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정 기자, 혹시 암구호 알아?"
이제 막 더위가 찾아올 무렵이었습니다. 일과를 마치고 저녁 자리에서 만난 취재원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귀가 쫑긋해졌습니다. "잘 알죠. 그거 비밀이잖아요. 그게 왜요?"라고 되묻자, 취재원은 방금 한 말을 후회하는 듯했습니다. "아니, 경찰이 뭐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암구호'에 '경찰'이라는 단어 조합이 선뜻 잘되지 않았습니다. 암구호는 군부대 이야기 아니었나? 극도로 말을 아끼는 취재원의 태도는 더 수상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곧장 전북경찰청으로 달려갔습니다. 친분이 있던 경찰들은 "우리 아니야", "그런 건 부대에서 하겠지"라며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또 어디서 들었어?”라며 취재원을 캐묻는 경찰관도 더러 있었습니다.
신뢰할 만한 취재원의 술자리 실언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거듭된 취재 끝에 한 경찰 간부로부터 "군에서 공조 요청해 온 게 하나 있는 것 같은데…"라는 답을 듣게 됐습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며칠 동안 경찰청과 경찰서를 발로 뛰며 돌아다녔던 피로가 씻겼습니다. '분명 뭔가 있다'는 촉이 왔습니다.
취재를 시작한 지 꼬박 2달이 지났을 무렵, 군부대에서 그토록 철통 보안을 강조하던 그 암구호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것도 장교가 사채업자에게 급전을 빌리려고 암구호를 담보로 맡겼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한 '암구호 담보대출' 사건의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순간이었습니다.
이후로는 취재에 속도를 붙였습니다. 경찰은 '군 보안 사항'이라며 쉬쉬했기 때문에 그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취재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대부분 전화로 취재에 응하는 것을 꺼려서 미리 약속을 정하고 산책하거나 차를 마시는 식으로 알음알음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일부 취재원들은 '녹취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다'고 해서 일과 중에 휴대전화를 꺼두고 대화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결과 사채업자들이 암구호 등 군사기밀 누설을 빌미로 군 간부들의 약점을 잡아 살인적인 금리를 적용했다는 사실도 들춰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사건을 처음 인지하고 사채업자들에 대한 공조 수사를 요청한 국군 방첩사령부는 경찰에 보안을 철저히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고 군부대 간부들이 암구호 등 군사비밀을 사채업자에게 넘겨주는 대가로 급전을 빌려 써 군과 검경이 수사에 나섰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에 걸쳐 기사화했습니다. 암구호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후속 해설 기사도 작성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이 간부들은 가상화폐와 인터넷 도박 등으로 형편이 곤궁해지자 민간인인 사채업자에게 군사기밀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훗날 검찰은 관련자를 기소하면서 이 사건을 두고 ‘자칫 국가안보를 뒤흔들 수 있었던 중대한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2달에 걸친 발로 뛴 취재, 수백 번의 만남과 전화 통화는 전례 없던 군 간부들과 사채업자의 은밀한 거래를 들춰내는 성과로 남았습니다.
관련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군인들이 비밀 '암구호' 사채업자에 유출…돈빌리고 담보로 넘겨 [2024.09.22.송고]
https://www.yna.co.kr/view/AKR20240922024000055?section=search
軍 보안 구멍 뚫렸나…사채업자에게 넘어간 '암구호' 뭐길래? [2024.09.22.송고]
https://www.yna.co.kr/view/AKR20240922026200055?section=search
3급비밀 '암구호' 사채업자 손에…돈 빌린 군인들이 담보로 넘겨(종합) [2024.09.22.송고]
https://www.yna.co.kr/view/AKR20240922024051055?section=search
- 4년 만에 또…카톡 이어 '암구호 담보 대출'에 軍 기강 '뭇매' [2024.09.23.송고]
https://www.yna.co.kr/view/AKR20240923048600055?section=search
관련자 기소 이후의 후속 보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사채업자에 넘어간 군사비밀…검찰 '암구호 담보대출' 3명 기소 [2024.10.02.송고]
https://www.yna.co.kr/view/AKR20241001056800055?section=search
"그들은 유령"…가명·대포폰 쓴 '암구호 담보대출' 사채업자들 [2024.10.02.송고]
https://www.yna.co.kr/view/AKR20241001057000055?section=search
군사비밀 사채업자에 통째로…검찰 '암구호 담보대출' 3명 기소(종합) [2024.10.02.송고]
https://www.yna.co.kr/view/AKR20241001056851055?section=search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첫 보도 당시에는 주요 피의자인 사채업자들이 기소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군 방첩사와 검찰 모두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거론하며 취재 거부는 물론이고 보도 자제까지 경찰에 요청한 상태였기 때문에 사건 기사에 등장하는 경찰관과 검찰 관계자, 군부대 간부들의 익명성을 보장했습니다. 군부대 사건에 대한 특유의 보안성과 어려운 취재 접근성 탓에 대부분의 취재는 취재원과 전화로 약속을 잡고 대면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군부대 간부들과 사채업자들의 커넥션인 '암구호 담보대출'은 군과 검찰, 경찰 등 여러 정보·수사기관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신병 교육 과정에서 그토록 보안성을 강조하는 군사비밀인 암구호를 장교들이 민간인에게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는 황당한 일이 이전에 또 있었을까요. 연합뉴스의 최초 보도 전까지 이를 기사화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매체는 없었습니다.
타 매체 반향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 보도 이후 인터넷 포털에 수십 건의 기사가 게시됐기 때문에 일부만 발췌했습니다.
[SBS] 사채업자에 '암구호' 넘긴 군 간부들…"돈 빌리려 담보로"(2024.9.22.)
[국민일보] 사채업자에 ‘암구호’ 넘긴 군인들… 돈빌리고 담보로(2024.9.22.)
[JTBC] 사채업자에 돈 빌리며 '암구호'를 담보로…정신 나간 군인들(2024.9.22.)
[문화일보] 돈 빌린 군 간부들이 3급비밀 ‘암구호’를 사채업자에 담보로 넘겨 (2024.9.22.)
[뉴스1] '암구호' 담보로 사채업자에 돈 빌린 군인들…군·검·경 수사 중(2024.9.22.)
[뉴시스] 군인이 軍비밀 '암구호' 사채업자에 유출?…군·검·경 수사(2024.9.22.)
[경향신문] 암구호 넘기고 사채업자에 돈 빌린 군인…보안 ‘구멍’(2024.9.22.)
[서울신문] 사채업자에게 암구호 넘기고 돈 빌린 군인 수사(2024.9.22.)
[매일경제] '3급비밀' 담보로 사채 쓴 군인들(2024.9.22.)
[전북일보] 군 암구호 담보로 돈 빌린 군인들... 군·검·경 합동 수사(2024.9.22.)
[MBN] 돈 빌리고 사채업자에 군 비밀 '암구호' 넘긴 군인들(2024.9.22.)
[중앙일보] 사채업자에 돈 빌린 군 간부들, 담보로 ‘암구호’ 넘겼다(2024.9.23.)
[중앙일보] [사설] 이젠 암구호까지 사채 담보로…한계에 이른 군 기강(2024.9.23.)
[세계일보] 軍 ‘암구호’ 담보로 사채 거래한 군인·업자(2024.9.23.)
[조선일보] ‘암구호’ 담보 잡히고 사채 당겨 쓴 군인들(2024.9.23.)
[TV조선] '암구호를 담보로 대출을'…사채업자에 군 기밀 넘긴 군인 수사(2024.9.23.)
[MBC] 군인이 사채 담보로 '암구호' 유출(2024.9.23.)
[KBS] 군 비밀 ‘암구호’ 사채업자에게 넘기고 돈 빌린 군인들 수사 중(2024.9.23.)
5. 사회에 끼친 영향
암구호를 담보로 군부대 간부들에게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 3명은 모두 구속 상태로 기소돼 법의 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검경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부사관과 사채업자를 추가로 입건하고 범죄 규모에 대한 후속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최초 보도 이후 기자단과의 브리핑을 통해 '사안을 엄중히 지켜보고 있으며 후속 조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은 여러 차례 이 사안에 대해 자료를 요청하고 문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가오는 국감에서 군부대 안보 관리 실태와 군 기강 해이에 대한 문제가 주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철저히 준수했고, 보도로 법적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는 취재원의 익명성을 보장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보도와 관련해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등은 전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9회 전체 총평
제40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0개 부문에 49편이 출품됐다. 전달의 71편에 비해 출품작 수가 매우 적었을 뿐 아니라 올해 들어 8월까지 월평균 출품작이 60편이었음을 고려해도 편수가 비교적 적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 부문에서 5편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경쟁 속에 돋보이는 기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기사 자체가 갖고 있는 고유의 힘과 사회적 파급력, 보도 시점, 기획력, 취재에 들인 노력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치열한 내부 논의 끝에 최종 수상작이 결정됐다.
취재보도1부문에는 7편이 출품됐고 이중 뉴스토마토의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 및 명태균 게이트> 보도와 JTBC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미공개 수사 재판 자료>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뉴스토마토의 보도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사를 통해 처음 관련 문제를 제기했을 뿐 아니라 파장 또한 매우 컸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건 흐름을 주도하고 무엇보다도 ‘불을 지른 힘’이 컸다는 평가다.
JTBC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보도는 김건희 여사와 도이치모터스 공범 간의 통화내역은 물론 편지를 입수하고 미공개됐던 검찰과 재판 자료를 확보하는 등 치밀한 취재가 돋보였고 이슈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특히 장기간 답보 상태가 이어지면서 많은 국민이 피로감을 느낄만하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지만 언론은 결코 지치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출품작 9편 중 KBS창원의 <부실 수사에 가려진 채석장 중대산업재해> 보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건 초기 부주의로 인한 단순 운전사고로 사건이 종결될 수 있었으나 치밀한 취재로 부실한 초동 수사의 허점을 찾아냈다. 묻힐 뻔한 사건을 CCTV 영상을 초단위로 분석했을 뿐 아니라 결정적 물증인 사고 차량의 행적 파악과 발파 일지 입수 등 꼼꼼한 취재로 억울한 죽음의 진실에 다가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이끌어 냈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전북CBS의 <묻혔던 채상병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종은 종종 기시감과 식상함이라는 장해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군에서 자식을 잃고 진상규명이라는 벽에 부닥친 일반인의 사연을 보도하기 위해 1만1000장의 결정문을 검토하고 인터렉티브로 표현하는 등의 ‘노력과 성과’가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언론의 중요한 역할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뜨거운 지구, 기후위기 현장을 가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후위기에 대한 기존의 사진 보도들과 완전히 다른 차별성을 갖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사진기자들의 뛰어난 기획력과 취재력의 결정체라는 점에서도 이견이 없었다. 사진기자의 열정과 함께 사진이 보여주는 메시지 전달의 힘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