기자간담회 등에서 “조금 있다가 알아도 될 권리”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물론이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조차 “해당 사건의 무거움을 헤아렸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법무부가 이 사안부터 공소장 제출 방식의 잘못을 거론하며 ‘보편적 형사피고인의 인권’을 내세운 것은 사안을 정치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했습니다.
진보 보수 등 매체 성향을 가리지 않고 추 장관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알권리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독자, 법조계, 시민사회, 정치권, 언론사 등 곳곳에서 공소장 전문(全文)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회의를 거듭한 끝에 전문을 게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법무부의 비공개 결정으로 인해 전문을 공개하는 것이 충분히 독자들에게 가치가 있는 사안이 됐고, 국민들이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는 것이 의미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7일 새벽 3시.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일반 참고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실명과 직책 등 개인 정보는 일일이 삭제했습니다.
공소제기 후 한달 보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송 시장 등 13명에 대한 공판은 준비기일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조금 늦게 알 권리’라는 추 장관 말대로라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아직 미공개 상태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단편적이고 부정확한 진술과 증언, 양측의 갈등과 대립을 조명하기보다 ‘정확한 전문’을 통해 ‘정확한 정보’가 국민에게 전달되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없음.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없음.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현장과 후속 취재기자 등 바이라인 명기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지난달 5일 공소장 관련 첫 보도를 하기 전 이와 유사한 기존보도나 표절은 없었습니다. 동아일보의 보도 당일 연합뉴스, SBS, TV조선, JTBC 등 언론은 메인뉴스 주요 꼭지로 해당 기사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7일 동아일보가 공소장 전문을 공개하자 거의 모든 언론이 후속 보도를 했습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 주요 일간지를 비롯해 시사 주간지, 월간지 매체 등에서 보도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동아일보 보도로 공소제기의 근거가 된 구체적 사실관계가 처음 드러났으며, 공소장 공개 관행과 해외 사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 사회적 공론화가 일어났습니다. 또 “공소장 제출 방식의 제도적 문제와 기소된 사건 자체는 분리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와 함께 공소장 국회 공개 제도에 대한 세부 기준 논의 필요성을 촉발시켰습니다.
공소장 비공개 결정 이후 한달 넘게 청와대 보좌진 출신이 대거 포함된 피고인들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의 감시기능과 국민의 알권리는 동아일보가 공개한 공소장과 주요 보도를 토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 등을 준수하였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특이 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54회 전체 총평
제354회(2020년 2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1편이 출품돼 동아일보의 <법무부가 비공개한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 13인의 공소장 전문(全文) 입수> 등 8건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미증유의 충격과 공포에 빠진 가운데서도 현장을 누비고 자료를 뒤지며 언론의 사명에 충실하려고 애쓴 기자들의 흔적이 출품작마다 역력했다.
<법무부가…>는 취재보도 1·2부문에 출품된 15편 가운데 유일한 수상작으로 뽑혔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향해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비공개하기로 한 검찰 공소장 전문을 입수해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검찰의 공소장이 담고 있는 함의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서울신문의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은 단발성 이슈에 매몰되기 쉬운 경제보도의 전범을 제시한 수작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의 초고가 아파트 등기부등본 약 8000건, 1급 이상 고위공직자 787명의 재산목록, 1999~2020년 사회간접자본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370건을 분석해 ‘강남공화국’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불평등이 계급화 현상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이 돋보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한겨레신문 <노동자의 밥상>은 택배배달원, 급식조리원, 철도기관사, 빌딩 청소원, 이주노동자, IT 종사원, 광부 등 다양한 분야 노동자들의 식사 장면을 밀착 취재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어떻게 침해받고 있는가를 고발했다.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대안 제시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노동자 생활의 이면을 생생하게 보여준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미래상을 조망한 경향신문 <녹아내리는 노동, 내:일을 묻다>는 연재 직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재택근무 확산, 소상공인 몰락, 일용직·플랫폼 노동자 생계 위협이 가속화하며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해법을 모색하는 최종회에 좀 더 다양한 시각을 담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법에 가려진 사람들>은 최근 기획·탐사보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서울신문의 역작으로 꼽힌다. 지난 5년간 장발장은행 벌금 대출자를 전수조사하고 이 가운데 대표적 사례를 심층 인터뷰함으로써 약자들에게 더 가혹한 사법 현실을 고발했다. 취재진의 일원으로 약자의 권익 옹호에 힘쓰다가 2월25일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조용철 기자의 명복을 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 KBS의 <‘루보 사태’ 김영모가 돌아왔다>는 주가 조작으로 8년형을 받고 2015년 만기 출소한 김영모가 또다시 범행에 나섰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허위 공시를 확인하고자 중국 벤처기업 단지를 방문하는가 하면 김영모가 재수감된 수원구치소에서 ‘뻗치기’한 뒤 접견자를 추적해 증언을 듣는 등 끈질긴 취재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부문의 또 다른 수상작 SBS의 <코로나19 팩트체크>는 잘못된 정보와 악성 루머가 창궐해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고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도 장애를 주는 시점에서 매우 적절한 기획이었다. 심층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단편적이고 나열식이었던 점은 아쉽게 느껴졌지만 당연하면서도 절실한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문보도(온라인)부문에서는 SBS <2020 예산회의록 전수분석>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3년치 국회 예산회의록과 심사보고서 등을 비교 분석해 각종 불법, 불용, 불심사, 불논의 등의 부적절한 사례를 밝혀냄으로써 데이터 저널리즘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냈다. SBS 취재진은 내년에도 보도를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21대 국회에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