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④ 제보(◯)
병원 - 산재브로커 검은 커넥션 실태 잠입취재 단독 보도
“병원에서 돈을 받고 버젓이 환자를 산재브로커에게 연결해줍니다. 전국에서 난리입니다.”
지난 1월 지인을 통해 만난 울산의 한 노무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제보했다.
‘병원에서 돈을 받고?’ ‘아직도 이런 뒷돈 거래가 있단 말인가?‘
노무사 말은 구체적으로 계속 이어졌다.
산재 업무 자격증도 없는 브로커가 환자에게 수임료를 부풀려 받은 뒤 병원과 반반씩 나눠 갖는다는 것.
진술은 충분히 확보했지만 물증이 될 만한 증거가 없어 막막했다. 현장을 카메라 담아야만 했다.
일단 제보자가 지목한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인근 정형외과 병원 3~4곳을 찾아갔다.
건물이 폐쇄적인 구조라 밖에서는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안으로 들어가도 병원직원들이 수시로 돌아다녀서 환자들을 상대로 취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기자가 의사를 찾아가 진찰받은 뒤 병원에 입원해 잠입취재를 벌이기로 했다. 그 방법밖에 없었다.
밤 새워 취재하는 동안 들키면 어쩌나 불안하기도 했지만 이름만 올려두고 자리를 비우는 나일롱 환자, 병원 주변을 제집 드나들듯하며 산재 환자들에게 영업하는 브로커, 이들에게 돈을 받고 장해 부풀리기를 유혹하는 병원 원무과 직원 등 소문으로만 떠돌던 산재브로커 실체를 담아 단독 보도할 수 있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산재보험금 5조5천억, 수급자 11만3천 명...끊임없는 부정수급 의혹
국내 연간 산재보험금 지급규모는 지난해에만 5조5천억 원이 넘었고 수급자 수는 11만3천명에 이른다.
해마다 지급 규모가 늘고 있는데 엄청난 규모인 만큼 부정수급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비리의 중심에는 산재브로커가 있다.
무자격 브로커들이 노무사 자격증을 돈을 주고 빌려 사무실을 차린 뒤 병원과 짜고 영업을 하는 것이다.
기자가 잠입취재를 한 날도 병원 주변에서 양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브로커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변호사시냐”고 묻자 돌아온 답은 “노무사”였다.
이들이 통상적인 수준의 수임료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환자에게서 뜯어내 병원에 뒷돈을 준다.
더 큰 문제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이들 브로커들을 노무사로 알고 있는 것이다.
진짜 노무사는 병원 직원들이 병원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막기 때문에 만날 수가 없다.
산재 환자가 가장 먼저 찾는 병원에서부터 브로커가 연결돼 산재업무는 파행적으로 시작될 수밖에 없다.
나일롱 환자, 장해등급 부풀리기, 산재브로커 뒷돈 거래
병원에 입원하기는 놀랄 만큼 쉬웠다.
평소 헬스를 하며 무릎이 조금 좋지 않았던 기자가 입원을 하고 싶다고 하자 의사가 흔쾌히 허락해줬다.
그렇게 시작된 병원 생활.
기자 옆자리에 같이 입원한 환자는 곧바로 자리를 비웠다. 다른 병실을 둘러봐도 마찬가지.
입원환자가 ‘만실’이라던 병원에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자리를 비웠다. 이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당직 간호사는 이런 일이 일상이라는 듯 대답했다. “저희가 편의를 봐드리는 거예요.”
밤사이 사라졌던 환자들은 다음날 아침 의사가 회진을 올 시간에 어김없이 나타났다.
내친 김에 원무과를 찾아가 대놓고 산재를 요구해봤다.
기자가 헬스를 하다 다친 무릎에 산재 신청을 하고 싶다고 하자 병원 직원은 회사에 알리지 말라고 요령까지 가르쳐줬다. 그리고는 산재 신청이 가능하다며 자신과 연결된 산재 브로커를 소개해줬다.
병원 직원과 브로커는 어떤 관계일까?
취재팀은 원무과 직원이 일러준 브로커를 찾아 나섰다.
이들이 있는 사무실은 노무사 이름만 빌려 브로커 5명이 영업을 하는 곳이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과 친분을 내세운 이들은 장해등급을 높여 수천만 원 더 받게 해주겠다고 장담했다.
노무사협회, 전직 브로커 등 전국적인 고질적 병폐
취재팀은 지역 노무사들의 협조를 얻어 산재브로커들의 실태를 추적했다.
그 결과 상당수 노무법인이 노무사 이름만 빌려 브로커가 불법 영업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직 브로커들과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장해등급을 부풀려 주겠다고 속여 환자들에게 터무니없는 수임료를 뜯어낸 뒤, 병원에는 현금으로만 뒷돈을 상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법 관행이 울산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고 판단해 노무사들을 통해 취재를 확대한 결과, 인천과 창원 등 전국 곳곳에서 유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쯤에서 ‘이런 불법행위가 왜 그동안 근절되지 않고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고용노동부∙근로복지공단 수박 겉핥기식 점검
산재브로커 단속 기관은 고용노동부다.
고용노동부는 산하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산재보험 부정수급 의혹이 제기되면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말 일제점검을 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취재팀은 관계기관의 수박 겉핥기식 점검결과에 참담한 심경까지 들었다.
조사가 지역별로 몇몇 노무법인을 정해 사전에 조사일정을 알려준 뒤 찾아가는 형식에 그쳤기 때문이다.
뜻있는 노무사나 전직 브로커들의 내부고발도 이어졌지만 제대로 된 처벌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병원과 브로커의 불법거래를 밝혀낸다하더라도 벌금만 내면 또 다시 영업이 가능했다.
“저희가 산재 관련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100점으로 나왔습니다. 불법 근거가 있으면 가져 오십시오”
근로복지공단의 담당 부서장은 산재환자들의 만족도가 완벽에 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또 자신들이 산재보험 지급 매뉴얼을 고쳐서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확신했다.
고용노동부도 마찬가지.
모든 책임을 근로복지공단에 떠넘기며 산재브로커들을 단속하는 담당자조차 제대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국회 국감과 검찰발 보도자료를 통해 산재브로커 검거에 대한 단순 선행 보도는 몇 차례 있었다.
(아래 목록 참조)
▷ [국감]'근로복지공단, 산재브로커 유착근절 대책은?' (2018.10.24., 2018년 국정감사)
▷ '산재보상 조작 로비'에 의사·변호사·직원 결탁…39명 기소 (2017.06.28, 서울지검 보도자료)
▷ 친절한 병원사무장, 알고 보니 산재환자 등친 사기꾼 (2015.11.03. 근로복지공단 보도자료) 등
기타...
그러나 전국에 산재한 병원직원과 산재 브로커 사이 뒷돈 거래와 불법관행의 구체적 수법, 그리고 그로 인한 산재보험금 부정수급 의혹, 관계당국의 허술한 대응 등 산재보험금 비리 실태와 산재처리 시스템 문제점, 공적부조의 사회적 낭비와 산재환자들의 피해 등 전 과정을 기자가 실제로 현장에 잠입취재를 한 뒤 영상에 담아 최초로 단독 보도하였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이후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브로커와 이들과 뒷거래한 병원에 대한 조치에 나섰다.
이들을 형사고발하기 위해 취재팀에 자료제공을 요청해왔고, 환자요양관리와 장해진단업무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또 병원과 노무법인, 사업장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계도를 강화해서 산재 비리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취재팀에 알려왔다.
경찰도 근로복지공단과 공조해 수사에 착수하기 위한 내사에 들어가 리베이트 등 불법혐의가 드러나면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취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내부 입단속을 시키던 브로커들은 방송 이후 대대적으로 청산되고 있다.
병원과 노무법인들은 해당 브로커와 직원들을 해고하고 꼬리자르기로 무마하려 하고 있다.
공인노무사회도 울산MBC 보도를 자정의 기회로 삼고자 경찰수사에 협조하고 전국적으로 병원과 산재브로커가 결탁한 불법행위에 대한 비리신고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병원과 산재브로커가 결탁해 무법천지로 벌어지던 산재업무시장의 불법∙사기 관행이 울산MBC 보도를 통해 더 이상 발붙이기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해마다 5조원 넘게 11만 명 이상에게 지급되는 산업재해보험금.
그동안 국감 등에서 비리와 부정수급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정확한 수법이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산재보험금 부정수급 비리에 대한 제보를 받고 기자가 직접 발로 뛰는 잠입취재를 통해 산재브로커와 병원의 검은 커넥션을 밝혀내고, 산재환자와 관계기관, 국회 차원의 대책 등 폭넓은 보충취재를 통해 국내 산재 시스템 문제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해 근로복지공단과 경찰 등 관계기관 수사 등으로 이어져 비리가 개선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사회의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방송 전 취재사실을 알게된 해당 병원 의사들이 울산MBC를 찾아왔다.
이들은 일부 원무과 직원들 잘못으로 병원이 문을 닫으면 안 되지 않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병원과 산재브로커들의 결탁이 의사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상 그들의 묵인 속에 진행돼 왔을 가능성이 높다.
환자들은 의사의 권위를 이용한 원무과 직원과 브로커의 말을 신뢰했을 수도 있다.
그 속에서 국가 의료수가가 줄줄 새고, 환자와 사업주의 보혐료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부분에 대한 후속보도가 필요한 이유이다.
회차 심사평
제354회 전체 총평
제354회(2020년 2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1편이 출품돼 동아일보의 <법무부가 비공개한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 13인의 공소장 전문(全文) 입수> 등 8건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미증유의 충격과 공포에 빠진 가운데서도 현장을 누비고 자료를 뒤지며 언론의 사명에 충실하려고 애쓴 기자들의 흔적이 출품작마다 역력했다.
<법무부가…>는 취재보도 1·2부문에 출품된 15편 가운데 유일한 수상작으로 뽑혔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향해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비공개하기로 한 검찰 공소장 전문을 입수해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검찰의 공소장이 담고 있는 함의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서울신문의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은 단발성 이슈에 매몰되기 쉬운 경제보도의 전범을 제시한 수작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의 초고가 아파트 등기부등본 약 8000건, 1급 이상 고위공직자 787명의 재산목록, 1999~2020년 사회간접자본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370건을 분석해 ‘강남공화국’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불평등이 계급화 현상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이 돋보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3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한겨레신문 <노동자의 밥상>은 택배배달원, 급식조리원, 철도기관사, 빌딩 청소원, 이주노동자, IT 종사원, 광부 등 다양한 분야 노동자들의 식사 장면을 밀착 취재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어떻게 침해받고 있는가를 고발했다.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대안 제시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노동자 생활의 이면을 생생하게 보여준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미래상을 조망한 경향신문 <녹아내리는 노동, 내:일을 묻다>는 연재 직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재택근무 확산, 소상공인 몰락, 일용직·플랫폼 노동자 생계 위협이 가속화하며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해법을 모색하는 최종회에 좀 더 다양한 시각을 담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법에 가려진 사람들>은 최근 기획·탐사보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서울신문의 역작으로 꼽힌다. 지난 5년간 장발장은행 벌금 대출자를 전수조사하고 이 가운데 대표적 사례를 심층 인터뷰함으로써 약자들에게 더 가혹한 사법 현실을 고발했다. 취재진의 일원으로 약자의 권익 옹호에 힘쓰다가 2월25일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조용철 기자의 명복을 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 KBS의 <‘루보 사태’ 김영모가 돌아왔다>는 주가 조작으로 8년형을 받고 2015년 만기 출소한 김영모가 또다시 범행에 나섰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허위 공시를 확인하고자 중국 벤처기업 단지를 방문하는가 하면 김영모가 재수감된 수원구치소에서 ‘뻗치기’한 뒤 접견자를 추적해 증언을 듣는 등 끈질긴 취재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부문의 또 다른 수상작 SBS의 <코로나19 팩트체크>는 잘못된 정보와 악성 루머가 창궐해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고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도 장애를 주는 시점에서 매우 적절한 기획이었다. 심층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단편적이고 나열식이었던 점은 아쉽게 느껴졌지만 당연하면서도 절실한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문보도(온라인)부문에서는 SBS <2020 예산회의록 전수분석>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3년치 국회 예산회의록과 심사보고서 등을 비교 분석해 각종 불법, 불용, 불심사, 불논의 등의 부적절한 사례를 밝혀냄으로써 데이터 저널리즘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냈다. SBS 취재진은 내년에도 보도를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21대 국회에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